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최고 경영자(CEO)들은 어떻게 여름을 날까. 평소 각종 미팅에 잦은 술자리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CEO들에게 여름휴가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 반면 1년 농사의 반환점을 찍고 하반기 전략을 짜는 전환점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속 편하게 마냥 놀 수만은 없는 게 CEO들의 고민이다. 특히 오너 CEO냐, 전문경영인이냐에 따라 휴가 패턴도 달라진다. 오너들은 대부분 별도로 휴가 계획을 짜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전문 경영인들은 오너 일정과 무관하게 자기 휴가 스케줄을 짜는 ‘소신파’들이 부쩍 늘었다. ‘잘 쉬는 것도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그러나 고용인이냐, 피고용인이냐를 떠나 재계 CEO들은 대부분 휴가 때 하반기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 총수 중에 여름 휴가계획을 별도로 세워 놓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히 4대 그룹 오너들은 매년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게 공통된 답변이다.

 실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여름휴가는 따로 없다. ‘에브리데이 할러데이, 에브리데이 워킹데이’라는 게 이 회장의 스타일이다. 지난해엔 아테네올림픽 개막식(8월13일)에 얼굴을 보였다. IOC 총회에 참석했던 유럽 순방이 여름 휴가였던 셈.

 올해엔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 않다는 게 삼성측 얘기다. 지난 겨울 프랑스의 한 스키장을 통째로 예약했듯 ‘자기만의’ 휴식을 즐기는 것도 이 회장 방식이다. 특히 이 회장 스케줄은 회사 홍보팀에게도 일절 알려지지 않는 ‘일급 비밀’로 통한다.

 그는 아이디어를 구할 땐 한 곳서 ‘장고’를 하는 스타일이다. 만약 하반기 사업 구상에 들어간다면 이때는 최근 이사한 이태원동 새집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전국 최고가 주택(74억원)인 이곳에선 이 회장 부부와 막내딸 윤형씨가 함께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 “별도 휴가 계획 없어요”

 오전 6시30분이면 회사에 출근한다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역시 여름휴가를 특별한 장소에서 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이후 매년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해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도 특별한 일정 변경이 없는 한 8월 열리는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CEO가 된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인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다. 보통 기아차의 임금 협상 기간이 여름휴가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구본무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꼭 휴가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휴가를 국내에서 주로 보낸다. 올해는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을 잡지 않았다. 예년의 경우라면 보통 7월말쯤 휴가에 들어가 주로 자택서 5~7일 정도 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가 기간 중 떠오른 사업 아이디어는 8월이나 9월쯤 그룹 경영지침 발표를 통해 알려지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고 LG 관계자는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몇 년째 휴가를 가지 못했다. 구본무 회장과 마찬가지로 아직 구체적 일정을 잡지 않았다. SK는 “올해는 주말을 이용,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이 기간 동안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한 미래수익 기반 확대 등 사업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엔 8월6일 직원들과 함께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자원봉사로 여름휴가를 보낸 바 있다. 기업 오너와 CEO들을 휴가 유형별로 분류해봤다.



방콕파



 최태원 SK 회장처럼 ‘방에 콕’ 박혀 지내겠다는 CEO들도 많다. 오너와 행동을 함께 하겠다는 뜻인지 SK CEO들 중 이 유형이 많았다. SK그룹 쌍두마차인 신헌철 SK(주)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방콕파.

 신 사장은 여름 휴가를 자택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을 위한 재충전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김 사장도 집에서 독서를 통해 경영의 틀을 짜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하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식사를 하는 등 집안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7월말 짧은 휴가를 계획 중인 박장석 SKC 사장도 자택서 보낼 생각이다. 가족을 위한 이벤트도 계획 중이며 그 동안 시간에 쫓겨 미뤄놨던 인터넷 서핑을 하며 편안히 지내겠다고 밝혔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휴가 스타일도 집에서 보내는 유형이다. 그는 “모처럼 아내와 대화의 시간도 갖고 잠과 휴식으로 편안히 보내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1주일을 그렇게 보낼 작정이다. 이밖에 구자열 LS그룹 부회장은 매년 약 일주일 정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휴가놀이파



