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 WAR.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진출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금융권을 언론에서 ‘전쟁’ ‘빅뱅’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김승유(62) 하나은행 행장을 만나 2005년 금융계 현안과
‘뱅크워’를 앞둔 전략을 들어봤다.
 국 펜실베니아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라커 교수가 “CEO 브랜드가 10% 좋아지면 주식 가치는 24% 증가한다”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해 CEO 주가를 공식화한 적이 있었다.

 물론 데이비드 라커 교수가 CEO 주가를 수치로 풀어내기 이전부터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최고 경영자의 경영 능력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변수 중 하나였다. 휴렛팩커드(HP)사가 신임 CEO로 루슨트테크놀로지 사장인 칼리 피오리나를 영입한다고 1999년 발표했을 때, HP 주가는 2달러68센트 뛰었고 루슨트의 주가는 1달러87센트 떨어졌다는 일화는 CEO 주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민국에서도 CEO 주가가 미미하지만 존재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CEO 주가가 반영되곤 하는데, 지난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물러나며 국민은행 주가가 빠졌던 것,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취임하며 우리은행 주가가 올랐던 점들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권 최고의 CEO 주가는 ‘김승유 주가’다. 그가 행장으로 취임한 97년 2월27일 하나은행 주가(종가 기준)는 7806원이었다. 김 행장이 연임을 거듭하며 8년이 지난 현재(1월14일) 주가는 2만6400원. 재임기간 동안 238.2%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권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은행장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수치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은행의 대한투자신탁증권 인수가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이 시작되면, ‘김승유 주가’의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그의 실적 때문도, 금융계의 대표적인 CEO란 타이틀 때문도 아니었다. ‘BANK WAR’란 표현 때문이었다. 2005년 금융권을 두고 언론은 ‘전쟁’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빅뱅’이란 단어도 보인다. 지난해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넘어갔고, 제일은행이 SCB에 인수됐다. 여기에 HSBC도 외환은행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시적인 투기 자본이 아니라 외국계 은행이 한국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외국계 은행의 진출로 국내 금융권은 말 그대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주도권 다툼에서 질 경우 최악의 경우 퇴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행장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승유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그에게 ‘뱅크워’란 현안에 대해 취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앞두고 금융지 <유로머니>가 하나은행을 한국 최우수 PB로 선정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언론들은 하나같이 씨티은행을 눌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은행권 전쟁의 전초전 같은 느낌이었다.

 1월14일 오전 7시30분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사옥의 집무실에서 김 행장을 만났다. 요즘 김 행장이 중소기업을 방문하느라 일정이 촘촘히 짜여 있어 이른 시간밖에 짬이 없었다. 준비된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계적인 금융지 <유로머니>가 하나은행을 한국 최우수 PB로 선정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먼저 축하드리며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본격적으로 PB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5년부터이지만 하나은행의 VIP 고객에 대한 영업은 투자금융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노력과 노하우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비교 대상에 저희보다 PB 부문에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하나은행 PB 부문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직원들이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특히 씨티은행을 제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데 그 비결과 향후 비전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가 VIP 고객 시장입니다. 고객 개개인별로 지금보다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만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CRM과 상품 분야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연초 은행장들의 신년사를 보며 전운이 감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 행장께서도 한 인터뷰에서 “자칫 외국계 은행에 국내 시장을 다 내줄지도 모른다. 10년 뒤 한국의 은행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럽다”고까지 말씀하셨고요.

금융의 속성은 신용을 파는 장사인데 신용이라는 게 무형자산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또 개별 은행이 국가 신용도를 능가할 수가 없어요. 대한민국 신용도가 A니까 대한민국의 은행들은 A 이하란 신용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이전까지 트리플 B였던 은행이 더블A 신용도를 가진 씨티은행에 인수되며 A플러스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은행들은 아무리 잘해도, 실제로 더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도 트리플B플러스가 한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신용도는 펀딩 리스크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김 행장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진출에 대해 “시장 개방은 대세이며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은 당연한 일”이지만, “외국계 은행에 전국적 영업망을 너무 쉽게 내주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은행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이해돼야 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졌어야 하는데 너무 급격히 시장을 개방했다는 게 김 행장의 부연 설명이다. 또 대한민국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중 이 정도로 금융시장을 개방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 김 행장의 주장이다.



 외국계 은행 진출에 따른, 하나은행의 경쟁력 제고 방향과 방법은 무엇입니까?

 글로벌적인 측면만 보면 그들의 경쟁력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고유성에 대한 이해와 정보에 있어서는 우리가 앞서 있습니다.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고객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적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 즉 스피드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릴 계획입니다. 그들의 고객별 차별화 전략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 CRM 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재 현장 적용 테스트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외국계 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동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금융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맞설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김 행장께서 추진하고 있다는 ‘동아시아 리딩 금융그룹’ 플랜에 대해 질문해야겠군요.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위한 실행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일단 출발은 중국 시장입니다. 이미 현지 법인인 칭타오국제은행을 필두로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생산 기지인 중국으로의 기업 집중화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을 잃으면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도 상실됩니다. 올해에는 중국 본부를 신설하여 중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인데, 칭타오국제은행은 현지에 토착화된 은행으로 키워갈 예정입니다. 거대 금융자본의 진출에 대한 대응은 동아시아 각국 금융기관들의 공통된 고민이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나은행이 리딩뱅크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리딩뱅크의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는 규모만을 기준으로 주로 리딩뱅크를 논하고 있지만, 지의 평가 기준만 봐도 자산 규모, 자본 건전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같은 다양한 지표들이 있고 이들로 은행들의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규모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리딩뱅크가 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예전의 하나은행 캐치프레이즈였던 ‘작지만 좋은 은행’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규모도 커졌습니다(웃음).

