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KOTRA)에도 여성 해외 무역관장 시대가 열렸다. 한연희(33) 주력산업유치팀 과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해외 무역관장은 코트라 설립 43년간 사실상 ‘금녀의 벽’으로 통했던 자리. 그 첫 단추를 한 과장이 뀄다.

특히 그녀는 해외 무역관장에 차장급 이상이 임명되던 관례도 깨뜨렸다. 33세 나이로 최연소 무역관장이다. 코트라 설립 후 사상 첫 내부 사장이 된 홍기화 사장의 파격 인사인 셈이다.

 “갑작스러운 발령에 사실 얼떨떨합니다. 처음 개설되는 무역관이라 설레기도 하구요.”

 지난 7월6일 서울 염곡동 코트라 9층 기자실서 만난 한 과장은 “외부에선 첫 여성 무역관장이라 관심이 많은데, 이젠 여자, 남자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소감을 말한다.



 남편과 두 번째 생이별(?) 맞아

 사실 한 과장이 무역관장으로 나가게 된 건 정말 뜻밖이었다. 발령 전날 홍기화 사장이 갑자기 10층 사장실로 한 과장을 불러 독대했다.

 홍 사장이 한 과장에게 “외국 생활 할 수 있겠나”며 한마디를 던져, 한 과장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고 한다.

 사실 한 과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어느 지역인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잠시 후 약간 차분해진 어조로 “그런데 어디죠”라고 묻자 그제서야 홍 사장이  “멕시코 몬테레이야” 하더란다.

 몬테레이는 코트라 용어로 ‘스포크(Spoke)’다. 1인 직원 파견 무역관이란 뜻이다. 한 과장은 7월말 홀로 멕시코 몬테레이로 떠난다.

 “가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 해야죠. 일단 사무실부터 구해야 해요. 현지 직원 2명도 뽑아야 하구요. 오는 10월4일 정식 개소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습니다.”

 몬테레이 무역관은 코트라 74개국 104번째 지사(무역관)가 된다. 몬테레이는 인구 418만명에 멕시코 GDP 중 7.2%를 차지하는 멕시코 제2의 도시다. 닉네임이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도시’일 정도로 나프타 발효 이후 급부상중이다. 현재 LG전자(냉장고 공장) 등 한국 6개 업체를 비롯, 1800여 외국 업체가 진출해 있다. 특히 1인당 GDP는 1만1654달러로 소득 수준은 멕시코내 1위다. 멕시코 전체의 1인당 GDP가 5969달러임에 비춰 고소득층이 몰려 있는 셈이다.

 한 과장은 “몬테레이 무역관은 대 멕시코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한 전초기지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일본-멕시코간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한국의 수출 시장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몬테레이는 현재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일을 떠나 개인으로 돌아오면 이번 발령은 한 과장에게는 남편과의 ‘별거명령’이다.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한/스페인어) 동시통역사 출신인 그녀는 1997년 입사 후 2000년 4월부터 3년4개월간 스페인 마드리드 무역관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번은 두 번째 이별로 ‘2년 국내, 4년 해외 근무’ 관행상 최소한 4년 정도는 떨어져 살아야 한다.

현재 코트라 해외 무역관 근무자 296명 중 여성은 23명(7.8%)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