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1일 당시 국내 유통업계는 숨을 죽이며 ‘D-데이’를 맞았다. 그 날은 한국 유통 시장이 외국에 빗장을 푸는 유통시장 전면개방의 첫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유통개방은 한국 유통업계에 상전벽해의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유통개방 10년간 한국 유통업계의 사업성적표는 어떻게 나왔을까. 국내 유통업계 주요 CEO 설문, 유통 애널리스트 분석, 대한상공회의소, 통계청 자료를 통해 한국 유통시장 개방 10년의 판세변화와 향후 5년 뒤 유통 패러다임을 취재했다.

 Part1 2006년 유통 지도

 할인점·인터넷쇼핑몰 ▲ 재래시장·슈퍼 ▼



  ‘글로벌 유통공룡의 한국 상륙’. 1996년 유통개방과 동시에 네덜란드계 마크로, 프랑스계 까르푸가 굳게 잠겨있던 국내 안방시장을 열었던 당시 한 신문의 제목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위기감과 두려움이 전해진 이 문구는 1998년 7월 세계최대 유통기업인 미국 월마트가 마크로를 인수하자 ‘올 것이 왔다’며 긴장감이 극에 치달았다.

 이어 영국계 테스코가 삼성과 합작, 홈플러스란 브랜드로 안방시장을 노크하면서 한국 유통업계는 토종 대 외국계 간 대혈투의 장으로 변모했다.



 토종, 외국계에 판정승

 세계 1, 2, 3위 유통업체인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가 물밀듯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웬일인지 한국에서는 큰 힘을 못썼다. 후발주자인 홈플러스만 할인점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 까르푸와 월마트는 업계 4,5위로 뒤쳐진 상태다.

 한국보다 소매시장 규모가 6배 이상 큰 중국에선 까르푸 위력이 통했는데 유독 한국에선 국내 토종업체인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롯데마트)에 밀리고 있다.

 실제 한국 유통업체의 위세는 국가 대표급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현대차에 못지않다. 신세계 주가는 한때 50만원을 넘어섰고 2월 9일 상장한 롯데쇼핑 공모가만 40만원에 달했던 게국내 1, 2위 유통업체의 위상을 보여준다. 제조업과의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유통업체들은 ‘만드는 자’보다 ‘파는 자’가 더 힘이 센 세상을 만나면서 유통업 전성시대를 구가중이다.



 백화점, 할인점에 ‘왕좌’ 물려줘

 그렇다면 유통개방 10년 한국 유통업계는 어떤 대변혁을 거쳐 왔을까. 일단 국내 소매시장 규모를 보자. 유통개방 원년인 1996년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약97조 원. 10년 후인 지난해는 156조 원으로 추산된다.

 유통개방 10년 새 60.8% 외형성장을 보인 셈이다. IMF쇼크 직후인 1998년 한 해만 빼고 매년 덩치를 불려온 것이 한국 소매시장 10년의 변천사다.

 15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유통시장을 놓고 벌인 ‘유통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갈렸을까.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이 승자반열에 올라선 반면, 재래시장은 최대패자로 기록됐고 백화점, 슈퍼마켓도 ‘상대적 피해자’로 자존심을 구겼다.

 유통개방 10년의 최대승자는 단연 할인점이다. 국내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보면 할인점 득세의 과정이 한눈에 확연해진다.

 1996년 할인점 전체 매출액은 2조50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05년엔 23조5000억 원. 10년 새 10배 가까이 외형을 키운 셈이다. 할인점의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도 1.48%에서 15.03%로 껑충 뛰어 일약 최대업태로 부상했다. 점포숫자도 1996년 28개에서 2005년 말엔 300개 시대를 열며 10배 이상 세를 키워놓았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할인점 성장세는 지난해 성장률 9%대에서 올해엔 16.6%로 높아질 것”이라며 “내수회복세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할인점은 1993년 업태탄생 후 10년만인 2003년 국내최대 유통업태로 부상한 이후 점유율을 2003년 11.87%에서 2004년 13.28%로 1위를 독주하고 있다.