 반면 어디론가 떠나는 전통적 놀이파들도 많다. 국내 대표적 관광지인 강원도와 제주도가 이들의 목적지다.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8월초 2박3일 일정으로 강원도 삼척 펜션으로 여행을 떠난다. 친구 부부 3쌍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움직이는, 그야말로 편안한 휴가다. 최 사장은 “강원도 바닷가에서 소주에 회를 실컷 먹겠다”며 “충분한 수면과 골프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올해 여름휴가 캐치프레이즈는 ‘푹 쉬면서 머리를 맑게 한다’는 것.

 최 사장과 함께 두산그룹 CEO들은 남들보다 빨리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잡아 놓았다. 최 사장보다 조금 빠른 7월31일엔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이 아내와 함께 강원도 강릉으로 3박4일간 여행을 떠난다. 여름 성수기인 이때 김홍구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다. 차이점이 있다면 강원도를 생각한 김대중 사장의 예상 휴가비는 100만원인 반면 김홍구 사장 경비는 200만원 정도로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은 평소 등산이 취미다.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과 함께 정기 산행을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찾는 그의 올해 휴가 목적지도 산이다. 9월초 휴가를 갖겠다는 시간표는 짰지만 아직 구체적 행선지는 고르지 않았다.

 재계 오너 중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여기에 속한다. 그는 올해 여름 가족과 함께 바닷가를 가볼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뽑지 않았지만 7월말 전경련 하계포럼이 열리는 제주도에 참석할 예정이라 여행지 역시 제주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소불문 그냥쉬자’파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100% 휴식, 그 자체가 목표인 CEO들이 이 유형이다. 주로 금융권 CEO들 중에서 많다.

 8월 중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은 가족과 함께 국내 명산을 찾아 <제왕학> 등 책을 보며 쉴 계획이다. 그가 밝힌 이번 휴가의 목적은 ‘심신수양’이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국내 인근 모처를 골라 가족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도 부인과 함께 강원도 용평을 찾아 편안히 쉴 생각이다.



 가족 봉사파



 
평소 제대로 ‘대접’을 못 해줬던 아내와 가족에 대한 봉사가 여름휴가 제1목표인 사람도 많다. 신용일 도이치자산운용 사장은 8월 중순께 일주일 일정으로 예술의전당의 여행 패키지 상품인 ‘이태리 오페라 투어’를 아내와 함께 떠난다. 평소 회사일로 가정에 소홀했던 참회(?)의 시간이랄까. 신 사장은 “휴가 목표가 아내에 대한 ‘충성’”이라며 “현지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 찾기부터 모든 걸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7월 중 3박4일로 수목원으로 떠날 계획인 박종수 우리증권 사장과 국내 한적한 휴양지를 고르고 있는 김한 메리츠증권 부회장도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갖는 게 목표다.

 재계 오너 중엔 서경배 태평양 사장이 그런 케이스다. 서 사장은 7월말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날 예정이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일하며 쉰다’파



 
이채욱 GE코리아 회장은 7월말 제주도로 출장 겸 여행을 간다. 출장은 전경련 주최의 ‘최고 경영자 하계 세미나’ 참석차 방문이고 이때에 맞춰 제주도서 하계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기간도 1주일로 비교적 길게 잡았고 특히 아내와 딸은 물론 사위까지 온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을 계획했다.

 7월말 제주도 신라호텔서 쉴 계획인 유병택 두산 부회장도 이 세미나에 참석, 휴가 겸 업무를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유 부회장은 “한라산 등반 계획도 갖고 있다”며 “푹 쉬고 돌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휴가 반납파’들도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비행 성수기에 맞춰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 노선을 순회하며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성수기 때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회사 일정 관계로 휴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정도 짬이 난다면 <블루오션 전략>이나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 책 몇 권을 읽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이 여행 가방을 쌀 때 조용히 서울서 쉬겠다는 CEO도 있다. 나가봤자 오히려 사람에 치여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곽태선 세이에셋자산운용 사장이 대표적인 ‘서울 휴가파’다. 그는 가족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서 푹 쉴 생각이다. 휴가 중 호텔서 <다산 정약용>을 편안히 볼 계획이다.

