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201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500만명, 2030년이면 1000만명을 넘어선다. 의학 발달 등으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노인들이 급증할 전망이다. 젊고 멋있는 제2의 인생을 보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이코노미플러스>가 그 해답을 찾아봤다. Part 1 총론

한국의 고령화와 실버산업 현주소

 2000년에 고령화 사회 진입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갈 때까지 19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고령화 종합로드맵을 발표하고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용하게,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지만 점차 속도가 붙어 앞으로 25년이 지나면 그 윤곽이 분명해질 사회혁명. 세계보건기구(WTO)가 내린 고령화에 대한 정의다. 고령화는 조용하지만 빛의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7.2%를 넘어섰다. UN이 정한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 이상 차지)에 접어든 것이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이에 따르면 2019년에는 14.4%, 그리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14% 이상)로 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9년으로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고령화 속도는 도시 지역에 비해 농촌 지역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지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 2000년에 14.7%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가장 빨리 늙어가는 우리 사회

 1864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프랑스는 고령 사회로 가는 데 11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됐다는 일본도 우리보다 5년이나 늦은 24년이 걸렸다. 2030년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이 훨씬 넘는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평균 수명은 높아지고 있다. 2001년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76.5세였다. 남자가 72.8세, 여자는 80.0세로 1991년에 비해 4~5년 늘었다. 세계적인 노화학자 유병팔 교수는 “인류는 12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식생활이나 활동량 등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특히 음식에 들어 있는 칼로리를 적게 먹는 절식을 강조했다.

 장수 마을로 알려진 강원 인제, 전북 순창 지역은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많게는 14~23%에 이른다. 특히 8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6~7%로 각각 남녀 최고 장수 마을이다. 이들 장수 마을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갖춘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장수 노인들은 아직도 밭에서 일을 하는 등 활동적이다. 걱정거리 없고 마음 편한 생활이 장수의 공통 비결이다.

 한편 지자체들은 이러한 장수 브랜드를 활용,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강원 인제군은 레저와 장수를 결합, 활력 넘치는 지자체를 만들 계획이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은 장류밸리를 조성해 올해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또 노인 복합 시설인 시니어 콤플렉스 유치를 통해 장수타운 조성에도 나선다.



 노후 대비 ‘지금부터’

 수명은 늘었지만 나이가 40이 넘으면 가시방석이다.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은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버티면 도둑)’라는 우스개 말처럼 미래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정년이라며 은퇴시키고 있다. ‘나이’란 잣대만으로 인간의 능력을 판단하면 고령화는 재앙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퇴직을 당하면 그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의 노후도 절약하는 노후 생활, 만족한 노후 생활, 여유 있는 노후 생활 등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재 경제 활동의 주축인 30~40대가 경제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암울한 노후를 맞게 될 것이란 얘기다.

 김영식 63리딩 브랜치 수석 코칭매니저는 “은퇴 후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에 만족스런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노후 준비를 하라, 투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라,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자기 자산을 운용하라, 당장 실천할 것 등을 제안했다.

 퇴직 후 창업이나 재취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외국계 반도체회사인 모토로라에서 28년간 일한 강홍석(66)씨는 은퇴 후 6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조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씨는 “불안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준비 없이 퇴직을 맞는 사람들이 많다”며 “미리 준비한다면 제대로 된 인생의 후반전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60세 이상의 노인들로만 구성된 실버택배회사에서 나이를 잊고 지내는 최주하(68)씨는 “은퇴 후 할 일이 없으면 무력감에 빠진다”며 “노년의 일로 살아 가는 의미를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 인력도 고령화 접어들어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 전통 제조업과 대기업의 인력 구조도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다. 특히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해 첨단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고령화는 더딘 반면, 전통 제조업은 급격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능직과 기계조작직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상승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 인력의 고령화는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근로자 중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당연히 생산성도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양적 성장 기반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고령화로 인해 연금 수혜자는 당연히 늘어난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는 연금 지출 증가에 따라 국민연금은 2036년에 적자에 돌입하고, 2047년에는 고갈된다고 예상했다. 



