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임기 중 평균 7% 경제성장을 실현시키겠습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때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놓았던 공약이다. 집권 4년차를 맞이하며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그때의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지 않은 듯하다. 2006년과 2007년 경제가 비정상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다 하더라도, 재임 5년 동안의 평균 7% 성장은 물 건너간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참여정부 출범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평균 경제성장률은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집권 첫 해였던 2003년의 성장률은 3.1%, 이듬해에는 4.6%, 그리고 지난해에는 3.9%에 불과했다. 7% 공약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평균 3.9%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달성했을 뿐이다. 노 대통령의 5년 임기 가운데 3년 동안의 중간 성적표인 셈이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성장률은 5%. 그러나 이 목표치의 달성 여부도 정부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특히 2005년 12월28일 정부가 발표한 ‘2006년 경제운용 방향’은 현실을 정확히 직시했다기보다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한 공허한 다짐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부는 2006년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경제 활력의 회복과 지속발전 기반의 구축’으로 설정했다. 5% 성장과 35만~40만개 일자리의 지속적인 창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2005년 경제운용 기본방향과 다르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달리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운용은 그 기본 방향이 예측 가능하고, 하나의 물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기본 방향을 도출하게 한 실물경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이 민간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경제운용 방향이 발표된 지 6개월 만에 정부 스스로 이를 뒤집고, 하향 조정했던 2005년의 경험은 정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과 해법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의 평가와 다른 대내외 평가

 정부는 지난 3년간 경제운용과 관련해 어려운 대내·외 여건과 경제불안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시스템 안정과 경기회복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기틀을 마련해 경제 시스템을 선진화 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했다고 말한다.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동반성장 시책 추진과 함께 저출산, 고령화 등 미래대비 노력을 강화한 것도 성과라고 평한다. 즉, 원칙에 입각한 경제운용으로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경제가 정상화 되고 선진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밖에서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국제유가, 환율 등 대외여건의 악화가 비단 우리 경제에만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서구 국가들은 차치하더라도 아시아 국가의 평균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지난 2001~2005년 동안 중국과 인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8.9%와 7.7%. BRICs군에 포함되는 신흥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비교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2005년 8.45%의 성장률을 기록한 베트남과 비교하면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지난 2000~2004년 베트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대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2001년 미국과 양자무역협정(BTA) 체결 이후 수출이 급증했던 게 커다란 요인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우리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음을 반증하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06년 동남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5.4%로 전망, 우리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은 30년 만에 찾아온 세계경제의 극성기(極盛期)였다”며,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은 경제성장률을 예년보다 2~4%포인트 상승시켰는데, 그 기회를 우리는 오히려 성장률 퇴보로 보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제시스템을 선진화 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했다는 정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경제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의 내용은 미래의 성장추세, 즉 잠재성장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2005년 경제전망에서도 내수증대가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투자증대, 특히 설비투자의 증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 연 10%를 상회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2000년대 들어 5% 이하의 저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GDP 대비 설비투자 비율 역시 1996년 14.4%에서 2004년에는 9.2%로 하락해 선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현재 5%인) 잠재성장률도 곧 4%대로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경고했다.



 실직적 경제회복 견인할 정책 필요

 참여정부의 경제현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출범 이후 발표했던 각종 거시경제 지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집권 첫 해였던 2003년 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5%대였다. 그러나 실질성장률은 3.1%에 그쳤다. 역시 5%대를 전망했던 2004년의 경제성장률도 4.6%에 그쳤다. 2005년에도 5%를 자신했지만 4%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참여정부가 매년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던 경제성장률 5%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7%에 한참 모자란다. 또 지난 3년간 3명의 경제부총리들이 각각 한 목소리로 자신 있게 5% 경제성장률 달성을 장담했지만,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가 민간에 비해 다소 높은 전망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희망을 안겨다 주는 경제정책이 성장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은 달성했을 때 그 기쁨이 배가되지만, 계속되는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은 후퇴의 첫걸음이 되기도 한다.

 경제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2006년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평가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장밋빛 전망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됐을 뿐, 실질적으로 경제회복을 견인할 만한 정책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또 정치현실에 접근하는 노 대통령의 시각이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즉, 현실과는 괴리된 이상주의적 경제관이 경제운용 방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당선자 시절 재정경제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준비한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글로벌 스탠더드, 민주적 가치실현, 현실이 감당할 수 있는 경제개혁,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그것이다. 또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선진 경제시스템 구축, 성장잠재력 확충, 더불어 사는 공동체 건설로 소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네 가지로 소개했다. 개혁과 혁신, 약자를 껴안을 수 있는 통합,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장기주의, 지방발전을 위한 지방화 등이 그것이다.

 인수위의 경제정책 방향이 포괄적이라면, 이 교수의 정책 방향은 구체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발표했던 ‘경제운용 방향’에서는 다소 상이한 모습을 띤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키워드 고용과 지속성장

 집권 첫 해였던 2003년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방향은 향후 5년간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해라는 전제 아래 예측 가능한 경제운용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제도 개선을 통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내·외 투자가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즉, 거시경제정책의 탄력적인 운용을 통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 잡힌 안정적인 경제성장 기조 유지, 기업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률 제고, 신산업을 육성하고 연구개발과 물류개선을 통해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를 고려한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의 구축, 투명하고 활력 있는 시장 기능이 바탕이 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구조조정 등이 기본 방향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금융시장 안정, 서민생활 개선 등의 단기 정책 과제와 함께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 경제시스템 선진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대외개방과 협력 강화 등을 실현하기 위한 성장잠재력 배양과 경쟁력 강화로 압축된다.