 이 밖에 홍석주 증권금융 사장은 8월 천안서 열리는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고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처럼 사업구상에 몰두하겠다는 CEO도 적지 않게 나왔다.



 Plus tip 국내 CEO 31인의 ‘2005년 여름휴가’



 CEO 10명 중 4명 ‘최고 휴가지는 자택’



 
국내 기업체 CEO들은 10명 중 6명꼴로 여름 휴가계획이 있고 휴가 목표는 가족 봉사보다는 ‘나 자신의 100% 휴식’인 경우가 50%로 가장 많았다.  CEO가 뽑은 최고 휴가 장소는 ‘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플러스>가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 CEO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렇게 밝혀졌다. 6월15일까지 응답한 31명 CEO 가운데 올 여름 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19명(61.2%)으로 조사됐다.

 반면 12명(38.8%)은 휴가를 반납했거나 아직 계획을 못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전문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때 휴가계획이 있다는 직장인이 전체의 94.5%에 달했던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국내 CEO 10명 중 4명은 사실상 휴가를 쓰지 않고 있는 셈이다.

 휴가를 간다면 시기는 7월(26.3%)보다는 8월(63.2%)에 집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9월 혹은 그 이후에 가겠다는 대답도 10.5%로 나왔다.

 휴가기간은 3일, 4일, 5일이 각각 20%로 조사돼 대부분 3~5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을 쓰는 CEO는 40%로 조사됐다. 일주일 이상을 휴가로 보내는 CEO는 단 한명도 없었다. 휴가 시기나 휴가 기간은 일반 직원이나 CEO나 별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휴가지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 샐러리맨들과 차이가 났다. 국내 CEO들이 계획 중인 휴가지는 자택이 40%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들이 어디론가 떠나는 경향이 강한 반면, CEO들은 여유롭게 집에서 쉬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강원도(26.7%)와 제주도(20%)가 외국(13.3%)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는 직장인들이 이번 여름휴가 때 외국에 간다고 대답한 비율인 21.2%(잡코리아 조사)보다 낮은 것으로 CEO들은 국내 휴양지를 좋아하는 셈이다.

 휴가 동반자를 묻는 답변에선 가족(55.5%)이 부부(33.3%)만 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비용은 100만~150만원선이 54.6%로 가장 많았고 직장인들이 보통 쓰는 30만~50만원(36.4%)보다 훨씬 많았다.

 휴가 때 꼭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엔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본인의 100% 휴식’이라고 답해 ‘가족에 대한 봉사’(23.1%)나 ‘하반기 사업구상’(23.1%)보다 훨씬 높았다.  휴가 때 꼭 읽고 싶은 책으론 <블루오션전략>(3표)이 가장 많았다. 이어 소설 <다빈치코드>와 경영서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가 2표씩 받았고 <난중일기> <제왕학>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설문에 응해 준 분들

 강권석 기업은행장, 강말길 GS홈쇼핑 부회장, 곽태선 세이에셋자산운용 사장, 구자열 LS전선 부회장,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 김봉수 키움닷컴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김한 메리츠증권 부회장, 김홍구 두산산업개발 사장, 박장석 SKC 사장, 박종수 대우증권 사장, 서경배 태평양 사장,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 신용일 도이치자산운용 사장, 신헌철 SK 사장,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 유병택 두산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성규 팬택 사장, 이승보 팬택C&I 사장,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조석래 효성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최태원 SK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홍석주 증권금융 사장(이상 가나다순)



사례 1 ‘다 잊고 떠난다’ 권선주 한국스티펠 사장



“작년엔 백두산 종주, 올해엔 직지사행”



 글로벌 피부의약품 전문업체인 한국스티펠의 권선주(59) 사장. 그는 “휴가 땐 회사 일을 100% 잊어 버린다”고 말한다. ‘쉴 땐 철저히 쉰다’는 게 철칙이다. 지난 1986년 한국스티펠 대표 취임 후 19년 동안 회사 일 때문에 휴가를 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올해도 벌써 휴가 계획을 짜놓았다. 8월2일부터 5일까지 3박4일간 경북 김천 직지사로 간다. 불교 신자인 데다 좋아하는 산을 타고 절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한 장소다.