 정부, 지난 1월 종합 로드맵 선보여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60세가 넘어 42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첫 해는 연금액의 50%를 지급받고 61세에는 60%, 62세에는 70%로 차차 높여 나가 65세가 되면 제대로 된 연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조기 퇴직을 유도해 고령화 시대에 일하지 않는 젊은 노인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에선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자를 위해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중이다. 포스코는 퇴직 1년 전부터 은퇴 후 창업이나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최근 명퇴자 2198명 중 770명에게 다시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갈 계획이다. 올 초 고령화에 대한 로드맵을 짜기 전까지는 대책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지난 1월 2008년을 ‘고령친화산업(실버산업) 개화 원년’으로 정하고 급속한 고령화를 새로운 수요 창출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재가요양서비스, 역모기지제도, 고령자 임대주택 등 8대 산업 부문 19개 품목을 실버산업으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노인 인구의 신규 거대 수요를 흡수키로 했다.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그린 ‘실버산업 활성화 전략’은 실버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 경제의 지속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이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올해 약 6조4000억원인 시장 규모가 2010년에는 약 31조원, 2020년에는 11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위원회는 이 전략에 포함되지 않은 분야인 교육, 교통, 식품, 장묘산업 등이 추가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국제경쟁력, 시장 성장률 등을 고려해 선정한 8개 산업 19개 전략 품목은 2008년 초기 생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활성화 전략이 추진된다.

 실버산업으로 선정된 8대 산업 부문은 요양, 기기, 정보, 여가, 금융, 주택, 한방산업과 농업이다. 전략 품목은 재가요양서비스, 홈케어, 고령 친화 휴양단지, 역모기지제도, 고령자용  주택 개조, 노인용 한방화장품, 전원형 고령 친화 농업 테마타운 등 19개 품목이다. 정부는 이 산업의 활성화에 민간 참여를 보장키 위해 ‘고령친화산업지원법(가칭)을’ 제정하고 고령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고령자 관련 제품 표준화, 품질 관리 등을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국가 R&D 관련 사업을 실시할 때 실버산업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보건복지부에 ‘고령사회 대책추진단’과 ‘고령친화산업 활성화추진단’을 설치, 범정부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산업 부문별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 확산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정부가 ‘종합 로드맵’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준비 상태는 전무하다. 관련 부처가 복지부·산자부·재경부·건교부 등으로 분산돼 종합 대책 마련이나 유기적인 지원 체계가 미비한 형편이다.

 당장 올해 고령 친화 산업 관련 예산만 해도 산자부, 복지부 등 극히 일부에만 반영돼 있을 뿐이다. 또 R&D 투자와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고령자용 주택이나 의료기기 등에 대한 소비자 보호 제도도 미흡하다.

 이러한 급속한 고령화는 우리 경제에 많은 문제점과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실버산업이란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실버산업 수요를 통한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화의 가능성은 먹구름 속의 한 줄기 빛이다.



 실버산업, 아직 걸음마 수준 머물러

 실버산업은 2010년 53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돼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실버타운 건립 등 대규모 투자에 발벗고 나섰고, 금융·건강식품 등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노인 관련 신종 산업과 직업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장기 침체에도 실버산업은 연평균 9.4%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일본의 2003년 실버시장 규모는 우리보다 25배나 많은 70조엔에 달했다. 일본 실버산업의 특징은 노인의 편의와 공동체적 유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선 3세대가 한 건물에서 동시에 생활할 수 있는 복합적인 실버타운이 실험중이다. 또 개호보험 같은 장기 요양보험 도입으로 부담도 대폭 덜어주고 있다.

 미국에선 전체 금융 자산의 75%를 차지하는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를 잡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제약·침대·주택업계는 이들의 눈높이를 겨냥한 제품들을 대거 내놓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확산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실버타운 건설에도 대기업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금융권도 다양한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놀면서 배울 수 있는 여가산업에도 많은 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버산업의 절정기로 2010년을 꼽는다. 이금룡 상명대 실버마케팅연구소장은 “2010년이면 실버시장은 한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노인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의 가장 주력으로 떠오르는 가까운 미래의 노인은 ‘X-세대 노인’이다. 이들 노인은 돈도 적당히 쓸 줄 알면서 활동적인 삶을 사는 개성파들이다. 이들을 공략치 못하는 기업은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게 된다.

