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6일 현대INI스틸은 충남도로부터 송산지방산업단지 지정 신청서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996년 일관제철소 건설을 선언한지 꼭 10년 만에 현대차그룹은 포항, 광양에 이어 세번째 일관제철소 건설의 첫발을 떼게 되었다. 송산지방산업단지는 2004년 인수한 당진공장과 붙은 96만 평 일대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2월3일, 충남 당진으로 향했다.
 전 10시가 넘은 시각, 서해안고속도로의 명물인 서해대교에 접어들자 성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다리에 내려설 무렵부터는 몇 배로 늘어난 눈송이들이 차창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서해대교를 지나면 바로 만나는 송악IC를 빠져나오자 불어난 눈발로 인해 거북이 운전으로 더듬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를 달린 지 20여 분. 시야가 조금 트이면서 해안선이 나타났고, 길 오른편에 INI당진공장의 위용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정문을 지나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잘 정돈된 공장 내부가 산뜻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한보’라는 글씨가 앉아 있던 건물 지붕에는 ‘INI스틸’, ‘하이스코’ 글씨가 선명하다. 공장 안내를 맡은 당진공장의 신승주 홍보팀장은 “현대가 당진공장을 인수한 뒤 공장 전체가 산뜻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당진공장은 봉형강류라 불리는 철근을 주로 생산하는 설비와 열연강판(핫코일) 생산 공정이 가동 중이다. 1997년 부도 후 법정관리를 받는 와중에도 A공장의 철근설비는 지속적으로 가동되며 제철소로서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방치돼 있던 열연공정은 현대INI스틸이 2004년 10월, 공장을 인수한 뒤 설비를 새롭게 단장하고 지난 2005년 2월 재가동해 1년째를 맞고 있다. 고철에 전기압력을 가해 쇳물을 얻는 전기로 설비통제실에는 2004년 재입사한 김보현(40) 계장이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94년 한보철강으로 입사한 그는 부도 후 퇴사하여 다른 철강회사에서 일하다 현대가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다시 합류한 케이스였다. “기계가 들어올 때부터 일했던 곳이라 다시 재가동시킨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유연탄을 주요 동력 쓰는 고로(용광로)와 달리, 전기로는 전기를 주요 동력으로 씁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전기요금이 싼 편이라 전기로가 채산성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비싼 일본의 전기로 철강회사는 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조업하기 위해 야간조업만 하기도 합니다.”(김보현 계장)

 싸다고는 하지만 전기를 주요 동력으로 삼다보니 당진공장의 전기료는 하루 3억 원에 달한다. 한 달 평균 300억 원 정도가 전기요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전기로는 고철을 전기로에 넣고 50여 분간 가열해 일정량의 쇳물을 얻는다. 커다란 기둥모양의 전극봉(탄소가 주원료인)에 고압전기를 가하자 전기로 안에서는 굉음과 푸르른 전깃불, 화염과 연기가 굉음을 내며 피어올랐다.

 1회(Charge) 작업이 끝나면 전기로 안의 불순물인 슬래그들을 걷어내고 다시 작업을 한다. 1회 작업에 철근공장은 50분, 열연공장은 55분 정도 걸린다. 이를 횟수로 환산하면 철근공장은 27회, 열연공장은 22~23회 작업이 가능하다.



 “공장분위기‘해보자’는 의욕 넘친다”

 “고품질의 쇳물을 얻는 데는 고로가 유리합니다. 그렇지만 전기로는 한 번 작업한 다음 고철을 다시 넣어 전기를 가해야 하기 때문에, 비연속적으로 작업이 이뤄져 매회 성분이 다른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잇점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고로는 일단 작업이 중단되면 다시 가열해 작업하기까지 시간과 돈의 손실이 상당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작업해야 하고,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점이 있죠.”(김보현 계장)

 전기로에서 만들어진 쇳물은 커다란 쇳물 바구니에 넣어져 슬래브라 불리는 뭉툭한 쇳덩어리로 만들어지는 연주공정으로 이동했다. 2개의 바구니에 번갈아 담겨진 쇳물은 연주공정을 통해 일정한 두께와 모양을 가진 슬래브로 만들어졌다.

