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말 A은행 차장으로 조기퇴직한 김명준씨(42, 가명). 그는 퇴직 전 ‘사오정’까지 몇 년 더 버텨볼까, 아니면 퇴직위로금을 더 챙길까 하면서 주판알을 튕기다 퇴사 후에 창업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막상 사표를 던진 뒤 한 달이 지난 현재 그는 업종 낙점을 주저하고 있다. 성장기 업종을 택하자니 ‘막차 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 도입기 업종을 고르자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창업 타이밍도 골칫거리다. 지표상 풀렸다는 경기가 서민 지갑을 언제 열 게 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어찌 보면 김명준씨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한국 40대 샐러리맨들의 대명사가 아닐까. 회사에 남은 자나 떠나는 자, 모두 ‘내 사업’에 대한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때 먼저 ‘결단’하고 자영업자로 변신에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을 만나 보는 건 어떨까. <이코노미플러스>는 40대 나이로 인생 2막에 나선 화이트칼라 4인의 성공 스토리와 창업 전문가들이 뽑은 ‘2006년 유망창업 아이템’을 선정해 40대 가장들의 고민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례 1  대기업 과장에서 체인점주로 - 김세진 피시앤그릴 연신내점 사장

 삼팔선에 직장 나와 월수 800만원 ‘만족’



 LG생활건강에 다니던 김세진(40) 과장은 ‘삼팔선’이 되기 전인 2003년 5월 사표를 던졌다. 몇 년 더 ‘연명’할 바엔 내 발로 나오자는 생각에서였다.

중앙대 경영학과 85학번으로 웰라코리아(1991년)와 타파웨어코리아(2000년) 등 외국계 회사도 다녀봤지만, 직장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게 그의 판단. 퇴사 후 비즈니스 영어에 능해 후배가 사장인 무역회사에 잠시 몸을 의탁하던 김씨가 사업 아이템을 잡은 건 2003년 9월.

 대기업 퇴직 후 창업서적만 5권을 읽고 창업박람회는 빼놓지 않고 다녔다는 그가 선택한 업종은 당시 가맹점 한 곳 없던 ‘피시앤그릴’이라는 퓨전포장마차 분야의 신생 프랜차이즈. 본사의 ‘규모’보다는 ‘열정’을 높이 샀던 것. 김씨 입장에선 기존의 견본 점포가 없는 ‘리스크’를 떠안은 대신 본사가 자기 일처럼 챙겨 주는 ‘1호점 특혜’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업종 선택에서 보여준 과감성은 창업자금 마련에서도 나타났다. 총 투자금 2억원 중 75%인 1억5000만원이 빚이다. 10년 넘게 월급을 모아 마련한 서울 신대방동 30평형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은행대출을 받는 모험을 단행했다.

 입지 선정도 평소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것으로 파악한 서울 연신내 먹자골목 내로 열흘 만에 결정했다. 창업 3요소라는 업종, 자금, 입지를 그는 3개월 만에 뚝딱 해치운 것. 2003년 12월1일, 그는 그렇게 ‘과장’에서 ‘사장’으로 변신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월13일 밤 10시, 서울 청구성심병원 뒤 피시앤그릴 연신내점에서 만난 김세진 사장의 첫 마디는 이랬다.

 “사업은 은행원이 결산보고서 만들듯,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없죠. 결심이 섰다면 과감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가 밝힌 2005년 평균 월 매출액은 2300만~2800만원선. 사실상 사업 첫 해였던 2004년의 월 2500~3000만원보다는 떨어졌다는 게 그의 집계다. 여기서 월세 130만원, 4명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를 뺀 순익은 매출액 대비 30%선인 700만~800만원 수준. 대기업 과장 때 받던 월평균 400만원에 비하면 한 달 소득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는 “소득도 늘어났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영업시간이 오후 6시부터라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점이 직장 다닐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특히 샐러리맨 선·후배들이 가끔 매장을 들러 직장생활 애환을 얘기할 땐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그의 경험담.

