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전’과 ‘금융주권’이라는 말이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최고 이슈가 되고 있다. 금융겸업화와 외국 금융자본의 전방위 공략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기관들이 대전(Big-War)을 준비하고 있고, 특히 국내 대표주자들은 대형 외국 금융기관과의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대전 속에서 금융주권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외국계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국내 타이틀을 거머쥐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까. 금융 전문 애널리스트 15인으로부터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과 세계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봤다.
* 설문 참여 애널리스트 : 대우증권 구용욱 팀장·구철호 연구원, 대투증권 양성호 연구원, 한투증권 최정욱 연구원, 한화증권 구경희 연구원·서보익 연구원, 대신경제연구소 전재곤 연구원· 조용화 연구원, 미래에셋 한정태 팀장·심재엽 연구원, 현대증권 심규섭 연구원·김혜원 연구원, 동원증권 이준재 수석연구원·이철호 연구원, 동양종금증권 류재철 연구원 



 “소매·기업금융 등 모든 금융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8~12%까지 끌어올리겠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소매 금융시장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중국과 일본을 잇는 교두보이다.”

 지난 1월10일 SCB(스탠더드차타드은행)의 제일은행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카이 나고왈라 아시아지역 총괄대표는 제일은행 인수 배경과 목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SCB는 제일은행 인수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 증가는 물론 동북아 시장에서의 성장 엔진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010년에는 한국 시장에서의 기반을 토대로 중국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월 있었던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와 SCB의 제일은행 인수의 공통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성’과 ‘동아시아 시장 지배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 제일은행 인수에서 SCB에 고배를 마셨던 HSBC가 외환은행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증권업계에는 세계적 금융기관인 푸르덴셜, 피텔리티 등이 들어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고, 보험업계에도 AIG, ING 등 세계적 보험사들이 대거 진출한 상황이다.

 이에 증권연구원 조성훈 연구원은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저금리, 고령화, 겸업화 등 금융 환경이 바뀌면서 전략적 투자 자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금융시장 토착화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이 지정학적으로 볼 때 아시아 경제의 핵심인 일본과 중국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외국 금융기관들에 매력적인 부분이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진출과 더 나아가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 고위관계자는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의 잇따른 진출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이유겠지만 더 크게는 중국이라는 거대 고객을 잡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한국을 전초기지로 중국 개방화에 맞춰 재빨리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밝혔다.

 SCB가 은행 전체 매출의 16% 총 자산의 22%를 쏟아 부으며 제일은행을 인수한 것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올인’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국 금융사 시장 급속 잠식

 외국 금융기관들의 잇따른 진출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적·질적인 면에서 외국 금융기관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국내 금융기관장들이 신년을 맞아 모두 금융대전을 부르짖으며 체제를 정비하고 결전을 예고하는 것도 이 같은 양적·질적 차이에 대한 불안감을 반증한다.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신년사에서 “2005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경쟁하에서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유수의 글로벌 경쟁 금융기관과 생존을 걸고 대격전을 치러야 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결전을 예고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2005년 예상되는 경영 환경의 변화는 국민은행에는 재도약의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이다”며 “얼마나 빠른 속도와 조직적인 집중력으로 약점을 조기에 해결하고 강점을 강화하느냐에 국민은행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넘나들며 영업 노하우를 쌓아온 외국계들은 변화하고 있는 국내 고객들의 서비스 수요와 맞물려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외국계 은행(제일·외환·한국씨티 3개사와 외국계의 50개 국내 지점)의 시장 점유율(총 자산 기준)이 최근 20%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외국계 은행의 총 자산은 270조원으로 국내 은행산업의 전체 자산(1240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 이후 7년 동안 5배나 급증한 수치다. 더욱이 HSBC 등이 오는 11월 이후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점유율은 30%대에 육박하게 된다.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위탁 매매 비중)은 지난해 9월 현재 13.5%에 달한다. 자산운용시장 역시 외국계 비중이 이미 36.4%(2004년 12월 말 수탁고 기준)에 달해, 지난 2001년 17.4%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국내 자산운용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자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퇴직연금 도입안도 자산운용시장의 잠재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손해보험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외국계사가 AIG 한 곳에 머물고 있지만 생명보험의 경우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PCA, 뉴욕, 푸르덴셜, ING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적 보험사들이 11개사나 진출해 있다. 이들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수입 보험료 기준으로 5.7%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지난해 9월에는 17.4%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국계 생보사들의 점유율이 20%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박상래 이사는 “국내 보험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하에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며 “최근 방카슈랑스와 고객들의 선진 보험상품 요구와 맞물려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금융기관을 키워라”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빠른 시장 잠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경쟁 촉진으로 금융 서비스의 질적 성장 등 금융산업이 발전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멕시코의 사례처럼 금융주권을 잃어버려 시장을 왜곡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멕시코 시중은행이 지난 95년 페소화 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에 의해 지배됐다”며 “건전성은 회복됐지만 금융주권을 상실한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지난 1월13일 최고 경영자 신춘 포럼에서 “외국 자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경우 금융주권이 상실되는 이른바 윔블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윔블던 효과’란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 선수가 더 많이 우승하는 것처럼 최근 외국 자본이 은행·보험·증권 등 국내 전 금융산업을 장악해 가고 있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다.

