년 7월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실시돼온 주5일제가 금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체로 확대됐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이틀간의 ‘휴가’라는 단꿈에 젖어 있다. 주말여행에 대한 기대로 증시에서는 여행 관련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각종 어학, 자격증 관련 학원들도 주말 특별반을 구성하기에 여념이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주말농장’, ‘레저’, ‘체험학습’ 등의 문구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5일제의 행복감을 맛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주5일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으면서 곳곳에서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토요일 아침 8시, 입사 1년 차인 황모씨(여·24)는 평일과 다름없이 집을 나선다. 주5일제를 실시하는 서울 대형백화점에서 구매담당 업무를 맡고 있지만 토요일에 쉬었던 것은 7월을 통틀어 한 번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사업체로 공식적으로는 토요 휴무를 하고 있지만 암묵적으로는 간부급 이하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회사에 들어서면서 출근카드를 안 찍는다. 토요일에 일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토요 근무 수당이 빠져서 월급만 줄었어요. 똑같이 일하고 월급은 줄었으니 주5일제로 저희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거죠.”

 35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임모씨(남·59)는 요즘처럼 택시 운전하기가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불경기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택시 이용을 줄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주5일제로 금요일부터 사실상 영업 ‘중단’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직장인입니다. 예전에는 금요일 저녁까지 사람이 제법 많았고, 주말도 그럭저럭 벌이가 되었는데 요즘은 목요일이면 끝이에요. 사람들이 주5일제라고 모두 외곽으로 나가버리니까 주말에 택시 타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

 경기가 어려워진 요즘, 택시기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휴일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휴일에 운행을 나가봐야 손님이 없기 때문에 사납금조차 못 채우고 생돈을 ‘꼴아박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등 근심만 늘어

 양재동의 하나로마트에서 파견직으로 매장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김모씨(여·36)는 주5일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회사에서는 정직원들이 주5일 근무를 실시하면서 김씨의 업무가 더욱 많아진 데다 가정에서는 다른 가정과 비교하여 주말에 놀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의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주5일 수업을 실시하게 되면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토요일마다 친정어머니에게 맡겨야 할 형편이라서다.

 IT 중소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남·38)는 주5일제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막상 주5일제 시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이씨의 회사는 2003년 11월부터 자체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해왔다. 이씨는 주5일제가 단순히 있는 듯 없는 듯했던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지 않는 것 이상의 문제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회사와 직원 모두 좋았습니다. 회사 이미지가 좋아져 입사지원서가 갑자기 쇄도 하기도 했지요. 직원들도 여행, 공부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와서 보니 회사는 여러모로 생산력에 문제가 생기고, 저도 개인적으로 게을러져서 주말을 흐지부지 보내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주5일 근무 실시 이후 기업들의 금요일 오후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약속을 잡기 위해 사적인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에나 볼 수 있었던 들뜬 모습들이다.

 이틀간의 휴일을 보낸 월요일은 졸음과의 싸움이다. 휴일을 휴식보다는 ‘특별활동’ 시간으로 보내다 보니 월요일은 잊고 있던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에만도 벅차다. 한 주에 이틀을 쉬기 때문에 ‘샌드위치 휴일’도 늘어났다. 하루 휴가를 내고 긴 휴일을 즐기고자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만큼 회사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아직 우리 사회가 주5일제를 실시하기 위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회사가 인원 충원 없이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주 44시간에 하던 일을 40시간에 해내야만 한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업무가 과중돼 야근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반대로 회사측에서는 근로자들의 업무태도를 지적한다. 정해진 업무 분량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시간 단위로 일을 하기 때문에 생산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직장의 주5일제 실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다. 대규모 사업체 위주로 주5일제가 실시되다 보니 소규모 업체에서 일하거나 영세 자영업을 하는 사람의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주5일제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소외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2년 앞서 주5일제를 실시했던 한 업체의 경우 최근 매월 첫째 토요일을 출근하는 날로 정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직원과 회사 모두가 주5일제로 생기는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데 합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출근은 하되 업무는 보지 않는다. 회사측은 업무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고, 직원들간 단결력을 높이고 있다. 평일에는 실시하기 어려운 각종 업무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직원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가거나 각종 체육활동을 하기도 한다. 직원 가족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어서 회사와 가정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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