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어려운 선택을 위한 책임’(Taking Responsi- bility for Tough Choices)이라는 주제로 지난 1월26일부터 30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전 세계 주요 정계, 관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경제·안보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대량 살상 무기, 기후 변화, 세계 경제, 빈곤,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극복을 위한 세계적 연대 협력 방안 등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여현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의 참가기를 통해 주요 쟁점과 후기를 들어 본다. 여 교수는 현재 다보스포럼 자문역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기간, 스위스의 작은 휴양 도시 다보스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영화 15도를 넘는 강추위는 살을 에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로 35회째 열린 다보스포럼은 ‘어려운 선택을 위한 책임’(Taking Responsibility for Tough Choices)이라는 주제 아래 2000여 명이 넘는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다보스의 추위를 녹일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신임 대통령,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등 세계 90여 개국의 정치·경제계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엘고어 부통령, 존 매케인·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 등의 리더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미국의 리더십, 중국·인도·이라크 문제, 신기술 동향, 문화 조류, 빈곤 등 200개가 넘는 국제적인 의제들은 올해는 예년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먼저 어젠더(Agenda)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우선순위(Key Priorities)를 주최측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의 투표를 통해 정하는 상향식 어젠더 설정이었다.



 빈곤과 호혜 평등한 세계화 등 6개 의제 선정

  빈곤(Poverty) 64.4%, 호혜 평등한 세계화(Equitable Globalization) 54.9%, 기후 변화(Climate Change) 51.2%, 교육(Education) 43.9%, 중동(Middle East) 43.7%,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43.2%의 투표 결과에 따라 이들 6개의 의제가 우선 과제로 선정되었다. 

  세션이 시작된 첫날인 1월26일 오전에는 중국, 기후 변화, 세계 경제 동향, 이슬람, 빈곤, 대량 살상 무기, 미국의 리더십 등 10여 개의 패널 토론이 동시에 시작되었고 그날 오후에는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핵심 주제들을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약 700여 명의 리더들이 참석한 이 투표에서 권역별로는 유럽 35%, 북미 35%, 아태지역 15%, 중동 8%, 아프리카 4%, 남미 4%, 직업별로는 경제계 50%, 학계 9%, 언론 9%, NGO 8%, 정부 6%, 과학 4%, 문화예술 3% 등 골고루 참여했다. 

  의제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듯 다보스포럼에서 빈곤 퇴치와 호혜 평등한 세계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은 아프리카로 모아졌다. 먼저 연단에 오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3000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6000명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의 곤경은 세계 양심이 입고 있는 상처”라며 빈국(貧國)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오는 7월 영국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회의에서도 아프리카 원조 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보스의 무대를 아프리카를 돕는 실천의 장으로 만든 데는 이처럼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이번 다보스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맹활약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보노는 검은색 티셔츠, 가죽잠바에 선글라스를 끼고 연단에 올라 “우리 세대는 역사에 3가지 중요한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며 먼저 인터넷과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아프리카에 대한 치유를 꼽았다. 그는 “우리 세대는 극도의 빈곤을 종식시킨 세대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포럼 나흘째인 1월29일 아프리카 문제를 즉각적이고 도발적으로 제기한 장본인은 할리우드 스타인 샤론 스톤(Sharon Stone)이었다. 

  “Help him today, Help him today.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낸 돈은 에이즈와 결핵과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탄자니아인들을 돕는 국제펀드에 쓰일 것입니다.”

  그녀는 미국 상원의원 윌리엄 프리스트의 사회로 룰라 브라질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제프리 삭스 콜롬비아대 교수,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 벤저민 윌리엄 음카파 탄자니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 자리에서 스스로 1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참석자들의 동참을 호소해 현장에서 2분 만에 1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50여 명으로부터 100만 달러의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연예인이 갖는 대중적인 호소력이 발휘한 힘이었다.