 그가 선택한 피시앤그릴은 25평 매장 한 켠에 ‘어묵꼬치바’를 특화한 퓨전포장마차. 생선구이와 꼬치 등 40여종 메뉴 중 어묵꼬치 매출이 35%에 달한다. 사업 초 함께 했던 아내 이혜경씨(38)는 이제 주말에만 나와도 될 정도로 사업 2년여 만에 안정성도 붙었다.

 평소 카운터와 홀을 지키는 그는 “서빙은 음식을 배달하는 게 아니라 친절을 배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서비스형 인간으로 변해야 자영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운영 철학도 생겼다. 영업 중 손님이 건네는 소주잔에도 웬만하면 ‘노탱큐’다. 김세진 사장이 후배 자영업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을 새겨볼 만하다.

 “만약 당신이 지금 먼저 인사하거나 웃어 준 적이 없고, 엘리베이터 안 개폐버튼 앞에 서 있으면서도 남들이 내릴 때까지 눌러준 적이 없다면, 당신은 지금 창업할 때가 아닙니다.”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신대방동 집과 점포가 멀다는 점. 그는 “기회가 닿으면 점포를 집 가까운 동네로 옮기고, 평수도 30~40평대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밝힌다. 특히 그는 “그때도 돈이 모자라면 끌어들여서라도 하겠다”라며, “화이트칼라가 자영업자로 바뀌려면 직장 때 부족했던 프로정신을 갖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세진 사장이 가맹 1호점이었던 피시앤그릴은 현재 130개로 체인점이 늘어났다.



 사례 2  중소기업 이사에서 체인점주로 - 최성열 조이스 계양구청점 사장

 30군데 ‘발품’ 팔아 권리금 없는 알짜점포 얻어



 천시 계산동 계양구청 맞은편에 17평짜리 배달형 패밀리레스토랑 ‘조이스’를 운영 중인 최성열씨(49). 그는 금속제조업체인 ‘우성포마’의 이사 출신이다. 특히 20년간 직장생활만 해오다 지난해 7월 처음 내 사업에 도전한 초보 사업자. 58년생 개띠인 그는 내년이면 오십줄이다. 30대만큼 변신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칫 평생 벌어놓은 퇴직금까지 날리게 되면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컸던 만큼 창업은 남보다 조심스러웠다. 퇴직 3년 전인 2002년부터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해 치킨, 피자, 김밥, 족발, 노래방 등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 업종만 수십종에 달한다.

 장고 끝에 그가 낙점한 아이템은 대학생 아들이 추천한 ‘조이스’라고 하는 체인점.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 2005년 3월 가맹사업에 나선 업체다. 도입기 사업을 고른 까닭은 소점포 사업은 경쟁자가 없을수록 유리하다는 안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VIPS나 디종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립바베큐를 가정에 배달해 주는 건 조이스가 처음”이라고 들려준다. 한마디로 ‘블루오션 업종’이라는 게 꼼꼼한 예비 창업자 최성열씨가 업종을 선택하게 된 동기다.

 특히 최씨는 남들보다 입지 선정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2개월간 30여군데를 돌아본 끝에 계산동으로 정했다. 구청 맞은편 대로변에 배후 1만2000세대 아파트를 낀 요지였지만, 권리금이 한 푼도 없는 ‘알짜점포’였다.

