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널리 알려진 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안희정씨와 더불어 노대통령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노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꽤 있다. 지난 4월2일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서 승리한 문희상 의원이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 등은 흔히 당내에서 측근에 가까운 중진 의원으로 꼽힌다. 또 이번 경선에서 2위로 당선한 염동연 의원과 올 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된 이강철씨의 경우, 노대통령과 연배가 비슷하다고 해서 시니어그룹 측근으로 불린다.

 이들에 비하면 이광재 의원이나 안희정씨는 나이가 20년 가까이 어리다. 또 이의원은 작년 4·15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정치 신인이고, 안씨는 아직 정치에 입문하지도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여권에선 이 두 사람이야말로 노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이의원은 노대통령으로 통하는 ‘문’?

어떤 정치 현안이나 쟁점을 놓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광재가 ○○○라고 하더라” “이광재도 찬성하더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이광재 의원의 말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또 이 두 사람을 노대통령으로 통하는 문(門)이라고 보는 현상 또한 여전하다.

 안·이 두 사람은 올해로 만 마흔이 됐고, 1983년에 고려대(안희정)와 연세대(이광재)에 입학한 83학번들이다. 학생운동을 한 경험도 비슷하다. 다만 80년대 학생운동의 노선을 놓고 따진다면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구속됐던 안씨가 NL(민족자주) 쪽이었다면, 이의원은 PD(민중민주)에 가깝다. 이들이 노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이었다.

 이의원은 88년 당시 초선 의원이던 노대통령의 비서관으로 국회에 들어왔고, 안씨는 역시 당시 초선 의원이던 현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비서관으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때 노대통령과 평생의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노대통령이 잇따른 총선 낙선으로 정계 주변을 떠돌아야 할 때 대통령 곁을 지켰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프로젝트를 10여년 이상 묵묵히 꾸려 온 것이다.



 오일게이트 사건 검찰 수사 관심

 이들에 대한 노대통령의 신뢰 역시 대단하다. 노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03년 안희정씨의 불법 자금 수수 여부 문제가 등장하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나의 정치적 동지”라고 불렀다. 또 정치권 안팎에서 노대통령을 가리켜 “정신적으론 83학번”이라고 하는 것도 이들 두 사람과의 인연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노대통령 집권 이후 이 두 사람에게 언론은 물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이야말로 ‘노대통령의 복심(腹心)’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이기에 이들은 지난 2년여 동안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올랐고, 검찰 수사도 받아야 했다. 안씨는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복역한 후, 작년 12월 출소해 현재는 모교인 고려대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살아 가고 있다”고 한다.

 이광재 의원도 불법 자금 수사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원이 됐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청와대에 머물기에는 너무 컸다. 여권 안팎에서 줄곧 “이광재 실장이 청와대 정보를 독점하고, 대통령에게 가는 의견을 차단한다”는 식의 비난이 나왔다. 급기야 2003년 가을 여당의 핵심 의원으로 꼽히는 천정배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17대 총선에서 강원도 태백·정선·영월·평창에서 승리했지만, 이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이의원이 역점을 뒀던 것이 친노 직계 386 의원 10여명과 함께 만든 ‘신의정연구센터’라는 여당 의원 모임이다. 이의원측은 이를 ‘대안 제시형 의정(議政) 활동’이라며, 작년 하반기 경제단체 대표들과 연쇄 간담회를 갖는 등 의욕을 보였다. 또 이 모임에 소속된 몇몇 의원들과 이의원은 작년 가을 에너지 문제에 관한 정책보고서 4건을 내놓았다. 에너지 사업과 게임산업 등이 그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런데 바로 이 에너지 문제가 다시 한 번 이의원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이른바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 사업 의혹 사건에서 이의원이 중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일게이트’라고 명명한, 일종의 정치 스캔들에 휘말린 셈이다. 이 사건의 정확한 진상은 앞으로 검찰 수사,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 등을 거쳐 드러나겠지만 이의원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 ‘이광재’란 이름만으로 철도공사를 움직여 600억원이 넘는 해외 투자를 하려다가 수십억원의 돈을 떼이게 된 사건이 벌어졌다.

그만큼 대통령 최측근 ‘이광재’란 이름 석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한 번 더 확인시켜 주는 사건인 것이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이의원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그간 얼마나 조심해 왔는데?”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후 명함조차 갖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명함을 갖고 누가, 어디에 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란다. 또 어쩔 수 없이 여러 행사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종종 ‘혹시 어디에 이용되는 것 아니야’라는 찜찜한 기분이 들곤 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해도 이번 사건을 보는 세간의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노대통령 집권 초기 2년간 터져 나온 비리 사건들은 주로 과거 선거(2002년 대선)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철도공사 사건을 계기로, 집권 이후의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만고불변의 권력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한 얘기다.

박두식 조선일보 정당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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