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이상준(47) 골든브릿지 사장은 무명에 가깝다. 업계 경력도 5년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오히려 노동운동가, 국회의원(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IB(투자금융)업계에서 그는 떠오르는 샛별로 불린다.

 지난 2000년 기업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골든브릿지를 설립한 그는 기업구조조정 및 매각, 인수자문 업무를 통해 회사를 매년 100% 이상 성장시켜왔다. 실제로 설립 초기 10억원에 불과했던 골든브릿지의 자산은 2004년 말 현재 683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그는 자산운용사(골든브릿지자산운용), 캐피탈(쌍용) 등을 직접 인수하면서 투자금융그룹으로서의 기틀을 잡았다.

특별한 경력도 없는 그가 투자금융 전문가들도 힘들다는 기업구조조정시장에서 회사를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된 경영철학을 가졌기 때문이라는게 중평이다. 노동조합과 함께 인수하는 브릿지증권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브릿지증권 M&A는 노조가 먼저 제안을 해오면서 성사된 것이다. 리딩투자증권과의 거래가 깨지고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BIH가 청산을 시도하자 노조는 이 사장에게 우리사주신탁제도(ESOP)를 통한 공동인수를 제안했다. 그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투자금융그룹을 꿈꾸던 그에게는 증권사 인수가 필수였고 노조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사주신탁제도(ESOP)로 노조가 10% 가량의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지분 인수 재원은 골든브릿지가 보증을 서서 50억원을 차입하는 구조로 마련되죠. 향후에도 ESOP의 지분을 5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노사가 상생경영을 하는 거죠. 노사가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힘을 합쳐 경영한다면 얼마든지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노조가 지분 인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노조가 뽑은 등기이사와 사외이사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참여도 가능하게 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릿지증권은 그동안 외국인 대주주와 노조의 분쟁으로 비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져왔죠. 이제 외국인 대주주는 떠나고 노조는 실질적인 경영참여가 가능한 구조가 된 만큼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골든브릿지의 브릿지증권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대주주 BIH가 결국 유상감자 등을 통해 투자자금 이상을 회수하면서 골든브릿지가 국부유출을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 브릿지증권 매각대금은 125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중 870억원은 BIH가 유상감자로 빼가는 것이고 골든브릿지의 실제 인수대금은 37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BIH는 청산으로 가닥을 잡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청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브릿지증권 매각협상은 불과 보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협상이 이루어진 것도 MOU를 체결하기 이틀 전에 BIH가 입장을 바꾸면서 가능해진 거죠. 사실 BIH는 청산을 결정하고 매각협상에 나서면서 불평등한 협상을 요구해왔습니다. 리딩투자증권과의 딜이 깨진 데다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매각협상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거죠. 결국 BIH의 청산 결정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BIH의 유상감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반대로 재상장을 요구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브릿지증권은 지난 6월30일 상장폐지된 상태다.

“ M&A 조건으로 유상감자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재상장을 요구했죠. 이에 BIH는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입니다. 당초 BIH의 청산 결정 때문에 상장이 폐지된 만큼 다시 상장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재상장되면 소액주주는 물론 임직원 모두에게 수익 기회가 생기게 되죠.”

 이 사장은 브릿지증권 인수 이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자기자본을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BIH의 대규모 유상감자가 진행되면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든브릿지는 이미 몇몇 투자자와 출자규모 및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장은 앞으로 브릿지증권을 기업금융, 투자은행, 인터내셔널뱅크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전문화된 증권사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고용을 승계하고 전문인력도 대거 충원할 예정이다. 골든브릿지의 기업구조조정 전문인력을 브릿지증권에 편입시킨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계약직과 정규직으로 나눠진 직원구조를 노조와 협의해 계약직으로 전면 전환할 방침이다. 대신 성과급 체계를 정착시켜 업무성과에 대한 보상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대형화를 외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전문화되고 특화된 금융기관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봐요. 특히 투자금융 부문에서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시장 트렌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전문 금융기관이 경쟁력이 있죠. 골든브릿지는 이미 투자금융 분야에서 뿌리를 내린 상태라 브릿지증권도 쉽게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한편 자산운용사, 캐피탈에 이어 증권사를 인수한 이 사장은 앞으로 보험사, 지방은행, 저축은행 등도 인수한다는 전략이다. 

 “기회가 되면 보험사나 지방은행에 대해서도 적극 M&A에 나설 계획입니다. 종합투자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장기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노동운동과 자본을 결합한 새로운 M&A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준 사장이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브릿지증권을 어떤 식으로 정상화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