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칼리 피오리나라는 여성 CEO의 ‘별’이 떨어졌다. 그러나 칼리 피오리나(전 HP 회장)의 낙마가 여성 파워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란 판단은 오산이다. 한국 재계는 정반대로 돌아간다. 날이 갈수록 우먼파워를 실감한다. 재벌가에서는 3세 딸들이 전면에 부상 중이다. 자금 시장을 주무르는 은행권에는 여성 부행장 시대가 열렸고,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대기업 인사 땐 연초부터 여성 임원들이 대거 발탁됐다. 관가에서도 재정경제부와 정보통신부 등 경제 부처 요직을 꿰찬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연초 대법원의 호주제 폐지 결정 등 사회 트렌드도 여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날씨에 빗댄다면 한국 경제의 여성 파워는 과거 ‘흐림’에서 현재는 ‘흐린 후 맑음’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고 있다.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재계에 불고 있는 여성 바람을 분석, 2005년에 주목해 볼 만한 한국의 신 파워우먼 30명을 선정했다.

  #1 재벌가 



 
“오너의 딸은 그만, 경영 실세로 봐 주세요” 

  해 재벌가 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연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이 나란히 호텔신라 상무(이부진)와 제일모직 상무보(이서현)로 승진한 것이 신호탄이다.

 2월 롯데그룹 인사 때에는 신영자(63) 롯데쇼핑 부사장의 맏딸 장선윤(34) 씨가 이사대우 승진으로 바통을 이었다. 창사 후 최대 폭인 86명이 승진했다는 롯데측 주장은 장씨의 임원 승진으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연초 이명희(62) 신세계 회장의 전면 부상을 첫째 뉴스로 꼽는다.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사보 신년사를 통해 “아직도 배고프다”며 “2005년을 재도약 발판으로 삼자”고 독려한 대목은 마치 올해 재벌가 딸들의 경영 활약상을 예고케 하는 상징처럼 무게감을 더해 주고 있다. 물밑 경영자로 알려진 이 회장의 전면 부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이 회장은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최고의 파워우먼으로 꼽힌다. 재산면에서도 압도적 1위다. 온라인 미디어 매거진 ‘에퀴터블’이 발표한 ‘2004년 한국의 여성 부호’에 따르면 이 회장의 추정 자산은 9100억 원에 달한다. 2위에 올라 있는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의 5750억 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5녀인 이 회장은 물려받은 재산도 많았지만 경영 성공 후 여성계 최고 부호가 됐다는 점에서 재계 평판이 좋다. 2000년까지만 해도 2만 원대에 불과하던 신세계 주가는 2005년 2월 현재 30만 원에 육박, 재산을 10배나 불린 셈이다.



 이명희 ‘2005년을 기다렸다’ 

 
이명희 회장은 때를 아는 경영자로 보인다. 1979년 신세계백화점 이사로 경영에 첫발을 디딘 후 지난 96년까지 17년간 상무로 있던 그다. 그런 이 회장은 삼성 분가 후인 97년 부사장으로 직급을 올린 뒤 98년 11월부터 회장으로 잇달아 타이틀을 바꾸며 신세계를 이끌어 왔다. 특히 롯데보다 앞선 93년 할인점 시장을 공략, IMF 쇼크 직후 이마트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오는 수완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 본점 재개발은 이 회장의 숙원 사업이다. 신세계 임원들도 이 회장이 본점 얘기만 꺼내도 바짝 긴장할 정도다. 지난 79년 롯데백화점의 등장으로 유통 2위로 밀려났던 아픔을 롯데에 되갚아주겠다며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유통 애널리스트인 박진 LG증권 차장은 “올해는 신세계가 매출액과 이익면에서 롯데를 추월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라고 말한다.

