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오디오라 불리는 뱅 앤 울룹슨(Bang & Olufsen), 웨딩링의 대명사 티파니(Tiffany), 여자들을 환호케 만드는 샤넬(Chanel)…. 이런 브랜드들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이유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감성적인 산업에서만이 아니다. 남자들이 열광하는 자동차에서도 디자인은 중요한 요소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셰(Porsche)는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때문에 현재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점차 강조되는 디자인 파워는 ‘아름답지 않은 스포츠카는 스포츠카가 아니다’란 명제마저 만들어냈다. 2005년 디자인 트렌드를 주목하는 이유다.
  Multi-Physiognomy(멀티피지아그너미;다양성) 



 2005년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Multi-Physiognomy’ 즉 다양한 관상·인상 등을 의미하는 ‘다중성’이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Ambivalences’(앰비어벌런스; 감정의 교차)로 서로 용납하지 않는 상극의 이중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다중적 요소가 복합된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현대를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용어다. 현대인들은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즐기는 한편 과거의 아날로그적 이미지를 동경하거나,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싶은 엘리티즘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정신세계를 지향하고, 도덕과 현실적 욕망에 갈등하며, 가치기준과 정체성의 상실로 정치·사회·정신·문화 또는 성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다면적이고 다중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제품은 모든 영향 요인을 혼합하여, 서로 대립되는 컨셉트들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난제를 부여받는다. 예를 들자면 산업적인 장인 정신이나, 평범 속에서 발견되는 비범함, 미래를 고안해 내기 위해 과거의 것들을 참고하고, 일상적이지만 다이내믹하거나, 순수하면서 데카당스한 요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Convergence 복합화



 디지털 컨버전스로 다양한 신개념 기기가 등장하고 있으며, 모든 기능을 한데 갖춘 완전 융합 제품 또한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측면에서는 어느 한 제품 형태가 전체 시장을 석권하기는 힘들어 결국 다양한 제품들의 공존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즉 디지털 컨버전스(융합)가 다이버전스(Divergence; 다양화)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개인별 니즈에 따라 다양한 기기를 조합해 사용하는 경향 또한 확산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 중 인터넷 접속만 하더라도 스카트폰, 다기능 휴대폰, PDA폰, 이동통신 모듈 장착 PDA, 블루투스를 이용한 PDA와 휴대폰의 연결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기술이 컨버전스가 되면서 기능 또한 복합화되기 때문에 디자인도 복합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더욱 새로운 개념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Lohas 사회적 웰빙



 로하스 자극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가정 안에서 안정을 찾고 싶어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는 안정적이고 내추럴한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특히 2004년부터 붐이 인 웰빙에 대한 관심이 2005년도에도 여전히 유지되면서 자연과 휴식, 건강의 의미를 찾아 조용하고 사색적인 디자인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웰빙을 넘어선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건강과 지속 성장성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가 도입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웰빙족과 로하스족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로하스족은 ‘사회적 웰빙’이란 점에서 커다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웰빙족이 자기 집의 실내를 깨끗이 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구입한다면, 로하스족은 환경 파괴 성분이 들었는지 또는 재생 가능한 원료를 사용했는지 등의 여부를 고려해 제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에 자연적인 요소 혹은 자연을 재현하는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CUPI 개성화



 기업들이 이제는 자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CUPI(Creating User’s Personal Identity) 즉,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 시대다. 현재까지는 대중 속에서 편안함을 찾는 속성과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든 상관하지 않으면서 흥미가 있는 것에 철저히 집착하는 형태를 보이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 또한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로 해석될 수 있다. 소비자 개개인이 제품 하나하나 선택하는 것은 자기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취향을 예측한 다양한 디자인이 나올 것이다. 고정의 트렌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화된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co-Friendly 환경 친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날로 강해지며 환경을 고려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세를 점할 것이다. 특히 로하스 개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나뿐만 아니라 자손에게 물려줄 환경까지 생각하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이 마켓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디자인도 이에 맞춰 자연 친화적인 컨셉트를 응용하여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



 Durability 지속적인 가치



 제품의 수명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환경적인 측면과 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측면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제품들이 전면 교체가 아닌 부분 교체로 업그레이드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이다. 디자인 또한 그런 특성을 살릴 것으로 보이며 특히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가족’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제품에 기능적으로 의미적으로 생명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극과 극보다는 중간 톤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곡선이지만 절제된 곡선, 장식이지만 절제된 장식 등의 중용을 택해 디자인의 지속성을 추구한다.