 할인점 등쌀에 유통업 왕좌를 내준 백화점은 점차 외형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백화점은 유통시장개방 첫해만 해도 12.1% 점유율을 보인 유통지존이었다. 그러나 IMF한파가 몰아친 1997년 말 12.82%로 꼭짓점을 찍은 뒤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더니 2004년 11%대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엔 11.05%까지 밀렸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1등만 하다 2등으로 떨어진 학생의 심정”이라고 표현한다.



 영세소매업 7년 새 8만 곳 폐업

 그러나 백화점이 할인점과의 1위 싸움에서 밀려났지 외형자체가 뒷걸음질 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백화점 전체 시장규모는 17조1000억 원으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3.9% 성장하는 ‘뒷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통업태간 경쟁에서 최대복병은 단연 인터넷쇼핑몰이다. 인터넷쇼핑몰은 1996년만 해도 통계청 통계에 ‘매출 제로(0)’로 잡힐 만큼 미미했던 존재. 할인점이 득세하던 1999년 첫 통계에 잡힌 시장규모는 불과 300억 원. 2001년 1조 원 시대를 열며 유통업계에 명함을 내민지 4년만인 지난해는 7조9200억 원으로 국내 유통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2005년 기준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5.04%. 유통전문가들은 “과거 할인점이 보여줬던 유통 헤게모니 장악과정을 최근엔 인터넷쇼핑몰이 고스란히 따라하고 있다”고 주목한다.

 인터넷쇼핑몰과 함께 유통개방 후 신유통채널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분야가 TV홈쇼핑이다. 1995년 첫 전파를 쏘아올린 TV홈쇼핑(카탈로그 통신판매 포함)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9800억 원으로 10년 전 유통업계 점유율 0.47%에 비하면 10배 이상 점유율을 높인 셈이다. 2003~2004년 연속 매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우려를 자아냈던 TV홈쇼핑은 지난해 10% 성장을 하며 재기에 나선 상태. 명암을 표시하자면 ‘흐린 뒤 갬’ 정도다.

 반면 최대 피해자는 재래시장을 비롯한 종업원 5인 미만 영세소매상들이다. 150조 원 전체 소매시장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이들은 1996년까지만 해도 80.6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였으나 현재 58.24%로 오그라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통계로 본 유통개방 10년>에 따르면 종업원 5인 미만 영세소매업체 숫자는 1996년 70만 점포에서 2003년엔 62만 점포로 줄어들었다. 7년 새 8만여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매출액을 봐도 피해상황이 확연히 노출된다. 종업원 4인 미만 영세소매업체의 매출액은 1997년 5700만 원에서 2003년엔 5900만 원으로 변동이 별로 없다.  반면 20명 이상 대형 소매업체 매출액은 7600만 원에서 1억8300만 원으로 급속한 증가를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슈퍼마켓도 고전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1996년 슈퍼마켓 총 매출액은 5조5900억 원. 10년이 지난 2005년 매출액은 7조3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전체 유통업계에선 점유율 4.37%로 당시 백화점에 이어 유통업계 2위 업태였지만 지금은 4위로 미끄러진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측은 “대형할인점 때문에 못 살겠다”며 틈만 나면 정부에 할인점 영업규제를 건의하고 있다.

 실제 한국인의 소비패턴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 한국인들은 식료품을 살 때 슈퍼마켓을 1순위로 이용했다. 그러나 현재 식료품구입 시 1위가 할인점, 2위가 재래시장이고 슈퍼마켓은 3위까지 밀린 상태다. 임복순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팀장은 “1996년 이후 10년간 슈퍼마켓 등 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추락한 반면, 대형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 등 신업태는 상승커브를 보여준 10년이었다”고 평가한다.