  올해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삼성가 3세 딸들의 전면 부상이다. 특히 이명희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이사와 사촌지간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 간의 ‘호텔 맞대결’은 올해의 관전 포인트다. 프로젝트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인 정유경 씨보다는 이부진 씨가 경영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한 이부진 씨는 지난해 1월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다시 상무로 승진했다. 직급만 본다면 삼성 후계자인 이재용 상무와 동급인 셈이다. 일각에선 신라호텔이 이부진 씨 체제로 움직일 것이란 예단까지 나올 정도로 실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 사촌지간인 이부진 씨와 정유경 씨 모두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부진 씨의 동생 이서현 씨도 올해 상무보 승진을 계기로 경영 수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서현 씨는 패션사업을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이를 위해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다녀오기도 했다. 서현 씨의 남편은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로 부부가 나란히 한 직장에 다닌다.

  이건희 회장의 두 딸들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일단 기업 경영에 합류하면 장차 독립 경영으로까지 이어져왔다는 삼성가 전통 때문이다. 이 회장의 막내딸인 윤형 씨는 지난해 이대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유학 준비 중이라 경영 참여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

  ‘한국의 여성 부호’ 중 1~5위를 삼성가 여성들(이명희 신세계 회장, 홍라희 호암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이윤형 씨)이 싹쓸이하고 있다.

  올해 재계가 관심 있게 짚어볼 대목은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맏딸인 장선윤(36) 씨의 이사대우 승진이다. 지난 97년 6월 롯데쇼핑에 입사한 선윤 씨는 2년여간 해외상품팀에서 근무해 오다 지난 2000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인 2002년 6월 롯데쇼핑에 되돌아왔다. 이후 해외명품1팀장으로 브랜드 유치를 담당해 오다 지난 2월 임원 승진을 했다.



 재벌가 3세 딸들 전면 부상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유통 1위 탈환’ 선포에 신영자 부사장의 맞대결 선포다. 롯데는 오는 8월 신세계의 본점 재개발 오픈에 앞서서 3월 소공동 본점 옆에 대형 ‘명품점’(롯데애비뉴얼) 카드로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명품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장선윤 씨의 임원 승진이 올해에 맞춰진 것도 우연만은 아닌 셈이다. 신영자 부사장은 삼성가 딸들에 이어 1320억 원으로 부호 6위에 올라 있고 국내 백화점 1위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으로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재벌가 여성 기업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현정은(50)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지난해 3월 시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겨내 ‘현다르크’란 별명이 붙여진 그는 정몽헌 회장 사망 후 적통을 잇고 있는 현대그룹의 총수다. 현재 대북 관광사업과 현대상선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경영에서 멀어져 있다 컴백한 이미경(46) CJ 부회장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지난 95년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설립한 드림웍스 2대주주로 지분 투자한 이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앉은 그였다. 10년 만에 경영에 복귀, 마치 ‘돌아온 장고’ 격이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남 이맹희 씨의 장녀인 이미경씨의 부상을 CJ그룹 경영의 이재현-손경식 투톱 체제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CJ가 향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해외통이자 미디어통인 이씨를 모셔왔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그의 역할도 그룹 부회장이 아닌,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 CJCGV,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으로 국한된 상태다. 3월 중 CJ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26층에 집무실을 꾸릴 예정으로 있다.

  10여 년 전인 90년대 초만 해도 재계에서 재벌가 딸들의 파워는 크지 않았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소수에 불과했다. 현재 장 회장은 여전히 그룹 회장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들 3형제에게 경영권 이양을 진행 중이다. 장남인 채형석 씨가 그룹 부회장, 차남 동석 씨가 애경백화점 사장, 3남인 승석 씨가 애경개발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인희 고문도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 아들에게 재산 분배를 실질적으로 끝내 30대 부호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

  대신 최근 활발한 기업 인수 합병(M&A)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양귀애 대한전선그룹 고문(고 설원량 회장 부인)과 울트라건설 박경자 회장(고 강석환 회장 부인),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대신그룹 고 양회문 회장 부인) 등이 ‘미망인 경영자’로 관심을 끌고 있다.