 

 하나은행이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라고 판단하고 계십니까?

 강점은 VIP 시장을 선도해 온 경험과 노하우, 건전한 자산 구조와 리스크 관리 능력, 빠른 시장 대응력과 빠른 의사 결정, 도전적이며 위기에 강한 기업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단점은 규모의 경제에 미흡하다는 것, 금융그룹으로서의 역량이 은행 부문에 편중돼 있다는 것, 외국계 은행에 대비해 신용등급 등 기초 경쟁력에서 선천적(?)인 핸디캡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98년 6월 충청은행, 98년 9월 보람은행, 2002년 9월 서울은행을 연이어 흡수하며 8년 만에 자산 기준으로 8조7000억원에서 93조4000억원의 은행으로 키웠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인수도 중요하지만 인수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융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말인데, 하나은행의 경우 이를 어떻게 이뤄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이 되었다는 의미죠. 가족이 된다는 의미는 차별이 없음을 의미하고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차례 합병의 과정에서 저의 진의가 이해되는 데 시간적인 길고 짧음은 있었지만 결국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의미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방향은 곧 목표이며 비전이죠. 명확한 비전의 제시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던 것도 주효했다고 봅니다.



 기업문화를 말씀하시는 듯싶은데, 하나은행에 어떤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하셨습니까?

 하나은행의 창업정신이 ‘자주, 자율, 진취’입니다. 이 창업정신을 구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또 규정보다 중요한 게 무엇을 생각의 중심에 두느냐 하는 것입니다. 은행장 취임사에 그걸 담았었는데 집무실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으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담았던 게 사람 중심, 고객 중심, 시장 중심, 성과 중심이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구성원들 간의 신뢰, 고객 만족을 위한 한마음, 시장 중심적 사고와 행동, 책임 경영이라고 할 수 있죠.



 고객, 시장, 성과란 단어는 여느 CEO로부터 듣던 단어들이지만 사람 즉 구성원을 제 일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이 독특해 보입니다. 예전 자료를 보니까 은행장으로 계시면서 일선 창구 행원들 신상까지 일일이 외우셨다고 하던데 사람 중심이란 게 그런 걸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제가 먼저 아는 척을 하니까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고, 상대를 믿고 인정하니까 불미스런 사고가 없었습니다.



 은행마다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데, 하나은행은 어떻습니까?

 올해 안에 설립이 추진될 것입니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화되면서 이제 개별금융 업종의 단일 상품과 서비스로는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종합금융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정보가 공유돼야 하는데 현행 법규상 지주회사 체계에서만 정보 공유가 가능합니다. 지주회사는 필요에 의해 준비되고 있으며 경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대한투자증권 인수가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항상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고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는 입장에선 가격만 정해지면 빨리 사는 게 좋습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지만 생선도 오래되면 상합니다.



 알리안츠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최근 두 업체 사이에 불협화음이 들립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알리안츠는 하나은행의 주요 주주임과 동시에 투신운용 및 보험 부문에서 합작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대한투자증권의 인수, 보험사 인수 추진과 같이 기존 합작사들과 영역이 중복되는 M&A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활한 의견 교환과 조정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이달 말에 뮌헨을 방문해 의견 조율도 할 계획입니다.



 수익원 다양화도 은행권의 현안일 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간접투자 상품과 모기지 론의 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 분야로의 영역을 넓히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과 SOHO 부문에 대한 경영 컨설팅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IB에 대한 하나은행의 준비 사항이 궁금합니다. 또 PEF(사모펀드)에 대한 전략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IB 분야는 현재 은행의 한 사업본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한투자증권 인수 시 하나증권을 IB 특화 증권사로 개편하여 IB 부문에 현재보다 많은 역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PEF 분야는 아직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았으나 유망한 분야입니다. 펀드 모집은 현재 구체화된 것은 없으나 추진 중에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기업 비밀이어서… 이 이상 이야기하면 감사에 걸립니다(웃음).



 올 사업 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올해 신년사에서 2005년의 핵심 과제는 ‘차별화’와 ‘성장’으로 선언했습니다. 차별화를 위해 CRM과 상품의 다양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또 합병 후속 작업과 리스크를 감안해 지난 2년간 저속으로 성장 엔진을 가동했는데, 2005년부터는 성장 엔진에 재가속을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장수 은행장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그 이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전문 경영인의 거취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주들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한동안 침묵하다) 71년 사회의 첫발을 이곳에서 디뎌 임원으로만 25년, 행장으로 8년을 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 20명이었습니다. 지금은 1만명이고요. 제 자식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애착이죠. 하나은행이란 조직을 떠난 저를 생각하기가 참 힘듭니다. 하나은행에서 아직 저의 역할이 남아 있다면 백의종군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인데…. 하나 확실한 것은 다른 곳에서 제 능력을 팔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김승유 행장 앞에는 ‘비즈니스의 달인’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그의 좌우명은 ‘기본에 충실하자’다. 그렇게 살아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기본, 정도, 사람 중시… 이런 단어들이 비즈니스에서의 성패에 어떤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는지는 한참을 연구해야 할 과제일 터이다. 그러나 그런 단어들을 소신으로 가지고 살아온 김 행장이 비즈니스의 달인으로 통한다는 것은 여하튼 기분 좋은 일이었다.

정리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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