 3S(Single, Safety, Self-Satisfaction) 싱글족, 보안, 나르시스트



 2005년 히트 상품은 단연 3S(Single, Safety, Self-Satisfaction)다. 싱글족의 급증으로 싱글족이 선호하는 상품과 마케팅이 강조된다. 복합 다기능 상품, 모바일 서비스,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파티 등이 싱글족이 선호하는 것들인데, 디자인 측면에서는 특히 가전 분야가 싱글족의 증가에 따라 그에 맞는 디자인 형태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CCTV, 핸드폰, 인터넷 안전사고 감시 시스템, 홈스쿨링 등도 보안상품에 대한 소비 증가로 꾸준히 시장을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또한 안전의 개념을 중요시 여기게 된다.

 나르시스의 한 예는 싸이월드다. 자기 노출 욕구와 맞아떨어진 싸이월드는 3년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젊은 층에서 더 강하게 형성돼 있는 나르시스트에 맞춘 디자인 개발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연구소



 단순하고 스포티한 실루엣, 리얼 소재로 고급감 증대

 20세기 자동차산업은 자동차 각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하이테크 위주의 개발 정책으로 인해 최근에 들어와서 각 메이커 간, 각 제품 간 차별화가 한계에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디자인을 저비용의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타 제품들에 비해 장기간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제품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유행을 이끌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기능성, 안전성, 편리성 등 제품이 요구하는 많은 디자인 요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 과정은 물론 생산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 또한 복잡하고 긴 기간과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디자이너는 물론 최고 경영자의 창의력과 미래에 대한 예지력, 그리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의 모든 기술과 디자인의 발전은 백 년을 훨씬 넘어선 역사의 바탕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과 디자인이 전개돼 가는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기회인 자동차 모터쇼(Motor Show)는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의 모터쇼 경향을 살펴보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타일링의 역할이 시장 성공 요인의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제된 선과 면, 단순한 것으로의 회귀

 최근의 자동차 내·외장 디자인을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바로 ‘단순 지향의 디자인 추구’이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자동차 패키지로는 이미 나올 만한 선과 면이 다 나왔기 때문에 모든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단순한 것으로의 회귀’를 추구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절제된 선과 면을 사용해 볼륨감 있는 바디 단면의 처리를 보여주며, 메이커별 고유 디자인을 계승, 유지하면서 정제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또한 범퍼 이미지의 연속성을 지향하기 위해 바디 스킨과의 일체형 범퍼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이로써 범퍼 곡률 및 코너 라운드화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볼륨감 또한 증대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도 건축과 가구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이미지를 중요시한 실내 공간 조형을 보여준다.



 스포티한 실루엣의 스포츠 세단 증가

 과거에 주류를 이루던 중소형 세단의 노치백 형태가 감소하고 있다. 캡 포워드(그린하우스가 앞으로 쏠려 있는)의 프로파일이 사라지며, 긴 후드의 전통적 자동차 비례에 스포티한 실루엣을 가진 스포츠 세단이 증가하고 있다(예: 캐딜락 식스틴, 도요타 LFS, 닛산 푸가 등).

최고급 차종에만 국한되던 리얼 소재(Real wood, Real metal 등)의 적용이 전 차급에 걸쳐 보이는 등 리얼 소재와 새로운 패턴 소재를 적용해 고급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인다.

 가죽과 스웨이드 등은 고급차에만 적용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중소형 차종의 트림물에도 천연 소재나 우드, 알루미늄의 원소재를 그대로 적용해 최고급 이미지를 극대화시킴으로서 메이커 이미지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 자연적(원소재)이고 새로운 기술이 접합된 소재를 이용해 고급감 지향 및 적극적인 감성적 접근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작 편의성에 대한 고려 증가

 또 실내 공간 확보를 최우선시한 패키지 디자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보인다. 기술 향상으로 인한 불필요한 부피 제거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방 개방감 확대를 위한 크래시패드의 단면 처리라든지, 크래시패드와 콘솔 분리를 통한 와이드한 이미지 추구 등 실내에서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감에 신경을 쓴 경향도 주목할 요소이다. 또한 글라스 루프(Glass Roof) 등의 도입으로 운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탑승자에게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디자인도 대두되고 있다.

