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쇼핑몰 시장이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1등공신은 옥션과 G마켓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업체들과 인터파크, GS이숍 등 종합몰들이 덩치를 키운 덕분. 그러나 종합몰 틈새를 파고들면서 특화상품으로 무장한 전문몰들의 선전도 갈수록 눈에 띈다. 특히 30대 나이에 무일푼으로 출발, 몇 년 새 100억원대 매출액을 올리는 ‘30대 소호족’들이 전문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처기업 대리인 김지현씨(29)는 옷 살 때마다 고민이다. 그녀의 사이즈는 상의 88, 하의가 77이다. 이른바 ‘빅사이즈’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도 사이즈가 없어 사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김씨는 최근 빅사이즈 의류쇼핑몰 ‘빅투빅’(big2big.com)을 발견해 한을 풀었다.

 중소기업 대표인 김정민씨(45)는 최근 창업 10주년을 맞아 110명 전 직원에게 셔츠 한 벌씩을 돌렸다. 통로는 단체복 쇼핑몰 ‘네오클로단체티’(neoclo.com). 신년회를 1박2일 산행으로 보낸 김씨는 등산 때 회사 로고가 새겨진 단체복을 입은 전 직원을 보며 가슴 뿌듯했다.

 

 인터넷몰 10조원 돌파 숨은 공신들

 국내 인터넷쇼핑몰 업계에 전문몰 시장이 활짝 열렸다. 오프라인시장의 ‘카테고리킬러’(특정 상품만 전문화해 판매하는 소매점)처럼 해당 분야에 특화, 틈새를 파고들어 탄탄한 단골 층을 확보해 나간 덕분.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인터넷쇼핑몰 숫자는 2005년 10월 현재 422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문몰이 3916개로 총 92.6%를 점한다. 옥션, 인터파크, G마켓, LG이숍, 롯데닷컴 같은 종합몰 비중은 전체 7.4%에 불과하다.

 최근 옥션과 G마켓이 대형시장인 온라인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분야에서 1, 2위 다툼이 치열한 것처럼 틈새시장인 전문몰 분야에서도 순위 다툼에 윤곽이 잡히고 있다. 특히 2005년은 국내 온라인쇼핑몰 사상 첫 매출액 10조원 시대를 개막한 해로 추정된다.

 국내 온라인쇼핑몰시장은 2005년 10월 말 현재 8조500억원에 이르렀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월 평균 시장 규모가 9000억~1조원임을 감안하면, 2005년은 매출 규모는 최소 10조원을 돌파한 첫 해”라고 평가한다.

 여기엔 쇼핑몰 업계의 ‘개미군단’으로 통하는 전문몰들의 선전이 한몫을 했다. 실제 전문몰 매출 비중은 2005년 10월만 놓고 봐도 종합몰 72% 대 전문몰 28%로 1년 전 같은 기간(73.4% 대 26.6%)에 비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네티즌들은 주로 어떤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할까.

 통계청의 ‘사이버쇼핑몰 통계결과’(2005년 10월)는 당초 예상과 달랐다. 직접 입어보고 골라야 할 것 같은 의류 및 패션상품(17.2%)이 가장 매출이 많았다. 가전과 전자, 통신기기(16.7%)는 그 다음이다.

 실제 네티즌들의 방문자 순위를 체크하는 랭킹사이트 ‘랭키닷컴’ 결과와도 비슷하다. 12월14일 현재 국내 네티즌 클릭 수가 가장 많은 전문몰은 중고차쇼핑몰이 차지했지만, 브랜드의류쇼핑몰(2위)과 여성 보세의류쇼핑몰(4위)을 합치면 의류가 전체 1위다.

 각 전문몰 사이트에서 1위에 오른 국내 전문몰 강자들은 현재 30대 사장들이 주도하고 있다. 저마다 100억원대 매출액을 올리는 이들은 진입장벽이 낮아 최소 100군데 이상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선두에 올랐다. 각 사마다 회원 수 30만~40만명을 보유한 그들의 1등 비결은 뭘까.



 사례 1  선물·디자인 분야 1위 - 이창우 텐바이텐 사장

 73년생 동창 ‘독수리 5남매’ 매출 110억 올려



 텐바이텐 개요



 회원 수 40만명(여성 70%)

 사이트 일일 방문객 수 : 7만9000여명

 특화 분야 디자인소품 전문몰 1위

 상품 가짓수 3만여종

 매출액 110억원(2005년)



 

 2001년 10월 한양대 건축학과 92학번 동창생 5명이 창업한 사이트가 텐바이텐(10×10.co.kr)이다.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게(?) 만든 주인공이 이창우(33) 사장. 동창생이라 서로를 잘 알지만, 십인십색이라는 뜻에서 사이트 명도 텐바이텐으로 정했다.

 사업 아이템도 ‘개성’이 강한 선물·디자인소품 전문몰. 각자 사표를 낸 후 모은 종자돈은 단돈 2000만원. 서울 신사동 지하 2평 사무실을 차리고 나니 자본금은 벌써 바닥을 드러냈다.

 창업 초 여직원 월급을 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막았다는 그들은 이 사장을 포함해 서동석, 최은희, 이문재, 백우현씨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 넷에 여자 하나라 ‘독수리 5남매’가 이들을 부르는 애칭이다.

 창업 1주년이 될 때까지 ‘월급’이 없었다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준 상품은 2002년 말 선보인 커플 편지컵이다. 이 사장은 “단일상품으로 당시 5000만원어치를 팔았으니, 그야말로 ‘대박’이었죠”라고 회상한다. 이때부터 컵 하나를 쓰더라도 ‘개성’이 드러나는 상품이야말로 텐바이텐이 지향하는 사업 방향이 됐다.

