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잔뜩 움츠려 있던 주요 경제지표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정부는 물론 경제 주체들의 기대감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비관적으로 치닫던 각종 경제연구소들의 경제 전망도 당장 올해는 아닐지라도 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급기야 한국 경제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조심스런 기대심리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주요 경제지표에서 먼저 찾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섰고, 금리가 오르고 있는 한편 서비스업 생산 동향도 상승하고 있다. 또 수출 증가율과 기업 및 소비자 경기기대지수 역시 긍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액과 백화점 매출, 상용차 판매 등 직접적인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각종 경제지표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지표 변화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463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월 중 제조업 업황 BSI(실사지수)는 전달 71보다 소폭 상승한 74를 기록했다. 또 2월에 대한 업황 전망 BIS도 69에서 73으로 상승했다. 비제조업의 1월 중 업황 BSI 역시 65에서 66으로, 2월 업황 전망 BSI는 62에서 67로 모두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실사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부진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매출 증가율 BSI도 1월 중 86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으며, 2월 전망 BSI 역시 83에서 84로 미약하나마 상승했다. 

 기업경기 조사는 기업가의 현재 경기 수준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 등을 설문 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경기예측기법의 하나로 조사 결과인 기업경기 조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BSI)가 기준치인 100인 경우 긍정적인 응답 업체 수와 부정적인 응답 업체 수가 같음을 의미하며, 100 이상인 경우에는 긍정 응답 업체 수가 부정 응답 업체 수보다 많음을, 100 이하인 경우에는 그 반대임을 나타낸다. 따라서 BSI가 100을 초과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업 실사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신용카드 이용액과 백화점 매출이 증가하면서 기업들도 체감경기 회복세를 느끼기 시작했거나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내수 전망을 보면 보다 구체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 주요 유통업체 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 대목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대목 기간 중 인터넷쇼핑, 할인점을 중심으로 유통업체의 매출이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대목 기간 중 매출이 지난해 설을 앞둔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설 대목 일주일 기간 중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본 유통업체는 인터넷쇼핑과 대형 할인점으로, 인터넷쇼핑은 저가 품목 위주로 전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3.0%가량 늘었고, 대형 할인점은 선물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전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4.0% 증가했다. 백화점 역시 설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11.3% 증가하는 등 설 대목을 맞아 모처럼 훈풍이 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내수 경기 회복과 관련해 유통업체들은 ‘이번 설 대목을 계기로 향후 내수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75.7%로 높았으며 ‘설 대목과 향후 경기는 무관하다’(18.2%), ‘설 대목 경기만 반짝하고 오히려 서서히 하락할 것’(6.1%)이라는 응답은 현저히 낮아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설 대목을 맞아 경기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모두의 바람대로 소비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면서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와 경제 주체의 자신감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 회복의 징후는 비단 유통업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3개월째 곤두박질쳤던 중고차 판매도 지난 1월 회복세로 돌아섰다.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고차 판매대수는 8213대로 한 달 전 6984대보다 17.6% 증가했다. 또 지난해 1월 판매대수인 6523대와 비교하면 25.9%나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즐겨 찾는 화물차와 버스가 각각 842대와 697대가 매매되는 강세를 보였다. 소비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을 비롯한 창업 열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전국 7대 도시의 신설 법인을 집계한 결과 지난 1월 중 이들 지역에서 총 2798개 업체가 문을 열었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19.2%, 지난해 12월보다 26.0%가 증가한 것으로 소비 증가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돼 창업 심리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신평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 설이 끼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되살아나고 있다. 재경부 발표에 따르면 설비 투자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자본재 투자 규모가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0.8% 급증하면서 5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2월 소비자기대지수 역시 전월 대비 5.2포인트 상승한 90.3을 기록하며 연초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체감지수에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IMF, ‘올해 내수회복 된다’진단

 그동안 한국 경제는 큰 폭으로 증가한 수출에 의지하고 있었다. 반대로 내수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으며 체감경기를 급격히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 부진의 이유로는 가계 부채, 소득 양극화, 고용의 질 악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경우 보다 중요하게 소비심리의 경색이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때문에 소비심리를 견인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요구였다. 즉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에서 소비자들이 신뢰를 갖게 하고 자신감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재정 조기 집행 등 경제 살리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고, 올 들어서는 ‘경제 올인’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경제는 올 초부터 서서히 봄기운을 타기 시작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2월 초 ‘경기 상승세 반전’을 선언했고, 지난 연말 올해 경기 전망에 난색을 표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놓는 등 경기 회복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거름주기가 한창이다.