 조명 기능이 다양해지는 추세이며, 클러스터 게이지의 새로운 디자인 접근도 눈에 띄는 경향이다. 조명 컬러의 다양화 및 장식적 조형 처리로 고급화를 유도하고 있다.

페시아 스킨 일체형 버튼 적용, 각종 스위치류 집중화 등 조작 부위만 남기고 기능 부품을 숨기는 경향도 나타난다. 센터 콘솔의 기능 집중화나 오디오 위치가 점차 상향 조정되는 등 운전시의 조작 편의성에도 중점을 두어 디자인하고 있다.

 높게 설정된 벨트라인과 슬림한 그린하우스(Green House 축소)로 안정감 있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경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꾸준히 추구하는 디자인 경향이다. 타이어와 알루미늄 휠도 점차 대형화 추세이며, 이로써 차가 넓어 보이고 강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예: 캐딜락 식스틴, 폰티악 G6, BMW Xactivity, 볼보 VCC, 오펠 Insignia, 벤츠 Vision CLS 등).



 패션



 허유경 퍼스트뷰코리아 여성복팀장 



  다양성과 개성이 공존하면서 조화 이루는 멀티 트렌드 시대 

 기 불황에 대한 불안한 예측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실업 문제, 계속되고 있는 테러의 위협, 유가 상승 등 국내외적 어려움이 끊이지 않았던 2004년을 뒤돌아보면서 2005년을 보다 새롭고 희망차게 맞이하고 싶은 소망은 패션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지난 2004년의 트렌드 경향을 정리해 보면 다양한 불안 요소 속에서도 근본이 되는 베이식으로의 회귀라는 큰 방향 아래, 클래식한 럭셔리함과 복고풍의 자연스러운 우아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점점 라이프 스타일에 캐주얼이 스며듬과 동시에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기본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수년간 지속돼 온 복고풍의 클래식으로 표현됐다.

 2005년의 패션 트렌드는 이러한 경향에 다양한 시대와 이국적인 장소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이 가미되면서 개인의 개성이 강조된 다양한 트렌드가 서로 공존할 전망이다. 특히 앞서가는 트렌드를 제안하는 프랑스 파리의 05 S/S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소스를 배경으로, 전면에 내세워진 작위적인 여성스러움보다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여성스러움을 보여준다.



 캐주얼 감성과 자연스러운 레이어링 돋보여

 클래식한 스타일의 레이디라이크 룩은 보다 일상적인 느낌으로 입을 수 있도록 캐주얼한 감성을 가미했고, 새로운 믹스 매치(mix&match)의 방법들이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걸쳐 입는 듯한 레이어링이 부각되고 있다.

흔히 복고풍이라고 말하는 ‘레트로’는 20년대, 50년대, 70년대풍 등 더 이상 어느 한 특정 시대로 정의되기보다는 서로 융합되고 뒤섞여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무드로 작용했고, 아프리카, 인도, 브라질리언, 지중해와 남태평양의 휴양지 등 이국적인 지역적 모티브가 패션에 영향을 미치며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링과 조화를 이뤘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시즌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깔끔한 느낌의 보이시한 실루엣과 새롭게 등장한 짧은 길이가 새로운 요소로 부각되며, 전반적으로 경쾌하면서도 편안한 착장의 느낌을 보여준다.

 스타일 면에서의 특징은 지난 시즌의 성숙한 숙녀들이 한층 어려지고 가벼워졌다. 부드러운 볼륨감이 강조된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편안한 아이템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느낌은 가벼워지고 아이템 간의 자유로운 믹스 매치가 다시금 중요해진다.

 7~8부의 새로운 길이가 부각되면서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는 착장의 방법들이 등장한다. 티셔츠가 짧아진 재킷 밖으로 나오거나, 캐주얼한 7부 바지에 섹시한 느낌의 힐을 매치하는 등 새로운 코디네이션이 선보이고, 여러 겹으로 겹쳐 입는 캐주얼한 착장 및 재미있게 옷을 입어 내는 셀프 코디네이션(self-coordination)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스커트와 원피스가 여전히 중요 아이템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새로이 크롭트 팬츠와 버뮤다, 숏 팬츠 등이 미니스커트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킷이나 트렌치코트는 여며 입기보다는 오픈해 걸쳐 입는 느낌을 표현한다. 겉옷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윗옷 아이템들이 중요해지면서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가벼운 착장이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 강력한 핵심 요소로 부각

 다양한 컬러와 패턴은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강력한 트렌드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brown(갈색), ochre(황토색), yellow(노란색) 등 대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내추럴 컬러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yellow, orange, teal blue(암회색) 등 생동감 있는 컬러감이 돋보인다. 지난해에 많이 보였던 형광기를 머금은 yellow나 green은 좀 더 따뜻한 자연스러움으로 변형되며, 전반적으로 차분해진 경향을 보여준다.