 총 1억원의 투자금 중 점포 임대료(4000만원)를 최소화 해 투자 부담을 낮춘 게 성공적 변신의 발판이었다. 직장생활하면서 매달 400만원의 월급 중 절반인 200만원씩 저축해 모아둔 덕에 자기자본율은 90%에 달했다. 그의 2단계 ‘수익 극대화 작전’은 인건비 최소화 전략이다. 업종 특성상 배달 매출액이 70%에 달해 2명의 배달 아르바이트생만 쓴다. 이를 위해 전업주부였던 동갑내기 아내 이승례씨(48)도 현업에 투입됐다. 결과는 한 달 인건비를 200만원 이내로 묶을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창업, 사업 6개월 된 현재 그의 사업 성적표는 예상보다 좋다. 6개월간 매출액은 한 달 2500만원에서 3000만원을 오르락내리락한다. 평일 80만~90만원 매출액은 주말엔 150만원까지 뛴다. 17평형 소형 점포로선 A급 실적이다.

 여기서 재료비 48%,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를 뺀 약 800만원이 한 달 최씨 부부의 순익으로 떨어진다. 장사가 잘 되는 까닭은 주력메뉴인 립바비큐(돼지가슴살을 그릴에 구운 요리)가 1만7000원대로 다른 점포에 비해 절반 이상 싸기 때문이다. 칠리폭찹(칠리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안심), 치킨샐러드, 스테이크, 바비큐치킨 등 메뉴는 인근 패밀리레스토랑과 동급이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고, 안방까지 배달해 준다는 게 차별화의 포인트. 그러나 아직 ‘성공’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최씨는 “2006년 개띠 해엔 매출액을 350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월수 1000만원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다.

 인건비를 최소로 줄인 탓에 최성열씨는 홀과 카운터, 주방을 오가는 1인 3역을 맡고 있다. 그만큼 직장 때보다 피로가 쌓여 있다. 개업 후 180일간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친구의 경조사에도 참석도 하지 못할 때가 많은 정도로 시간을 낼 수 없는 현실이다.

 최성열씨는 “초보 창업자일수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체인점 창업의 경우 좋은 본사를 선택하는 게 사업 롱런을 좌우하는 갈림길”이라고 들려줬다. 최성열씨가 15번째 가맹점이었던 ‘조이스’는 사업 1년 만에 전국에 120여개 가맹점을 둘 만큼 잘 나가는 업체이다.



 사례 3  무역회사 주재원에서 프랜차이즈 본사 CEO - 이재환 위즈아일랜드 대표

 차입금을 빚으로 보는 건 월급쟁이 마인드



 아교육 프랜차이즈 위즈코리아(wizisland.co.kr)의 이재환(40) 대표는 꿈이 기업체 CEO였다. 그는 1994년 무역회사인 상경물산에 입사, 33세 나이로 최연소 팀장(부장)에 오를 정도로 잘 나가던 직장인 출신.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10개국 주재원 생활로 시야를 키워 온 그가 첫 사업 도전에 나선 때는 1999년. 직장 선배와 동업으로 무역 오퍼상을 시작했다.

 애초부터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2001년 11월 경기도 분당에 유명 주니어 영어학원 가맹점을 차리며 ‘독립’했다. 영어학원 체인점에 도전한 까닭은 향후 교육 프랜차이즈를 해보겠다는 계획에 맞춘 포석.

 그러나 이 대표는 “벤치마킹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에서 본사 지원시스템이 전무해 배울 게 없었다”라고 말한다. 대신 본인이 직접 ‘제대로 된 교육 프랜차이즈’를 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영어교육은 이미 포화 상태라서 유아 전문 창의력 교육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한다.

 그렇게 위즈코리아는 2003년 11월26일 출발했다. 초기 창업자금은 법인 설립과 분당 본점 개업에 들어간 4억원. 이 가운데 62.5%인 2억5000만원이 분당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 빌린 외부 차입금.

 회사명은 ‘위즈코리아’이고, 교육원 브랜드로 ‘위즈아일랜드’를 쓰는 이곳은 3~7세 아동을 교육 대상으로 하는 업체이다. 특징은 지능지수(IQ)에 초점을 맞춘 기존 교육과 달리 감성지수(EQ)에 초점을 둔 감성놀이교육이라는 점.