  #2 금융가



  남성 위주 ‘판’ 깨며 ‘여성 CEO’ 꿈꿔 

  남성 위주로 ‘판’이 짜인 금융가에도 여성 바람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수적 문화로 유명한 보험과 증권가에도 파워여성이 등장하고 있다. 시중 은행에 여성 임원이 등장하면서 한국에도 ‘여성 은행장’ 시대가 열릴 것인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은행권 여성 파워의 선두주자는 구안숙(50) 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선주(52) 제일은행 상무다. 구 부행장은 지난해 11월 강정원(55) 국민은행장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 같은 씨티은행 출신인 강 행장이 구 부행장의 재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특히 구 부행장은 국내외 은행과 보험을 넘나들며 금융권 전체를 조망하는 눈이 탁월하다는 게 장점이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이사(1998년)와 교보생명 자금운영 상무(2001년), 우리은행 PB사업단장(이사, 2004년)을 거쳤다. 현재 강 행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PB영업과 자산운용그룹 담당 부행장을 맡겼다는 점에서 올해 구안숙 부행장의 행보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구안숙 국민은행 부행장 선두격 

  김선주 제일은행 상무는 지난해 1월 제일은행 최초의 여성 임원 반열에 올랐다. 그는 특히 은행 경력만 35년째인 ‘왕언니’와 같은 존재다. 제일은행 운영지원단장으로,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제일은행의 후선 지원 업무의 총사령탑을 맡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여성금융인네트워크’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여성금융인네트워크는 국내외 금융권에서 요직을 꿰차고 있는 여성 간부 100여 명이 모인 단체다. 2002년 말 한 여성 국회의원이 국내 여성 금융인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근무 중인 여성 간부 20명에게 연락을 취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

  김선주 상무를 비롯해 임영신 HSBC 본부장, 조정숙 뉴욕생명 본부장, 김지숙 골드만삭스 변호사, 장명희 산업은행 지점장 등이 주요 멤버다. 특히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쳐 여성 첫 금융통화위원에 오른 이성남(58) 위원이 고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여성 금융인 모임으로는 최대 인맥인 셈이다.

  보험업계에선 지난 연말 금융발전심의회(이하 금발심) 보험분과에 나란히 위촉된 손병옥(53) 푸르덴셜생명 부사장과 박현정(43) 삼성화재 상무보가 쌍두마차다. 손병옥 부사장은 이미 9년 전인 44세 때 상무에 오르며 업계에 이름을 알린 경영자다. 74년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통해 금융업체에 첫발을 디딘 후 미들랜드은행(1988년)과 홍콩은행(1993년) 지배인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2001년 전무 타이틀을 단 뒤 1년 만인 2002년 부사장으로 승진, 보험업계에서는 이름이 자자하다. 그는 ‘일벌레’로 통한다. 자다가도 일 생각이 나면 벌떡 일어날 정도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같은 체이스맨해튼은행 출신인 제임스 스팩만 푸르덴셜 회장(한국명 최석진·66)의 측근 인사로 통한다. 주로 재무와 인사 파트가 주특기로 올해도 활약상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보수 대명사 손보업계도 여성 임원 

 
반면 손 부사장보다 10살 아래인 박현정 삼성화재 상무보는 손해보험 업계 최초이자 유일한 현직 여성 임원이다. 지난 2003년 1월 ‘별’을 단 박 상무보의 전공 분야는 기획. 특히 CRM 파트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 중심 데이터베이스(DB)를 고객 중심 DB로 바꿔놓은 게 임원 승진의 비결이다.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학위 취득 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94년 박사 인력 채용 때 삼성화재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나란히 금발심 보험분과 위원에 위촉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기대는 크다. 특히 당시 김석동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재경부 금융분석정보원장)이 “향후 금발심이 금융정책 중심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그렇다.

  증권업계엔 지난 연말 타계한 고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미망인 이어룡(52) 회장이 눈에 띈다. 시아버지인 양재봉(80) 대신증권 명예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대신증권측은 “고 양회문 회장 때부터 이미 전문 경영인(김대송 사장) 체제로 이끌어와 큰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영 실권은 이 회장이 쥐고 대신증권을 이끌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평이다. 실제 지난 연말 양 회장 타계 직후 이 회장이 아직 학생 신분인 두 아들 양홍석, 양홍준 씨를 회사로 데리고 왔을 때 전체 임원이 긴장했다는 게 증권가에 쫙 퍼지기도 했다.

