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 레져 분야 큰 별이 되고 싶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기업인을 꼽으라면 단연 문병욱(53) 썬앤문그룹 회장이다. 정권 출범을 전후로 각종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문회장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현재도 과거에 비해 운신 폭이 그리 넓지 않다. 여전히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눈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15일 문회장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코노미플러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최근의 심경, 그리고 썬앤문그룹의 사업과 관련한 구상을 밝혔다.



 차례 안면이 있었지만 서울 강남의 썬앤문그룹 본사에서 만난 문병욱 회장은 항상 그렇듯 소탈한 웃음으로 외부인을 맞아 주었다. 호텔 네 곳과 골프장 한 곳을 거느린 그룹 회장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막걸리가 어울리는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문회장을 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격의 없는 모습에 자칫 실수를 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도 이래서 회자되는가 싶다. 

 썬앤문그룹 본사 사옥도 초라하기만 하다. 번듯한 호텔 내부의 공간을 차지하면 될 듯도 싶지만, 라마다서울호텔 옆의 빌딩 한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회장실도 흔히 비서실과 접견실이 따로 갖춰진 공간이 아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 한켠에 칸막이를 하고 별도 사무실을 마련했을 뿐이다. 수문장처럼 앉아 있어야 할 비서도 여느 직원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인터뷰 내내 문회장은 난처하다 싶은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담소하듯이,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 사업과 관련된 질문에는 다소 상기된 표정과 함께 목소리의 톤도 덩달아 높아져 사업가적 승부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사업의 종자돈에 대해선 처음 밝힌다면서 채권 장사를 통해 번 돈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문회장을 가리켜 일벌레와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또 호텔업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혁신 경영자라고도 부른다. 어려운 시절 벌어들인 돈을 종자 삼아 호텔업계의 큰 별이 되겠다는 문회장의 꿈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최근 문회장은 ‘라미드 HM’이란 호텔 매니지먼트회사를 출범시켰다. 단순히 호텔 경영이란 한정된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매뉴얼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호텔 매니지먼트 사업은 아직 국내 업체가 진출치 못한 분야다. 과거 굴지의 국내 대기업 계열의 호텔이 시도는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문회장은 장기적으로 호텔과 관련된 교육 사업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은 현실적 요구에 맞는 30~40명의 수용이 가능한 교육장을 마련, 내부 교육부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각종 잡음과 관련된 질문에 문회장은 ‘오해’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했다. “일정 부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억울한 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인은 언제나 기업인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며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사실에 앞서 관광레저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기업인으로 바라봐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침 운동 후 8시경 집을 나서는 문회장은 요일별로 본사 사무실과 영업장을 돌아다니는 일정으로 그룹 업무를 챙기고 있다. 부인과 2남1녀의 자녀 가운데 실내 인테리어를 전공한 장녀가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그를 돕고 있다. 또 장남은 현역 군복무중이며, 막내는 미국 유학중이다.



 썬앤문그룹은 관광·레저그룹으로 특화돼 있습니다. 많은 사업 가운데 관광·레저 분야에 진출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제가 호텔업에 진출한 것은 아주 우연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건설회사(현대건설)에 다니던 저는 무역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때 70년대만 해도 이른바 오퍼상이라는 게 샐러리맨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유망했거든요. 그래서 사업에 필요한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동네 목욕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목욕탕에서 여관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숙박업에도 몸을 담게 됐지요. 그런데 이 업종이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일반 숙박업 등으로 차츰 사업을 키워 나가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런 걸 보면 호텔업이 저와 궁합이 맞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98년부터 2001년까지 3개 호텔을 인수했는데, 이 시기로 집중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또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저희 주력 계열사인 미란다호텔, 송도비치호텔, 라마다서울호텔을 모두 이 시기에 인수했습니다.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제가 빅토리아호텔을 경영하면서 호텔 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해 자신감을 가진 시점이었고,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라는 큰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IMF 사태는 국가 부도 일보 직전의 경제 위기 상황이었지만, 튼실하게 기업을 키워 온 기업인들에겐 오히려 기회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섰거나 차입 경영에 의존했던 기업들이 구조 조정에 나서면서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영에 있어서 현금 흐름을 가장 중시합니다.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셈이죠. 그래서 빅토리아호텔이 궤도에 올라선 90년대 중반에도 외형 확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충실했습니다. IMF 사태 같은 위기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었지요. 이런 와중에 환란 위기가 터진 것이죠. IMF가 처음엔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상키 어려웠지만 곧 ‘위기이자 기회’라는 점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조정의 태풍이 불면서 좋은 매물들이 저렴한 가격에 쏟아졌던 것입니다. 지금 저희 회사의 주력 호텔인 미란다호텔이나 송도비치호텔도 대표적인 케이스지요. 좋은 입지 조건과 경쟁력을 갖췄으면서도 관리 부재와 영업 활동 미진으로 부진을 겪고 있던 회사들이었습니다.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저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란다호텔의 경우 빅토리아호텔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인연으로 이천 지역을 오가며 몇차례 들른 적이 있어 영업 환경 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 ‘괜찮은 호텔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는 욕심이 좀 났습니다. 보유중이던 현금을 총동원, 인수 경쟁에 뛰어들어 결국 대어를 낚았어요. 저는 미란다호텔을 인수한 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과 과감한 구조 조정을 실시했습니다. 리노베이션으로 상품성은 높이면서 구조 조정으로 비효율은 줄여 나가다 보니 경영 실적이 단기간에 몰라보게 달라지더군요.

