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재계가 눈여겨볼 행사가 있다. 제8차 세계화상대회다. 전 세계 6000만 화교권 경제인들이 다 모인다. 유동자산만 3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화상들의 ‘경제올림픽’이다. 1997년 4차 대회 개최지였던 캐나다 밴쿠버가 대회 후 ‘홍쿠버’(홍콩+밴쿠버)로 변모했듯 한국으로선 화교 자본을 끌어들일 절호의 기회다. 지난 1월 4일 원국동 한국중화총상회 회장을 만나 세계화상대회 서울 유치 의미와 화교 자본 유치 전략을 들어봤다.

 원국동 회장이 밝힌 제8차 세계화상대회 개요

 언제 : 2005년 10월 9일~12일

 어디서 : 서울 코엑스

 참가자 : 전세계 화상 4500여명

 예상 관광수입 : 292억원

 기대효과 : 리치밸리 20억달러 유치 협의

 화교자본규모 : 3조 3000억 달러




 “화교 자본이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북상 중입니다. 한국이 기회를 살렸으면 합니다.”

  원국동 한국중화총상회 회장(47)은 한국 내 화상 대표다. 그의 직업은 한의사. 원광대 한의학과 77학번이다. 다른 나라 화상 대표처럼 그 나라 재계를 주무르는 기업가 출신이 아니다. 화교 자본의 불모지 한국엔 이렇다 할 화교 재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중화총상회 회장이란 타이틀만 갖고도 그는 거물급 인사다. 인맥이 탄탄하다. 1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보낸다. 화교 자본의 쌍두마차 격인 곽릉주 싱가포르중화총상회장과 훠전환 홍콩중화총상회장과 직접 통한다. 국내 화교 자본 유치의 가교역으로선 제격인 셈이다.

 한국 관료를 만나도 장관이나 대사가 파트너다. 실제 지난해 연말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최초의 ‘한국 투자 설명회’(상하이) 때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과 대동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 친한파다. 부친은 한국전 때 미군 대위로 복무한 원소화 씨(작고)다. 1·4후퇴 때 대구에서 어머니 이점숙 씨(작고)를 만나 포천에서 그를 낳았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 애정이 깊다. 원 회장은 “한국은 2005년 불황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이 결정된다”며 “10월 화상대회도 하나의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영국, 마카오 등을 따돌리고 제8차 세계화상대회를 처음 한국에 유치했는데요.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요.

 마치 88 서울올림픽 때 일본 나고야를 꺾고 서울로 유치했던 역전 드라마의 재판이었습니다. 2001년 6차 대회(중국 난징) 때 이미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가 2005년 8차 개최지는 일본 고베로 발표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죽자 살자 뛰었죠. 일단 결정권을 갖고 있는 3개국(싱가포르, 홍콩, 태국) 중화총상회 회장을 공략했습니다. 먼저 싱가포르 곽릉주(郭令裕) 회장(싱가포르 홍릉그룹 회장)을 찍었죠. 사실 그는 99년 서울 힐튼호텔을 인수했고 명동 센트럴빌딩과 서울시티타워를 인수한 지한파였죠. 그를 설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증쉔즈 홍콩중화총상회 회장(골드라이온그룹 회장)이었죠. 삼고초려하며 매달렸습니다. 2003년엔 증쉔즈 회장 아들의 결혼식에까지 찾아가 선물도 주고 했더니 “알겠다”고 짧게 답하더군요. 그제서야 긴 숨을 내셨습니다.(태국은 일본과 친해 아예 포기했다고 했다. 결국 2대1로 역전승한 셈이다.)



 혼자 유치하기엔 어려웠을 텐데요.

 물론이죠. 한국 정부 역할이 컸습니다. 당시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현 한국생산성본부회장)과 당시 함명철 싱가포르 대사(현 서울시국제관계자문대사)가 고생이 많았습니다.