 #3 대기업



 “여성 아닌 수백명 임원 중 한 명으로 봐달라” 

  샐러리맨의 출세 척도는 기업의 ‘별’로 통하는 재계 임원이 되는 것.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첫 출발인 임원 승진 명단에 최근 여성들의 이름이 부쩍 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도 여성 임원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만 총 7명의 여성이 새로 별을 달았다. 삼성과 LG가 나란히 3명씩 배출했고, 롯데가 1명이다.

  올 초 7명 새로 ‘별’ 달아 

  지난 1월12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 때 삼성SDI에서 35년 만에 첫 여성 임원으로 등극한 김유미(46) 상무가 대표적이다. 2차전지 신화를 일궈낸 주역으로 사내에서는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통한다. 현재 모바일에너지(ME) 사업팀 소속인 그는 96년 입사 후 결혼도 미뤄 놓고 2차전지 연구에 열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충남대 화학 석사 출신으로 80여 명의 박사가 즐비한 사내 2차전지개발팀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인재다. 자그마한 체구에 여성이면서도 부하 남자 직원들과 어울리며 ‘강약 조절’을 잘해 조직 관리력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SDI측은 “PDP, OLED와 함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규 사업인 2차전지에서 여성 임원이 나온 건 회사로 봐서도 큰 소득”이라며 올해도 김 상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상무와 함께 올해 삼성이 배출한 스타급 여성 임원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는 삼성SDS 윤심(41) 상무보다. 지난 96년 프랑스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삼성SDS를 웹서비스 컨설팅과 시스템 통합(SI) 부문 국내 1위 업체로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국내 웹서비스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실력자다.

   미국 웹서비스 플랫폼 원천기술 보유사인 시스티넷(Systient)과 유력 웹서비스 관리업체 엠버포인트(Amberpoint)와 독점적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 국내 최초로 특화된 웹서비스 솔루션을 확보한 것도 윤 상무보의 작품이다. 이 덕분에 삼성SDS는 2003년 사내 신규 사업이던 웹서비스 부문을 현재 웹서비스 컨설팅과 시스템 통합에서 국내 1위로 성장했다. 윤심 상무보는 ‘회사를 구하자’(Save the Company)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전해진다.

  삼성에서는 이들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씨가 제일모직 상무보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총 6명의 여성이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LG그룹도 올해 3명을 새로 여성 임원 반열에 올려놓았다. 류혜정 LG전자 상무와 임수경 LGCNS 상무, 김영순 LG상사 패션부문 상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이가 65년 뱀띠 생으로 만 39세에 임원을 단 류혜정 LG전자 상무다. LG전자의 WCDMA폰 성공 신화 주역으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평소 류 상무는 부하 직원들에게 일할 때는 ‘칼 같은 상급자’로, 사석에서는 누나처럼 편하게 대해 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영순 LG패션 상무는 지난 연말 이수호(60) LG패션 부회장이 직접 모셔온 영입파. 여성의류 ‘데코’ 출신으로 “올해 2개 여성복 브랜드와 아동복 닥스(가칭)를 새로 출시하겠다”고 밝힌 이 회장의 사업 계획을 떠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임수경 LGCNS 신임 상무는 사내 기술연구부문장으로 2005년 활약상이 예상되는 LG의 기대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지난 1월 PAG코리아 대표에 취임한 이향림(44) 사장을 눈여겨볼 재목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3월 볼보코리아 사장이 됐을 때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 CEO’로 화제가 됐던 그가 불과 10개월 사이 또 다른 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이향림씨는 ‘여성 승진 신화’의 대명사 

