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Enjoy!, E-business!’ 모바일 게임업체 E3net(주)의 의미이자, 방향이다.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E3’의 의미도 담고 있는 E3net은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게임업체다. 지난 1년여 동안 정부 표창만 6회를 수상해 게임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정부 부처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그 주인공이 E3net의 오너이자 사장인 성영숙 대표. 성 대표는 라이선스 사업 대신 직접 게임을 개발함으로써 승부수를 던진 실력파다. 그러나 ‘동전쌓기’ 게임으로 업계 Best10에 진입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Best3을 목표로 한층 더 열심히 뛰고 있는 맹렬 여성 CEO다.
 서가 지나고 무더위가 금세 시원한 바람으로 바뀐 지난 8월26일 모바일게임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E3net(주)를 방문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맥스벤처 빌딩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찾아오시는 분마다 다음에 찾아올 땐 더 잘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곤 하세요.”

 어렵게 회사를 찾았다는 말에 김민서(25) 전략기획팀장은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캐주얼 차림인 직원들에게서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가 느껴졌다.



 3위권 내 게임회사 진입 목표

 감색 정장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성영숙(43) 대표의 첫 인상은 기업 CEO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주부다운 느낌이 더 강했다. 실제 성 대표는 20살이 넘은 두 아들과 이제 막 돌을 넘긴 딸아이의 엄마다. 서울말과 부산 사투리가 절묘하게 오가는 말투에서는 푸근한 정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사업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패기와 자신감이 솟구친다. 외유내강, 그 자체다.

 E3net(주)는 모바일 게임회사 400개 업체 중에서 10위권의 회사라고 성 대표는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2000년, 자본금 9억 4000만원으로 시작해 2004년 매출액 22억원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모바일게임 ‘동전쌓기’는 140만 다운로드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단일상품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업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400여개 업체 중에서 약 5개 업체 정도만 이룬 업적이라고 볼 때, ‘동전쌓기’는 대성공인 셈이다.

 그러나 성 대표는 아직 배가 고프다. 앞으로 3위권 내 게임회사로 진입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IT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해 블랙홀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성 대표는, 2002년 게임 산업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만 해도 이 분야에는 문외한이었다. 성 대표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학생 때부터 9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며 교육사업에 몸담았다.

 그는 2000년 초 IT기업 비즈투비즈(주)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해외 관련 업체와의 M&A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IT 사업 경험은 없었지만, 사업은 어디서나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접근만 다를 뿐이에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모든 사업의 공통점이니까요.”

 이와 관련 성 대표는 “카멜레온 기질이 많아 빠르게 변화할 줄 알고, 변화의 주기를 잘 타는 것 같다”고 자신을 평한다. 그러나 본인의 표현처럼 카멜레온으로 변화된 삶을 살기에 성 대표의 사업은 결코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IT 산업은 공과대학 출신과 유통·통신 분야 인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회계학을 전공한 성 대표가 이들과 맞서기에는 전문지식이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실력을 쌓아야 했고, 모든 문제에서 정면승부를 해야 했다.

 그러나 IT 분야에 인맥은 없지만 유저가 원하고 유통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 개발만이 생존을 보장한다는 상생전략(Win-Win 전략)만은 확고했다.

 “게임 산업은 라이선스가 아니면 창작이에요. 저는 E3net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작이 좋겠다 싶었고, 그렇다면 오프라인에서도 많이 했던 게임이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게임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동전이었습니다.”