 또 2월6일과 7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 아시아지역 특별총재회의에 참석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중 내수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내수 회복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총재는 내수 침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가계 부채 조정 작업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가계 부채로 파생된 부작용들도 점차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내수 회복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단 정책 당국자들뿐 아니라 해외 경제 전문가들과 경제기관에서도 한국의 경기 회복을 점치고 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였던 투명성 부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들의 투자 부진 해소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혀 낙관론을 폈다. 또 “테러사건만 없다면 올 하반기부터 기업 투자는 살아날 것”이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올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천명한 경제 ‘올인’ 전략이 침체된 국내 경기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급진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한 보고서를 펴낸 외국계 투자은행인 리만 브러더스도 “고유가와 내수 회복 지연, 중소기업 부채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들이 더 많다”는 입장을 취했다.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내수 회복과 함께 내년 이후 5%대 성장을 예측하기도 했다. IMF는 2월13일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내수가 올해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각각 4.0%와 5.2%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2007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5.5%에 달하며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5.3%와 5.2%로 5%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3.0%를 계속 유지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IMF 보고서의 예측이다. 

 아울러 무역수지에 대해서는 올해 367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하는 데 이어 내년과 2007년에는 각각 351억 달러, 32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겠지만 2008년 이후에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한국과 비슷한 신용 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전례로 비춰볼 때 가계 부채가 조정되면서 올해 민간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기업의 높은 설비 가동률과 수익률은 투자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L자형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던 한국 경제가 급기야 U자형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는 단계라는 평가다.

 거시적 안목의 정부 정책이 관건

 그러나 모두가 최근의 경제지표 호전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만은 또 아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각종 지표에 긍정적인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역별, 업종별, 기업 규모별, 소득 규모별로 편차가 심해 전반적인 ‘훈풍’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봄바람이 불고 있는 곳은 대기업과 서울 및 수도권 지역, 그리고 고소득층에 편중된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가계 부채나 신용 불량에 따른 소비 위축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의 상승은 연말 및 설 전에 풀린 특별 상여금에 따른 반짝 효과라는 시각에도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인 소비나 기업 투자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수출 경기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4%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번 부사장의 이 같은 전망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최근의 경기 회복 분위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이자 비판론자인 앤디 시에도 “한국 소비는 경기 순환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어 회복이 미미하고 유연성이 부족한 노동시장도 소비심리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IMF 역시 한국이 외환 위기 이후 시장 지향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해 왔음에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여전하다며 이것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는 지표에 의해 일희일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표에 의해 성장을 예측한다는 게 무의미하다”고 일갈했다. 

 결국 최근 경제지표의 청신호에도 한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의 이면에는 정책 당국에 대한 책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IMF는 “이른바 관료집단의 ‘유비쿼터스 핸드’(Ubiquitous Hand)가 가계 부채, 중소기업 부실, 대기업 투자 기피 현상 등의 원인”이라며 이 같은 문제들로 한국의 성장 엔진은 대부분 멈춰 섰으며 결국 수출에만 의존하게 됨으로써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성장을 촉발할 수 있는 거시경제적인 촉발제 공급과 함께 가계 소비 장려, 중소기업 지원, 기업 투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종합투자계획 성공 여부가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중국 등 신흥 라이벌 등장에 따른 경쟁 격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저성장, 중앙 집중식 경제 운용 등이 한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다시 불거진 북핵문제는 2003년의 악몽을 되살리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고 있다.



 생산 및 소비 주체의 적극적 경제활동 필요

 물론 북핵문제는 경제에 아직 적신호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 또 2003년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국가위험도가 부각됐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글로벌 경기가 하락 국면에 있었고, 이라크전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됐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큰 폭의 상승을 시작했고, 국내 경기는 내수 버블의 거품이 붕괴되는 등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처럼 낙관론과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년여 만에 되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자는 데에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단기적인 부양보다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과 고용 확대라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또 정부와 함께 민간의 생산 및 소비 주체들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모처럼 들려오는 희망 섞인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은 경제 주체들의 몫이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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