 쇠퇴하는 미국의 헤게모니

  종종 다보스를 보면 세계의 풍향계가 되기도 한다. 이미 10여 년 전에 중국의 부상을 예견했으며, 바이오산업의 미래, 그리고 지구촌 기후 변화도 이미 수년 전에 예견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다보스포럼에서 발언권을 행사해온 미국이 올해는 반대로 집중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미국의 맹방을 자처해온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경제 관련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 방치와 약달러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물론 대선을 치른 것이 바로 지난해 말이므로 행정부 인준 기간과 겹친 탓도 있었겠지만, 미국 정부의 참석이 저조했고, 대신 의원들 다수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엘 고어 부통령이 참석했으나 유럽과 세계 곳곳에 포위된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거나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선진 8개국(G8) 회의와 유럽연합(EU)에서 의장을 맡기로 되어 있는 블레어 총리는 특별연설에서 이라크 파병 등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피해가면서도, 빈곤과 기후 변화 대처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겨냥했다. 그는 미국의 교토 의정서 불참을 겨냥, 온난화의 원인에는 이견이 있지만 다양한 기후 변화 징후들이 다수의 의견을 뚜렷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테러리즘에 대한 공조를 주장하며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것만 아니라 아프리카 원조, 지구 온난화 방지 등 국제사회의 공통 문제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또 그는 부시 정부가 군사력만으로는 테러에 대처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미국과 세계는 상호 이해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자국의 어젠더에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기를 원한다면 미국 역시 다른 나라의 어젠더에 참여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세계 언론으로부터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라크에만 매달려 세계적인 어젠더에 대한 적극 대응을 놓치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겨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을 위한 1년 예산으로 800억 달러를 요청했다”면서 “이 액수의 아주 일부분만 있어도 아프리카 원조금 규모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 7억5000만 달러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빌 게이츠 회장은 기업가답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1000달러면 한 명을 살릴 수 있으므로 10억 달러가 모이면 100만 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까다로운 미국의 비자 제도가 한때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를 지남철처럼 끌어당기던 미국의 위상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하여 미국에 대한 비판은 정치, 외교, 빈곤 퇴치, 기후 문제에 더하여 IT 인력 흡인력 상실까지 거론되는 등 미국의 리더십은 포위되는 듯했다. 1980년대 한창 논의되었던 미국 헤게모니 쇠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인가 관심이다. 

  게다가 패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의제로 올랐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리더십센터(Center for Public Leadership) 데이비드 거건(David R. Gergen) 소장은 지난 두 번의 선거는 1980년대와 닮은꼴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요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던졌다. 

  패널리스트들은 2기 집권에 성공한 부시 행정부가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2000년 대통령 후보를 지낸 존 맥케인(John McCain) 공화당 의원은 미국의 선택이 ‘테러에 대한 전쟁’(the war on terror)으로 이루어졌다고 시인했다. 

  미국 노조연맹 대표 존 스위니(John J. Sweeney)는 최근 부시 대통령의 노력은 “대개가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정책, UN 지지 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특히 실직자 문제, 무너진 건강보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대학 등록금 인상, 농촌과 도시의 문화 격차 등을 낱낱이 열거하며 비관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오린 해치(Orrin G. Hatch) 상원의원(유타주)은 낙태 문제, 히스패닉 직장 문제, 결혼과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사회의 분열에 우려를 표시했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초청된 거빈 뉴섬(Gavin Newsom) 샌프란스시코 시장은 미국 외교 정책으로 나라가 극도로 분열되었으며, 이라크 교착상태는 ‘미국의 불명예’라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편 경제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콥 프렌켈 전 이스라엘은행 총재는 “미국의 재정 적자는 전 세계의 문제”라고 했으며, 런던비즈니스스쿨(LBS) 로라 타이슨 학장은 “미국 정부가 저축을 늘리고 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자산을 담보로 과다한 대출을 하고 있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동산 거품이 신용 붕괴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감소를 유발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인도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 높아

