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불안과 겨울을 앞두고 배럴당 60달러대를 돌파할 것”(스티브 스트롱인, 골드만삭스)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미국 달러의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수년 내에 배럴당 100달러도 가능할 것”(케빈 커, 케스트인터내셔널)

 “배럴당 50달러 시대는 오래 가지 못할 것”(셰이크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

 “위험 프리미엄과 투기세력 등에 의한 거품이 제거될 경우 내년에는 배럴당 25달러대로 떨어질 것”(프레데릭 루퍼, 베어스턴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50달러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를 넘어서자 전문가들의 견해도 제각각이다. 과연 누구의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국제유가 급등 요인 네 가지

 미국의 종합뉴스매체 <MSNBC>가 홈페이지(www.msnbc.msn.com)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의 이런 불안을 잘 엿볼 수 있다. 지난 10월6일 오후 1시 현재 총 4431명이 참가한 가운데 올 연말 유가 수준을 배럴당 60달러로 대답한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70달러와 80달러 이상이 각각 18%로 나타나면서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보는 비율이 압도적 다수인 73%를 차지했다. 반면 40달러는 12%, 30달러 이하는 3%에 불과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비율도 11%에 그쳤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수요의 급증, 생산 여력 부족, 중동 등 산유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자연 재해, 투기 세력의 가세다. 먼저 수요의 급증은 최근 수년간 전 세계 성장세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월 말 올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년 만에 가장 높은 5.0%로 전망했다. 여기다 중국의 석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석유 수요가 1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3.2%)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 2년 연속 9%대의 성장세를 보여 긴축 정책에 나설 정도로 고공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올라서면서 석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분은 1일 84만 배럴로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1일 252만 배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중국 정부가 현재 24일에 불과한 전략 석유 비축분을 내년 말까지 30여 일분으로 끌어올릴 계획에 나서고 있는 점도 석유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산유국, 더 이상 생산여력 없어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의 경우 전 세계 수요가 1일 8100만 배럴이었던 반면 공급은 1일 8230만 배럴로 공급 초과 현상을 보였다. 생산 여력이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 쿼터 확대는 물론 초과 생산을 계속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 등 비(非)OPEC 국가들도 생산을 계속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의 공급 부족이다. 산유국들이 지금까지는 수요 증가에 부응해 최대한 증산해 왔지만 더 이상의 생산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유가 급등이 지난 1970년대의 오일 쇼크와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1970년대의 오일 쇼크가 산유국들의 인위적인 공급 제한 또는 감소에 있었다면, 이번 쇼크는 수요의 급증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주요 산유국과 정유업체들은 유전 탐사 및 개발과 정유시설 확충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1998년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주요 석유회사들은 위험이 수반되는 유전 개발과 정유시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에 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석유산업의 특성상 오늘 바로 유전 탐사 또는 개발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생산이 가능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 아니라, 비OPEC 산유국의 경우 확인된 매장량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 조사부의 데이빗 로빈슨 부국장은 지난 10월7일 한 세미나에서 “향후 수년간 전 세계 석유 공급에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이 한계 상황에 달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가격은 출렁이는 법이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 부족, 이라크에서의 대형 테러 발생, 베네수엘라의 정정(政情) 불안과 석유업계 파업, 허리케인의 연이은 내습에 따른 미국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 생산 및 선적 차질 장기화 우려, 나이지리아와 노르웨이의 석유업계 파업과 같은 돌발 사태들이 번갈아가며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투기적 수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인들이다. 중동지역은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65%, 석유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불안한 정세가 계속되는 한 석유시장의 불안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심리적 불안 외에도 미국 등 서방계 석유회사들의 중동지역 투자가 위축되는 것도 중장기적 생산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01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저(低)금리 현상도 유가 급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금리에다 주식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 금융시장의 투기 자본들이 원유선물시장 등 주요 국제 원자재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들 투기 자본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평상시보다 과도한 움직임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의 전망은 이런 수급 요인들이 언제 어떻게 해소돼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내년에 전 세계 성장률이 4.3%로 둔화된다고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평균치(3.5%)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석유 수요 증가율도 올해(3.2%)보다는 낮지만 2.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다 중동지역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미국에너지정보청(EIA) 등 주요 기관들은 고유가가 적어도 내년, 길게는 2~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이들 기관은 올 연말까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 안팎(최저 38.9~최고 45.2달러)을 예상했다. 또 내년에는 배럴당 35달러 안팎(최저 34.0~41.8달러)으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달 들어 WTI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면서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 연말과 내년 유가 전망치가 각각 배럴당 5~10달러씩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유 가격흐름 달라 다행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석유 수입량의 약 77%를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유의 가격이 최근 들어 WTI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시장에서 석유는 ‘비중’과 ‘유황 함유량’ 및 유종별 수급 상황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비중이 높고 유황 함유량이 적은 WTI가 두바이유보다 통상 배럴당 3~5달러 정도 높은 가격에서 형성돼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가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9월21일 가격차가 10달러를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가격차가 15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두바이유는 9월 이후 배럴당 34~38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WTI 가격이 하락할 경우 두바이유 가격도 하락하겠지만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이전의 가격 차이(3~5달러)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WTI 가격이 일시적으로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라설 경우 두바이유 가격도 40달러대를 넘어서겠지만 가격 차이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성환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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