 여기에 온천과 워터파크의 개념을 혼합한 스파플러스를 개장했습니다. 서울 강남권에서 불과 40분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규모 온천 테마파크인 스파플러스는 그 자체로도 고객들을 끌어들였지만, 호텔 이용객 증가라는 시너지효과도 가져왔습니다. 자연스레 수익도 늘고 기업의 가치도 함께 높아지는 효과를 보게 됐고, 또다른 투자의 원천이 됐던 것입니다. 미란다호텔에서 얻은 이같은 자신감이 송도비치호텔과 라마다서울호텔(구 뉴월드호텔)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썬앤문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IMF 사태라는 중대한 전환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향후 관광·레저그룹으로의 특화를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현재 썬앤문의 주력 업종은 호텔과 골프입니다. 앞으로도 이 부문의 경쟁력을 심화시켜 나가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리조트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관광·레저 관련 산업으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호텔 매니지먼트 비즈니스입니다. 그것도 국내만을 대상하는 것이 아닌 세계 시장으로 토종 호텔 브랜드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호텔업계의 현실은 경기 침체 속에서 대부분 호텔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썬앤문 계열 호텔은 독특한 경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어요. 저는 이것을 썬앤문 웨이(way), 다시 말해 썬앤문만의 경영 방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저는 이같은 경영 방식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저는 최근 라미드 HM이라는 매니지먼트 전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경기 일원의 호텔, 리조트 등 15개사와 매니지먼트 계약 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의 비즈니스급 호텔 두 곳과도 협상중입니다. 때문에 조만간 한국형 매니지먼트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향후 5년 이내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100여개 호텔과 제휴,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물론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토종 호텔 브랜드를 개발해 해외 호텔들이 수입하도록 하는 일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호텔을 소유 개념에서 경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썬앤문의 경영 기법을 국내외 여러 호텔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는 경영난에 직면한 국내 호텔들을 살리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작은 소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호텔 매니지먼트가 크게 ‘일거삼득’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확신합니다. 첫째는 국내 호텔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를 통해 상당한 고용 창출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 체인 호텔로 연간 수십억원씩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상당 수준 줄일 수 있을 뿐더러 해외로부터 직접 외화를 획득하는 결과를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저는 호텔 경영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더욱 체계화해 썬앤문을 세계적인 호텔 매니지먼트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한국의 관광·레저산업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서비스산업을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그 생산성이 제조업 등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호텔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치 못한다는 뜻이지요. 이는 결국 호텔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최근 한류 열풍 등으로 일본·중국·동남아 관광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관광 자원이란 측면에서 보면 다른 관광 선진국에 비해 구조적으로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서비스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서비스 마인드도 일본 등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이런 점들만 살핀다면 우리나라 관광·레저산업의 전망은 어둡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회 요인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관광·레저계 종사자들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여건이 갈수록 성숙되고 있습니다. 주 5일제 근무 확산으로 국민들의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저희 썬앤문그룹의 경영 이념이기도 하지만 ‘삶의 질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한류처럼 소프트웨어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점도 향후 비전을 밝게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의 비즈니스는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관광·레저산업에서도 ‘한국적인 것을 세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는 우리 전통 음식을 표준화하는 것에서부터 업계 종사자들의 마인드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고품격 서비스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관광시장의 특성과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력 등을 감안, 우리는 비즈니스급 호텔에 대한 특화 전략을 짜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이제 우리도 눈을 해외로 돌려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해외 유명 체인 호텔들로부터 호텔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는다는 명목 아래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불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호텔 매니지먼트를 개발, 해외 시장에 수출할 경우 부가가치가 얼마나 높아지겠습니까. 호텔 고객을 유치하는 데 힘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관광·레저산업의 비전을 더 밝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썬앤문그룹은 모두 4개의 호텔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들 호텔이 갖는 특징과 차별성을 설명해 주시죠.

 썬앤문 계열 4개 호텔은 ‘4인4색’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회사마다 지리적 위치나 강점 등이 뚜렷하게 비교됩니다.

 우선 라마다서울호텔의 경우 비즈니스 중심인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다른 계열사가 따라올 수 없는 메릿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호텔은 선릉공원을 끼고 있어 도심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자연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특2급 호텔이지만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특1급 호텔 못지않은 최첨단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어필 요소입니다.