 연주팀에서 일하던 김영민씨는 올해 28세로, 지난 해 입사한 신참. 그렇지만 모니터를 통해 꼼꼼하게 제품을 들여다보고 체크하는 모습은 진지하기만 하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모든 게 서툴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분임조를 만들어 품질을 향상시키자고 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연주과정을 거치며 붉은 쇳물에서 일정한 모양을 갖춘 쇠막대기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져 열압연공정으로 향했다. 슬래브를 얇은 강판으로 만드는 열압연공정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다양한 두께의 철판을 만들어내는 공정으로 최종품질이 결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규(48) 계장을 선임으로 7명의 열압연팀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체크되는 제품의 상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1개의 슬래브를 압연기에 넣어 하나의 열연강판 제품이 완성되는데 7~10분 정도 소요됩니다. 55mm짜리 슬래브를 1~16mm짜리 강판으로 만드는 과정이에요. (작업 지시서를 확인하고는) 현재 만들어지는 제품은 11.5mm짜리로, 주로 파이프로 만들어지는 제품이죠.”

 이상규 계장은 “고철의 선별부터 강판이 만들어지는 최종단계까지 포인트는 품질결함을 낮추는 것”이라고 한다.

 “가동 초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품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포스코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평가가 무척 중요해요. 기본적으로 고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이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고철을 주원료로 이용하는 우리는 품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죠.”

 “더군다나 압연공정 하나를 쉴 정도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선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상규 계장은 말했다. “우리 구호가 뭔지 아십니까? ‘포스코를 넘어서자’입니다.(웃음)”

 이상규 계장은 현대가 인수한 뒤 공장의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당장 인수 전에 비해 월급이 30% 인상됐고 복지가 크게 향상된 점 등이 현장근로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새로 가동을 시작한 열연공장도 현장을 리모델링해서 작업환경도 많이 바뀌었다고. 동행한 신승주 팀장은 “현재 당진공장 현장근무자의 1년 경력자의 연봉이 3000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복지여건을 감안해도 철강업계에서 포스코 다음으로 높은 수준. 이런 임금 경쟁력과 적극적인 투자는 인재들이 몰려들게 한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신 팀장은 “얼마 전 생산직 신입·경력사원 모집을 했더니 130명 모집 공고에 7800명이 몰려 6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귀띔했다.

 열연공장을 나와 B지구로 향했다. 현재 설비를 복구 중인 B지구의 공장은 한보철강 시절, 설비를 건설 하던 중에 부도가 나 현대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버려졌던 곳이다.

 “B지구는 70%의 공사 공정률을 보인 상태에서 부도가 났어요. 당시엔 최첨단 설비인 코렉스(제선설비)를 들여온 상태였죠. 최초는 아니었고 포스코에서 설비를 들여와 가동한 상태였어요. 가동도 못한 상태에서 고철로 방치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쇳물생산이 힘든 설비였습니다. 포스코처럼 고로를 통해 슬래브를 자체 생산할 경우만 생산성이 있는 설비였거든요.”(신승주 팀장)



 일관제철소 건설에 5조원 투자

 코렉스설비를 비롯해 DRI(직접환원철)설비 등을 채권단과 협상에서 현대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정내리고 고철로 녹여 쓰기로 하고 고철값만 지급했다. 그런데 마침 인도의 에사르(ESSAR)스틸(연 240만 톤 생산규모를 가진 인도 2위의 민영철강업체)에서 구매의향을 타진해 와 결국 1억 달러에 팔렸다. 현장에서는 연간 60만 톤 규모 코렉스 설비 2기, 연간 80만 톤 규모 DRI설비, 200톤 규모 전기로 1기에 대한 해체 및 운송작업이 한창이었다. 설비를 고철로 녹일 경우 300억 원 정도 가치가 발생하는데, 현대로서는 3배 이상 남는 장사를 한 셈이었다.