 예를 들자면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 학습시간이 있다. 음식을 조리하면서 조미료나 재료의 양을 재며 자연스레 수 개념이나 대소 등의 측정개념을 익히는 것. 월 교육비가 60만~90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교육효과가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국내에만 20개 분원이 생긴 상태다.

 특히 가맹점 창업비가 평균 100평 규모에 3억원(점포비 제외)에 달하는 ‘기업형 창업’임에도 2년 만에 20개 점포가 생길 만큼 유아교육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업체. 지난 연말엔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가맹점이 진출한 상태다.

 이재환 대표의 사업 성적표는 본사 매출액(가맹점 매출액 제외)만 지난해 32억원에 4억원대 순익을 냈다. 무역회사 부장 때 받던 연봉의 10배를 1년 순익으로 거둔 셈이다. 분당 본점만 해도 월평균 5000만원에 순익만 1500만원씩 남기고 있다. 굴리는 돈의 차이가 있을 뿐, 직장 때와 생활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굳이 찾자면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그는 “차입금을 빚으로 보는 건 월급쟁이 마인드”라며, “확신이 섰다면 빚도 ‘투자’로 보는 공격적 발상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본인도 2005년 10월 분당 본사 사옥분양 때 투자한 20억원 중 6억원은 차입한 것이라고 들려준다.

 특히 “창업을 실직이나 취업의 대안 정도로 본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라며,  “오너가 ‘올인’해야 성공하는 게 사업인 것 같다”고 강조한다.



 사례 4  현직 벤처기업 이사 - 임성현 웰컴와바 사장(투잡)

 10명이 종각 100평짜리 호프집 공동 경영



 2005년 12월9일 오후 5시 서울 종각 관철동 뒷골목. 코스닥 상장기업인 A사의 임성현 이사(46, 가명)는 초조한 마음으로 첫 손님을 기다렸다. 그의 옆에는 7000만원씩 종자돈을 함께 투자한 9명의 주주가 나란히 있었다.

 드디어 1호 고객이 테이프를 끊은 뒤 연이어 몰려든 손님들의 행렬. 임 이사를 비롯한 10명의 직장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맥주전문점 ‘와바’ 종각점의 개업 당시 표정이다.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포스시스템의 매출 데이터가 100만원, 200만원이 넘어서자, 이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개업 첫날 최종 매출 집계액은 446만원. 방문 고객 수는 196명에 달했다.  점포 매니저 프로그램은 이날 목표 매출을 410만원으로 잡고 있었다. 목표 초과를 나타내는 성과지수 109%를 알리고 있었다. 10명의 주주명의로 ‘웰컴와바’란 법인을 세운 이들의 사업 첫날 성적표다.

 총 투자금액은 7억원.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요지에 100평짜리 대형 호프집을 개업하는 건 직장인들에겐 하늘의 별따기. 그러나 이들은 ‘공동 창업’이란 해법으로 목표를 이뤘다. 12월 한 달 매출액은 9200만원선. 영업일수 23일을 기준으로 하루 400만원이란 계산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뺀 순익지표는 12월 한 달에 2000만원을 웃돈다.

 10명이 공동 투자한 터라 1인당 20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손에 쥔 것은 없다. 연말에 1회 배당으로 분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월 들어 매출액은 하루 평균 300만원대로 약간 떨어진 상태. 그러나 업종 특성상 겨울철이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웰컴와바 대표를 맡은 임성현 이사는 “2006년 여름부터는 월 1억5000만원 매출액에 도전할 것”이라며, “연말에 2000만~3000만원대 배당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소 2000만원 배당일 경우 투자 수익률은 투자금 대비 연 28.5%에 달한다. 은행 정기예금에 맡길 경우 연 3.5% 수익에 비하면 8~9배나 많은 셈이다. 투자자들은 단순 주주만은 아니다. 대표를 맡은 임성현 사장이 일주일 3회씩 퇴근 후 매장을 지키고, 9명 주주들도 일주일 1회꼴로 ‘당번 근무’를 선다.

