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중기협)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역대 중앙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대형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협이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재 중기협이 추진 중인 사업은 크게 유전개발사업, 지상파 방송채널 인수사업,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 등이다. 한 사업당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들이다. 여기에 중소기업 숙원사업인 TV홈쇼핑 인수도 완전 포기한 상태가 아니다.

 중소기업 민간 대표단체인 중기협이 갑자기 재벌기업의 ‘신규사업 추진센터’가 돼 버린 셈이다. 그러나 중기협의 대형 프로젝트 도전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도 중기협에겐 PCS 사업 진출, 대우차 인수 등 구호로 끝난 사업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간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갑자기 중기협이 이 같은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또 사업 추진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려는 걸까. 



 탐사 위치, 매장량 정보 아직 몰라

 최근 중기협 행보는 김용구(65) 회장이 밀어붙인 작품들이다. 세간의 관심이 중기협에 쏠리자 김 회장은 6월 들어서부터 외부 접촉을 되도록 사양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는 역시 우즈베키스탄 유전개발 사업 건이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 때 ‘한·우즈베크 유전공동개발에 대한 합의’(MOU)가 체결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유전개발은 노 대통령 순방에 맞춘 카리모프 대통령의 우연한 ‘선물 보따리’가 아니었다. 지난해 말부터 사업성 검토에 착수해 왔다는 게 중기협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1월과 3월 김 회장이 중소기업사절단을 이끌고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유전공동개발을 집요하게 요청해 결국 OK 사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기협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방문 땐 카리모프 대통령이 김 회장을 대통령궁으로 불러 중기협과 MOU 체결에 합의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 줬다.

 그렇다면 왜 중기협이 유전개발에 나섰을까.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지금은 에너지 전쟁 시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 원유 10대 소비국이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떠나 해외 자원 확보가 시급하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한국의 에너지 주도권 확보가 ‘명분’인 셈이다.

 그러나 유전개발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사업이다. 한 마디로 ‘모 아니면 도’ 식의 사업이다. 유전개발은 대기업들도 번번이 나가떨어진 전례가 있다.

 특히 이번에 체결한 MOU는 ‘상호협력하자’는 약속에 불과하다. 탐사 위치나 매장량, 사업규모 등 중기협이 확보한 정보는 어떤 것도 없다. 중기협은 현재 어딘지도 모르는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중기협 내 유전개발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전시컨벤션팀은 유전개발 전문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다. 전시컨벤션팀 한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도 유전개발의 국제컨소시엄의 한 멤버일 뿐 사업 전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실제 연말에 가서야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국제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해야 유전개발 사업에 실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로선 얼마가 필요할지 규모도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유전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SK 등 타 기업 전례에 비춰 최소한 수천억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추산이다. 이에 대해 중기협은 “1995년 중소기업업계가 PCS 그린텔컨소시엄을 구성할 때도 9000억원을 모은 선례가 있어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대한 이권이 눈에 보이는 PCS와 달리 유전개발처럼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사업에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 중 반길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를 생각하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중기협은 과거 ‘대우차 인수’선언하기도

 현재 중기협이 추진 중인 두 번째 아이템은 경인방송 인수다. 지난 1월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특별위원회 회의 때 노무현 대통령이 “지상파 방송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이와 관련 김용구 회장은 우즈베키스탄 방문 뒤 출입기자들에게 “경인방송(iTV)을 직접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반납한 채널에 대해 새 업자를 공모할 경우 입찰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인방송이라는 회사 인수가 아닌 방송권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07년부터 일종의 중소기업 특혜였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완전 폐지되는 데 따른 중소기업업계의 자구책 성격이 짙다. 지금까지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따라 정부와 공공기관 구매물량의 5% 가량은 중소기업들 몫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이권을 따온 업체만 1만3000여 개사에 달한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정부 예산을 챙겨왔던 특혜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선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매체가 필수라는 게 중기협 지상파  TV 진출의 실제적 이유다. 그러나 방송을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체로 만들고 싶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기협이 추진 중인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은 명분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사업에 비해 긍정적이다. 중기협이 서울 상암동에 추진 중인 컨벤션센터는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지상 3층에 연면적 1만8000여평 규모로 오는 2008년 완공이 목표다. 서울시도 이미 전시장이 들어설 옛 석유비축기지 부지 1만여 평에 대한 도시계획지구개발계획안을 가결한 상태다.

 여기서도 돈 문제는 걸림돌이다. 현재 사업 추진예상 비용은 약 2000억원 수준. 중기협은 5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1500억원은 국고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국고지원에 정부가 ‘노(No)’했을 때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중기협 관계자는 “자체 조달금 500억원은 협동조합기능활성화기금 200억원과 과거 PCS사업자 탈락 시 받은 KTF 주식 58만주 매각, 중기협 건물을 담보로 한 은행권 차입 100억원 등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기협은 TV 홈쇼핑 사업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장 여윳돈이 없는 중기협이 유전개발에 지상파 방송 인수, TV홈쇼핑 사업 진출까지 검토하는 모습은 다분히 실현 가능성 면에서 의문점이 남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도 중기협은 인수추진 발표만 해 놓고 흐지부지됐던 사업이 없지 않았다. 1995년 PCS사업을 비롯, IMF 직후 대우차와 서울은행 인수 추진 발표 등처럼 ‘공언(空言)’으로 끝난다면 중기협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