 2007년 제9차 대회를 유치하면 되는데, 왜 굳이 8차대회를 고집했는지 궁금한데요.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가 2005년이 갖는 의미입니다. 2005년은 노무현 정부 중기 집권기이자 경제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2007년은 이미 임기 말이라 그때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봤죠. 둘째는 지금이 한-중 관계가 가장 ‘따뜻한’ 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흑자액이 지난해 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중국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 중국 BOE전자의 하이닉스 TFT-LCD 인수 등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을 지피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습니다.  셋째는 지금 한국 경제 사정상 외자 유치가 가장 절실한 때라고 봤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할 때 외자 유치가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 세계 화상들에게 투자 면에서는 일본보다는 한국이 훨씬 매력적(그는 ‘다이내믹’이란 용어를 썼다)이란 점을 강조했지요.



 세계화상대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전망한다면 어떻습니까?

 올해 10월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간 서울 코엑스에 열립니다. 현재 예상하는 참가 규모는 4500여명에 달할 것입니다. 관광 수입만 292억원 정도입니다. 현재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는 ‘리치밸리’(100만평 부지에 아시아판 비버리힐스를 지향하는 차이나타운) 건설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유치 협의도 할 계획이구요. 단순히 이번 행사에서 얼마를 뽑겠다는 것보다는 6000만 화교권 경제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는 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곧 3조3000억달러(3조6000조원)에 달하는 화교 자본의 한국 유치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97년엔 캐나다, 99년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화상대회가 열렸는데요. 화상대회 후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는 어땠는지요. 이를 보면 한국 개최의 효과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캐나다 밴쿠버의 별칭이 뭔 줄 아시죠? ‘홍쿠버’입니다. 홍콩과 밴쿠버를 합친 말이죠. 그만큼 밴쿠버가 홍콩화됐다는 뜻입니다. 실제 홍콩을 포함한 중국 이민자가 밴쿠버에선 가장 많습니다. 이는 97년 제4차 화상대회가 밴쿠버에서 열린 직후 일어난 현상입니다. 이를 위해 캐나다 정부는 각고의 노력을 했죠. 당시 크리스티앙 총리는 화상대회의 산실격인 싱가포르에 매일 전화 다이얼을 돌렸을 정도였죠. 그때를 전후해 홍콩인들이 대거 밴쿠버에 입성했습니다. 때마침 97년은 홍콩의 중국 반환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중요한 건 홍콩 서민이 아닌 부자들이 유입됐다는 거죠. 지금도 밴쿠버를 걷다 보면 벤츠와 포르셰 컨버터블을 끌고 다니는 20대 중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침체를 겪고 있던 캐나다 부동산 경기는 일약 상승세로 급반전했죠. 99년 화상대회를 개최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역시 당시 홍콩과 대만 화상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모두 최근 경제가 살아난 것도 화상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화상 1세대서 2세로 경영권 이양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상을 소개한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습니까?


 화교 자본은 세계적으로 유대 자본 다음 가는 거대 자본입니다. 과거엔 부동산과 물류, 금융 등 서비스업에 치중돼 있었는데 최근엔 IT, BT 등 지식산업 쪽으로 투자 방향을 틀고 있죠. 유명 화상으로는 세계 23위 갑부인 홍콩 리카싱 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허치슨포아(이동통신)와 청쿵실업(생명과학), 홍콩일렉트로닉홀딩스(전력 공급) 등은 각각 세계 화교기업 순위 1, 2, 4위에 올라 있습니다. 대만엔 금융계를 주무르는 차이완린 가족이 있고, 말레이시아 겐팅하이랜드의 림콕통 가족, 인도네시아 림씨그룹 림사오량 가족, 태국 화교은행의 첸유한 가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화상 1세대가 노화하면서 경영권이 2세로 승계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화상들에게 비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한국을 잘 모릅니다. 화상 경제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라로는 유일한 셈이죠. 그들은 한국을 아직도 데모나 하고 노사 분규가 많은 나라, 분단으로 인해 투자했다가 돈을 잃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수준입니다.