  올해 다보스포럼 참석자 중 빅토르 유시첸코 신임 우크라이나 대통령, 중국의 위상 확대를 상징하는 황주(黃菊) 국무원 부총리 등 새로 부상한 지도자들에게도 발언권이 주어졌으며, 인도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높아 중국(China)과 인도(India)의 합성어인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는 “중국이라는 거인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며 “올해는 지난해 9.4%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프렌켈 총재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중국의 멈추지 않는 성장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한국과 비교하면서 중국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임금이 많이 올랐지만,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으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자본주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최상의 자본주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과 제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임금이 미국 수준으로 올라버린 한국은 새로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잠자는 거인’이라는 말로 인도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IT산업과 아웃소싱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음에도 성장이나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의 측면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지만 곧 추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됐다. 인도가 아직 하드웨어 부문에 취약하지만 점차 제조업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카필 시발 인도과학기술장관의 장담은 미래에 대한 인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은 현재까지는 인도가 저평가되었지만 앞으로는 중국 이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다보스 강타한 스타파워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특이한 것은 샤론 스톤,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기어, 보노, 라이오널 리치 등 문화예술인과 연예인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부채 탕감과 빈곤 축소 등을 촉구하기 위해 참석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민터테인먼트(Mintertainment ;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화하는 대중사회에서 문화예술인 또는 연예인의 영향력, 사회적 힘과 기여 방법 등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전개되기에 충분했다. 이번 다보스 행사에는 샤론 스톤이 아프리카 빈민을 위한 깜짝 모금을 벌려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상 먼저 꾸준히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해온 연예인들이 상당수 있었다. 보노, 리처드 기어, 안젤리나 졸리 등등…. 이들은 샤론 스톤처럼 다보스에서 이벤트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스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모색하고 실천해온 사람들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지원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과거에 미국 정부를 움직여 아프리카 지원 정책을 이끌어낸 실적이 있는 아일랜드의 록 스타 보노는 “우리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선한 일을 할 때는 박수를 유도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초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기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지도라는 자산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 자산을 기업, 언론, 정부, NGO 등과 협력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은 딱딱하고 어려운 이슈가 있을 때 그것을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고, 쉽고, 흥미롭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스타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샤론 스톤식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듯 “이런 자리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분명히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스타들이 무언가 역할을 하기 원한다면 평소 해당 이슈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에 초청된 스타들은 사회의 공공이익을 위해 기여한 이들로 한정됐다. 리처드 기어는 인도의 에이즈환자 구호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으며,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는 유엔고등난민위원회의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들이 포럼에 초청된 것은 다보스포럼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샤론 스톤의 돌발 모금이 전 세계적 뉴스가 되자 <뉴욕타임스>는 ‘스타 파워가 다보스에서 먹히고 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샤론 스톤의 돌발 모금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면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약간은 딱딱하고 공식적인 분위기의 다보스포럼에 할리우드 스타들의 존재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은 참석자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필요 이상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보스 정신(Davos Spirit)과 전통에서 그 효과는 물론 한계에 대한 걱정도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필자가 다보스포럼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 다보스포럼이 원래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경계를 넘는 대화와 토론을 벌이는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스타들의 참여는 바람직스러운 것이라고 보면서도 꾸준히 연구와 활동을 벌여온 문화 리더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일종의 좌절감(?)을 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원래 정치·경제인과 NGO 인사들이 중심인 다보스포럼에 스타들의 존재가 너무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도 이번 ‘샤론 스톤 사건’은 오늘날 스타 한 명의 역할이 정치 지도자들 못지않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보여주었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한류 스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다음 다보스포럼에는 우리나라의 스타 초청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리더들의 활약상 눈에 띄어

  세계의 리더들 못지않게 한국의 리더들의 활동도 사실은 음으로 양으로 두드러졌다. 대통령 특사로 다보스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폐막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미국, 북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강금실 특사는 주로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여성, 인권, 빈곤·부패 퇴치, 교육, 문화 등 한국 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분야들에 대한 의견들을 섭렵, 교환하고 한국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은 경제, 비핵, 반테러리즘 등 다양한 패널에 참석해 직접 세계적인 논객들과 겨루었고, 캐나다 통상장관 등 각국의 통상장관들부터 면담 약속이 쇄도하고 있는 김현종 외교통상교섭본부장의 인기(?)도 종종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지현 NSC 대변인도 특사 활동 지원 및 차세대 리더회의 참석 등 좋은 활동을 벌였다. 이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놓으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 리더들의 역할도 눈부셨다. 신경쟁력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한국의 국가경쟁력과 관련된 중요한 공감대를 이끌어냈으며, 지구촌의 문제가 논의되는 중요한 자리에 참석해 투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한편 한국이 이룩한 환경 개선, 투명성 제고 등에 대해서도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민영화 이후 KT 변화의 파이어니어 이용경 사장도 ‘유비쿼터스(U) 혁명’과 관련한 세션에서 한국의 경쟁력과 장점을 소개하면서 적극적인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HP, 텔스트라, BT 등 세계적 기업인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에스오일의 김선동 회장도 세계 경제 동향에 귀를 기울이며 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 부지런히 활동을 벌였다. 

  차세대 리더로 선정돼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윤석민 SBSI 사장, 테크놀러지 파이어니어 정준 쏠리테크 사장, 김미형 금호그룹 부사장 등도 차세대 리더들과의 토론 및 글로벌 협력을 위한 인맥 구축 등 우리나라가 인재의 나라임을 부각시키는 데 손색이 없는 좋은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이수화학의 김상범 회장과 한영수 무역협회 전무, 효성그룹의 조현상 상무의 사업 협력 파트너 찾기 및 글로벌 인맥 만들기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한국인으로서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을 맡아 동분서주 노력하는 WHO 이종욱 사무총장의 모습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강금실 특사를 너무나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준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남다른 매력이었다. 코엘료는 강금실 특사와 대화 도중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버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시점에 다다르면 그때 빛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강 특사처럼) 현실의 전쟁터에 나가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나는 강 특사에 대한 자료들과 글을 읽으며 강 특사의 저력(Strength), 헌신(Commit ment)과 성향(Attitude)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필자는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IT, 좋은 기업, 정부, 상품, 기술도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하지만, 이런 것에 더하여 이제는 최고의 고부가가치를 가진 우리나라의 문화와 인재들의 국제적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확실한 한국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