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서 어떻게 보내야 하는데?”가 빠졌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왜 휴식이 필요한지, 휴식을 취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무엇보다 제대로 된 휴식이란 어떤 것인지 알아 보았다.

 CONTENTS



 PART I

 프롤로그

 □ 휴식에 대한 발상전환 필요

 □ 이시형 박사 “피곤한 휴식은 건강에 치명적

 PARTII

 2005 휴가 트렌드 2選

 □ 템플 스테이 나를 찾아 떠나는 조용한 여행

 □ 캠핑 자연 친화적 가족 여행 트렌드

 PARTIII

 CEO들의 여름휴가

 □ 설문조사 CEO 31인 ‘나는 이렇게 보낸다’

 □ 재벌 회장들의 여름 나기 건강 비법



 PART I 프롤로그



 휴식에 대한 발상전환 필요



 
강보험 적용 대상자 550만 명 중에서 198만명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병에 걸리게 될 것’으로 보고되었다. 3명 중 1명 이상이 병의 문턱에 당도해 있다는 말이다. 산업안전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자도 2000년 2000명을 넘은 뒤 수치가 떨어질 줄 모른다.

 주5일제 시행으로 절대적인 휴식 시간은 늘어났다. 올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까지 주 5일제 시행 규모가 확대되면 휴식이라는 보상이 더 많은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주말이면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는 ‘나들이 귀경객’으로 ‘정체’를 빚는다는 소식이 주말마다 반복된다. 분명 일하는 시간은 줄었고, 쉬는 시간이 늘었다. 평일에도 운동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해 운동 관련 용품은 ‘주5일제 최대 수혜 상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여전히 피곤하고, 몸에서는 적신호를 보내오는 것 같다. 왜일까?

 이시형 박사는 “절대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줄었다고 해도 일의 강도나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고용이 불안해지자 일에 매달리기보다 걱정하고 근심하는 ‘부정적 스트레스’에 늘 짓눌려 사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가도 사치라는 생각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직장인 948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2%가 ‘휴가 대신 돈을 지급한다면 휴가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휴가를 가지 않는 대신 보상금액으로는 어느 선이 적정한가’ 하는 질문에는 평균 60만원이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60만원을 주면 휴가를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전체 직장인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현실.

 기계도 정비가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게도 휴식은 절대 필요하다. 어떻게 쉬어야 ‘제대로 쉬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활성화’를 말했다.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의 과잉인 한국에 필요한 건 ‘휴식의 발상 전환’이라는 것. 이시형 박사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휴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다뤘다. 죽어라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는 ‘노동형 휴식’ 문화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정신 휴식형’, ‘자연 동화형’, ‘청개구리형’ 휴가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PART2 참조) 체험자의 경험담과 함께 실속 정보도 함께 모아 보았다.

 PART3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CEO들의 여름휴가 패턴과 여름철 건강 유지 비법도 알아 보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처럼 일주일간 아무도 모르는 별장에 들어가 중요 결단의 시간을 가질까.

 네덜란드 문화학자 호이징거는 인간 속성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정의했다. 놀고자 하는 속성을 가진 동물인 인간은 유희를 통해 ‘문화’를 ‘생산’해 낸다는 것이다. 최근 재계에 ‘펀 경영’ 기법이 환영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는 7월, 제대로 된 휴식으로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어 보자.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제안하는 건강 휴식법

 “피곤한 휴식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그런데 잘 놀아야 한다는 걸 ‘일하듯 노는 것’으로 잘 못 아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된 휴식만이 재충전의 의미로, 건강 회복의 기회가 된다. 진짜 잘 노는 법에 대한 이시형 박사의 제안.



 “창조적 생각이나 번뜩이는 영감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때 나옵니다. 세상을 뒤바꿀 아이디어나 훌륭한 제품은 깊은 사색을 동반한다는 사례보고가 있습니다. 쉬어야 창조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경기가 어려우니까 직장인 열 명 중 여섯 명은 돈으로 주면 휴가를 반납하겠다고 했다는데, 60%가 일하겠다는 게 놀라운 것 같지만 30% 이상이 돈을 안 받더라도 쉬겠다고 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0년 전만 해도 열이면 열, 다 일한다고 했을 거예요.”

 이시형 박사는 ‘지금의 기성세대인 40~50대는 일 지상주의자들’이라고 정의했다. 바꿔 말하면 ‘워크홀릭’이라는 것. 성장기에 그들은 근면을 최고의 가치로 교육받았고, 또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사회 환경은 많이 변했고, 이제는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맞출 때가 되었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일 제일주의’에서의 탈피를 요구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돈을 준다면 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하겠다가 65%? 20년 전이었다면 100%로 나왔을 것입니다. 돈을 줄테니 일하라고 하는데도 놀겠다는 사람이 35%나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먹고살만 해졌다는 얘기죠. 이제 문제는 어떻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저는 무척 불만이 많아요.”

 그가 보는 한국인의 휴식 패턴은 ‘피곤한 휴식’이다. 주말이면 차량이 밤 늦게까지 고속도로를 때우는 풍경, 휴게소에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허기를 메우고, 유원지에서 기름진 음식과 술을 배불리 먹는 광경은 휴식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다.

