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홈쇼핑의 공격적인 외국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정대종 우리홈쇼핑 사장은 “남들이 외면한 대만 시장 공략에 이어 올해엔 말레이시아에 한국 홈쇼핑 시스템을 수출하겠다”며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V홈쇼핑 후발주자인 우리홈쇼핑의 사내 분위기는 요즘 ‘굿(Good)’이다. 지난 1월 말 월급봉투에 두둑한 성과급(기본급 300%)이 얹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말 선지급된 200%까지 합치면 2005년 치 성과급은 기본급의 500%에 달한다. 우리홈쇼핑 과장급은 평균 1000만 원, 부장급은 1500만 원 이상의 ‘대박’을 챙긴 셈이다.

 2005년 영업실적 ‘A학점’을 올린 덕분이다. 우리홈쇼핑의 2005년 매출액은 판매수수료 기준 2261억 원. 외형만 놓고 본다면 GS홈쇼핑과 CJ홈쇼핑의 절반 이하다. 후발3사(현대, 우리, 농수산홈쇼핑) 중 현대홈쇼핑에도 뒤쳐진 성적표.

 그러나 2004년 매출액 1547억 원에 비하면 46.2% 성장한 수치다. 성장률로만 본다면 단연 1등감. 특히 손익 면에서 알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46억 원(전년대비 48.7% 성장), 경상이익은 669억 원(170% 성장)에 달했다. 이익만 놓고 본다면 업계 3위다.

 이 같은 성적표는 2003년 1월 우리홈쇼핑에 취임한 정대종(54) 사장의 경영원칙에 따른 결과다. 취임 직후인 2003년 7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카탈로그사업을 중단시킨 게 이익경영의 신호탄. 이어 반품률이 높은 보석판매 중단,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전판매 축소 등 ‘조치’가 잇따랐다. 2001년 9월 개국 후 2년 연속 적자였던 경상이익을 취임 첫해 흑자로 반전시킨 정 사장의 경영철칙은 ‘기업의 생명은 철저한 수익 경영에 있다.’는 것.



 “내 사전엔 볼륨 경쟁은 없다”

 서울 목동 정 사장 집무실에 들어서면 책상 맞은편에 놓인 TV 7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5사 상품들을 틈틈이 모니터링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해당직원을 호출하기도 한다. 2월6일 오후 서울 목동본사에서 만난 정 사장은 최근 사업호조 비결을 묻자 “한 발 앞선 사업구조조정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한다.

 “GS와 CJ 등 선발 2사에다, 현대는 백화점 고객을 갖춘 대기업입니다. 이들과 외형경쟁을 벌이는 것은 효과적 전략이 아니죠. 중소기업 판로 개척 1번지로 자리매김하는 특화 략과 수익률 극대화라는 이익경영이 우리의 틈새전략입니다.”

 후발 주자답게 정 사장은 ‘튀는 경영’이 많다. 2003년 취임 첫해 내건 ‘Get 2030 캠페인’이 시발이다. Get 2030이란 판매 수수료 기준 매출증가율 2% 증대, 평균 매출단가 10% 증대, 고객 클레임비율 10% 감소, 취소/반품률 3% 감소를 내건 사내 경영혁신 프로그램. 이를 통해 사업 성장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정 사장의 자체평가다.

 슬로건 ‘마음에 들 때까지’를 내세운 정 사장은 2004년 5월 ‘불만고객 초청간담회’를 열어 ‘적’을 ‘팬’으로 만드는 경영의 묘를 보여주기도 했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우리닷컴’ 고객 중 불만사항 제기 횟수가 많은 20명을 초청, 고객불만을 해소한 행사다. 배송시간 예고제나 모바일 알림이서비스, 불친절배송 보상서비스 등도 업계 최초다.

 정 사장이 2006년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차별화’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 해외 진출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홈쇼핑은 타 홈쇼핑 3사(GS, CJ, 현대)가 중국에 진출한 것과 달리 지난해 대만시장을 두드렸다.

 특히 올해엔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연초에 ‘해외상품 개발팀’도 신설해놓은 상태다.



 말련은 대 아시아 시장 교두보

 해외진출 1년 만에 다시 외국시장을 노크하는 건 대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자체평가다. 실제 대만 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푸방그룹과 함께 설립한 FMT(모모홈쇼핑)는 1년 새 910억 원이란 매출액을 올리며 대만 내 2위 홈쇼핑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 사장은 “말레이시아는 대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라며 “빠르면 3월 내 현지 매체와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진출방식인 ‘컨설팅+지분참여(11.1%)’가 아닌 지분 51%를 확보, 직접 진출한다는 게 다른 점. 올해 상반기 안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2007년 1월 개국한다는 게 말레이시아 진출의 시간 계획표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은 중국진출도 병행중이다. 2월 안에 대만 내 홍콩자본인 W미디어와 계약 체결을 통해 6월 내 방송에 들어간다는 계획. 이를 통해 중국 내 사업경험을 쌓아 2008년엔 중국에 직접 진출한다는 내부 시나리오도 들려줬다.

 이 같은 외국 진출이 국내시장 포화에 따른 자구책 아니냐고 묻자 정 사장은 손을 내젓는다. “제가 취임한 2003년 당시에도 TV홈쇼핑 포화 논란이 있었죠. 그런데 지난해만 봐도 TV홈쇼핑 시장이 전년대비 10% 이상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몇 년 전엔 케이블TV 보급률에 따른 성장이었다면, 향후 5년간은 상품과 서비스경쟁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겁니다. 2010년까지 TV홈쇼핑 분야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우리홈쇼핑을 수익력이 탄탄한 홈쇼핑회사로 키워놓은 정대종 사장은 사실 모그룹인 경방그룹의 대표적 CEO로 꼽힌다. 그룹차원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우리홈쇼핑을 키우고 있다.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담 부회장과도 매주 월요일 경영회의 때 만나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TV홈쇼핑 CEO 4년차로 잘 나가는 정 사장이지만 걱정거리가 없지는 않다. 당초 올해 상장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 연말 태광산업이 아이즈비전의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912억 원에 인수, 일약 2대주주로 뛰어올랐던 것. 5% 이상 지분변동시 지분변동 1년 후 상장 규정 때문에 상장은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 “빨라도 2007년 말이나 2008년에 가야 상장이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내수 시장서 A급 성적표를 받아쥔 정 사장이 해외시장서도 통할지는 올해 중국과 말레이시아 진출이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