 임성현 사장이 ‘투잡스’에 나서기로 결심한 건 2004년 창업교육을 받고나면서부터. 3개월간 1주일에 3일씩 3시간을 투자한 그는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뒤지다 곧 자포자기했다고 들려준다. 1억원 안팎의 여윳돈으로 강남, 신촌, 종로, 명동 등 A급 입지를 찾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지인들 힘을 모아 공동창업이란 자영업계의 새로운 방식으로 투잡스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임성현 사장은 매일 아침 코스닥 벤처회사에 출근하면 두 가지 메일을 확인한다. 하나는 기존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메일이고, 다른 하나는 와바 종각점장이 보내온 어제의 매출, 방문인원, 매입내용 등 매장 관련 업무메일이다.

 낮엔 회사, 밤엔 점포로 출근하는 그는 “보통 투잡스 하면 ‘알바’ 외엔 별로 없었다”라며, “공동 창업의 성공으로 재테크 수단에 목마른 많은 화이트칼라들에게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 조언 1 _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

 창업 스타 되려면 STAR를 실천하라(Study, Training, Attitude, Relationship)



 창업 스타를 꿈꾸는 화이트칼라들이 많다. 스타가 되려면 정말 ‘STAR’를 실천에 옮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말 그대로 공부하고(Study), 훈련하고(Training), 겸손한 자세(Attitude)로 고객 관계(Relationship)를 쌓으라는 말이다.

 2006년에도 창업시장에선 3W가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첫째, 와이드(Wide)다. 불황일수록 움츠러들지 쉽지만, ‘대박’은 대형점포에서 많이 터진다는 얘기다. 고깃집도 대형점, 의류점도 대형점일수록 장사가 잘 되는 건 최근 1~2년 새 불황 때 겪은 경험치다.

 둘째, 위드(With)다. 소자본 창업의 성공 걸림돌 중 하나가 ‘인건비 부담’이다. 이를 최소화 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따라서 부부창업은 물론 형제자매, 자녀까지 현업에 투입해 경비를 줄이는 게 불황기 창업의 요령이다.

 셋째, 와이프(Wife)다. 아줌마 창업은 더 이상 새로운 신뉴스가 아니다. 앞으로도 여성 창업은 두드러질 것이다. 이들은 남자들의 ‘폼생폼사’(외형 중시)와는 반대로 ‘꼼생꼼사’(꼼꼼함을 중시하는 실속형 창업)로 창업시장에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06년은 ‘VCR’이 창업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 같다. VC란 버추얼 코퍼레이션(공동창업)을 뜻한다. 이는 국내에 ‘복잡계 경제학’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브라이언 아서 교수의 용어에서 따 온 말이다.

 쉽게 말해, 개인끼리의 전략적 제휴 창업이 왕성할 것이란 뜻이다. 개인의 소자본 창업은 자본의 취약성으로 인해 제휴를 통해 확대하지 못하면 대형 점포에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개미가 똘똘 뭉쳐 코끼리의 모습으로 변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소점포 창업시장의 ‘공룡’인 3억원 이상 사업자들에게 성공 기회를 모두 빼앗기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생계형 소자본 창업은 점차 업종 선택의 폭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웬만한 B급 점포에도 10평 매장에 권리금이 몇천만원씩 붙어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테이크아웃형 판매나 배달업 위주로 내몰리기 일쑤다. 자본력에서 취약한 이들끼리 피 터지는 경쟁 속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화이트칼라들이 도전할 수 있는 유망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 일단 웰빙 트렌드를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웰빙은 유행단어가 아닌 사회적 흐름에 가깝다. 따라서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사업 패턴이 가능하다. 여기엔 아웃도어용품점, 자전거판매점, 요가 & 피부·다이어트숍 등이 꼽힌다.