 동남아에선 화교 자본이 석권 중인데요.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아시아 1000대 기업 중 화교가 경영하는 기업은 520여개나 됩니다. 동남아  국가들이 대부분 속지주의를 채택해 화교를 자국민화한 반면 한국은 혈통주의를 택해 철저히 배제했죠. 그 결과라고 봅니다. 대표적인 게 1961년 ‘외국인 토지 소유 금지법’ 시행입니다. 이에 따라 토지를 소유한 외국인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1970년엔 ‘외국인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돼 화교 1가구에 1주택 1점포만 허용됐죠. 그것도 주택은 200평 이하, 점포는 50평 이하만 소유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뿐입니까. 취득한 토지의 건물은 자신만 사용하고 타인에게 임대조차 못했습니다. 한국에는 영주권 제도가 없어 외국인으로서 ‘외국인 출입관리법’을 따라야 했죠. 외국인은 거주자와 비거주자로 분류되고 거주자도 2년에 한 번 비자를 받는 까다로운 조건이었습니다. ‘그냥 와서만 살아라’는 뜻이지 ‘와서 잘 키워 봐라’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그는 한국이 외국인에 대해 너무 배타적이었고 지금도 완화되긴 했지만 배타성은 여전하다며 분통해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한국 내 화교 자본 규모와 대표적 기업을 소개한다면 어떤 회사들이 있습니까?

 (약간 뜸을 들이며) 뭐 별로 없죠. 다 아는 얘기 아닙니까.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 특수한 배경을 갖고 있는 화교를 빼면 이렇다 할 화교 기업가는 없는 셈입니다.



 현재 한국 내 화교 인구는 많이 늘고 있습니까?

 화교 숫자도 2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었습니다. 주한 대만대사관 통계에 따르면 재한 화교 수는 1980년 2만9254명이던 것이 2001년 현재 2만2917명(법무부 집계 F-2 비자 대만인 거주 현황)으로 오그라들었습니다. 90년 2만2842명에서 소폭이나마 늘어난 것도 그나마 98년 200평 이하 소유를 제한했던 외국인 부동산 관련 법규가 풀렸던 덕분입니다. 세금 낼 땐 한국인, 권리 주장하면 외국인인 셈이죠.



 일본도 화상을 유치하긴 힘들었을 텐데요. 일본 화상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만.

 한국은 일본한테 배워야 합니다. 중국인들은 일본에 대해선 역사적으로 적 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유리할 게 없다는 얘기죠. 80년대까지는 일본도 화상 규모가 보잘것없었습니다. 화교 숫자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5만명 정도였죠. 그러나 일본은 80년대부터 화상을 키워 왔습니다. 대표적인 게 중국 유학생 유치 전략입니다. 10만명 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졸업 후엔 직장을 찾아줬고 창업 지원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지 정착시켜 일본을 잘 아는 화교 기업가를 키워낸 셈입니다. 현재 일본엔 50만명에 달하는 화교들이 있습니다. 일본 최대 난제가 디플레 문제인데, 화상들이 최근 증권사와 은행들을 대거 사들였지요. 일본 디플레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일본은 이제 이들을 앞세워 중국에 진출하는 데 막대한 득을 보고 있는 셈이죠. 20년 투자해서 100년 앞을 내다본다고 할까요. 일본 사람들한테 참 배울 게 많습니다. 한국으로선 한발 늦은 셈이죠.



 특히 어떤 점에서 한국이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외국인 투자 문제만 해도 그래요. 일본 공무원들은 외국인 투자자를 받을 땐 사무실을 만들어 줍니다. 15일 정도 공짜로 방을 빌려 주죠. 거기에다 각종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담 직원까지 붙여 주지요. 한국도 최근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멀었어요. 한국에선 외국인 투자자, 특히 화상에겐 의심의 눈초리부터 날리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핵심 기술을 훔치러 온 사람들 아닌지’ 하는 식이죠. 이래 가지고 경쟁이 되겠습니까. 미국과 영국 자본들에는 안 그러면서 유독 화상들에겐 심한 것 같습니다. 중국을 너무 얕잡아보는 건 아닌지… 원. (이쯤에서 인터뷰 자리를 강남 역삼동 사무실에서 인근의 고깃집으로 옮겼다. 전날 폭탄주 20여 잔을 마시는 등 과음한 탓이다. 그는 술을 마신 다음날 고기로 속을 푸는 독특한 해장법을 갖고 있다.)



