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 통상 ‘금리’라 칭하는 것은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을 맞바꿀 때 사용하는 교환비율이라 할 수 있다. 즉, 현재 보유하고 있는 돈을 미래에 사용하기 위해 아껴둘 때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돈의 가치변화에 대해 누구나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이며, 이를 산술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금리’인 것이다.

 따라서 금리를 결정할 때는 미래에 돈의 가치를 변화시킬 만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경기나 물가수준 등 향후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돈을 아껴 미래에도 소비할 수 있는 능력에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대여자와 차입자 간의 암묵적인 동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래에 소비하게 될 시점도 중요한데, 현재로부터 그 시점이 멀어질수록 돈의 가치변화에 있어 불확실한 면이 커지고, 반대로 가까울수록 돈의 가치 변화에 대해 보다 안정적이고 정확한 기대를 할 수 있다. 결국 경제여건이 현재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소비하게 될 시점(만기)을 보다 멀리 잡을 때 대여자는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한-미간 금리가 만기에 따라 비슷해지거나 역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상과 같은 기본개념에 따른다면 최근 양국 자금시장의 대여 및 차입자들은 미래시점의 돈의 가치에 대해 기간별로 유사하거나 특정만기에 있어서는 미국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림1>에서와 같이 최근 1개월간 한-미 채권시장에서 기준 채권인 국채 시장금리의 차이는 만기 10년 이내에서 -0.11~0.50%포인트로 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2004년 말에 이미 역사상 처음으로 3년, 5년, 10년 만기영역에서 역전 상황이 발생했지만 2005년 들어 국내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며 정상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2분기 들어서는 각 만기영역에서 재차 시장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에서 통화관리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하루짜리 금리가 미국의 통화관리위원회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인상기조로 인해 6월 이후 3.25%선에서 같아질 전망인 데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금리의 역전양상이 상당 기간 고착화될 여지가 생겼다.

 또한 최근의 경제지표로 봤을 때도 2005년 들어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한-미간 3% 초반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미국은 2005년 1분기 중에도 3.5% 정도의 경제성장세를 보임으로써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분기 중 2.7% 수준의 경제성장에 그침으로써 잠재성장률 수준 이하에서 지지부진함을 나타낸 점이 현재와 향후 자국 경제여건에 대한 한-미 채권시장의 시각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처럼 한-미간 여건차이로 인해 금리가 역전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엇보다도 국내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외환자유화과정을 통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있다. 또 해외 이주비나 증여성 송금 등의 지급한도 폐지로 개인의 외환거래 역시 대폭 자유화되어 있어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국내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만약 극단적으로 대규모의 시중 자금이 일시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해외투자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에 머물러 있던 시중 자금들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이들 시장에 매물이 속출하여 가격이 급락하고,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원활한 영업자금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한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매입수요가 몰리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바로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1997년 시점에는 단기성으로 유입된 해외자금(Hot Money)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이들 자금의 외환매입수요를 받아줄 외환보유고의 부족 등 국가적 대응능력이 취약했고, 짧은 시간 안에 금융시장 및 부동산시장의 붕괴를 맛봐야 했다. 반면 현 시점은 역사상 처음으로 역전된 한-미간 시장금리에 의해 시중 자금의 해외 이동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이 같은 일들이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위축된 내수경기 회복과 수출경기를 지탱하기 위해 정책금리의 안정적 운영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스탠스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충분치 않으며, 이에 따라 과거 쓰라린 경험상 대내외간 자금이동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주변여건은 한-미간 금리차 역전에도 시간적으로 대응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즉,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기조, 위안화 절상압력 등으로 인해 엔이나 유로는 물론 아시아 주변국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상승이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미간 금리차의 일시적 역전이 원화대비 외환수요를 증대시킨다면 일정 기간 환율반등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시킴으로써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킬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장기간 해외투자에 따른 환율변동위험을 고려할 경우 헤지 비용상 약 0.5~1.00%포인트 정도의 한-미간 금리차 역전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변국에 비해선 1.00%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리 면에서 해외투자자금의 유입이 둔화되거나 이탈할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간은 우리쪽에 서 있으며, 경기활성화를 통해 국내적으로 수익성 높은 투자여건이 조성될 경우 한-미간 금리차 역전에 따른 우려감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Plus  용·어·해·설



잠재성장률 물가상승 압력 없이 경제 내 생산능력을 활용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