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대동백화점의 김태식(54) 부사장이 외부에서 영입된 지 6개월 만에 당초 경상이익 목표액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대부분의 지역백화점이 대형 백화점 및 할인점과 벌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 김 부사장의 성과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재 마산과 창원 지역에는 백화점 4개, 대형 할인점 4개로 모두 8개의 대형 유통점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의 총인구 수가 약 93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적정 대형 점포 수는 2개. 유통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얘기다. 또 여기에 더해 1~2개의 대형 할인점이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라서, 전국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격전장에서 지역 소형 백화점인 대동백화점이 정형화된 업태의 고정관념을 극복한 차별적인 MD(머천다이징, 용어설명 참조) 구성과 마케팅 활동으로 유통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형 백화점과 정면으로 승부해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그들과 차별될 수 있는 MD와 지역 마케팅만이 생존요소입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동백화점을 총괄하고 있는 김태식 부사장은 수십개에 이르던 지방백화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잘못된 방식을 택해 대형 백화점과 승부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과의 정면승부는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대동백화점은 1995년에 설립된 규모는 작지만 지방색이 강한 향토백화점이다. 이 백화점은 현재 마산과 창원에 모체를 둔 유일한 지역백화점으로, 1995년 5월 대표적인 지역 대형건설사인 대동주택의 유통계열사로 처음 태어났다.

 하지만 최근 대형 백화점 및 할인점의 공세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동백화점의 재도약 임무를 부여받은 이가 바로 김 부사장이다. 그는 대구백화점 등에서 27년 동안 유통전문가로 활약했다. 유통가에서 그는 유통 이론과 MD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실무를 겸비한 실력가로 알려져 있으며, 2005년 6월부터 대동백화점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지난 6개월간 해온 지휘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당초 7억원에 불과하던 경상이익 목표액이 1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출과 고객도 각각 30% 이상 증가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먼저 단일 지방백화점이기에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지역 고객밀착형 마케팅으로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백화점과 달리 중심상권에 위치한 도심형 백화점이 아닌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지역밀착형 백화점입니다. 쉽게 말해 아줌마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그래서 이 아줌마들을 잡는 데 중점을 뒀죠.”

 김 부사장은 대동백화점은 1차 상권에 1만5000여세대의 아파트와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입지적인 여건이 우수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주요 고객인 아줌마들을 위해 기존 백화점의 정형적인 MD 구성을 탈피했다. 그가 추구한 마케팅 방향은 아줌마들을 위한 ‘편안한 쇼핑’이다.

 “대형 백화점 등과 같은 스타일로는 고객을 잡을 수 없습니다. 대형은 대형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식품관 1층 배치 눈길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식품관의 1층 배치다. 그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형태를 병행한 식품관의 1층 배치가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이를 두고 ‘혁명적’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MD 구성을 통해 동종 업계 대비 식품관의 매출 구성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향후 의류 부문의 매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매장환경 개선, 주요 브랜드 유치와 제휴마케팅 강화를 통해 경쟁 백화점으로 이탈했던 고객을 재유입시켜 고객 수와 고객 단가가 증대하고 있으며, 매출 1300억원 달성과 전년 대비 17%의 매출 신장, 경상이익 18억원 달성 등 경영실적의 강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규모로 볼 때 여타 대형 백화점보다 작지만 내실이나 효율성은 그 어떤 백화점 못지않으며, 한때 평당 효율성 면에서는 전국 백화점 가운데 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식품관에 들어선 신라명과는 매출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평당 효율성이 다른 대형 백화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일 지역점으로서 가질 수 있는 매스마케팅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켜 다양한 혜택을 고객에게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우수 이종업종 제휴마케팅이다. 현재 이런 전략에 따라 제휴를 실시한 가맹점이 2005년 12월까지 19개이며, 2006년에는 30개점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제휴점 개발의 가장 큰 목적은 단일점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백화점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업종과 제휴를 맺는 건 아닙니다. 지역 내 우수업종들과 제휴를 맺어 보다 높은 고객만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휴 가맹점으로는 메가라인 창원점(영화), 베니건스 창원점(레스토랑), 창원한서병원 등이다. 이들 제휴점에서는 백화점 고객들에게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대동백화점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06년부터 호텔 및 레저 업종 등과도 전략적 제휴마케팅을 실시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런 제휴점 개발은 업체에게는 상호 홍보를 통한 홍보 판촉비 절감 및 고객 유입의 확대, 고객에게는 다양하면서도 할인된 서비스 혜택을 주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동백화점은 최근의 경영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신규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의 안정된 선두기업이 되기 위한 다점포화에 역점을 두고 경남지역 내에 아울렛과 점포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백화점으로서 대동백화점도 수많은 위기를 헤쳐 왔다. 1997년 IMF 한파로 자금압박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꾸준한 매출 신장을 보이는 투지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지역민들에게 쌓아온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경험들이 큰 밑거름이 돼 2002년 롯데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손익악화가 지속된 가운데서도 2004년 화의를 탈출하게 되었고, 2005년 경상이익 18억원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역민들이 보여준 특별한 애정에 대해서 대동백화점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업 활동으로 창출된 수익을 지역민에게 환원하는 장학사업 등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것. 그룹사 차원에서도 ‘대동장학회’와 ‘현민장학회’를 운영하며, 가정형편상 학업수행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대학교까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5년은 할인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백화점업계가 적지만 신장세로 돌아서는 한해였다. 2006년은 소비자들의 소비여력 증가와 경기회복의  가시화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으로 매출증대가 예상된다. 대동백화점으로서도 다시 한 번 대형 백화점 및 할인점 등과 승부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기에 김 부사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용어 설명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머천다이징이란 기업의 마케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장소, 시기, 가격 및 수량으로 어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데 수반되는 계획과 관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