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의 변화, 특히 소비 생활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많다. 이들 중에서 10년 후의 소비 생활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로 소득, 인구(또는 가족) 구성, 기술 발전과 새로운 상품 등에 국한하였다. 국민 소득은 2010년을 전후에 2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한 기술 발전은 소비 생활과 관련된 인터넷 정보 가전과 유비쿼터스(Ubiquitous), 그리고 기술 기반 신상품의 지속적인 개발 등이다. 이들 요인을 전제로 구체적인 소비 생활 변화의 키워드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10년 뒤의 소비 생활 변화 키워드의 첫 번째는 자동 주문 소비 생활의 확산이다. 자동 주문 소비 생활의 확산을 지원하는 기술로써 2006년 RFID 유통 물류 시범 사업의 종료와 함께 상용화로 2008년 유비쿼터스 시대가 시작되었다. 또한 가정에서 반복하여 구매하는 식품과 생활용품 상품에 대하여 자동 주문 기능을 갖춘 인터넷 정보 가전제품의 보급률도 2010년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의 RFID칩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정부에서 가정의 각종 소비 생활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실시한다.

 이로써 편리한 소비 생활을 원하는 소비자 또는 실버 계층 부모님의 경제적·합리적 소비를 지원하는 중년 자녀들이 신뢰감 높은 사이버 쇼핑몰을 선정, 이들의 생활 정보 활용을 승낙(permission)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자동 주문 방식의 소비 생활이 점차 확산된다.

둘째는 실버 인구 증가와 함께 이들 계층의 소비를 지원하는 ‘상품 구매 대리인’이 등장한다. ‘상품 구매 대리인’이란 상품의 생산, 재판매, 소비와 기업 활동 등에 필요한 재료, 장비, 소모품 등의 물품 구매를 대리하여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의 구매 대리인이 기업 활동 측면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 인구에 해당하는 고령 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실버 계층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들의 합리적인 소비 선택을 지원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업이 등장한다.

 셋째는 실버 계층의 상품 구매 대리인 등장과 유사한 목적의 ‘소비 커뮤니케이션’이 확산된다. 소비 커뮤니케이션이란 각종 상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 또는 선물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기 위한 대화, 사진 전송 등의 의사를 교환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현재에도 소비 커뮤니케이션은 주위에서 패션과 유행 상품 구매를 위하여 동료나 친구, 가족 등이 동행하여 쇼핑하는 형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실시간 고화질 화상 통신을 지원하는 휴대 통신 기기의 보급 확대로 지금처럼 여러 명이 함께 쇼핑을 다니는 현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휴대 통신 기기로 내가 원하는 상대와 상품 소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웰케어 전문점과 실버 전문점 등장

 다양한 형태로의 소비 생활 변화를 전제한 유통 시장의 구조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유통 시장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기술이 개발되어 발표되고 곧바로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적 상황이 아니라 서서히 그 싹이 태동되고 점차 커져갈 것이다.

 국내의 할인점 시장이 10년 만에 주요 유통 시장의 채널로 부각된 것과 같이 10년 후의 시점에 새롭게 태동되거나, 현재의 유통 채널 중에서 주력으로 성장 가능한 유통 형태를 소비 변화와 연계하여 살펴본다.

 첫째로 유통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으로 성장한 것이 온라인 유통 시장이다. 현재 온라인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이 미래에도 유통 시장의 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M-Commerce와 T-Commerce의 등장과 성장으로 온라인 쇼핑 채널이 다변화한 것이 인터넷 쇼핑몰로 접근하는 관문(gate)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인터넷 쇼핑몰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된다.

 반대로 오프라인 점포의 형태도 많은 변화가 발생한다. 편리한 쇼핑 기반 구축과 여가 활용의 욕구로 도심형 대형 점포는 단독 건물 형태에서 복합 또는 쇼핑 단지로 구성하는 쇼핑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숙박과 오락 등이 함께 결합한 형태인 도심형 쇼핑몰과 오락, 식사, 쇼핑, 관광, 휴식 등이 결합된 교외형 테마-쇼핑몰이 초기의 시행착오를 벗어나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다.

 그 중 특이할 만한 소형 점포로는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성 과일, 채소의 등장을 계기로 종전의 유기농 상품 등을 취급하는 웰빙(well-being) 전문 매장과 영양제, 비타민제 등과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드럭-스토어형 헬스-케어(health-care) 전문 매장이 복합된 웰-케어(well-care) 전문점이 등장할 것이다. 또한 실버 계층의 증가로 대형 점포에서 일부 면적을 실버 전용 매장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던 형태에서 탈피하여 실버 상품만을 취급하는 소규모의 실버 전문점이 일상화될 것이다.



장면 하나 50대 중반의 전문직 남성. 이른 아침 디지털 TV를 통해 주요 뉴스를 시청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TV 화면 분할 기능을 통해 고향의 부모님에게 화상 전화를 연결한다.

부모님은 두 분만이 고향에서 생활하시며 어느덧 80대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건강하시지만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을 위해서 기능성 과일과 채소, 그리고 영양제 등을 구매하여 보내 드린다. 통화하면서 또 다른 화면 분할 기능으로 부모님 댁의 냉장고를 홈 네트워킹으로 연결하니 품목별로 남아 있는 정보가 나타난다. 고향집 근처의 실버 전문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이버 쇼핑몰에 주문하고 통화를 마친다.



장면 둘 점심 식사 후, 따뜻한 봄 햇살로 나른한 오후 2시. 갑자기 노트북으로 화상 전화가 걸려 온다. 인공 지능 로봇연구소에 다니는 큰아들이다. 며칠 밤을 새우며 프로젝트를 마친 뒤 이틀 전에 여자친구와 함께 강원도로 일주일간 휴가를 떠났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인근 테마-파크형 쇼핑몰로 온천욕을 하러 왔다가 갑자기 아버지의 낡은 재킷이 떠올라 한 벌 사 드리려고 쇼핑몰에 들렀다”며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상품들을 휴대 전화를 통해 보여 준다. 몇 번을 사양하다가 맘에 드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장면 셋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디지털 TV로 어제 보다 만 영화를 다시 틀었다. 영화를 보며 큰아들이 낮에 전화한 것을 이야기하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큰아들의 결혼 이야기를 꺼낸다. “내년이면 29살로 좋지 않으니 올 가을이라도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요즘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애인이 없는 아들의 부모보다 걱정은 덜 하지만 1~2년 전부터 남성들이 결혼 조건으로 혼수까지 부담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경제적 부담에 저절로 한숨만 나온다.



Plus hint

소비 커뮤니케이션 확산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