 ‘동전쌓기’라는 게임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접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쉽고 단순해 보이지만 움직이는 바에서 타이밍을 맞춰 동전을 쌓기란 쉽지않다. 한 개의 버튼으로 중앙에 정확히 맞춰야 많이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재미를 더해 게임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성 대표는 ‘동전쌓기’ 이외에 ‘동전판치기’, ‘동전퍼즐’ 등 동전에 관한 파생상품이 많은 것과 관련, 이런 아이템으로 ‘동전왕국’을 건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성 대표가 개발한 이들 게임의 가장 큰 컨셉트는 의외로 단순하다. ‘One Button, One Click(한 개 버튼, 한 번 클릭)’, 즉 접근하기 쉽고, 즐기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간편한 조작이 중요하다는 게 전부다. 성 대표는 “휴대폰의 특성상 복잡한 조작은 유저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한다”면서 “그만큼 유저들의 특성 분석이 모바일게임 산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고 확신에 찬 설명을 곁들였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 산업은 10대 후반 남성에게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즉 이들이 타깃인 것이다. 하지만 E3net은 20~30대 여성 유저들을 사로잡는 전략으로 테트리스와 같이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게임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히트상품 ‘동전쌓기’의 최대 무기도 여기에 있다.

 이렇듯 ‘동전쌓기’의 타깃과 아이템, 조작 방법 등은 성 대표가 게임 마니아도, 게임 개발자도 아니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즉 개발자의 마인드, CEO의 마인드가 아닌 유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까지가 가장 힘들었어요.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소프트웨어 쪽 일을 하더라도 휴대폰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아야 모바일게임 산업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도 그 특성을 파악해야 가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성 대표가 E3net(주)에서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쇼핑몰·온라인·모바일 사업’이었다. 그러나 쇼핑몰 피해, 온라인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난 뒤, 성 대표는 게임에 대한 비전만을 보고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향했다. 한 사업에 ‘올인(all in)’한 결과, E3net(주)은 기술력 상승효과를 보게 되었고,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였다.

 모바일 사업의 핵심은 이동통신사의 유통망 확보다. 현재 E3net은 KTF·SKT·LGT 등 모든 이동통신사와 유통망이 연결돼 게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모든 수익을 이곳에서 얻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이동통신사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과거 이들 업체로의 유통망 확보는 모바일게임 산업의 최대 난제였다. E3net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 판단한 성 대표는 E3net만의 ‘감동전략’으로 이들 이동통신사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례적으로 시도한 제안서 형식의 장문편지로 이동통신사 대표를 감동시켰던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올해 상반기 E3net의 매출은 10억원 정도. 당초 목표했던 40억원에는 못 미치는 성과지만 하반기 출시예정으로 개발 중인 게임 상품에 기대를 걸고 있어 섣부르게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모바일게임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거둔 성 대표의 이 같은 성공은 업계를 놀라게 했고, APEC 정상회의 기념으로 열리는 ‘2005 APEC 여성CEO포럼’에서 성 대표는 한국 여성 CEO 성공 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다.



 세대 공감, 남다른 감각으로 모바일 사업 이끌어

 E3net이 개발한 모바일게임의 국내 가격은 게임당 2000원.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7000~8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매출 향상을 위해 해외시장 개발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성 대표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다며, 이들 국가는 한국과 달리 게임당 라이선스 피(Fee)가 없고, 유통업체와의 납품조건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내년 유럽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설정해 놨다. 고수익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를 바라보는 성 대표의 심정은 답답하다.

 “모바일게임 업체는 10명 미만의 직원으로 꾸려나가는 회사가 보통입니다.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 산업의 규모도 커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작은 회사가 해외로 나가기에는 힘이 분산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죠. 우리나라의 큰 장점인 손기술과 창의력으로 국가적인 파이를 키워나간다면, 모바일 산업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3net에는 현재 4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만 10명이다. 25%의 직원을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시킨 것은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품질의 게임 상품을 개발해 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액의 20%.

 특히 전체 직원의 65% 이상은 20대다. 얼핏 사무실을 둘러봐도 30대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젊은 감각이 절대적인 게임 산업의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 대표가 두 아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TV를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줘요. 개그 및 음악 프로그램 등을 시청해야 한다는 거죠. 또 유행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광고 시청은 감각 유지에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충고도 해주곤 합니다.”

 든든한 후원자인 두 아들과 남편의 기대에 성 대표가 목표로 삼고 있는 모바일게임 업계 Best3 업체로 언제쯤 E3net을 올려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