 또 그는 “외국 자본의 진출은 경쟁 촉진에 따른 경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중소기업 및 서민 금융이 위축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외국계 은행들은 수익 추구를 위해 중기자금 지원 등은 외면한 채 돈이 되는 소매 금융 위주의 영업을 펼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대규모 자본을 배경으로 오히려 과당 경쟁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고금리 특판 예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시장 잠식에 따른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외국계 금융기관과 경쟁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마켓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형 토종 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금융기관 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복합화, 전문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네덜란드도 ING그룹과 ABN암로 등 대형 기관이 있듯이 우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려면 대형 토종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금융기관이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머징마켓 등을 선제 공략해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리은행 황 행장은 “토종 금융기관들은 복합화와 대형화를 통해 하루 빨리 덩치를 키우는 한편 정부도 각종 금융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조속히 전환해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도 토종 금융기관 육성을 위해 팔을 걷었다. 재경부·금감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외국 자본 진입에 따른 금융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우선 토종 자본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연기금 등 국내 자본으로 기업 등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를 도입한 데 이어 ‘토종 투자은행(IB)’ 우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 투자은행업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나 기업을 매각할 때 매각 주간사 선정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를 우대하는 등 각종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 삼성생명 ‘국가대표’ 유망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글로벌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금융기관들의 국제 경쟁력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마켓에서의 경쟁보다는 우선적으로 로컬(Local) 시장에서의 내실 다지기가 더욱 중요한 순간이다.”

 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국제 경쟁력이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규모의 경쟁’이나 ‘상품 및 서비스의 질적 경쟁’ 등 모든 부문에서 아직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칫 과거 영업 관행이나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원증권 이준재 수석연구원은 “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가 잇따라 인수 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고객의 금융 서비스 인식 변화, 저금리 기조 등 현 시점이 공략하기 쉬운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마켓에서 오랜 노하우를 갖춘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시장에서 뿌리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만들고 해외 금융기관과 경쟁하면서 기초 체력부터 다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비교할 때 은행·보험사보다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국내 증권업계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는 브로커리지(위탁 매매)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식 영업 구조, 정부의 정책 실패, 과당 경쟁 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이 될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PB) 부문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업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구철호 연구원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최근 자산관리나 투자은행 부문에서 주력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비교한다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정부의 개방정책 시기 조절이 잘못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우선 국내 증권사들이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이철호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로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세계적인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안 된다. 증권업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대형사간 합병을 통한 자본 확대, 전문 인력 육성 등이 선제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제 경쟁력 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지지만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일단락된 금융권 구조 조정, 동북아 금융 허브 등 정부 정책 지원, 중국 등 새로운 시장 형성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다지기 위해 로컬 시장을 내수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국,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은행 중에서 내수시장을 넘어 향후 글로벌 마켓에서도 경합을 벌일 수 있는 기관으로 신한금융지주를 꼽았다. 복합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지주회사 체제와 조흥은행 합병에 따른 규모의 증가, 효율적인 경영 전략, 리더십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인도 등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국민은행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제 경쟁력 면에서 은행·증권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준비된 글로벌 플레이어로 뽑혔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내수를 넘어 인도, 중국 등 신흥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어 교보, 대한생명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았다.

 가장 약체로 지목받고 있는 증권업계는 LG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거론됐지만, 아직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서기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트리플A 전략 통해 글로벌뱅크 성장”



 신한금융지주


 애널리스트들로부터 국내 은행 중 글로벌 뱅크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은 신한금융지주는 올 한 해 ‘트리플A 전략’을 통해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트리플A’란 리딩뱅크로서의 입지 강화(Accomplish ment), 비은행 부문의 제조 및 영업 역량 강화(Advancement), 그룹 비전에 부합하는 시장 지향적 기업문화 구축(Aspiration!)을 뜻한다. 이는 은행뿐만 아니라 자회사 간의 시너지 강화를 통해 지주사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마련된 신한금융만의 새로운 경영 전략이다.