 다양한 색감은 여전히 중요한 키로 작용하는데, 특히 2005년에는 이국적인 무늬의 패턴과 결합해 다양한 뉘앙스로 표현됐고, 보조적인 역할로 주로 사용되던 White와 Black, Grey의 모노크롬이 다시금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프린트는 전체적인 의상의 무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그 어떤 시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에스닉한 느낌이 강조된 이국적인 모티브들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린트가 부각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현대적으로 변형된 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부족들의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모티브들과 인도, 모로코의 정교한 아라베스크 패턴들, 남태평양의 섬에서 볼 수 있는 바틱 등 수공예적인 기법을 이용한 패턴들이 모던한 형태와 컬러로 재조명된다.

 이질적인 느낌의 프린트들이 서로 믹스되는 프린트끼리의 매치가 증가하며, 60~70년대의 올드 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스트리트적인 감성의 프린트들도 영캐주얼을 중심으로 유행할 전망이다.



 수공예적인 감성, 소재와 액세서리 등에서 핵심 요소로 등장

 이번 시즌 소재의 경향은 클린해진 표면감과 자연스러운 터치가 중요해진다. 소재 자체의 표면감은 고급스럽게 정제되면서 자수나 브로케이드 등의 장식적인 터치가 가미됐다. 이러한 경향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수공예적인 소박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키포인트. 금속의 느낌을 빌려온 광택 효과는 전반적으로 반짝이는 느낌을 부여했고, 마와 실크, 울 등 자연 소재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업그레이드된 기능성에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후가공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프린트와 더불어 무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키로서 액세서리가 부각되고 있다. 이국적인 스타일과 나무, 상아, 천연 원석 등의 재질감이 중요해지고, 이국적인 곳으로의 여행을 위한 스타일과 편안한 휴가의 느낌을 전달한다. 팝(pop)적인 모티브와 결합한 키덜트(kidadult)적인 액세서리는 새로운 창의성으로 해석되며, 납작한 로퍼나 보이스카우트 느낌의 벨트, 모자 등 소년의 느낌을 주는 캐주얼한 아이템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전체적인 무드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개의 액세서리를 겹쳐 하는 과장된 레이어링이 이번 시즌의 경향이다.

 이러한 모든 경향을 완성하는 핵심은 바로 수공예(handcraft)적인 감성이다. 핸드메이드적인 감각이 중요해지며, 자수, 민속적인 모티브의 데코레이션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나치게 성장한 듯한 느낌은 감소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제3세계의 복합적인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문화적인 모티브들이 적극적으로 패션에 차용되고 있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기능적 편의성과 매스티지(masstige)로 이야기되는 새로운 럭셔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상반돼 보이는 전통적인 손맛과 소박한 자연스러움에 대한 추구가 일어나고 있다.

 2005년은 바로 이러한 다양성과 개성들이 공존하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멀티 트렌드(multi trend)가 심화될 전망이다.



 인테리어



 소재구 LG화학 디자인연구소 소장



화려함과 단순함, 이율배반적인 가치의 공존

 1999년 젠(ZEN·禪) 스타일로 인테리어 트렌드를 대표했던 미니멀(minimal)한 스타일은 2000년, 2001년을 맞이하면서 단조로웠던 컬러에 색감을 불어넣기 시작하며 장식 무드로 전환됐다. 이러한 장식 무드는 2002년, 2003년을 거치면서 형태면에서도 곡선적인 장식미를 발휘하고, 로맨틱과 바로크의 요소를 가미, 2004년 장식적 요소의 극치를 이루면서 화려함을 마음껏 발산했다.

 이런 트렌드들이 2005년 들어서는 장식적 요소들은 웰빙, 치유, 휴식 등의 소비자 니즈와 맞물리면서 화려함과 단순함의 양면적 요소를 보이며 믹싱된다.

 2004년에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장식 무드는 미니멀한 요소와 믹스되며 절제된 경향을 보이는 경향을 맞이한다. 고전과 현대, 전통과 혁신, 동양과 서양을 교차 배양하는 디자인의 조합이 호기심을 유발시키며, 한 가지 스타일이나 기간, 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실험적인 인테리어가 나타난다.