  PAG는 볼보와 재규어, 랜드로버 등 유럽 최고급 자동차 판매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 특히 이 사장은 해외 유학이나 연수 경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화여대 생물학과 졸업 후 첫 직장인 브리티시페트놀륨을 거쳐 1996년 볼보트럭코리아에 입사하면서부터 이씨는 쾌속 승진을 해왔다. 2000년 볼보트럭 이사 → 2002년 PAG 상무 진급 후 2년 만에 전무와 부사장을 건너뛰고 2004년 볼보코리아 사장으로 임명된 그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PAG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것이 이씨가 PAG 대표로 옮긴 계기라고 알려졌다. 당시 다른 발표자와 달리 당돌할 정도로 대담한 이씨의 브리핑에 PAG 경영진이 PAG 대표로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볼보코리아 10개월 경영으로는 그를 평가할 수 없어 올해가 실제 ‘경영자 이향림’을 평가할 수 있는 해로 보인다. 현재 수입차 업계에선 최근 BMW코리아에서 김영은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지만 이향림 사장에 비견하긴 무게감이 떨어진다.



#4 관가



 경제 부처도 ‘금녀의 벽’무너져 

  가의 대표적 ‘금녀의 벽’으로 여겨졌던 경제 부처에도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 바람의 진원지는 재정경제부 첫 여성 과장인 민현선(37) 소비자정책과장이 첫손에 꼽힌다. 민씨는 지난해 11월 개방직 직위로 전환된 소비자정책과장의 공채 관문을 뚫은 인재다. 여성이 과장을 맡은 건 과거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등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민현선씨, 재경부 첫 여성 과장 

  임명 전부터 민씨는 소비자 정책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업무에 강한 자신감과 열정을 보여줬다는 게 재경부 설명이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 출신으로 가톨릭대와 서울대 강사를 거쳐 임명 전엔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강사를 지냈다. 또 2003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에서 근무한 실무 경험이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는 특히 지난해 9월 제10대 소비자보호원장으로 취임한 이승신(50) 원장과 함께 국내 소비자 정책에서 ‘여성 파워’를 보여줄 재목으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2월 정보통신부 지역협력과장에 낙점된 남영숙(44) 과장도 재계가 눈여겨볼 재목이다. 지역협력과장은 외국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유치와 IT 부문의 해외 진출을 담당하는 정통부 내 요직. 재경부 민 과장처럼 신임 남 과장도 20 대 1의 공개 경쟁을 뚫고 관가에 들어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개발학 박사 출신으로 ILO(국제노동기구) 제네바 본부 활동(95~97년)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초의 한국인 정규 직원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임명 직전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으로 재직해 왔다. 특히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의 딸로 유명하다.

  재계에는 덜 알려졌지만 OECD 근무 때 이미 외교부와 재경부, 산자부 등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과 주요 국제 현안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공직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들이 경제 부처 내 신임 관료로 입문했다면 이성남(58) 금융통화위원은 금융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 전문 관료로 꼽힌다. 그는 이헌재 부총리의 부름을 받고 국민은행 상근 감사에서 지난해 4월 금융통화위원회 첫 여성 위원으로 말을 바꿔 탄 케이스. 

  1969년 씨티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과 연을 맺은 뒤 금융감독원 검사총괄담당 국장(99년)과 부원장보(2001년)를 지내며 관계를 넘나든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003년 3월에는 가만히 금감원에서 잘 지내는 사람을 당시 김정태(58) 국민은행장이 불러 국민은행 상근 감사로 고생도 엄청 했다”며 웃는다.

   활달한 성격으로 대인 친화력이 높은 대신, 일할 때는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콜금리를 0.25% 내릴 때 대한투자신탁 사장과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 위원과 ‘금리 다툼’을 벌인 건 유명하다. 당시 이덕훈 위원은 0.5% 인하를 주장했고, 이성남 위원은 콜금리 동결에 대한 소신을 끝까지 주장한 일이다.

  이 밖에 보건복지부도 올 초 정기인사 때 고시 38회 출신 35살 동갑내기 여성 서기관 3명을 나란히 과장으로 발탁, 과천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상희 인구가정정책과장과 김혜진 국가중앙의료원 설립준비단 과장, 신꽃시계 보건복지전달체계개선팀장(과장급)이 그들이다.