이에 신한금융 최영휘 사장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현재의 국내 금융 환경에서는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되지 않고서는 생존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며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글로벌 플레이어들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또 “지난해 신한금융은 3R 전략(재창조(Recreation), 재정비(Realignment), 재구축 (Rebuild ing))을 추진,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하는 등 이미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했다”며 “뉴 뱅크 전략(트리플A)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 한국 금융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 사장은 신한금융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복합 금융상품 개발 강화와 미래 지향적 사업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사장은 “출범 4년 째를 맞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를 보다 안정화하기 위해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는 상품 제조 역량의 강화와 미래 지향적 사업모델 구축”이라며 “이를 위해 미래 경쟁력인 우수한 인적 자원 확보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타 금융기관 CEO와 마찬가지로 최 사장 역시 올 한 해 국내외 금융기관 간에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겸업화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기관 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모든 영역에서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글로벌 경쟁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실과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사장은 “2005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심한 경쟁하에서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유수의 글로벌 경쟁 금융기관과 생존을 걸고 대격전을 치러야 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 배경에는 상대보다 앞설 수 있는 내실을 다져야 하며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와해 전략 또는 공격적인 전략 대신,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금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경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신한금융지주가 향후 세계 유수의 뱅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체제 정비 통해 국제 경쟁력 강화”



 국민은행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지난 2004년 11월 취임하자마자 한 달간 전국을 돌면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은행들의 전쟁, KB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워크숍은 뱅크워(Bank War)를 앞두고 임직원의 임전 태세를 독려하기 위해 강 행장이 직접 마련한 것. 강 행장은 워크숍을 통해 “국내 은행은 물론 씨티은행 등 세계적인 은행들도 본격적인 토착화를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며 투쟁정신을 살릴 것을 주문했다.

 이는 세계적인 은행들의 잇따른 국내 진출로 리딩뱅크 수성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를 위해 강 행장은 올 한 해 최우선적으로 시장 환경 변화에도 리딩뱅크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체제 정비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내부로부터 글로벌화를 위한 체력을 갖춰 나가겠다는 것이다.

 강 행장은 “올해에는 글로벌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토착화 전략을 추진하는 원년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은행들과 국내 토착 은행 간에 우량 고객층을 둘러싼 치열한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이 예상된다”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장에 대응하고 조직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2005년의 경영 성과는 물론 국민은행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또 “따라서 2005년 경영의 최우선 과제를 체제 정비에 둘 계획”이라며 “먼저 통합 노조의 출범을 계기로 실질적인 조직문화의 통합을 추진할 것이며, 뿐만 아니라 단계적으로 전문성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위험 관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경영 혁신에 대해 설명했다.

 리테일 시장의 최강자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고객 만족도 면에서 다소 미진한 부분도 윤리 경영을 통해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올해에는 고객 만족도를 은행권 상위 수준까지 올려놓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복합 금융 서비스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서비스의 질이다. 다수 국민들에게 최상의 금융 서비스로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은행’이 해야 할 일이며, 국민들로부터의 사랑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 원천이다”라고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집중화와 다변화를 통해 영업 부문에서의 혁신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최대 강점인 개인금융 업무에서는 다수의 고객들에게 프라이빗 뱅킹에 가까운 맞춤형 복합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는 상품 개발 역량과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기업금융 부문을 대폭 강화해 균형 잡힌 영업 구조를 갖춰 리딩뱅크로서의 진정한 면모를 보인다는 포부다.

 그는 “은행들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국제 일류 은행 수준의 겸업 역량(universal banking capability)을 빨리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중심 트렌드가 ‘복합 금융 서비스’가 될 것인 만큼 복합 금융상품의 개발과 자본시장 상품의 자체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강 행장은 재무적 위험, 여신 위험, 운용 위험 등 관리 부문 역량을 내외부의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머징마켓 공략 세계화 주도”



 삼성생명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남보다 먼저 변화하고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금융기관만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 겸업화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비해 건실한 자산 운용과 시장 선도적 상품 개발, 고객 만족 서비스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은 올 한 해 삼성생명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05년 경영 방침도 ‘글로벌 일류 기업 구현’으로 정하고 AXA 등 선진 생보사를 벤치마킹하면서 단계적인 글로벌 전략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배 사장은 “글로벌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 구현을 위해 국내사업의 핵심 역량 강화는 물론 해외사업의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시장은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수익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해외시장은 이머징 마켓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활발한 해외 투자를 통해 자산 운용의 선진 노하우를 축적하며 글로벌 금융사로의 위상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해 8월 국내 보험사로는 최초로 인도의 뭄바이(Mumbai)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했으며 11월에는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중국 내 합작 생보사 설립에 관한 정식 사업 인가를 따내는 등 이머징 마켓 공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진출의 경우 삼성생명은 합작 파트너인 중국항공그룹과 함께 회사 설립과 영업 준비를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갔으며, 올 상반기 중에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 사장은 “세계적 금융기관으로의 성장 요건은 고도화된 상품과 서비스 질, 외형, 충분한 수익성 3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삼성생명은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으며, 인적 자원 확보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머징 마켓 공략뿐만 아니라 외국 생보사들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비한 내실 다지기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고객 중심 경영을 체질화하는 한편, 재무·마케팅 등 소프트웨어적 경영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미래 성장 기반 강화 차원에서 우수 인재 확보 및 육성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철저한 준비를 통한 내실 있는 신사업 추진에 힘쓸 예정이다.