 소비자는 기호(taste)에 대한 표현에 점차 대담함을 보이는데, 이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량 생산된 제품에 식상한 소비자들은 유일무이하고 특별한 하나의 가치를 재발견하기를 원하고, 현실의 도구를 즐기면서도 유서 깊은 옛 것을 그리워하며, 진품과 출처가 확실한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또한 본능과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반응하며, 근본적인 것과 이중적인 것에 대한 의미를 높이 평가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테마 1 Elegance&Art-deco; 장식과 절제

 모든 것이 서로 비슷하거나 평범해 보이고 정신적인 내면의 가치를 내포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이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개인적이고 세련되며 우아하고 유일한 어떤 것을 동경한다. 이러한 ‘퀄리티’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각되고 있으며, 엄격하지만 관능적이고 세련된 1920~1930년대의 영감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첫 번째 테마인 Elegance&Art-deco(장식과 절제)는 신선하고 현대적인 우아함을 표현하는 테마로, 20~30년대의 모더니즘과 장식 미술의 결합에서 영감을 얻는다. 관능적이고 세련된 모더니티를 추구하며, 남성적인 여성성 또는 여성적인 남성성이 보여진다. 현대적인 그래픽 라인과 함께 아르데코에서 보여지는 감각들이 어우러져 선보이며, 화려하지만 절제된 라인과 여성스러운 장식성, 부드러운 파스텔조의 컬러가 블랙 컬러와 대비를 이루며 한층 고급스럽게 표현된다.

 아르데코 스타일은 극도의 세련된 우아함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해 주는 요소이다. 기하학적 모티브나 도식화된 추상적인 플라워 패턴, 여성스러운 곡선의 라인과 그래픽 스트라이프, 급진적이고 힘이 넘치는 건축양식 등은 때로는 대담하고 화려한 우아함으로, 때로는 절제되고 세련된 우아함으로 장식되고 강조된다. 또한 변형된 지오메트릭 모티브와 새로운 재료의 사용과 실험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형태들은 다시 분해되고 재구성되어 색다른 모던한 우아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직선과 곡선의 조합, 즉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조화되어 그 새로운 우아함은 극에 달한다.

 고급스럽게 채색된 밝은 화이트 파스텔계의 컬러와 블랙 컬러 간의 콘트라스트 대비로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을 전달한다. 여성스러운 느낌의 소프트하고 페일한 컬러의 연출은 정제되고 미묘한 느낌으로 보여지며, 이리데슨트(iridescent)한 빛의 광채나 혹은 진주처럼 거의 채색되지 않은 컬러에 화이트와 블랙 컬러의 조합으로 모던한 느낌을 연출한다. 블랙은 화이트의 창백함과 광택의 액센트를 강조시키고, 신맛 나는 느낌의 톤들이 하모니를 더욱 강화시킨다. 직선적인 라인과 우아한 곡선, 벨벳과 새틴처럼 광택이 많이 나는 소재와 패브릭이 사용되며, 제품의 형태는 모던하고 소재는 럭셔리한 장식성을 갖는다. 이러한 소재감은 장식과 절제의 중용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구성하며, 때로는 과감한 그래픽 효과를 활용한 장식을 통해 거만한 듯한 극도의 고급스러움과 은밀하면서도 파격적인 우아함을 보여준다.



 테마 2 Past&Henceforth; 과거와 미래

 두 번째 테마인 Past&Henceforth(과거와 미래)는 모던(modern)하고 미니멀(minimal)한 분위기에 러스틱(rustic)한 이미지가 교차되는 남성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테마로, 도시적이고 남성적인 영감이 통합된다.

 장식은 최대한 절제되고 중성적인 느낌을 받아들이며, 엄격함을 추구하지만 테크노(techno)적인 실험성으로 대조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남성적인 그래픽이 최고조에 이르고 모더니티(modernity)와 컨템포러리(contemporary)가 결합되며, 여기에 기능성과 약간은 낡은 듯한 느낌과 전통성이 중요시된다. 즉, 현대적이지만 반대로 고전적인 분위기가 서로 교차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모더니티를 창출한다.