 외식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 창업자라면 기존 경쟁점포가 많은 쪽보다는 새로 뜨는 업종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중 하나가 수제핫도그 전문점이다. 따뜻한 봄이 개업 시기로는 제격이다.

 그러나 3~4월 개업을 목표로 한다면 겨울이 끝나기 전인 2월 내 찜해 둘 필요가 있다. 추천 사유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데다가, 토스트전문점의 성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죽 전문점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퓨전 오므라이스 전문점도 괜찮아 보인다. 주택가로 선점할 경우 1억원 미만 창업도 가능하다.

 체인점 창업을 염두에 뒀다면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검증받은 업체를 택하는 게 유리하다. 이 경우 ‘투바투화’를 권하고 싶다. 예를 들자면 맥주전문점 ‘와바’, 해산물요리전문점 ‘취바’(취하는 건 바다), 화로구이전문점 ‘화로연’, 꼬치요리전문점 ‘화투’ 등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 조언 2 _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교육, 웰빙, 외식업이 3대 도전 분야



 화이트칼라들은 보통 직장 경험만 풍부했지, 세상 물정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본인이 선호하는 업종에 치우쳐 창업했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특히 유행하는 업종에 휘둘리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경쟁도 치열하고 수명도 짧기 때문이다.

 가맹점을 선택한다면 관리 능력을 갖춘 본사를 골라야 한다.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본사가 좋다. 최소 가맹점 다섯 군데 이상을 방문해 본사 평을 들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교육사업은 화이트칼라들이 적응하기 용이한 아이템이다. 수익창출은 물론 보람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이 2006년에도 강세가 예상된다. 감성놀이학교로 유명한 ‘위즈아일랜드’ 본사 사장 역시 화이트칼라 출신이다.

 본인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최근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핵심사업만 빼고 아웃소싱(외주)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사업지원업도 유망해 보인다. 이 분야에선 비즈니스센터로 불리는 ‘르호봇’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센터란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무공간을 빌려 주고, 통신서비스와 비서서비스 등을 제공해 주는 사업. 독립 사무실 얻기가 부담스러운 개인 창업자에게 인기다.

 얼짱, 몸짱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뷰티다이어트숍도 유망업종에 꼽힌다. 다만 피부·몸매관리를 위한 기계 설치비가 과도한 경우라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칫 초기 시장 진입에 실패할 경우 재고 부담을 창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직 출신이라면 영업력과 인맥이 성공을 좌우하는 방문형 영업업종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무점포 창업이 가능해 투자비 부담이 낮은 장점이 있다. 토너잉크 방문충전업 ‘잉크가이’의 경우 2005년 런칭 이후 1년 사이에 500여개의 가맹점이 개설된 사례도 있다.

 화이트칼라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 1순위로 꼽고 있는 외식업도 빼놓을 순 없다. 성공확률이 비교적 높은 대신 실패확률 또한 만만찮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점포에 매여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해산물요리 주점 ‘취하는 건 바다’도 최근 뜨고 있는 브랜드다. 전문 조리사 없이 생선회를 취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어회와 냉동수산물을 모두 본사 공장에서 필렛(포 뜨기) 형태로 가공해 진공포장한 후 매일 배송해 주기 때문이다. 광어, 우럭, 참치 등 생선회를 한 접시 3000~5000원에 판매해 젊은 층과 서민층 사이에 인기가 많다.

 화이트칼라 창업자들은 실전 경험이 적어 충분한 사전준비를 한 후 창업에 임해야 한다. 창업하고자 하는 업종의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점포 입지도 여러 곳을 다니며 직접 알아보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창업박람회에 참석해 창업시장 동향도 확인해 보고, 인터넷 창업정보 사이트나 창업 동호회 활동도 권하고 싶다.

 최근 퇴직자 재취업이나 창업을 도와주는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 지원)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해당자라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불필요한 자존심을 버리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공자님 말씀’도 꼭 당부하고 싶다.