 실버산업 분야에서 우리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독립 생활을 선호하는 노인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주거할 수 있는 노인 주택 공급은 아직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유료 노인 주거시설은 67개소(3969명)에 지나지 않았다. 주거를 기본으로 의료와 여가, 생산 등이 복합된 전원형 복합 실버타운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 젊은 세대와 같이 살기를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 3세대 맞춤형 동거 주택도 확대 보급해야 한다.

 특히 실버타운은 택지 공급 부족, 건설지원자금제도·세제 혜택 지원 미흡, 시설 설치자의 서비스 제공 부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 건강상 장애로 장기 요양을 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시설 인프라가 미흡, 단계적인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수요가 높은 휠체어·보청기·보행기 등 실버 용구 및 용품·기기는 관련 산업 여건이 취약한 데다 연구개발과 투자 또한 부진하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과 수입 대체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

 금융 분야도 노후의 소득 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등이 있으나, 인식 부족으로 준비는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개인연금에 대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지원하거나 개인별 취향에 적합한 연금 지급 방식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실버산업의 빅뱅 시기가 2010년이라면 준비해야 할 시간은 많지 않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지금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기업들의 실버 마케팅

 2008년 53조 시장을 선점하라



 고령화는 조용히, 그렇지만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활용해 돈을 벌려는 기업들의 눈에는 노인들이 금맥이다. 기업들에게 있어 고령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놓쳐서는 안되는 기회다. 



업들은 미래의 주고객인 노인을 빼놓곤 생존을 얘기할 수 없게 됐다. 노인들은 앞으로 젊은이들을 밀어내고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노인층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꿰뚫지 못하고는 돈 한 푼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버산업 규모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신생아’ 단계다. 시장 규모나 성장 잠재력도 파악이 어렵다. 다만 전국민의 평균 소비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노인의 소비력을 측정하는 방법과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을 기준으로 소비 시장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실버산업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욕구도 다양화하고 있다.

 노인 소비자 시장의 크기는 2020년에는 전체 시장의 27.2%를 차지할 전망이다. 실버산업의 분야별 시장 규모를 보면 주거, 보건·의료, 여가, 생활 등의 분야 중 여가 영역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향후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여가나 보건 의료 영역에서 실버산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 한국의 실버시장 규모는 약 24조원. 2010년이면 5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신노인층’이 등장한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1953~1965년생)가 2012년께부터 은퇴 시기에 접어드는 것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수가 1011만3000명이 돼 엄청난 구매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유망 비즈니스 부상

 하지만 노인들이 미래의 주고객이 된다는 것을 단순히 노인 수 증가로만 봐선 안된다. 구매력을 가진 실버들은 ‘양보다는 질’의 소비 패턴을 갖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노인들은 돈도 웬만큼 있으면서 적당히 쓸 줄 알고, 개성도 강한 세련된 노인들이다. 건강하고 돈을 쓸 시간이 많은 활동적인 삶을 사는 노인들인 것이다. 경로당에 나가 장기나 두면서 하루를 보내는 그런 노인들이 아니다.

 상명대의 이금룡 실버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노인 소비자 시장을 공략치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뿐 아니라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산업은 조만간 골드 사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 돈도 있고 건강한 실버에 맞는 마케팅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으로선 급속한 성장기를 맞고 있는 최대  수요층인 실버마켓의 특성을 잘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노인 소비자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내면이 다르다. 최대 소비층을 주도할 베이비붐 세대들은 개인주의적이며 자녀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는 완전히 다른 세대다. 이들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것을 내심 선호한다. 꼭 필요하더라도 ‘노인용’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먼저 느낀다. 또 여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어져 여성 중심의 소비 성향을 보일 것이다.

 이들은 정보통신의 첫번째 세대로 금융, 상거래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하지만 첨단 제품보다는 기능이 단순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실·버·타·운

 시행착오 겪고 다시‘꿈틀’



 
한창 실버타운에 관심이 집중되던 지난 96년 10월. 국내 최대의 유료 노인 복지 시설로 출발한 ‘보리수마을’은 결국 자금난 등으로 파산했다. 전재산을 내고 들어온 노인들은 결국 길거리로 내몰렸다. 90년대 후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였던 실버타운시장은 막연한 수익 모델로 인해 성공한 기업이 없을 정도였다.