 “직지사가 왜 좋은가 하면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경계와 가까워 이 세개 도를 다 둘러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속리산에 닿고 밑으로 내려가면 무주쪽 마이산도 넘을 수 있잖아요.”



 “휴가 때 일을 생각하면 바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 휴가지는 지난해 다녀왔던 백두산이다. 새벽 1시 숙소서 나와 백두산 천지를 올랐다 파김치가 돼서 돌아와 보니 오후 5시. 14시간에 걸쳐 백두산을 종주한 셈이다. 지프를 타고 오르는 북파와 달리 어렵기로 유명한 서파 코스를 탔기 때문이다.

 “정말 끔찍했어요. 정상에 섰다가 장백폭포쪽으로 내려오는데 힘이 쭉 빠지더군요.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공기를 마시니 ‘약발’이 한 달은 가는 것 같더군요.”

 권 사장은 실제 산을 잘 탄다. 산골인 경북 봉화서 자란 그다. 국내 유명산은 안 가본 곳이 없다. 특히 권 사장은 “등반은 경영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산에 오를수록 자꾸 더 높은 산에 가고 싶어집니다. 올라가느라 얼마나 힘이 듭니까. 그런데 정상에 서면 그 희열감은 맛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거죠.”

 평소 등산과 걷기로 건강관리를 하는 권 사장은 주말에는 지하철을 주로 탄다. 많이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 회사서 퇴근 후 잠실 집 근처인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는 권 사장의 걷기 코스다. 거의 매일 저녁 8시께 1시간씩 걸으며 땀을 뺀다. 남편인 차창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늘 파트너가 돼 준다.

 지난해 백두산서 육체적 ‘고행’을 했다면 올해 권 사장은 사찰 명상에 푹 빠질 것 같다.



사례 2  휴가 반납파 김현섭 두리정보통신 사장



 3년째 휴가 안 떠나… ‘여름 땀 보상 올 것’확신



 “여름휴가, 꼭 가야 하는 건가요?”

 코스닥기업인 두리정보통신의 김현섭 사장은 올 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 사실 지난해에도, 재작년에도 휴가를 못 갔다.

 두리정보통신은 증권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 분야의 시장 점유율 수위 업체로 고객 대부분이 증권사다. 그러나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증권사들이 최근 투자축소를 단행하자 덩달아 이 회사도 1~2년 새 많이 어려워 졌다. 여기에 대형 SI업체들까지 중소 프로젝트에 참여, 경쟁 심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김 사장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최근 추진 중인 신규 해외시장 개척,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결과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16일 대만 대형 증권사 마스터링크증권과 통합 플랫폼 및 트레이딩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 홍콩 시장 진출에도 파란불이 켜진 셈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두리정보통신이 해외 공급계약 체결과 함께 광전송장비 공급 사업의 매출 확대로 2005년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실 올해는 바빠서 못 가게 됐다”면서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털어놨다.

 회사가 잘나갈 땐 휴가비도 챙겨 줬지만 최근엔 그런 좋은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여름도 50여 명 직원과 남들이 놀러 갈 때 회사를 지켜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다시 일어설 때가 됐다며 직원들을 추스르고 있다.

김 사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2006년 그림’을 그려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내년엔 전 임직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초청해 멋진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재벌 회장들의 여름나기 건강비법

 적게 먹고 걷고 뛰고 명상까지



 
즘 CEO들은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평소 건강관리가 CEO의 경영 평가 잣대로 활용되는 분위기다. 자칫 건강 이상설이라도 나돌면 당장 주가에 ‘빨간 불’이 켜질지도 모른다.