 현재 텐바이텐의 제품 구성은 거실, 가구, 패션, 잡화, 보석, 액세서리, 문구, 사무, 주방, 욕실, 취미 등과 관련된 디자인 제품을 총 망라한다. 삼성몰 출신인 이창우 사장의 가격 전략은 고가 전략. 마치 스타벅스처럼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는 상품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기꺼이 제값을 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독수리 5남매는 항상 ‘감성’을 강조한다. 현재 회원 수는 40만명에 달한다. 감성을 강조한 만큼 남성보다는 여성(70%) 회원의 비중이 높다. 하루 일일평균 방문자 숫자만 3만5000여명에 달한다.



 사례 2  애완동물 사이트 1위 - 홍종배 도그카페 사장

 “남들 망설일 때 뛰어든 게 시장 선점 비결”



 도그카페 개요



 회원 수 40만명

 사이트 일일 방문객 수 1만여명

 특화 분야 애완용품 쇼핑몰 1위

 상품 가짓수 3500여종

 매출액 46억원(2005년)



 종배(34) 도그카페 사장은 자본금 1억원으로 2001년 3월 사이트(dogcafe.co.kr)를 오픈했다. 창업 5년이 지난 현재 그는 애견 쇼핑몰 사이트 중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현재 잘 나가는 사업보다 도입기 업종을 골라야 승산이 높다”라고 강조한다. 자신도 국내 본격인 애완견시장이 열리기 직전인 2000년께 아이템을 잡은 게 사업상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그카페를 창업할 당시 국내 애견 쇼핑몰은 다섯 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사이트 오픈 1년이 지나자, 수백개로 늘어났다고 들려준다. 자칫 망설였다가는 ‘블루오션’을 날려 버릴 뻔했다는 게 그의 경험담.

 경남 창원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출신인 그는 사실 개하고는 인연이 없던 사람이다. 한 번도 개를 키워 본 적이 없었기 때문.

 “창업 직전 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몇 마리씩 직접 키워보기도 했고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은 필수라는 지적인 셈이다. 현재 도그카페엔 회원 수가 4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여성 고객이 80%이고, 20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이다. 수많은 경쟁자 중에서 1위에 오른 또 다른 비결을, 그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마니아층 형성이 포인트”라고 말한다. 꾸준한 게시판 관리는 기본이다. 동영상을 포함한 애견 정보를 제공한 점이 사세 확장의 계기가 됐다.

 현재 월 평균 매출액은 약 4억원가량. 연간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인 곳이 대부분인 애견사이트시장에서 2005년 46억원 매출액은 도그카페의 시장 지배력을 대변해 준다. 도그카페는 현재 랭키닷컴에 따르면, 2, 3위 업체인 퀸앤퍼피, 개코에 비해 방문자 숫자 면에서 두 배 이상 앞서 나가고 있다.



 사례 3  슈즈 쇼핑몰 1위 - 이영준 플레이어 사장

 “한국에 없는 나이키·리복 모델로 승부”



 플레이어 개요



 회원 수 35만명

 사이트 일일 방문객 수 7만6000여명

 특화 분야 슈즈 분야 1위

 상품 가짓수 6000여종

 매출액 180억원(2005년)



 영준(33) 플레이어(player.co. kr) 사장은 밑바닥에서 출발, 슈즈쇼핑몰 분야 1위에 오른 소호족이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재학 당시 막노동과 노점상부터 해봤다는 그다. 2001년 ‘플레이어’ 오프라인 매장 설립 전까지 그가 손댔던 일은 보세청바지와 의류 매장의 점원, 인테리어사업, 무역 오퍼상 등 대략 10여종. 2000년께 한때 1000만원을 호가하던 DDR오락기를 수집, 10만원대에 러시아와 동유럽 등에 수출하는 작업을 하다 운동화시장에 눈을 뜨면서 슈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 그가 읽은 시장수요는 나이키 등 외국계 유명 신발 제품이 전 세계 나라마다 똑같은 제품이 깔려 있지 않다는 것. 결국 각국 소비자들은 서로 다른 모델의 나이키를 신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린 게 사업 성장의 계기가 됐다. 

 현재 플레이어는 나이키를 비롯해 아디다스, 리복, 퓨마 등 세계 유명 신발 브랜드를 취급한다. 오프라인 개업 2년 뒤인 2002년께 온라인사이트를 열면서 고객층이 넓어졌다.

 2003년 30억원이던 매출액은 2004년 80억원에 이어, 2005년 매출액 18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사장은 “2006년엔 250억원 매출액에 도전 중”이라고 말한다.

 특징은 유럽과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 선보이지 않은 제품을 직접 수입해 국내 마니아층에게 공급한다는 전략. 특히 브랜드 제품에 민감한 중·고생들과 20대 청년층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플레이어는 일약 ‘스타’로 떴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현재 플레이어 사이트는 하루 방문자 숫자만 7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2위 업체인 슈즈모아의 일평균 방문객 1만7000여명의 4~5배 규모다. 전체 회원 수는 35만명, 다른 업체와 달리 남성 고객이 70%를 웃돈다.

 물론 플레이어가 슈즈 전문몰이지만 신발만 취급하는 건 아니다. 브랜드 모자, 가방, 시계, 의류, 잡화 등 6000여종을 망라한 멀티숍 형태를 갖췄다. 물론 신발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이다.

 그는 “사업은 시장을 읽고,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게임”이라며, “특히 온라인시장은 클릭 한 번으로 고객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어 상품 차별화가 경쟁력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