 코렉스 철거가 한창인 만큼 B지구의 정상화도 진행 중이었다. 하이스코가 인수한 냉연공장의 재가동을 위한 기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10월 상업생산(1일 1만 톤)이 진행될 경우, 한보철강 시절의 설비는 100% 재가동되는 셈이다.

 B지구 앞 해안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앰코’에서 배를 댈 수 있는 접안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거센 바닷바람 속에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는 족히 되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공사장의 중장비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향후 일관제철소가 들어설 경우 최대 20만 톤급의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의 수요를 감안, 미리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당진은 입지 여건상 제철소가 들어서기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어요. 철광석과 유연탄  등 배를 이용해 원료를 공급하고, 배를 이용해 제품을 운송해야하는 제철사업의 특성상 깊은 수심과 충분한 공업용수가 필수예요.  그런 점에서 당진 해안은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수심이 깊어 제철소입지로는 최적의 지역으로 꼽힙니다.”

 신 팀장은 접안시설 공사가 한창인 해안가를 등지고 오른쪽으로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작은 개천 너머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 일대의 땅 96만 평이 바로 송산지방산업단지로 승인을 받은, 현대의 일관제철소가 들어설 지역이었다. 드문드문 농가 몇 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논밭이었고 해안가 쪽으로 야트막한 야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관제철소사업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물론 부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끝내 못 이룬 필생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 1977년 제2 제철소 건설추진을 시작으로 생전 여러 차례 제철사업을 계획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끝내 제철사업 전개의 꿈을 펴지 못했다.

 부친의 강한 집념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했던 해(1996년) 신년사를 통해 일관제철소 건립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대를 계승되었다. 당시 정 회장은 경남 하동 지역에 부지까지 확보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는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와 고로의 경제적, 환경적 경쟁력을 문제 삼아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1월16일 충청남도로부터 ‘송산산업단지’ 지정을 받음으로써 현대차그룹은 제철사업 진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인 정몽구 회장을 통해 이룬 셈이다.

 송산지역산업단지는 염전과 바다가 전체면적의 절반 이상(54.9%)을 차지한다. 이 지역은 한보시절 매입해 놓은 상태. 나머지 밭과 도로, 임야 등을 수용 개발해 제철소부지로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현대 측은 전체 면적의 87.9%는 공업지역으로, 나머지 12.1%는 녹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향후 사업추진 일정을 살펴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토목공사 및 공장건설을 마치고 2010년 1기 상업생산을, 2011년에는 2기 상업생산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약 5조 원이 소요될 예정인 일관제철소(연간 350만 톤 고로 2기)가 완성될 경우, INI스틸은 기존의 한보철강 설비를 포함해 연간 700만 톤의 철강생산 능력을 갖게 된다.

 제철소 건립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고로를 중심으로 한 일관제철소건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셈이다.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 중국산 제품의 등장 이후 경쟁력 확보 등 해결해야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INI측은 가장 논란이 되는 환경문제와 관련해 세계 초우량기업이라는 포스코 보다 훨씬 우수한 환경설비를 하겠다고 이미 대외공표를 한 상태다. 이미 INI측 전문가들은 세계최고의 환경설비를 제작하는 유럽 업체를 방문, 제철소설립 시 첨단 오염방지기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았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환경설비를 갖춘 네덜란드 제철소 등을 방문해 견학 및 운영 노하우를 학습하기도 했다. 지역의 환경단체의 반대도 무조건적이지는 않다. 반대운동에 대표격인 당진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도 “약속한 환경기준을 이행할 수 있는 설비와 운용 능력, 상시 감시 시스템이 가동한다면 제철소건립을 막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당진군, 전형적인 농촌에서 급속한 변화 맞아

 제철소에서 당진읍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농촌도시였던 당진 읍내는 전형적인 지방소읍이다. 왕복 1차선에 불과한 도로망에는 갓길주차를 한 차량으로 인해 읍내를 오가는 차들은 별 수 없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당진군청의 김봉환 기획감사실장은 “농업중심 지역에서 농업-제조업-관광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당진군은 벼 재배면적이 해남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습니다. 90년대 공장들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죠.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제조업체만 530개가 들어선 상태입니다. 일관제철소까지 들어오면 지금의 인프라로는 도시역할이 어려워요.”