 편의점은 급격한 상승커브는 없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점포 숫자면에서 1996년 1885개에서 지난해엔 9085개로 꾸준히 세를 확산중이다. 유통시장 점유율면에서 현재 2.86%로 국내 6개 주요 유통업태중 가장 낮지만 향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통개방 10년의 업계성적표는 각 업태별 판매액 성장률을 보면 확연해진다. 2000년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1996년~2004년 할인점성장률은 777%, 편의점은 197%, 무점포판매(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는 70%로 휘파람을 불었던 반면, 백화점은 1.9%로 제자리걸음을, 슈퍼마켓과 기타 소매업은 각각 마이너스 19%와 12%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Part2  유통업계 뉴 패러다임

 2~3년안 M&A 태풍 온다



 유통업계 뉴 7대 패러다임

 1. 할인점 강세 이어질 듯

 2. 5년 뒤 인터넷쇼핑몰, 할인점 역전할 듯

 3. ‘오십화점’ 되고 있는 백화점

 4. 편의점 ‘동네 만물상’으로 롱런

 5. ‘대익대소익소’의 법칙이 지배

 6. 재래시장도 현대화로 탈바꿈

 7. 유통 M&A는 시점이 문제일 뿐…



 2003년부터 ‘유통지존’으로 우뚝 선 할인점의 독주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예스’(Yes)라고 응답한다. 할인점의 점포확장 공세가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올해에만 전년보다 11% 성장한 26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올해 할인점업계가 예상하는 신규점포 숫자는 모두 60여 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8개보다 2배 이상으로 사상 최대수준이다. 할인점 선두인 이마트가 중국(3개) 포함해 15개, 업계 2위 홈플러스가 16개, 롯데마트 12개, 까르푸 3개 등 소위 빅4 업체만 45개에 달한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증시상장을 통해 쌓아놓은 3조 원이 넘는 실탄으로 본격적인 2위 경쟁에 나설 태세다.

 박진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발전 속도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는 미국도 현재 할인점이 인터넷쇼핑몰에 비해 4.23배 규모”라며 할인점의 득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할인점 집착도 대단한다. 식료품구입 시는 물론 내구재구입 때도 할인점을 1순위로 찾는다는 통계가 있다. 당분간 ‘할인점 시대’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1조 원 매출’ 백화점 15년, 인터넷쇼핑몰 4년 걸려

 그러나 시점을 5년 후로 바꾸면 대답은 또 달라진다. 5년 뒤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업태를 묻는 질문에 국내 유통업계 CEO중 52%가 인터넷쇼핑몰을 꼽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인터넷쇼핑몰 총 매출액은 지난해 7조9000억 원으로 23조 원 규모인 할인점에 크게 뒤진다.

 그러나 박재석 삼성증권 전자상거래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쇼핑몰 매출액은 인터파크와 GS이숍 등 소위 B2C몰만 포함된 금액”이라며 “최근 인터넷쇼핑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온라인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C2C) 시장을 포함하면 지난해 이미 11조 원을 넘어선 상태”라고 분석한다. 옥션과 G마켓, GS이스토어 등이 오픈마켓의 대표적 사이트들이다. 옥션의 경우 하루 방문객 숫자가 약 130만 명으로 남대문시장의 3배에 달한다.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전체 인터넷쇼핑몰(B2B 제외)은 14조4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 속도라면 2011년쯤엔 할인점을 잡고 국내 최대업태로 부각할 것”이라고 확언한다. 할인점은 2007~2008년께 400개 점포가 입점하여 포화상태가 예상되는 반면, 인터넷쇼핑몰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에서다. 물론 인터넷쇼핑몰업계도 수익성강화가 숙제로 남아있다. 국내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해 판매총액은 9000억 원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은 8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성장 속도면에선 인터넷쇼핑몰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출액 1조 원 달성까지 걸린 시점을 비교해보면 백화점은 15년, TV홈쇼핑은 6년이 소요된 반면 인터넷 쇼핑몰은 불과 4년 만에 1조원 시대를 개막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할인점이 9%대 성장에 그친 반면, 인터넷쇼핑몰은 22%대 성장으로 성장폭이 2~3배가량 더 가파르다. 여기엔 대형할인점의 시장포화 논란이 포함돼있다. 변명식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소위 슈퍼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스몰할인점(SSM)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늦출 경우 대형할인점의 경우엔 현재 300개를 넘어서 2~3년 내 포화상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2010년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업계가 유통업계 지존을 놓고 대혈투가 벌어질 것임을 강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백화점은 ‘명품 패션관’ 변신

 온갖 제품(百貨)을 다 판다는 뜻에서 붙여진 백화점이 ‘오십화점’(五十貨店)으로 변신중이다. 돈이 안 되면 모두 퇴출시켰기 때문. 실제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은 지난해 8월 완구매장을 통째로 뺐다. 실리는 적고 면적만 잡아먹던 매장은 백화점에선 ‘노땡큐’다.