  국세청도 개청 이후 처음으로 여성 본청 과장을 탄생시키며 관가의 여성 과장 시대에 합류했다. 지난 2월5일 전산운영담당관으로 선임된 이창숙(48) 씨가 주인공이다.

 #5 IT/벤처 



 자수성가 공통점 가진 ‘미스 스트롱’ 

  내 IT(정보기술) 분야는 여성 CEO의 산실로 불린다. 현재 인터넷과 게임, 모바일 콘텐츠, 네트워크 장비 등 분야에서 4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게임업계의 여성 CEO 3인방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첫 주자가 이수영(39) 전 웹젠(현 이젠) 대표다. 그는 자수성가한 대표적 여성 부호다. ‘에퀴터블’의 2003년 조사 때에는 주식 자산만 510억 원에 달해 재계 랭킹 톱 10에 올랐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로 주식 자산이 310억 원대로 추락, 20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그를 주식 부자로 만들게 했던 웹젠 사장 시절,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7407만 원)로 징역 1년을 구형 받는 등 호사다마(好事多魔)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 기업가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수영·정영희·박지영 게임 3인방 눈에 띄어 

 
이 대표는 최근 베일에 감춰진 채 1년여 동안 준비해 온 야심작 엔터테인먼트 포털 우주(www.uzoo.com)를 오픈, 제2의 대박 신화를 꿈꾸고 있다. 우주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포털. 향후 1년 내 회원 1000만 명을 확보, 최단 기간 내 손익분기점(BEP)를 넘기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에 따라 그가 웹젠 창업 후 또다시 대박 신화를 만들어낼지 IT업계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서울여상 졸업 후 형편상 성신여대를 중퇴한 경력의 정영희(41) 소프트맥스 사장도 게임업계에서는 성공한 여성 벤처 오너로 꼽힌다. 지난 93년 12월 20대 나이로 창업한 소프트맥스로 2003년 에퀴터블 조사 때 여성 부호 23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해에도 추정 자산 59억 원으로 이수영 사장의 뒤를 잇는 자수성가형 벤처 사업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 1~2년 사이 매출 감소 등 부진도 겪었지만 지난해 8월 회사 매출 76%를 차지하는 주력 게임인 ‘테일즈위버’가 중국에 진출하는 등 게임 수출로 활로를 뚫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일본과 국내에 출시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이 일본 PS2 게임 부문 판매량 1위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을 태세다. 특히 정 사장은 올해를 주목한다. 지난 1월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1월의 우수 게임’에 ‘마그나카르타’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영파워인 박지영(30) 컴투스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대 때인 96년 게임업체 컴투스를 세워 정영희 사장과 닮은꼴이다. 현재 박지영 사장은 모바일 게임업계의 대표 선수로까지 언급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4인의 세계 기술 대가’(Global Tech Gurus)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특히 남편 이영일 이사는 이 회사 중국법인장으로 근무, 남편이 밀고 아내가 이끄는 부부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유럽 26개국을 포함, 세계 40여 개국에 모바일 게임을 수출하면서 110억 원대 매출을 올린 박 사장도 올해를 기다려온 게임업계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송혜자(37) 우암닷컴 사장도 ‘신(新) 아마조네스 군단’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 2월3일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에 취임한 여성 벤처인 대표이기도 하다. 송 사장은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두원냉기 직원으로 근무하다 93년 경영정보시스템 기업을 창업했다.

  종자돈 2000만 원으로 4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원 1명과 시작한 송 사장은 2000년 영상회의 솔루션 사업으로 갈아타 현재 직원 30여 명에 매출 50억 원을 올리고 있다. 우암닷컴은 송 사장이 개발한 화상회의 솔루션을 산업자원부, 노동부, 과학기술부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면서 명성을 쌓아온 업체. 올해는 솔루션 수출액만 약 150만∼200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전자문서회의 시스템 4.0 버전’이 올 1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수여하는 ‘굿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을 받았을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여성벤처협회 회장을 맡은 송혜자 사장은 “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여성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여성벤처 회원사들의 실질적 사업을 돕는 협회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