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거주하는 강남 부자들을 분석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부자들을 찾아내는 것도 그러려니와, 찾았다 하더라도 이들과 접촉하는 일, 그리고 이들로부터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갤럽에 이번 조사를 의뢰하면서 대상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40평 이상 아파트에 자가로 거주하는 이들을 한정토록 요청했다. 이들 지역의 40평 이상 아파트의 값은 최저 6~8억원대. 강남구의 경우는 최소 10억원을 넘는다. 따라서 이들의 재산은 적어도 1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당초 우리가 계획했던 500가구의 샘플이 나올 것인가가 고민거리였다. 때문에 30평 이상의 아파트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설문 대상이 ‘부자’에 초점을 맞춘 것인 만큼, 이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처음대로 40평 이상의 아파트 자가 소유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표본은 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40평 이상 아파트단지 수 비례로 무작위로 추출했으며, 51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이용, 10월29~30일 이틀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별 특성을 살펴보면, 남자가 49.9%, 여자가 50.1%이었으며, 연령대는 50세 이상이 65.9%로 가장 많았고, 40대(25.9%), 30대(8.2%)가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인 89.6%가 대학재학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으며, 지역별 비중은 강남구 40.4%, 서초구 39.8%, 송파구 19.9%였다.

 아파트 평수는 40~50평 사이가 전체 대상자 중 59.7%로 가장 많았으며, 50~59평이 28.1%, 60평 이상도 12.15%나 됐다. 이들의 총 재산은 10억원~20억원이 38.1%로 가장 많았고, 월 가구별 소득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가 40.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000만원 이상이라고 대답한 가구도 22.9%에 달했다.



 강남 부자들의 첫 번째 고민 그리고 유감

 “우리는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

 부자라면 평균 46.8억원 재산을 보유해야




 저 강남부자들의 재산 축적방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한국갤럽이 1996년과 2003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0% 이상이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이 많다’는 응답이 나왔다. 부자들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 부자들은 이 같은 국민들의 의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사대상의  59.8%가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이 더 많다”고 답했던 것. 반면 ‘부당한 방법으로 모은 사람이 더 많다’는 의견은 27.7%에 불과했다. 이는 특히 아파트 평수가 크고 재산이 많을수록, 학력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부의 정당한 축적’에 대한 응답이 많았다.

 빈부의 세습현상에 대해서는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43.6%로, 앞으로 완화될 것으로 봤다. 이는 2003년6월 한국갤럽이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6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60.3%보다는 작은 수치다. 하지만 여자보다는 남자, 고연령층일수록, 또한 큰 평수의 아파트 거주자일수록 빈부 세습현상에 대해 낙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면 강남 부자들은 부자의 기준을 얼마로 보고 있을까?

 이에 앞서 강남 부자들의 재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저축 등을 전부 합해 얼마의 재산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강남 부자들은 평균 18억3800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응답했다. 거주자의 아파트 평수별로 보면 40~44평은 13억700만원, 45~49평은 18억3600만원, 50~59평은 18억9200만원, 60평 이상은 31억1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재산조사의 경우 응답자들이 줄여 얘기하려는 속성이 있다고 말해, 이들의 평균재산은 최소 2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 로또의 1등 당첨금은 평균 20억원 안팎. 따라서 로또 1등은 강남부자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셈이다.

 강남 부자들은 이 같은 부(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부자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를 묻는 질문에서 압도적인 수치인 82.8%가 부자가 아니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평수가 클수록, 총 재산 및 소득이 많을수록 어느 정도 자신이 부자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제 이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을 살펴보자. 전체 응답자 513명은 평균 46억8000만원의 재산을 보유해야 부자라고 응답했다. 이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18억3800만원)보다 2.5배 정도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갤럽이 1993년 전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서 국민들 대다수인 74.6%가 10억원 이하라고 대답한 것과 비교하면, 물가수준을 고려해 보더라도 강남 지역 사람들이 부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재산보유 금액별로 보면 10억원 미만의 재산보유자는 25억9000만원, 10억~20억원 미만은 37억9000만원, 20~30억원 미만은 43억1000만원, 30억원 이상은 85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자들의 두 번째 고민 그리고 유감

 ‘8·31조치’로 추가 소유주택 팔지 않을 것

 부동산만큼 투자가치 높은 재테크가 어딨나



 남 부자들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외에 추가 주택을 어느 정도 소유하고 있을까.  소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평균으로 30.7%에 불과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산과 마찬가지로 추가 주택소유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실제와 달리 대답한 응답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이번 조사에서는 재산 및 월소득이 많을수록 추가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재산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월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 거의 응답자 둘 중 한 명은 추가 소유주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이들은 올 들어 정부가 사실상 서울 강남 지역을 겨냥해 내놓은 ‘8·31 부동산종합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절반 이상(54.4%)이 부동산가격 ‘안정에 효과 없을 것’이라고 응답해, ‘효과 있을 것’이라는 응답(38.8%)보다 15.6%포인트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남녀 및 연령별, 아파트 평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자는 근소한 차이로 ‘효과가 있을 것’(47.9%)이라는 쪽이 우세한 반면, 여자는 63%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70.6%가 부동산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반면, 연령이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봤으며, 아파트 평수가 클수록 부정적인 반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택 한 채 소유자(36.0%)보다 두 채 이상 복수 소유자(45.0%)들이 부동산대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추가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강남 부자들에게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라 1~2년 내 처분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과반수인 60.8%가 ‘처분 계획이 없다’고 응답해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처분하지 않은 이유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응답자들 중 21%가 ‘부동산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처분을 기피했으며, ‘부모 자녀 등 가족 사용 및 상속’(14.8%), ‘양도세 등 높은 세금 때문’(13.9%), ‘당장 팔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10.9%)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강남 부자들은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저축, 간접투자, 부동산을 선호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응답자의 37.3%는 예금·적금, 30.4%는 주식 간접투자, 15.5%는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교적 수입이 많고 안정적인 40대에서 ‘주식 간접투자’ 응답이 42.7%로 예금·적금보다 많은 편이며, 30대와 50대 이상은 40% 이상이 예금·적금을 선호했다.



 강남 부자들의 세 번째 고민 그리고 유감

 정치불안·교육 문제로 이민 가고 싶어

 둘 중 한 가구 자녀 외국유학 계획중



 즘 자녀교육 문제 등 이런저런 문제를 들어 이민행 비행기를 타는 이들이 많다. 이를 강남 부자들에게만 한정해 물어봤다. 이들 중 31.6%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민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03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31.2%가 “이민 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에 비춰 볼 때, 이민 의향은 전국 성인과 강남 거주자가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이민의 의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져 30대에서 42.0%로, 50세 이상의 28.0%보다 14.0%가 많았다.

 강남 부자들이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이들은 ‘정치불안’(31.6%)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최근 강남 부자들을 겨냥한 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듯한 반응이다. 최근 강남에 거주하며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일련의 정부정책을 보면 마치 강남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들처럼 보여진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자녀교육 문제’(23.5%), ‘사회불안’(18.1%), ‘경제불황’(7.6%) 등을 들었다.

 이와 함께 강남 부자들은 자녀들의 해외유학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 40평 이상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의 22.4%는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자녀가 있는 걸로 조사됐다. 이는 월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1000만원 이상 27.8%) 유학생 자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학부모의 57.1%는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낼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1~2년 내 강남부자들의 상당수가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