 이 테마에서는 남성적인 건축과 공간이 강조된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녹슨 철이나 구리, 바래고 부서진 듯한 돌, 차가운 느낌의 금속과 유리 등의 소재로 거칠고 매끄러움, 불투명과 투명, 차가움과 따뜻함을 표현하며,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의 교차 혼합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또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을 받아 시크(chic)한 분위기의 남성적인 스타일이 선보이고, 기능성에 근거를 두지만 친환경적 소재 사용이 중요시된다. 실버와 같은 금속(metallic) 요소가 활용되고, 블랙 컬러와 실버의 효과로 쿨한 남성미를 표현한다. 스톤 베이지에서부터 커피 브라운, 카키, 시멘트 그레이, 네이비 블루에 이르기까지 어둠과 빛 사이의 뉴트럴(neutral)한 컬러 변화에 선명한(vivid) 레드 컬러로 액센트를 준다. 이러한 그레이시(grayish)한 컬러레인지는 반투명의 유리 저 너머로 비치는 모습처럼 느껴지며, 이는 현대의 바쁘고 소란스러운 도시 속에서 정적이고 회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컬러 포인트로 활용되는 레드 컬러와 쿨한 느낌의 실버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 사이의 그레이시한 컬러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오래되고 낡은 듯한 편안한 느낌에 현대적 감각으로 세련미와 남성미를 전달한다.



 테마 3 Repose&Expedition; 휴식과 모험

 세 번째 테마인 Repose&Expedition(휴식과 모험)은 이국적이고 세련된 에스닉(ethnic) 무드와 신화적인 모험과 유희를 표현하는 테마로, 매력적인 휴가를 보내는 럭셔리한 여행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적한 섬 지중해의 바닷가, 따스한 태양, 기분 좋은 바람은 세련되면서 보헤미안적인 지성을 보여준다. 지중해 해변에 위치한 휴양 빌라들에서 엿볼 수 있는 곡선적이면서도 단정한 수작업 가구와 자연 소재지만 숙련된 장인의 노하우와 매끈한 마무리가 중요시된다.

 이 테마에서 선보이는 에스닉 무드는 풍부함, 축적, 동양풍의 엑조티즘의 정신과 중동의 관능적인 이국풍으로 표현된다. 골드터치의 효과를 낸 소용돌이꼴, 물결무늬 장식, 다마스크(damask)와 아가일(argyle)을 포함한 제3세계의 다양한 패턴들, 장식적인 디테일 등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특히 금빛 계열의 컬러는 신비하고 에스닉한 느낌을 더욱 강조해 주는데 희미한 골드, 빛바랜 골드, 번쩍거리는 금빛 등은 고대의 부족적이면서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을 선보인다. 자수류, 프린트, 직조물들의 우연한 조합에서 이루어지는 믹스 앤 매치가 보여지며, 아라베스크 문양과 나선형 무늬의 카펫직물에서 영감을 받은 마름모꼴의 효과는 플로랄 패턴들과 과감히 혼합돼 나타난다.

 특히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터키 풍의 소파베드, 방울술이 달린 후드가운, 편안한 실내 슬리퍼, 오버 사이즈 된 침대와 자유롭게 뒤섞인 각기 다른 크기의 쿠션 등이 다양한 비례로 응용된다. 반면, 극도의 고급스러움과 소박함이 함께 공존하며 직접 손으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이 사치스럽게 표현된다.

 생명력 있는 컬러들이 미묘하게 채색된 톤들과 조화를 이루며, 현란하고 미묘한 뉘앙스가 오렌지와 레드 컬러와 혼합되어 유희한다. 해안가의 흰 모래, 지중해 특유의 블루, 지중해의 음식문화에서 보이는 올리브 그린,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빛을 상징하는 스트롱 옐로우 등으로 이루어지며, 깊고 짙은 컬러들이 장식적이면서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고,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는 세련되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대폰

김진 LG디자인경영센터 상무



 Feel&Touch, 매스티지 등 트렌드 적극 반영

 디자인 트렌드는 소비자의 문화적·사회적 성향을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창출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다. 모바일의 경우 다양한 소비자 니즈 분석을 위한 제너럴 트렌드 분석이 필수이며, 제품 속성에 따라 부문별 트렌드 또한 분석해야 한다. 즉 어플라이언스 제품의 경우 인테리어 트렌드를 많이 접목하며, 모바일의 경우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속성과 포터블이라는 속성으로 연계한 액세서리와 패션 트렌드를 많이 반영한다.

 2000년에 들어서며 디지털이란 의미가 삶 속에 파고들어 하이테크라는 첨단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샤프한 형상에 차가운 금속 소재들이 많이 등장했다.