 TV의 경우도 PDP, LCD TV가 아니면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백화점 강남점에선 40인치 이하 소형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신세계 가구매장은 고가명품 아니면 찾을 수 없다. 중반 장기불황이 한창 진행되던 1990년대 일본의 ‘삼십화점’ 변신처럼 국내 백화점들도 ‘명품 점포’로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명품과 패션은 강화 추세다. 백화점 1층 문을 들어서면 백화점인지 명품관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양경욱 현대백화점 차장은 “강남점의 경우 잡화를 포함한 패션명품 매출액 비중이 80%를 웃돈다”고 말했다. 백화점 디스플레이 원칙도 양보단 질로 180도 방향을 틀고 있다는 증거다. 품목별로 할인점에 치이고 전문점에 밀릴 바엔 아예 고급화로 살길 찾기에 나선 결과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백화점들도 미국처럼 ‘명품관’, ‘패션관’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오십화점 변신은 백화점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유통개방 10년간 유통강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편의점은 ‘알토란’같은 성장세를 일궈왔다. 편의점 상승추세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최소한 2만 개 점포까지는 포화논란이 없을 듯하다.



 편의점, 일본처럼 롱런 가능할 듯

 국내 편의점 숫자는 2005년 말 현재 9085개. 올해 개점예정 점포가 1500개 점포임을 감안하면 대략 2012년까지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국내 1위인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5만여 점포에 달하는 일본이 요즘도 매년 3000개씩 늘어나고 대만도 8000여 점포에 달한다”고 비교 설명한다.

 관건은 내부경쟁. 현재 점포수 1위인 훼미리마트는 올해 450개를 추가, 3600개를 목표로 뛴다. 올해 매출목표는 1조7000억 원. 반면 현재 2050개 매장으로 업계 2위 GS25는 올해 300~400개 개점으로 1억400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1250개 점포를 보유한 세븐일레븐도 지난해까지 내부 구조조정을 완료, 올해엔 300개 이상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의점의 변신 모델은 ‘만물상’이다. 현대화된 구멍가게 정도가 아니다. 요즘엔 공공요금 수납과 우체국 업무 등에 이어 금융상품 판매로까지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GS25는 올해 2월부터 5종의 보험상품을 판매중이고 훼미리마트도 3월중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GS25는 지난해부터 일부 우체국에 입점해 우체국 영업시간이 끝난 밤과 새벽시간에 소포물과 등기업무도 대행하고 있다. 지난 97년 편의점에 공공요금 수납서비스가 도입된 이래 편의점서비스는 각종 공과금수납과 ATM기를 통한 현금인출, 택배, 휴대폰 배터리충전, 디지털사진인화 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훼미리마트에서는 무인민원서류발급 및 DVD대여, 네스팟(무선인터넷)서비스 등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올해 1만개 점포가 완성되면 동네 편의점들은 PC방 못지않은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셈”이라며 “상품유통은 물론 택배의 중심, 동네형 금융중심으로 위상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3의 법칙’ 유통업계 관통

 ‘대익대소익소’(大益大小益小)의 법칙이 유통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의 빅3로 불리는 롯데, 현대, 신세계는 백화점 시장점유율을 78.7%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2001년 68%였던 백화점 3사의 점유율은 2002년 72.3%에 이어 2003년 76%, 2004년 78.5%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상태라면 향후 1~2년 내 백화점 전체매출의 80%를 삼분할 태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3사를 막을 대항마가 없는 상태”라며 “빅3 중심의 과점화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확언한다.

 이들의 과점화는 IMF쇼크 후 지방으로 영토확장에 나선 빅3의 초토화 공세에 지방 토착백화점들이 나가떨어지면서 본격화됐다. 97년 말 부산의 유력 백화점이었던 태화쇼핑을 필두로, 울산의 주리원백화점, 대전의 동양백화점, 광주의 송원백화점 등이 인수 혹은 위탁경영 형태로 대기업들에 흡수된 상태다.

