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올 여름 장사는 완전히 망쳤습니다.”지난 2005년 11월12일 제주도를 찾았을 때 제주시에서 장사를 하던 한 횟집 주인의 말이다. 한창 대목을 맞았어야 할 여름휴가철에 맞춰 파업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여름휴가철에 이어 이번에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연말연시를 앞두고 파업에 돌입했지만, 나흘 만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쟁의행위를 중단했다. 비록 나흘간이었지만, 파업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18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노동부는 집계하고 있다.

 피해액은 차치하더라도 여름휴가와 연말연시라는 대규모 항공 수요철에 맞춘 국내 양대 항공사의 조종사노조의 파업에 이미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특히 매년 되풀이되는 조종사노조의 파업예고와 뒤이은 파업선언은 같은 직장 동료인 일반직 노조에서조차 지지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굳어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한항공만을 놓고 볼 때, 현재 수송 분담률은 국제선 39.2%, 국내선 64.7% 등 총 49.1%에 이른다. 1일 6만2000명(국제선 3만명, 국내선 3만2000명)의 항공여객 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 초기와 같이 전체 노선의 70%가 운항을 중단할 때, 하루 4만4000명의 발이 묶이고 만다.

 화물수송도 비슷하다. 2005년 항공화물 수출입액은 연간 수출입액 5400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0억달러.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40%인 720억달러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단순계산만으로도 1일 2억달러에 달하는 수출·입 차질액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가용 조종사는 훈련생 등을 제외하면 대한항공의 경우 총 1800여명. 이 가운데 이번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되는 조종사는 총 조합원 1350명의 약 80%인 1100~1200여명에 달했다. 즉 600~700여명의 조종사만이 가용인력이었던 것이다. 이럴 때 대한항공 전체 노선의 약 70%의 운항이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항공운송산업은 우리 경제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는 약 2500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들 조종사의 근무조건이나 급여는 국제적 기준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먼저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불러왔던 임금교섭에서의 쟁점을 살펴보면, 노조 측은 총액 기준 약 8%를, 회사 측은 약 3%의 임금인상률로 대립각을 세웠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8% 인상시 기장은 연 929만원, 부기장은 연 671만원이 인상된다. 이에 반해 3% 인상시 기장은 연 330만원, 부기장은 연 257만원이 인상된다.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애초부터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월 평균 60시간 비행을 기준으로 기장은 평균 1억2000만원, 부기장은 평균 88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직노조의 평균 연봉은 약 4000만원. 금액도 금액이려니와 근무시간 대비 연봉 규모는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주요 항공사 조종사의 연봉에도 결코 뒤지지 않은 금액이다. 기장 초임을 기준으로 할 때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에스에어웨이즈에 비해서는 낮지만, 유나이티드항공과 노스웨스트에 비해서는 5~6%가 높다.  또 부기장의 초임은 이들 항공사에 비해 최저 3%에서 최고 32%까지 높다.

그러나 연봉은 연봉일 뿐, 준연봉격인 추가적인 혜택은 이어진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무사고 안전장려금과 경영성과급 제도 등의 인센티브 제도가 뒤따르며, 질병으로 비행 불가시 사유를 불문하고 2년간 급여·상여·비행 수당 전액 지급을 보장받고 있다. 자녀 수에 무관하게 대학까지의 자녀 학자금 전액이 지원되고, 본인과 배우자에 한해 연간 진료비 500만원, 암치료비 2500만원이 지원된다. 2년에 한 번씩 배우자를 동반한 4박 호텔비와 체류비 200달러의 해외여행도 지원되고 있다.

 이 같은 근무조건과 연봉에도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통해 노조 제시안을 관철시키려 한 것은 직종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항공운송산업은 전체 수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만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약 2500명에 불과한 조종사를 대신할 대체인력이 없다는 점이 조종사노조의 최대 무기가 되고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측은 “고소득 직종의 사람들이 뭐가 모자라서 이 엄동설한에 파업이냐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우리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라며, “우리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돌려받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조종사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이전에 회사측이 조종사들을 무시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는 만만한 존재로 생각하는 한, 파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