 감성과 과학이 결합된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 부각

 그러나 2003년을 전환점으로 멀티센스에 의한 다감각적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면서 소비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디자인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즉 Looks Good에 만족하지 않고 Feels Good까지도 충족시키는, 만져서 기분 좋은 소재들이 등장했다.

 2004년에는 디지털이란 의미가 재해석되면서 ‘Warm Tech’라는 신종어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기 안에 내재된 첨단 기능에 인간애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아울러 갔다. 디자인 형태는 차갑고 날카롭지만 느껴지는 소재는 부드럽고 따뜻한 기분 좋은 느낌을 전달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2005년에 더욱 성숙해져서 인간의 감성과 과학기술이 결합하는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트렌드를 형성한다. 모던하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에 부드럽고 감성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인간적이고 따뜻한 Feel&Touch의 중요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제품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쳐 감성 소재들이 검토된 디자인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2005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다. 하나의 도구에 여러 가지 기능이 혼합되어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강세로 등장하고 있다. 디자인 또한 이런 기능을 반영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어느 기능이 강조되는가에 따라 다앙한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컬러 컨셉트는 ‘평온’과 ‘활력’이라는 두 개의 콘셉트가 만들어 내는 완전한 조화와 균형으로 본다. 컬러는 전반적으로 다크 톤, 그리고 여름 컬러를 보는 듯한 원색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컬러가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탁하거나 바랜 듯한 컬러가 줄어들고 명도와 채도가 높은 컬러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 제안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



 기술과 디자인은 사물의 안과 밖의 관계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품을 판다”는 말이 자주 쓰였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좀 더 값이 저렴한 것을 사려고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다리가 좀 아프더라도 싼값에 비슷한 물건을 살 수만 있다면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생활수준이 낮아 구매력이 약하니까 물건을 살 때면 싼 가격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와 같은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집에 앉아서도 홈쇼핑 채널이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크게 달라진 것은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보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값이 싸더라도 모양이나 색채가 유치하거나 볼품이 없는 제품은 선택에서 밀려난다. 반대로 디자인이 좋은 제품은 다소 비싸더라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간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개성이 뚜렷하고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명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뱅 앤 올프센(Bang&Olufsen: B&O)사의 제품들을 꼽을 수 있다. 간결하고 세련된 미니멀 아트 경향의 디자인으로 마치 예술품을 연상시키는 B&O의 제품은 유사한 성능과 기능을 갖는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무려 10배나 높은 데도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값은 비싸지만 디자인이 뛰어난 B&O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암암리에 문화적 가치를 향유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디자인의 민주화’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좋은 디자인이 이제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안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제품들은 값이 몹시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은 가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중산층들도 좋은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물건을 살 때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제조회사에서는 경쟁적으로 디자인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휴대폰의 25%가 한국산으로 선두주자인 노키아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특히 한국산 휴대폰은 경쟁 제품보다 가격이 현저히 비싼데도 다양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수출명: 아만티)는 미국 시장에서 ‘2004 소비자에게 가장 기쁨 주는 모델’(The Most Delightful Vehicle)로 선정됐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2005 CES’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6개와 13개의 혁신상을 받아 2500여개 참가업체 중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의 가전 멀티미디어 전시회인 CES는 IT 분야 최첨단 기술과 제품의 경연장으로, 최첨단 혁신 제품들이 첫선을 보이는 무대이다. 올해에는 특히 세계 최대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및 LCD TV를 비롯해 ‘음성-문자 변환’ 휴대폰, 지상파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폰 등 외국의 경쟁 업체들을 압도하는 각종 신제품을 선보여 ‘디지털 한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그 결과로 디자인과 기술이 뛰어난 제품에 주어지는 혁신상 부문에서 우리 기업들이 모토롤라와 파나소닉, 필립스, HP, 소니, 도시바 등 세계 굴지 업체들을 제치고 1, 2위를 석권했다는 것은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CES에서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기세를 떨친 반면, 우리 기업들은 뒷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력에서는 물론 디자인에서도 열세를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도입된 기술을 갖고 일본 제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원천 기술력이 워낙 열세인 데다 가공(加工) 기술마저 뒤떨어지니 우리 제품은 ‘천박한 싸구려’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도 IT 분야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고, 소재, 부품, 금형, 마무리 등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마치 사물의 안과 밖처럼 기술과 디자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지털 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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