 “건강 측면에서 볼 때 무척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교감신경이 쉬지 못하고 계속 활동하게 됩니다. 교감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동공이 확대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얼굴이 창백해집니다. 원래의 평안한 상태로 되돌려주는 부교감신경이 활동할 시간에 몸이 계속 깨어 있으니 쉬는 게 아니라 중노동이 되는 거예요. 당연히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휴식은 커녕 오히려 일상의 리듬만 깨는 셈입니다. 이런 휴식이 매주 반복되지 않나요?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덕분에 한국인의 뇌졸중 발생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피곤하게 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의 휴식 문화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더럽게 재미없게 논다”고 할 수 있다. 숨차게 돌아다니기는커녕, 책 보고, 졸리면 자고, 또 낚시를 한다.

 “같은 걸 해도 우린 경쟁이에요. 거의 이를 악무는 수준이죠. 휴식의 도구가 되어야 할 모든 것이 ‘대회’로 변모합니다. 가족 체육대회, 등반 대회, 낚시 대회, 마라톤 대회…콘도를 보세요. 밤새 음주와 가무의 장입니다. 술만 해도 한 두 잔은 활력소가 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대단한 노동’이에요.”

 ‘노동과 같은 휴식’의 패턴을 빨리 버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대신 감정, 감동을 회복하는 여행이자 휴식이 돼야 한다고. 그는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휴식은 ‘전두엽 관리’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 중에서도 전두엽은 고등 정서를 느끼고 사고를 하는 기능을 합니다. 행복을 느끼는 것도 전두엽의 영역이죠. 인간의 나이가 60대 후반에 이르면 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데 평균 6~7% 감소합니다. 그런데 전두엽은 30% 가까이 줄어들어요. 노인들이 젊은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로애락에 둔감한 건 바로 이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전두엽 활동이 떨어지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요.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주는 건 휴식입니다.”

 호르몬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인은 아드레날린이나 엔돌핀의 발생량이 지나치게 많다. 좋은 것으로 알려진 엔돌핀도 사실은 중독성이 있어 지나치면 좋지 않다. 이들 호르몬을 중재하는 호르몬은 ‘세로토닌’. 조절호르몬이라고도 부른다. 사람에게 원기, 생기를 돌게 하는데. 연애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보기만 해도 즐거울 때, 잔잔한 기쁨을 느낄 때 분비된다.

 “책을 읽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깨달았을 때 느끼는 기쁨, 잠시라도 눈감고 쉴 때 느껴지는 차분한 감정 모두 세라토닌이 분비될 때 느껴지는 반응입니다. 흔히 명상을 한다고 할 때 세로토닌 분비가 원활해집니다. 운동을 별도로 하기 힘든 현대인에게 가장 좋은 게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3분만 차분히 눈 감고 있어도 충분히 휴식이 됩니다.”

 리드미컬한 운동도 세로토닌을 증가시킨다. 씹는 운동을 통한 효과가 50%, 팔과 다리를 움직여 걸음으로써 얻는 효과가 50%다.

 “과거 조상들의 운동량은 1일 3만보 정도 되었습니다. 요즘 도시 샐러리맨의 운동량은 1일 평균 3000보에 불과해요. 결국 생활 자체가 운동이요, 휴식이어야 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것 자체가 복식호흡이고 명상이 됩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해 보세요. 생활이 달라집니다.”

 지난해 정기 검진을 받은 550만 건강보험 대상자 중에서 198만명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병에 걸릴 것이란 판정을 받았다. 3명 중 1명 이상이 병의 입구에 서 있는 셈이다. 당뇨, 고혈압 등은 일단 진단을 받으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병의 입구에 다다르기 전에 멀리 보내 버려야 합니다. 지금 30~40대는 무척 위험합니다. 일단 병에 걸리면, 다시 낫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앞으로 계속 걸릴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우린 압니다. 그렇지만 실천을 못하죠. 당장 이번 휴가부터 휴식과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으세요. 제대로 된 휴식은 그 자체로 최고의 치료입니다.”



 Plus tip 



 일 중독증(Workholic)



 
1980년대 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일중독증 자체는 정신과적인 병명은 아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보통 경제력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완벽을 추구하거나 성취지향적인 사람, 자신의 능력을 과장되게 생각하는 사람, 배우자로부터 도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 등에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고,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보통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하며,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P.베르거는 이 증세를 3단계로 구분하였다.

 제1단계는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일하는 사람, 제2단계는 자신이 일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되어 여가나 취미활동 등을 다양하게 하는 사람, 제3단계는 어떠한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며,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휴일이나 밤에도 일만 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일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강박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나름대로 특이한 시간 개념이 있고, 일 자체가 자존심의 모체가 되므로 오로지 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휴가나 휴식을 취할 때는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또 일에 대해서는 거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로 인해 소화기 계통의 질병, 고혈압, 위장병, 우울증, 강박증 등 질병이 생기기 쉽다. 알코올이나 약물중독과 마찬가지로 일에 집중하게 되면 벗어나기 힘들어 건강을 해치기 쉬우며, 가족 및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치료는 우선 환자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취미생활과 여유를 갖는 등 습관을 바꾸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6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1년에 1주일 이상은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