 백화점뿐 아니다. 슈퍼마켓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슈퍼마켓 빅3중 알짜배기 업체인 한화슈퍼를 롯데그룹이 사들였고 해태슈퍼는 이랜드에게 넘어갔다. GS슈퍼만 GS그룹 우산 하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동대문 밖 제일가는 장이라고 알려진 강원도 횡성시장.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할인점들 등쌀에 매출이 곤두박질쳤던 이곳에도 최근 2~3년 새 ‘재기’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시장은 2002~2003년에 약27억 원을 들여 시장을 리모델링한 후 전국 재래시장 활성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일단 하드웨어적 변화가 눈에 띈다.

 모든 점포에 입간판을 붙인 게 대표적이다. 시장 밖 어디에서도 노점상이 없다는 게 특이하다. 만약 노점상을 하고 싶다면 시장조합에 하루 1000원씩 내고 ‘난장코너’에 들어가 장사를 하게끔 바꿔놓았다. 소프트웨어가 바뀐 게 있다면 시장 내 70% 이상 점포에서 신용카드사용이 가능하고 마일리지, 쿠폰도 발행한다는 점. 특히 시장상품권 발행도 이색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꼽힌다.



 ‘등수 못 들면 곧 퇴출’시대 온다

 횡성시장 변신에 컨설팅을 했던 변명식 장안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전체 140여 점포중 20여 점포는 2005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2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대구 서문시장은 백화점처럼 대형주차장을 완비, 쇼핑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원산지표시나 가격표시는 물론 규격화된 상품과 눈높이진열 등으로 고객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경북 영주에 가면 재래시장 이름이 ‘소백쇼핑몰’이다.

 서울시도 올해 6월까지 서울 시내 85개 시장의 새단장이 완료될 예정이다.  2002년 시작한 현대화사업 1단계로 59개 시장이 완료됐고 3월중 6개 시장 등 상반기까지 85개 시장이 대변신을 하는 것. 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인근 아시아권에도 재래시장 중 인기를 구가중인 곳이 많다. 홍콩과 대만엔 야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 도쿄 우에노에는 지난 연말 일평균 45만 명이 찾았다는 ‘아메요코’ 시장이 일본 초호화백화점 틈바구니 속에서 잘 나가는 재래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꼭 1년 전인 2005년 2월28일. 갤러리아백화점 운영업체인 한화유통 김정 당시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목적은 당시 시중에 만연된 갤러리아의 피인수설에 대한 해명차원. 그는 “갤러리아 매각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한화그룹은 오히려 신규출점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유통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EO가 간담회를 자청할 만큼 한화유통 입장에선 당시 코너에 몰렸던 게 사실.

 한국까르푸는 지난해 11월11일 전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죄다 뿌렸다. 요는 “한 경쟁사(롯데마트)가 까르푸를 인수 합병할 것이라는 허위사실 유포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악성루머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는 게 포인트. 피인수설이 돌면 보통 쉬쉬 하는 게 보통인데 기자들에게 직접 사실을 털어놓는 이례적 보도자료였다.



 롯데·신세계 M&A 시장서 2라운드

 요즘도 유통업계엔 끊임없는 M&A설이 유포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TV홈쇼핑 등 업종불문이다. 자금 여력이 막강한 롯데는 모든 ‘M&A 재료’에 후보로 올라와 있다. 실제 롯데의 까르푸 인수설은 양측 부인에도 불구, 여전히 시장에선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과거 홈쇼핑진출에 실패한 탓인지 TV홈쇼핑 인수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도 여기선 인수후보군으로 등장한다. 롯데나 신세계가 TV홈쇼핑까지 손에 넣으면 할인점-백화점에 온라인쇼핑몰을 아우르는 전 업태를 갖춘 명실상부한 ‘유통재벌’로 떠오르게 된다.