 이어 2005년에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일자리 창출과 지속성장으로  제시했다. 연 4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양질의 폭넓은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5% 성장과 35만~40만개 일자리의 지속적인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 활력의 회복과 지속발전 기반의 구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네 차례에 걸친 경제운용 방향에서 읽을 수 있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고용과 지속성장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인수위 시절의 경제철학이 매년 담겨 있는 듯이 보이지만, 집권 이후 성장의 정체와 이로 인한 체감경기의 냉각이 가중되면서 일자리 확보와 거시경제 지표 개선에 연연해 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2005년과 2006년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이 화두가 되면서 모든 경제정책이 이에 집중돼 있다. 경제회복에 대한 책임론 등 여론의 원성으로부터 탈출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2005년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40만개 일자리 창출이 불과 6개월 만에 30만개로 수정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이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한결같이 기업의 설비투자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설비투자만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민간소비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06년에도 높은 실업률과 낮은 소득증가율로 지표와 체감경기 간의 괴리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기업의) 투자가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이 소득을 높이고, 소득이 소비를 살려 경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정부 정책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에서 기업투자 확대정책과 관련 제도개선 및 금융과 세제 지원,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 강화, 규제개혁 노력 가속화 등을 내놓았다. 노후한 산업단지 재정비 제도의 보완 등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첨단 업종의 산업단지 내 산업시설 구역의 입주를 허용하는 한편, 기업의 개별적 투자 애로사항을 발굴해 해소한다는 것이다. 또 토지이용규제기본법 시행(2006년 6월) 및 하위법령 마련 등 토지이용 규제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산업안전과 보건, 기업공개와 시장제도, 환경 관련 허가 및 보고절차의 규제 등 21개 덩어리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전부다.

 덧붙인다면 중소·벤처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창업 활성화 등 창의적인 기업활동의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제 개편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서비스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추진 및 핵심 전문인력의 공급 확대 추진, 연구개발 성과의 확산 및 사업화 촉진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이는 첨단산업, 대기업 등 앞서가는 분야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정부 간섭의 축소 등으로 투자 분위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2005년 경제운용 방향과 같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정책일 뿐이다. 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까지도 심의·결정 과정에서 유야무야되고 있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정책들이 얼마나 기업의 투자를 견인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이코노미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7800여개에 달하는 기업 관련 규제 가운데 중소기업과 관련된 5600여개의 규제를 1000여개 이내로 줄이겠다던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장담은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기초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한 달 안에 구체적인 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이들 규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 경제 침체 벗어날 중요한 시기

 2006년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는 “내수회복과 기업수익성 개선 등으로 호전될 전망”이라는 정부의 낙관론과는 달리 2005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재욱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진정한 경제성장은 민간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으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고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창출되고, 그에 따라 고용도 증가하며, 국민들의 소득도 증가하고, 소비도 증가하게 된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지난 1월 중순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발표한 2005년 영업실적은 사상 최대 이익실현이었다. 매년 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실적 발표문에는 예외 없이 ‘사상 최대 흑자’라는 단어가 빠지질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2% 감소에 이어 2004년과 2005년 4% 내외의 낮은 증가에 그쳤다. 다만 2006년에는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반영, 이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흥식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설비투자가 이처럼 부진한 데에는 “침체된 경기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적 원인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즉 고도성장기의 주력 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유화·조선·철강·자동차와 같이 대규모 장치산업이 이미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상대적으로 고용 및 투자 유발 효과가 적은 IT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의 진전과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인해 경쟁국들과의 경쟁에 노출된 저(低)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이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내투자는 감소하는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력 및 시장 확보 차원에서 해외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최 원장은 2002년 이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소폭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0%에 가까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자금 조달에서 기인한 어려움이 아니라 투자여건의 악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 여력이 있는 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윤호 LG경제연구원 원장은 “고용과 소득을 늘리기 위한 투자 활성화는 경기회복세를 다지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최근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전망해 투자를 하기보다는 경기회복세를 확인한 후 투자에 나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평론가 이성태씨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됨으로써 당장의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만족해 하고 있다”면서, “장기화가 우려되는 경기침체 국면과 정치·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계에서까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재욱 교수는 “대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있는 출자총액 제한, 수도권 공장 설립 제한과 같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하고, 외국기업이 보다 쉽게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김영봉 교수도 “투자할 돈이 없다기보다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기업들의 사상 최대 이익의 활력을 “설비투자 및 소비확산으로 잇는 것이 2006년 풀어야 할 정권의 숙제”고 진단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설비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 창출이 차단되고, 소득증가 역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재정경제부는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 수익성, 설비투자 조정압력, 최근 투자심리 움직임 등 여건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이라며, “제조업 부문의 설비투자 조정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비회복으로 내수업종에서도 조정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최근의 투자심리 개선이 뒷받침될 경우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06년의 설비투자는 그간 순환적 부진 요인이 점차 해소되면서 2005년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기업들이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지 못하고, 투자성향도 보수화 되고 있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바탕에서 정부는 올해 6%의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을 예상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2006년을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의 시기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을 거쳐 다시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드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경기회복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확고히 하는 데에 정책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투자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거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인 민간소비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은 정부의 정책방향에서도 분명하다. 때문에 일자리 확충과 소비 확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시키는 근본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평론가 이성태씨는 “그렇다고 투자환경의 개선 없이 기업들의 투자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금의 여력을 갖춘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는 지금, 정부가 투자환경만 제공한다면 새로운 성장엔진에 목말라하는 기업들도 소극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