 국내 보험시장 1위 수성과 관련해 배 사장은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 잠재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고 수익력 강화에 총력을 경주할 예정”이라며 “또한 판매 채널의 질적 고도화와 상품·서비스·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로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동북아 브랜드 선호도 1위 도약”



 교보생명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가장 큰 경쟁자는 외국계 글로벌 보험회사나 은행 등 타 금융회사가 아니라 ‘고객’이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도 고객의 생각과 요구를 더욱더 철저히 분석하고 서비스할 수 있다면 언제든 경쟁에서 승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겸업화와 글로벌화로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고객이라며 올 한 해도 고객 중심의 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신영업 조직을 조기에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고객 만족을 위해 경쟁사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완전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에 신 회장은 “올해에는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외국 금융사의 국내 영업 강화, 유사 보험의 시장 잠식 등 금융권 간의 경쟁이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고객 중심 경영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본격화한 신영업 조직 체계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FP의 전문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완전 판매 영업문화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또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완전 판매의 노력은 회사가 존속하는 한 잠시도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이는 보험 외에도 모든 장사에 있어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 시대에 맞춰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고객 중심 경영을 동북아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2010년 동북아 브랜드 선호도 1위 전략’이 바로 그것. 즉 ‘동북아시아에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를 목표로 본격적인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 진출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에 개설한 주재사무소를 통해 조인트 벤처 파트너를 선정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중국 진출 전략은 중국 전체 인구를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등 거점도시에 진출하여 전략적 핵심 타깃을 중심으로 영업하여 이들로부터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목표 시장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퀄리티 높은 보험 서비스를 통해 선호도를 끌어올려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확장 전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외국 보험사와의 경쟁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글로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경쟁을 촉진시켜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하게 하는 등 시장 발전의 동기가 된다. 교보생명은 투명하고 깨끗한 생명보험 전문기업으로서의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고 강한 변화 혁신 의지를 가지고 있어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내실 다지기로 업계 1위 수성 주력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2005년 자산 관리형 영업의 본격적 전개와 도매영업(Wholesale) 부문의 핵심 성장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삼성 WAY’ 실천을 통한 기업문화 혁신에 경영의 중점을 두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국내외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산재해 있고, 은행과 외국계 자본의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내실 다지기를 통해 1위 증권사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우선 자산 관리형 영업에서는 최근 두 달여 만에 4조원에 가까운 신규 자산을 유치한 기세를 이어가 본격적인 자산 획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목표 고객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영업과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 제공을 통해 올해에는 자산 관리 영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삼성증권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도매 영업 부문에서는 해외 주식, 장외 파생 상품 등 성장 사업 부문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개인 고객 기반을 적극 활용해 외국계 투자은행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고객 서비스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전략이다. 올해 도입된 ‘삼성 WAY’를 통해 삼성증권만의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고객 사랑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증권업계가 직면한 변화와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 ‘삼성증권 WAY’는 ‘고객 사랑·윤리의식·프로정신·팀워크’라는 4대 핵심 가치를 전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6월 도입한 새로운 문화제도이다.



단계별 글로벌 전략 본격화



LG투자증권


 우리금융지주로 인수된 LG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는 물론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쟁하기 위해 단계별 글로벌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우선 중·단기적으로는 우리은행과의 연계 업무를 통해 투자은행(IB), 자산 관리 등 고수익 영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투자증권은 앞으로 소규모 M&A 중개, 사모투자펀드(PEF) 등에 적극 참여해 운용 경험과 성과(Track Record)를 꾸준히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향후 대규모 인수 합병, 해외 IPO 등 고수익 IB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LG투자증권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우리은행 내 IB본부와의 연계 업무를 강화한다면 IB시장에서 빠르게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산 관리 사업에서는 저금리 기조에 맞춰 다양한 고수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은행과 본격적으로 경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과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우수한 국내외 인력도 대폭 보강할 예정이다.

 LG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활동 무대를 중국, 아시아 시장으로 본격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며 이를 위해 선진 금융기관과의 제휴도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