 초보 사업자일수록 처음엔 준비자금에 맞춰 작게 시작해 경험치를 늘리며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게 요령이다.



 전문가 조언 3 _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

 “창업 전 ‘알바’로 해당 사업을 꿰뚫어 보라”



 2006년 창업시장 키워드를 열 가지로 꼽아봤다. 화이트칼라들의 경우도 창업 키워드 속에서 사업 전략을 짜고 내 몸에 맞는 업종을 선택한다면 새로운 ‘평생 직업’을 구할 수 있다.

 일단 올해 창업시장을 지배할 키워드로 ‘토종’을 꼽고 싶다. 최근 1~2년 사이 시장을 주도해 왔던 ‘퓨전’ 분야가 관련시장에서 퇴조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요즘은 그 틈새를 한식, 보쌈, 삼겹살 등 신토불이 외식업군이 뚫고 있다.

 둘째, 실속이다. 장기불황 여파로 합리적 소비경향은 대세가 됐다. 유통업에 많이 분포된 검약 관련 업종은 여전히 강세다. 시장가보다 20~40% 저렴한 가격은 지갑이 엷어진 소비자층에게 여전히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셋째, 품격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은 낮아도 품질은 최고를 원한다. 이율배반적인 고객 심리를 만족시키려면 무조건 저가격만 갖고는 승산이 없다. 높은 품질의 화장품을 저가에 파는 미샤가 롱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매스티지(대중 명품)열풍도 이어갈 전망이다.

 넷째, 감동이다. 장기 불황국면을 거치며 사람들은 정신적 안정을 희구하고, 따뜻한 배려가 있는 서비스에 갈증이 많다. 최근 선술집형 주점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섯째, 여성이다. 최근엔 본격적인 여성창업 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가장들의 가계소득이 줄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피부관리점은 수요층이 확대됐고, 반찬전문점도 여전히 늘고 있다.

 여섯째, 건강이다. 요즘엔 건강염려증후군이란 용어가 생길 만큼 건강에 관심이 높다. 또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레저 관련 비즈니스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피트니스센터와 요가원 등도 경쟁점포가 적은 곳을 잡으면 화이트칼라형 창업으론 제격이다.

 일곱째, 생활이다. 생활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이 정착되면서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업종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령 아침식사 대용을 전문으로 하는 유기농전문점이 대표적 사례다.

 여덟째, 교육이다. 영어과목이 회화 중심으로 바뀌고, 대학입시 때 논술비중이 높아지면서 아동 대상 실용영어 학원과 논술 관련 교육사업이 유망업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주산, 한자, 바둑 등 복고형 학원사업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아홉째, ‘맨손’이다. 최근에는 창업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무점포나 초소형 점포 사업도 늘고 있다. 이른바 ‘맨손창업’이란 용어로 불리는 생계형 창업도 보다 늘어날 것이다. 이 경우 PC방문수리업과 잉크방문충전업 등이 제격이다.

 열 번째, 복합화다. 호황기에는 전문화, 불황기에는 복합화라는 말이 있듯, 한 점포에서 두 개 이상 업종을 취급하는 복합점포 바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리카페나 사무용품+복사센터 등이 가능할 것이다.

 화이트칼라들의 성공적인 자영업 변신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잔소리를 하고 싶다. 첫째, 수익구조가 업종보다 우선이라는 지적을 해야겠다. 어떤 사업을 할까를 놓고 백날 고민하는 것보다는 업종 선택이 끝났다면 수익창출 노하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라는 얘기다.

 둘째, 경험이 부족하다면 해당 업종에서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업종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체인점 창업의 경우 1~2주 본사 교육으로 모든 걸 알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마지막으로 은근과 끈기로 길게 승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 1년 앞을 내다본 사업전략을 짜는 게 좋다. 몇 개월 사업하려고 직장을 그만 둔 것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