 노후 대책에 꼭 들어가는 것 중 하나는 실버타운이다. 이제 막 ‘노인’에 접어드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주 적어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실버타운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환상을 지니고 있다. 실버타운이란 개인의 특수성을 모두 무시한 집단 생활이고 구속이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종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고 손가락 까딱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일반적으로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으레 임차료만 수억원에다 생활비만 월 몇백만원씩 드는 게 보통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삼성노블카운티, 서울시니어스타워 등 대표적인 실버타운을 비롯해 전국에 크고 작은 유료 노인 주거 시설이 있다. 이러한 실버타운은 대개 대형 독립 건물로 돼 있다. 의료, 건강, 취미, 생활 시설과 주거 시설이 한 건물에 모두 들어 있다. 질 높은 서비스를 받는 대신 부담스런 자금이 필요하다.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부부당 3억~4억원이 필요하다.

 김제종합복지타운의 노인 전용 아파트와 효아파트 등 아파트형 실버타운은 일반 저층 아파트와 같은 형태로 돼 있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연령층을 감안, 5층인 데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휠체어 사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복도도 훨씬 넓다. 호텔형 실버타운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전 장치가 잘 설치돼 있다. 형편이 썩 넉넉지 않은 차상위층의 60세 이상 노인 세대에게 영구 임대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도시 중산층 은퇴자를 위한 시니어 콤플렉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운영은 지자체나 공공 기관이 담당하고, 입주자들은 입주시 부부당 2억원 가량을 투자금 형식으로 출연한다. 지자체는 투자금을 지역의 특성화 산업에 투자해 일정 금액의 이자를 보장하고, 입주자들은 공동 농장에서 노동을 통해 임금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단지에는 주택 이외에도 보건 의료, 문화 여가, 체육 시설이 들어선다. 지자체가 투자금을 흑자로 유지해 줄 수 있는 확실한 계획이 있다면 적당히 일하는 노인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비교적 바람직한 실버타운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실버타운은 미래 사업으로 매력은 있지만 소자본으로 창업하기엔 벅찬 감이 있고, 수익 사업이긴 하지만 공익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업으로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도심 접근성을 높인 도시도심형 실버타운과 전원 생활을 가미한 ‘도심-전원 절충형 실버타운’ 분양이 한창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중인 실버타운만 해도 1000가구를 훌쩍 넘어선다.

 SK건설은 서울 등촌동에서 도심형 실버타운 ‘그레이스힐’을 분양하고 있다. 주치의가 상주하며 신촌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와 연계, 건강 관리를 도와준다. 신성건설도 평창동에서 ‘신성아너스밸리’를 분양중이다. 노인들이 휴양 공간을 선호하지만 젊음의 역동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도시를 선호해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근교형으로는 명지건설의 ‘명지 엘펜하임’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용인시 남동 명지대 캠퍼스 옆에 짓고 있으며, 캠퍼스내 공간을 ‘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1차 336가구가 공급돼 모두 분양됐다. 내년 3월 2차로 400가구가 추가 분양되며 2006년까지 총 1200가구가 공급된다. 토마토하우스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피더하우스’를 영구 임대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금·융

 364조원 자산 보유

 50대 잡는 데 총력

 실버들의 핵심적인 경향인 고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금융산업이다. 지금까지 금융 분야의 실버마케팅은 개인연금, 질병보험 상품들이 주도해 왔다. 노년기 대비란 구체적 목적보다는 단순 자산 관리 수단으로 이용돼 온 게 현실이다.

 50세 이상 인구가 우리나라 개인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3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금융자산 규모는 2010년 약 1036조원, 2020년 약 32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향후 금융시장에서 고령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를 시사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실버층을 면밀히 분석, 2000년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노인 전용 예금 상품, 역모기지 상품, 즉시 연금, 실버용 건강보험, 자산 관리 및 상속 설계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특히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실버용 제품의 종류와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보험 분야에서 실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50대 이상 연령층은 그동안 보험 영업의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이젠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영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대비는 젊어서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연금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기관들은 실버들이 위험을 꺼리고 안정적인 투자에 끌린다는 점에 착안,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금융 상품을 만들었다. 적립식 펀드도 세대별 투자 목적을 고려한 세대별 플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대별 플랜은 경제적 발판 마련, 본격적 재산 증식, 경제적 안정성 확보 등 세대별로 재테크 목적이 구분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여·가 

