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및 가까운 미래에 소비시장 지배할 키워드는 웰빙 소비, 선택집중형 소비, 관계지향 소비가 유력 기업은 웰빙 소비에 대응해 건강과 환경 중시한 마케팅 강화해 나가야
 양면적이던 소비 니즈가 최근 새로운 축을 향해 재통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소비 니즈의 변천 과정은 집중과 분산, 수렴과 확산을 반복해 왔다. 의식주라는 기본 욕구 해결에 소비 니즈가 집중됐다가 욕구가 점차 세분화되고 개인의 감성과 주관이 중시되면서 소비 니즈도 다양하게 분산됐다.

 이후 소득 양극화, 디지털화, 글로벌화 등이 가속되면서 이문화와 양면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지게 됐고, 잠재돼 있던 개인의 상반된 소비가치들이 행동을 통해 실천되기 시작했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집단적 소비 행태와 개인 중심의 소비가 공존하는가 하면 구매 효용성을 중시하는 이성 소비와 감각적 즐거움 및 사회적 상징성을 추구하는 감성 소비가 동일 집단이나 개인에게서 동시에 확인됐다.



 재통합 향한 소비 패턴

 그러나 제도·정책, 인구 통계, 경제·산업적 환경 변화와 함께 이러한 양면적 소비 패턴도 최근 변화를 맞고 있다. 집중과 분산의 시기를 거쳐 재통합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자연주의, 소비자보호정책,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소비자의 삶의 질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싱글족이 증가하고 소자화(少子化) 및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 중이다. 더욱이 그칠 줄 모르는 경기 침체의 한파는 소비심리의 불가피한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특정 소비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소비계층에 포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어떤 축을 중심으로 재통합되고 있을까.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소비시장을 지배할 키워드로 웰빙 소비, 선택 집중형 소비, 관계 지향 소비가 유력하다.

 최근 2~3년 동안 대다수 제품에 대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위축에 따른 불충족감은 오히려 웰빙(Well-being)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정치사회 불안, 일자리 창출 미흡, 신용 불량 해소 지연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스트레스가 없는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희망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출시되는 신상품마다 웰빙을 외치고 나오니 웰빙이라는 말이 없으면 마치 기본적으로 따라붙어야 할 인증 마크가 없는 제품처럼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다.

 환경·자연주의(EHS: Environment, Health, Safety), 소비자보호정책에 대한 관심이 먼저 도입된 선진국일수록 웰빙의 안착도 선도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경기 후퇴를 경험하고 검약적 소비(Downsizing)를 지향하던 1990년대 후반 건강 및 환경 관련 상품의 판매는 반대로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적 소비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해 2003년 유기농 식품 및 식이요법 시장은 1998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일본 또한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90년대까지의 방만했던 소비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성이 시작됐다. 유행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구매 패턴이 품질과 가격 위주의 보수적 경향으로 회귀하여 필요 이상의 기능을 제거하고 사용자의 심리적 안정과 육체적 편의를 지원하는 웰빙 상품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 안정에 대한 희구, 제도적 여건 성숙과 함께 국내 웰빙 시장 규모는 향후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 가치 지향 분위기 확산

 둘째, 개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스마트 소비 및 소비 구조 조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개인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검약 항목과 투자 항목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반적으로 지출 규모를 줄여 나가지만 자기 만족을 위한 특정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집중한다. 젊은 세대에 대한 심층 분석 보고서(제일기획, 2003)에 따르면 40% 이상의 네티즌이 개인적 관심사에 따라 2개 이상의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있고, 의류와 외식이 거의 주된 지출 항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현상은 싱글족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개인 가치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벨트를 조일 때 조이더라도 소수 자녀 또는 애완동물에 대한 전폭적 투자는 당연시되고 있다. 기타 소비 지출 항목의 높은 변동에도 불구하고, 외환 위기 이후 2004년 3분기까지 교육비 항목에 대한 소비지출계획 CSI(한국은행)는 변함없이 기준치(100)를 상회하고 있다. 개인별 관심에 따라 여가 활동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이다. 심야 영화, 밤샘 스키, 야간 여행 등 시간대 구분이 없는 각종 여가 활동이 등장해 ‘24 Hour’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야간 활동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경계감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올빼미 쇼핑과 다채로운 밤놀이를 즐기는가 하면, 재택 근무 증가와 더불어 ‘낮에는 밖에서, 밤에는 집안에서’라는 기존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셋째, 소비자의 필요성 인식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간 장기적 관계 구축이 강화되는 ‘관계 지향 소비’가 확산될 전망이다. 제품이 융합·복합화되면서 구매 시점뿐 아니라 구매 이후에도 소비자의 정보 니즈가 지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융합된 IT제품, 종합 금융 서비스 등 종전과 다른 개념의 제품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 기업으로부터 숙지해야 할 필수 정보의 수도 함께 증가했다. 제품 개념이 이렇게 어려워질수록 사용 방법 및 안전 기능에 대한 정확하고 친절한 안내, 제품 편리성의 추후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AS 등이 구매의 필수 항목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비스 품질이 제품 품질 이상의 구매 결정 변수로 부각될 수도 있다.

 소비자 니즈를 섬세하게 파악하고 있고 신뢰성 높은 에이전트를 통한 위탁 구매가 일반화될 가능성도 높다. 특정 기업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면서 돈독한 신뢰를 구축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구입한 제품의 유지는 물론 향후 구입할 제품의 품질도 확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기업의 웰빙 테마 대응 필요

 이러한 소비자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소비 트렌드 변화를 조기에 파악한 기업이라면 그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우선 웰빙 소비에 대응하여 건강과 환경 중시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선진기업은 이미 ‘건강’과 ‘환경’을 미래 마케팅의 전략적 키워드로 인식하고 환경 친화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드의 경우 2004년형 에스코트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로하스’(348 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를 잠재고객 연구의 기본 키워드로 사용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기존 건강 관련 기획 상품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글로벌 브랜드 등이 참여하면서 대기업 주도형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더욱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

 제품 개발뿐 아니라 웰빙 소비를 타깃으로 한 기업 이미지 홍보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의 환경 친화, 사회 발전 공헌 정도가 기업에 대한 소비자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안전한 식재료 사용 등 웰빙을 테마로 하는 기업 홍보의 지혜가 요구된다.

 또한 선택·집중형 소비에 맞춰 신사업이나 상품 개발 시 근본적 사고의 중심을 상품 위주에서 소비자 생활 패턴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나 이익 증진을 위한 상품 개발이 아닌, 개인별 소비자의 생활 편익 개선을 우선시할 때 비로소 ‘선택’과 ‘제거’가 명확한 소비자들에게 어필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해외 소비 트렌드 및 선진 마케팅 조사 기법을 적극 학습하여 시장 세분화에 활용해야 한다. 개별 고객에 대한 지속적 관찰로 획득한 정보와 해외 선발 소비 트렌드 정보를 비교하여 소비자 행동 예측에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소비자의 관계 지향 니즈를 포착하여 서비스, 유지 보수를 신사업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서비스의 고품질화 및 상품화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과학적 시장 조사에 근거하여 시장 기회를 선점하거나 역량을 차별화한다면 고부가가치 수익모델 창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에 앞서 단일 제품에 한정하지 않고 유망성, 구현 가능성이 탁월한 무형의 서비스를 신사업의 핵심 역량으로 정의하고 전사에 전파할 수 있는 결단이 우선 갖춰져야 할 것이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