 김 실장은 현대INI스틸이 과거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고용창출과 지방세수가 늘어난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읍내 공기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보철강부도 후 꾸준히 줄어들던 인구가 2003년을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점. 지난 2005년에는 연간 3500명의 신규 유입인구가 있었을 정도다. 그는 “제철소 공사가 본격화되면 더욱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 2008년에는 시 승격조건인 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군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남동문구’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윤순묵씨(41)는 “한보가 망했을 때는 저녁이면 읍내에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았다”며, “그전에 100만 원을 벌었다면 10만 원도 겨우 벌던 시절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윤씨는 “현대가 한보철강을 인수한 것도 큰 다행인데 더 규모가 큰 제철소가 들어온다고 하니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또 “기업이 공장을 짓고 채용을 늘리면 인구가 늘고, 그러면 문구점도 더 잘될 거 아니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구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읍내에서는 유일한 레스토랑인 ‘아메리카’의 주인 박상섭(56) 사장은 “밤에 읍내도로를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그는 “경기가 더 좋아지고, 인구도 늘면 다른 사업의 기회도 있지 않을까 싶어 궁리중”이라 했다.

 이 같은 기대감 한편에는 전업농이 대부분인 지역민들의 우려도 자리하고 있다. 쌀이 대표적인 상품일 정도로 지역민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까닭에 환경 문제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 민감한 것이다. 일찍이 유공에서 현재의 석문산업단지에 석유화학단지 설립을 추진했다가 지역민의 거센 반발로 물러났을 만큼,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전례도 있다.

 그러나 한보철강 부도 후 지역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제철소 설립 계획을 제출한 뒤 현대 측은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여러 번 개최했는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철소 설립 찬성 여론이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현대 INI측은 “환경에 대한 약속과 함께 제철소 건립시 지역민 우선 채용, 당진 농민이 생산한 농산품 애용 등에 대한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주민들의 개발에 따른 기대감은 부동산 가격의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건설되었다 중단된 5000세대의 아파트가 이후 공사가 재개돼 입주가 끝났고, 당진군은 올해만 3000세대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군청이 위치한 읍내로는 팽창하는 각종 행정, 문화, 경제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신도시 개발에도 적극 나서 현재 13만평의 택지를 지정 개발 중이다. 17만평에 달하는 주거지역도 구획정리를 통해 시 승격에 어울리는 면모를 준비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진군의 땅값은 산업 지역을 중심으로 천정부지로 올라 있는 상태다. 읍내 외곽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8·31 대책 이후 가격이 묶여 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신도시 택지 주변 땅값은 300~400만 원을 호가했어요. 7~8년 전까지만 해도 40만 원 정도했으니 10배 가까이 오른 거죠. 더 문제는 포항이나 광양처럼 급속한 산업도시로 성장하면 지금 가격 보다 더 오를 거 같아요. 아무도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모른다고 말해요”(D부동산 중개인)

 그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아파트 값도 많이 올라서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값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국도 없지만 2007년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주민들의 기대감이 한층 더 올라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당진에서 서울의 광화문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교통체증을 피할 경우 1시간30분에 불과하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젊은 부부는 “주말이면 서울의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당진의 변화는 기업이 지방을 살리는 또 다른 모범 케이스라 할 만하다. INI스틸의 일관제철소 건설로 인구 10만이 되지 않는 당진군은 지금, 후끈 달아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