 놀면서 배우는 에듀테인먼트 사업 각광



 선진국에선 주거 부문보다 여가 산업 분야에 기업들의 투자가 많다. 미국의 경우 엘더 호스텔(Elder Hodtel) 이란 평생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대학 기숙사에 머무르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교육(Education), 여행이나 여가(Entertainment)를 아우르는 이른바 ‘Edu-tainmen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무려 140억달러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명대 실버마케팅연구소가 도입한 ‘e실버호스텔’이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와 여가 활동을 접목한 노인 종합 지원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노후를 의미 있게 보내고, 수명 연장에 따른 대비책으로 시간과 건강, 재산 관리 등 제반 사항을 배우게 된다.

 컴퓨터 사용법과 인터넷 정보 검색을 배우고 이를 통해 여행지를 선정하며, 여행 계획도 짠다. 요즘에는 유행중인 미니 홈피 제작법도 배운다. 자서전 쓰는 수업도 마련돼 있다.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조리 실습 시간도 갖는다. 상명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이 프로그램에만 두번째 참가한 이영실(57)씨는 “손자들과 이메일 채팅을 할 정도로 컴맹에서 탈출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 다시 참가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콘도도 이용하고 공연도 예매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온 안인수(70)씨는 “직접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 유산과 여행 정보를 검색한 후 계획을 세워 여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션

 인생 황혼에도 “드레스는 부러워”



 지난 2월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색적인 패션쇼가 열렸다. 젊고 아리따운 선남선녀가 아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 꽤나 여러 해 지난 노인 모델 40여명이 선보인 의상은 일명 ‘실버패션’. 이번 패션쇼는 실버패션 전문 업체인 웰프의 창업식 일정 중 하나였는데, 한국씨니어연합과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예술단 회원들이 모델로 나왔다.

 실버패션쇼를 준비한 웰프의 구하주 사장은 30년 동안 고급 의상을 만들어 온 디자이너. 6년 전 숙명여대 실버산업 전문가 과정을 수학한 것이 전격 실버시장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됐다.

 노년기에는 노년기만의 특성이 있는데, 그런 특성을 간과한 상품들만 나와 있는 게 안타까웠던 그. 자신이 직접 노년기의 특성을 살린 각종 제품을 개발, 제작하고 있다.

 그가 특히 주력하는 것은 충분한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인 패션. 환자복의 경우 거동이 자유로운 환자와 누워 지내는 환자를 구분, 디자인했다. 링거를 꽂는 경우를 위해 팔에 옆트임을 주고, 뒷목 부분은 링거 줄을 걸 수 있는 기능성 디자인을 했다.

 깁스 환자를 위한 다리 옆트임 환자복도 있으며 거동이 자유로운 환자를 위해선 가벼운 외출도 가능한 환자복을 만들었다. 색상과 디자인은 기능성뿐 아니라 화사함과 존엄을 잃지 않게 특히 신경을 썼다.

 구씨는 근래 자주 가게 되는 재혼식장에서, 하얀 드레스가 나이 든 신부에게 어울리지 않아 영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재혼 드레스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또 100% 실크로 제작, 수의로도 쓸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장례 문화도 바꿔 마지막 가는 길에 망자가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구씨의 생각인데, 실제로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입관했다고 한다.



 눈높이 맞춘 마케팅 전략 필수

 실버들을 주 공략 대상으로 한 광고 매체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실버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전의 TV 광고는 구시대 유물이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실버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젊은 세대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10~20대만 북적거리던 사이버 공간에 30대 이상의 네티즌도 늘어나고 있다.

 제품 디자인도 누구나 쓰기 쉬운 간편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디자인도 단순해 보이면서도 중후한 멋에 초점을 맞춰 실버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40~50대 가장 중 집에 있는 전자 제품의 사용법을 완전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러한 고객 특성을 파악,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반복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프로그램으로 내장함으로써 간단한 조작으로 사용이 가능토록 한 제품도 눈에 띈다.

 노인이 있는 가정을 방문해 말벗이 돼 주는 실버시터, 실버재혼을 서비스 하는 결혼정보업체, 노인을 위한 운동 처방 서비스업체 등이 실버비즈니스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실버마케팅의 출발은 노인들을 귀한 손님으로 대접할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