 이밖에도 기존의 강남 특급 호텔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고객 만족 요소들을 대거 갖추고 있습니다. 스파&사우나는 24시간 남성 전용으로 규모가 1000평에 달해 특급 호텔 최대를 자랑하는데, 휴식뿐 아니라 회의까지도 할 수 있는 최첨단 사우나입니다. 땀 빼고 샤워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 사우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최첨단 시설을 도입해 지난 3월 4일 오픈한 피트니스클럽의 경우 별도 가입비 없이 연회비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특급 호텔 피트니스센터에 대한 눈높이를 크게 낮췄습니다. 이와 함께 고품격 멤버십 바를 지향하는 ‘모어클럽’은 흥청거리는 술문화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돼 현재 고객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의 미란다호텔은 4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온천레저 시설인 ‘스파플러스’를 부대 시설로 두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불과 40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 온천 고객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의 세미나 장소로 연중 각광받고 있습니다. 또 이곳 웨딩홀은 최근 리노베이션으로 새롭게 단장했는데 경기 중부권 최고의 결혼 명소로 자리잡고 있어요.

 송도비치호텔은 인천 송도유원지에 위치한 이 지역 최고의 명문 호텔입니다. 호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변을 끼고 있다는 점이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멋진 호텔입니다. 하지만 송도비치호텔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송도신도시 경제특구 지정 등 호텔 인접 지역의 개발이 확산되고 있어 국제적 스탠더드를 갖춘 비즈니스호텔로 거듭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송도비치호텔은 현재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진행중인데, 조만간 세계적 호텔 체인인 센단트와 제휴해 라마다 브랜드를 달고 새 출발할 예정입니다.

 빅토리아호텔은 저희 썬앤문그룹의 모태입니다. 제가 호텔다운 호텔을 처음 경영한 것도 빅토리아를 설립하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 호텔은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습니다만, 다른 계열 호텔이 특급 호텔인 데 비해 아직 1급 관광호텔에 머물러 있어요. 그렇지만 빅토리아는 호텔 급수 이상으로 서울 강북 지역에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적 특성으로 마땅한 웨딩홀이나 연회 장소가 없던 시절에 들어서 지역의 자존심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썬앤문만의 호텔 경영 노하우는 무엇이 있습니까.

 크게 네 가지가 다르다고 봅니다. 우선 직원들이 다기능화됐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도어맨이 벨맨의 역할도 수행하고, 프런트 직원은 벨맨을 서포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호텔 원가의 주요 부분인 인건비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그동안 호텔 경영에서 축적된 썬앤문 고유의 핵심 매뉴얼이 실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느 호텔에 가도 매뉴얼이 있습니다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썬앤문의 매뉴얼은 부문별로 실행해야 할 ‘엑기스’만을 정리한 다음 현업에서 적용해 관리함으로써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셋째는 공격적인 마케팅입니다. 일반적으로 특2급호텔은 광고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광고 홍보가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실행할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합니다. 지금은 신문업계에서 일반화된 ‘돌출 광고’도 사실 제가 빅토리아호텔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입니다. 네번째는 시대를 앞서가는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호텔은 각기 다른 CI로 그룹 통합 이미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이들 호텔의 CI 통합 등을 고려하고 있는지요.

 옳은 지적입니다. 현재 저희 계열 호텔들은 각각 다른 호텔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썬앤문이 관광·레저 전문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선 이미지 통합 작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장 실행에 옮기기에는 몇가지 고민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미란다·송도비치 등 계열 호텔들이 나름대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미지 통합을 시도할 계획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경영의 내실을 더욱 다지면서 점진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사업은 현재 호텔을 중심으로 골프장과 건설업, 그리고 여행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관광·레저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향후 진출코자 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썬앤문의 현재를 ‘작지만 강한 관광·레저 기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작다는 얘기는 사업 구조나 외형 등은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강하다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어떤 기업보다 탄탄하다는 말입니다.

 사업 구조와 관련해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문어발식 확장을 하겠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다만 썬앤문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을 더욱 특화하거나 개발하는 차원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컨대 호텔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한 것도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썬앤문그룹과 문회장님은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일정 부분 제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억울한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이 시점에서 다시 끄집어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30여년 전 사업을 시작해 환란 사태를 맞아 기회를 잡았습니다. 처음 밝히는 이야기지만 제가 처음 돈을 번 것은 사업 시작 1~2년쯤으로 채권에 손을 대면서부터였습니다. 국민채권과 회사채 등을 매입해 되팔면서 큰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했어요. 모두 참여정부 출범 이전의 일입니다. 현재 인수해서 경영하고 있는 호텔도 모두 대통령 취임 이전에 벌인 사업들이었고, 오히려 취임 이후에는 유명세만 탔지 이득을 본 게 없습니다(웃음).



 그래도 장·단점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네요.



 기업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가 언급할 성질의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인은 언제나 기업인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지론입니다.



 이처럼 썬앤문그룹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자꾸 권력과의 연관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를 탈피하는 것이 장기적인 그룹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오해입니다. 그렇지만 일일이 변명하기보다는 그동안에도 그랬듯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면 멀지 않아 그러한 오해는 자연스레 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계십니까.

 첫째도, 둘째도 고객 우선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통해 결과적으로 고객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만들어 놓은 ‘운동장’에 고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성취욕과 함께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직원들에게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도전 정신을 강조합니다. 또 늘 부지런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근면 정신을 주요 방침으로 설정하고 있지요. 



 사업 이외에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래 전부터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닙니다.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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