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라 수출기업들에게 환율 경계령이 떨어졌다. 해가 바뀌자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환율은 수출기업들에게 일명 ‘환율 공포’를 느끼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매출액 100대 기업 중 수출기업들의 환율 마지노선은 얼마일까. 

 지난해 말 1011.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월 말 968.9원까지 밀렸다. 새해 들어 20여 일만에 무려 42.7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환율이 970원 아래로 추락한 것은 지난 97년 969.80원을 기록한 이후 8년2개월 만의 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월 중순, 처음으로 980원 선으로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10원 이상 출렁여 2월14일 969.9원대로 급락했다.

 우리나라 매출액을 기준으로 1위부터 4위까지(대한상공회의소 2004년 기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전자, 포스코로 모두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리드하는 대기업들인 만큼 환율이 하락하면 할수록 이들 기업들로 관심이 모아진다.

 <이코노미플러스>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경영계획 작성 시 반영한 연평균 예상환율은 96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근 조사한 수출기업들의 올 연평균 예상환율 998.8원보다 보수적인 수치다.

 SK 관계자는 “당초 1010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환율이 급격히 하락해 95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하락하는 환율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가능한 선까지 최대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수출을 중단할 정도의 환율은 얼마일까.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950원 이하로 내려가면 악화 될 것”이라며, “정답은 없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800원 선에서 수출 중단 우려가 보인다”고 귀띔했고 매출액 기준으로 27위인 대림산업은 “수출을 중단할 정도의 환율은 환율 변동 폭에 따라 바뀐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기업의 내부 사정이 훤히 드러난다는 점 때문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기업들이 대다수였다.

 손익분기점으로 생각하는 환율에는 삼성전자 800~900원, 현대자동차 950원, 두산중공업 850원으로 조사됐다. 전경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손익분기 환율은 980~1020원(33.3%)이 가장 많았으며, 실제 해당기업의 업종과 규모, 수출 비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응답기업의 전체 평균 손익분기 환율은 982.8원. 현 환율수준은 969.9원으로 이미 과반수가 그 경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경영계획 수립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1천억 원의 차질이 예상된다”며, 수출의 차질을 우려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환율 100원 하락시 매출 2조억 원, 순이익은 7000억 원이 손해”라며, 환율의 작은 변동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환율 몸살에 대기업 관계자들은 “환차손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매출액 1위인 삼성전자는 작년 수출액이 46억3080만 달러로, 그 규모만도 삼성전자 본사 전체 매출의 82%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수출의 16.3%나 되는 수치다. 현대차는 전체 판매 대수 중 수출 비중이 76%나 된다. 수출기업의 대표적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수출액만 약 67조 원에 달해 환율의 한자리수 변동만으로도 수출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들이 손을 쓸 수 없는 환율 하락. 어떤 것보다도 적당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발 빠른 대처방법이다.  

 LG전자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환율 하락은 수출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을 벗어나,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다원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외화지출 시기를 조정하고, 달러가 아닌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수출기업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환율에 조마조마하고 있다. 아직 경영계획 수립시의 평균 원-달러 환율까지는 여유가 있지만, 어떻게 또 하락할지 모를 일이다. 당장 하락한 환율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시로 바꾸기보다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탄탄한 채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