 한국은 21세기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동북아 허브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요.

 허브는 겉으로 봤을 땐 ‘관문’을 뜻하지요. 그 속뜻은 그러나 ‘자유’입니다. 누가 더 개방하느냐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허브가 되려면 더 열어야 합니다. 노비자 노택스(tax)는 기본이지요. 해고도 자유로워야 하고 자본 유출입도 더 쉬워야 합니다. 가령 경제특구에 외국 병원, 외국 학교, 카지노 등을 유치하는데 외국인만 상대하라고 하면 오지 말란 얘기 아닙니까. 현재 한국에서 하려는 경제자유구역 등 정책들은 싱가포르 등에선 벌써 10년 전부터 해온 것들입니다. 한국은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한국과 화상이 서로 상생(윈-윈)하려면 어떤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화상 규모가 대단하지만 아직은 금융과 부동산 등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죠.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 나라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전부 쟁쟁한 회사들 아닙니까. 한국은 금융 자본을 유치하고 화상들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나 같은 사람을 많이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하하)



 한국에서 외국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국은 아직 외국인과 공생하는 지혜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함께 파이를 키워 서로 더 많이 나눠 갖자는 시각보다는 왠지 손해 내지는 착취당한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나 봅니다. 외국인이 지난 3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상장 우량 주식 투자를 통해 30조원 상당 수익을 얻었다느니, 외국인이 여의도 몇 배의 땅을 취득했다는 등 보도는 이런 심정의 발로 아닐까요. 얼마 전 하이디스(하이닉스의 TFT-LCD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회사)를 인수한 BOE 리동승 회장을 베이징에서 만났는데요. 그가 그럽디다. 한국은 분명 기술력이 뛰어나고 노사관계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사업하기 좋아졌다고요. 이젠 한국도 외국인을 남이 아닌 파트너로 보는 심정적 인식이 시급해 보입니다.



 특히 어떤 점을 한국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중국 사람들의 유연한 마인드를 배워야 합니다. 대학을 예로 들지요. 베이징에선 대학에 나이 많은 정교수 연봉이 한국 돈으로 약 800만원 정도 됩니다. 반면 미국 유학을 갔다 막 대학에 조교수로 들어와도 연 4000만원 수입이거든요. 한국 사회에선 이런 풍토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기업인들이나 한국 지인들도 많이 계시지요.

 거의 없습니다. 정부쪽 인사들은 좀 알아도… (재차 그래도 몇 명 있지 않느냐고 되묻자) 앞으로 많이 알게 되겠지요.



 영종도에 차이나시티를 건설할 계획인데요. 현재 진행 상황을 말씀해  주신다면.

 총 공사비 2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건설 계획이죠. 2005년 토지 매수, 2006년 착공, 2010년 완공할 계획입니다. 한국중화총상회컨소시엄과 인천도시개발공사가 80대20 비율로 합작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우선 5억달러를 화교 자본을 유치, 착공 재원에 쓸 생각이구요. 이를 위해 1월20일에 중국 현지에서 10위권에 드는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10여사를 초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중국 1위 완커부동산개발그룹 왕쓰 회장과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3위 완통그룹 펑룬 회장도 올 계획이죠. 처음엔 홍콩과 싱가포르 화상들에게 ‘구애’를 했는데, 이들은 화상 2, 3세들이라 그런지 의외로 보수적이더군요. 그래서 방향을 틀어 모험정신도 있고 공격적인 중국 본토 재벌들로 타깃을 바꿨습니다. (그는 사실상 이들이 리치밸리 투자에 구두로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원 회장은 화상들에게 “세컨드 홈을 영종도에 짓자”며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재벌이 동남아 화상보다 공격적

 

 중국 재벌들이 관심을 갖는 한국 내 투자 분야는 어떤 쪽입니까?


리치밸리에도 물론 관심이 있고요. 주로 제주도 땅이나 특히 호텔과 골프장, 리조트 쪽에 입맛이 당기나 봅니다. 이번 방한 때도 제주도 일정을 잡았지요.