 오너 CEO치고 운동 1~2개쯤 안 하는 사람이 없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휴가도 반납할 정도로 바쁜 그들은 어떻게 건강을 지켜 나갈까.

 이건희 삼성 회장은 요즘 ‘걷기 열풍’에 합류했다. 경호원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남산 길을 산책한다. 1999년 림프절암 진단을 받은 후 5년이 지나 완치된 그이기에 건강관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에게 “당신은 일 좀 그만하고 건강을 챙기라”는 각별한 메시지도 전한 바 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인 ‘수요회’가 경영 현안뿐 아니라 CEO 건강 정보 교류의 장으로 역할이 확대된 것도 이 회장 제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걷기와 함께 이 회장은 몇 년 전 시작한 맨손 스트레칭도 즐겨 한다고 한다.

 걷기 하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 허창수 GS그룹 회장이다. 그는 점심 약속 때 지하철 두 정거장 정도는 가뿐히 걸어서 해결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계열사 임원들에겐 직접 ‘만보계’를 선물할 정도로 걷기 예찬론자다.

 이건희 회장이 걷는다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뛴다. 평소 부지런한 스타일인 정 회장은 아침 일찍 일어나 처음 하는 일과가 ‘트레드밀’(러닝머신)에 올라 뛰는 일이다. 이마와 가슴이 흥건히 젖을 때까지 뛰는 경우가 많고 이때 반신욕으로 몸을 풀어 준다. 학창 시절 럭비를 했을 만큼 그는 재계 총수 중 강골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는 한국프로야구협회(KBO) 총재인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도 즐겨 하는 아이템. 평소 술을 즐기는 편인 박 회장은 술 마신 후 해독을 위해서 뛰면서 땀을 뺀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지하에 20억원을 들여 대형 피트니스 클럽을 마련했을 만큼 뜀뛰기를 많이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밝고 긍정적인 사고로 매사에 임하는 자세가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 평일엔 걷기도 좋아하고 주말엔 골프로 체력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총수 중 40대 중반 나이로 젊은 편인 최태원 SK 회장은 선대 회장이 즐겼던 심기신수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심기신수련이란 쉽게 말해 ‘명상+호흡+체조’를 함께 하는 수련법. 그는 특히 테니스 잘 치는 오너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테니스 라켓부터 잡을 정도로 실력도 아마추어로선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건강 비법은 산행이다. 해외 출장이 많은 총수임에도 잔병치레 없이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도 등산이다. 취미도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다.

 조 회장이 산을 걸어서 올라간다면 구자열 LS전선 부회장은 산악자전거를 타는 CEO다. 평소 등산을 즐겨하다 무릎에 이상이 오자 8년 전쯤 산악자전거를 시작했다. 지금은 선수급 실력으로 2002년 독일서 열린 대회에도 참가, 650km를 완주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 창업 1세대 오너로 83세로 최고령이다. 그가 요즘도 ‘홀수 달은 한국, 짝수 달은 일본’식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데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 이다. 아침 6시 일어나 오전 10시 업무 시작, 오후 6시 퇴근, 밤 11시 취침이 수십년간 몸에 뱄다. 그의 후계자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다. 젊었을 땐 스키광이었고 골프는 늦게 배웠지만 맞으면 장타라고 한다.

 스포츠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빠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와 야구, 탁구, 농구, 수영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헬스클럽을 찾고 수영과 골프도 즐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건강 비결은 소식이다. 끼니때마다 밥 반 공기씩만 먹고 있다.



CEO별 건강관리 요령

   인물       비법

 이건희  스트레칭·남산 산책

 정몽구  매일 러닝머신·반신욕

 구본무  평일 걷기·주말 골프

 최태원  명상·테니스

 조양호  산행·사진

 박용오  달리기

 구자열  산악 자전거

 박상구  헬스클럽·수영

 강신호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