 현재 눈에 보이는 인수합병 사례는 태광산업의 우리홈쇼핑 지분 확대다. 태광측은 지난해 연말 우리홈쇼핑 2대주주인 아이즈비전측 지분을 전량 인수, 20%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M&A와 함께 신규사업 진출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할인점이 없는 현대는 조만간 할인점진출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이고 CJ몰과 롯데닷컴은 오픈마켓 진출설이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간 M&A는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 한다. 국내 최대 유통업태로 떠오른 할인점 분야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대표적 유통재벌로 꼽히는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롯데마트) 대 세계 1,2,3위의 유통업체인 월마트, 까르푸, 테스코(홈플러스)가 맞붙은 최대 격전장이다. 국내 적정 할인점 숫자로 평가받는 400~500개에 달하는 2~3년 후엔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와 관련, 까르푸는 프랑스 본사 차원에서 전세계 지사에 3위 안에 못 들면 철수도 피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성숙기 업종인 백화점의 경우 빅3로 시장 파이가 몰리듯 할인점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plus tip



 미국·일본 유통업태 강자는?

 미국선 할인점과 전문점, 일본선 슈퍼가 백화점보다 커



 미국 소매시장에선 요즘 홈센터와 창고형 클럽매장, 드럭스토어 등이 잘 나간다. 유통전문지인 <체인스토어에이지>가 분석한 주 업태별 매출유티제(2004년)을 보면 홈센터는 14.5% 성장률로 미국 내에서 연간성장률이 최고 높은 유통업태다.

 홈센터란 대형할인점식 DIY쇼핑센터로 주로 도시근교에 넓은 주차장을 보유한 유통업태. 생필품이 주 판매 품목이다. 드럭스토어가 11.6%, 한국에선 퇴짜를 맞은 창고형 클럽매장이 10.5%로 고성장을 구가중인 업종들.

 그러나 미국 역시 최대 유통업태는 할인점이다. 미국 소매시장 중 업태별 점유율면에서 할인점은 21.4%로 슈퍼마켓(19.2%)을 따돌리고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카테고리킬러로 잘 알려진 전문점이 전체 소매시장의 17.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전자제품 전문점 형태로 하이마트가 이에 속한다. 그 다음으로는 홈센터(8.9%), 드럭스토어(7.8%), 창고형 클럽매장(6.0%)이 상위에 올라와 있다. 극심한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경우엔 최근 1~2년 새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경영수지 악화에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백화점업체인 다카시마야와 미쓰코시는 2004년 역신장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2005년 들어 미미하지만 일본 유통업체들 매출액도 증가추세로 반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이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고 신규출점과 점포 대형화에 나선 드럭스토어도 이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연간 135조 엔에 달하는 일본 소매판매액 시장 중 최대 유통업태는 한국에선 빛을 못보고 있는 슈퍼마켓이라는 사실이다. 슈퍼마켓은 2002년 12조6000억 엔 규모로 일본 내 소매매출 중 9.4%(2003년)를 차지, 9조1000억 엔 매출의 백화점(점유율 6.7%)을 따돌렸다. 일본에선 편의점도 점유율 5.2%로 유력 유통업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plus tip



 중국 유통시장의 강자는?

 까르푸 67개 점포로 월마트 49개 점 앞서



 중국은 세계 유명유통사들이 진출해있는 ‘유통백화점’으로 통한다. 세계 유통업패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터다.

 중국의 소매업 시장규모는 2005년 기준 약90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 150조 원에 비해 6배 이상 큰 시장이다. 2000년대 들어 매년 10% 이상씩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올해 약1000조 원 시장에 육박할 전망이다.