 한국정부에 투자이민법 등 특별한 우대책 마련까지 조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로마가 1000년 제국을 건설한 이유를 아십니까. 시민권이란 당근을 줬기 때문입니다. 투자이민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특히 의사와 교사에겐 무조건 줬습니다. 당연히 자본과 사람이 몰리는 곳에 번영이 있는 법입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일본과 홍콩, 중국까지 (화교의) 투자이민 유치를 나서고 있는 판국에 한국이 마다할 이유는 뭔지 궁금합니다. 문제는 중국, 일본, 홍콩 환경이 한국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이죠. 한국도(화교) 부자를 유치해야지, 동남아 노동자만 수입해서야 되겠습니까.



 오랫동안 한국에 살면서 느껴온 한국 경제의 강점과 약점을 지적한다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매우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죠. 전자뿐 아니라 자동차, 화학, 철강 등에서 세계적 수준입니다. 주위 중국 기업가들도 한국을 방문하고 나면 놀라곤 하죠. 중국 신희망그룹의 류용하오 회장도 지난해 한국 산업 시찰을 한 후 중국 국무원에서 한국을 발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특강을 할 정도였죠. 반면 금융과 유통,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서는 화교권 국가보다 훨씬 약한 것 같습니다.



 강소국으로 분류되는 대만과 비교하면 한국의 사업 환경이 어떻습니까?

 철저히 기업가 입장에서 말해 보면 인건비는 확실히 비싼 편입니다. 한국 대졸 초임이 대만에 비하면 약 40%는 높은 것 같아요. 1인당 소득은 대만이 1만6000달러 수준으로 더 높은 데도 말이죠. 국민소득 3만달러의 싱가포르와 거의 비슷합니다. 공장 공동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은 최근 한류에 대한 기대도 있습니다. 실제 화상들이 느끼는 한류가 실존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실재하지요. 2000년대 초만 해도 홍콩에 가면 MTV에선 절반이 한국 노래였죠. 그런데 요즘은 10곡 중 한두 곡 정도입니다. 이제 (바람이) 일본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돌고 도는 듯합니다. 한류를 이용해 핸드폰 등 한국 상품을 파는 것보다는 한류의 문화 콘텐츠 질을 높여야 롱런할 듯싶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오늘 못 다한 말은 다음에 더 얘기하시죠.





 그에 대한 인상은 한의사라기보다 비즈니스맨의 느낌이 컸다. 실제 그는 지난해 중국 무한의 바이오테크 회사에 투자해 놓은 사업가다. 국내선 83년 인천에 세운 성유당중국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한때 한의사를 7명이나 둘 만큼 장사가 잘 됐지만 지금은 한 명밖에 없다. 그 자신도 화상대회 준비 탓에 토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만 진료를 본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아무리 많아도 그는 화교다. 국적도 대만이다. 지난 연말 방중 땐 김하중 주중 대사와 농담 섞인 설전도 벌였다. 김 대사가 “중국은 한국을 따라올 수 없다”고 하자 원 회장은 “농담 마시라”며 “곧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축구광인 그에게 “한중전이 열리면 누구를 응원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차이나”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와 같은 친한파를 우리는 많이 키워야 한다.





▶ 세계화상대회

전 세계 6000만 화교권 경제인들의 ‘경제올림픽’으로 불린다. 모토는 전 세계 화교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경제 협력 강화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주창으로 지난 1991년부터 격년으로 열린다. 1차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열렸고 지금까지 홍콩, 태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돼 왔다. 2005년 8차 대회는 한국이 개최지다.



▶ 리치밸리

2004년 원국동 한국중화총상회 회장이 영종도에 중국 및 동남아 부유층 화상과 국내외 유명 스타 등이 거주할 아시아판 비버리힐스를 조성하자는 제안에 따라 수면 위로 부상한 사업. 영종도 운북동 일대 100만평에 조성될 현대판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으로 지난해 3월 인천시와 한국중화총상회 간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주요 사업 내용은 30만평 고급 주거시설(인구 3만명 이내)을 갖추고 호텔과 카지노, 쇼핑시설 등을 세워 화상들에게 고품격 비즈니스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0년 완공할 목표를 갖고 있다.



박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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