 현재 중국 유통시장에선 월마트, 까르푸와 함께 태국계 로터스 등 다양한 해외 유통업체들과 중국업체들이 격전을 치르고 있다. 할인점 분야만 놓고 본다면 중국엔 30여 브랜드, 900여 점포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 할인점 1위를 꼽으면 까르푸가 꼽힌다. 중국 내 67개 점포로 월마트 49개 점포를 압도한다. 특히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까르푸는 중국 내 매출액이 2005년 2조4500억 원에 달해 월마트의 추정매출액 1조1300억 원보다 2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lus tip



 국내 유통업계 CEO 25인 설문

 토종 유통업체 40% “외국 진출했거나 3년내 진출할 터”



  ‘현재는 할인점, 5년 뒤엔 인터넷쇼핑몰.’ 국내 유통업계를 움직이는 유통 CEO 25인이 분석한 국내 최대 유통업태의 전망이다. <이코노미플러스>가 국내 백화점(5인), 할인점(4인), TV홈쇼핑(5인), 재래시장(1인), 편의점(4인), 인터넷쇼핑몰(6인) 등 유통 각 분야 25인을 대상으로 서면조사한 결과 향후 5년 후 최대 유통업태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중 52%인 13명이 인터넷쇼핑몰이라고 응답했다. 5년 후에도 할인점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40%(10명)에 그쳤다. 2명은 기타를 골랐다.

 특이한 점은 현재 인터넷업계 CEO들은 모두 인터넷쇼핑몰에, 할인점 CEO들은 할인점에 몰표를 던졌다는 사실이다. 제3자 입장인 나머지 15명만 놓고 본 결과도 인터넷(7명)이 할인점(6명)보다 많았다. 현재로선 인터넷쇼핑몰 분야의 급속한 성장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 유통업 경쟁력엔

 ‘있다’(48%) 대 ‘보통’(44%) 팽팽

 한국 유통업체들이 최근 외국진출이 활발한 상황과 관련, 국내 유통 CEO들은 ‘코리아 유통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까. 이와 관련, 다수 대답은 한국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보통’으로 평가하는 답변이 44%(11명)로 가장 많았다.

 경쟁력이 약간 높다가 36%(9명), 매우 높다는 12%(3명)이었고 약간 낮다는 부정적 대답은 8%(2명)에 불과했다. 경쟁력이 없다란 답변은 전무했다. 한국 유통업체의 경쟁력에 대해선 절반 가까이인 48%가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라고 평가한 셈이다.

 향후 외국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엔 ‘이미 진출’(24%=6명)을 포함, 5년 내 진출이 전체 52%로 ‘계획 없다’(48%)보다 높았다. 최소한 절반 이상은 외국진출을 했거나 향후 계획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국내 토종업체들의 외국진출이 활발해졌다. 신세계 이마트가 1997년 중국 상하에 진출한 게 신호탄이다. 할인점은 물론 백화점, TV홈쇼핑 등이 구체적으로 외국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외국으로 진출한다면 어느 나라인가를 물었더니 역시 중국이 42%(12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과 기타 아시아가 각각 7%(2명)이었고 미국과 기타가 4%로 각각 1명이 나왔다.

 국내 유통업체의 외국진출 희망국 1위인 중국엔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등이 진출한 상태다. CJ홈쇼핑은 중국 민영방송인 SMG(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 투자한 동방CJ가 200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TV홈쇼핑 업체 중 중국진출 1호는 현대홈쇼핑이다. 2003년 2월 ‘광저우 현대홈쇼핑’이란 이름으로 광저우 난하이 지역에서 홈쇼핑 채널을 운영 중이다. GS홈쇼핑도 지난해 2월 중국 충칭시에 현지법인 ‘충칭GS쇼핑’을 설립, 충칭TV ‘생활채널’을 통해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현재 대만 내 최대 금융그룹인 푸방그룹과 함께 설립한 FMT로 지난해 1월부터 전파를 쏘아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모스크바 중심가인 붉은 광장에 깃발을 꽂았다. 올 12월이면 백화점과 오피스로 구성된 2만5천 평 규모의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2008년 말에는 롯데호텔도 문을 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국영기업과 양해각서를 맺어 베트남에 조만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국내 유통 CEO들은 유통시장 개방이 국내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의 파급효과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이란 답변이 모두 76%(19명)에 달했고 피해를 줬다는 응답은 12%(3명)에 불과했다. 중립적이라는 답변은 12%(3명)에 그쳤다.

 그러나 향후 외국계 유통업계의 국내 시장 잠식도를 묻는 질문엔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란 응답이 32%(8명)로 낮아질 것이란 답변 16%(4명)보다 높게 나타나 향후 다국적기업의 안방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