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난개발되면 오히려 가치 하락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국제 도시 두바이에 162층짜리 세계 최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이 건물의 40층부터 140층까지 100층의 용도가 놀랍게도 주거 전용 아파트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부의 상징, 좁은 대지의 효율성 극대화란 여러 얼굴을 지닌 고층 주거를 경제적 의미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분석한다.



  2005년 대한민국 고층 주거 현주소

 고층 아파트, 도심 주거의 미래 될 것



 울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에는 반포 아파트단지가 숲을 이루고 있다. 터미널과 대로를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단지 앞쪽에는 아파트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상가 건물 7동 4층에는 ‘신반포 잠원5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3월 중순, 서울시 재건축심의회로부터 최고 35층의 재건축 승인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재건축조합이었다.

 사무실에서 김경환(56) 조합장을 만났다. 서초구청에 이어 서울시의 재건축 승인이 발표되자 건설교통부는 “고층 재건축 아파트 건설을 막겠다”는 반응이었지만, 그는 그리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다. 김조합장은 “압구정동 재건축조합이 60층 초고층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계획에 건교부가 ‘절대 불가’란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 지 불과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재건축 승인 발표돼서 유독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2001년 재건축조합이 설립되어 그동안 착실하게 절차를 밟아 왔습니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고층화를 원했어요. 타워팰리스 등의 영향이 컸죠. 애당초 저희도 5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용적률(연건축 면적)도 점차 낮아져 230%로 결정되었고, 높이 지을수록 공사비가 많이 들어 5개 동, 최고 35층으로 결정했습니다.”

 김조합장은 “서초구에 20여개 재건축조합과 조합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우리가 가장 먼저 재건축 승인이 떨어졌다”고 했다. 3년 전부터 조합원 의견을 일찍 수렴해 사업을 진척시킨 결과였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우리 조합처럼 30층 이상의 고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 비율이 1대 1입니다. 전부 550가구인데 33평, 35평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용적률 제한으로 새로 지어도 평형을 넓힐 수 없죠. 게다가 6개 동 아파트를 5개 동으로 줄이니 공사비가 6개 동 건축비를 100이라 할 때 20%가 더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요즘 추세가 아파트의 녹지 비율, 조망권이 강조되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찬성을 한 거예요.”

 김조합장은 “녹지 비율을 높이고 아파트간 거리를 넓히는 게 환경을 해치는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건축주가 도시 미관도 살리고 녹지율도 높이는 고층으로 짓는 걸 말린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예전에 비해 고층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고 선호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죠. 고층 아파트는 아파트의 가치를 따지는데 조망권이란 개념과 녹지라는 환경 가치를 부동산 가치에 포함시키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김혜현 부동산114 부장).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는 59층짜리 2개 동, 69층짜리 1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2002년 완공돼 입주를 시작한 타워팰리스의 등장은 ‘초고층 아파트 붐’의 시초였다. 분양 초기 외환 위기로 미분양 사태를 겪었던 타워팰리스는 외환 위기로 인한 충격파가 가라앉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프리미엄이 붙어 평당 3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됐다. 주거 복합이란 개념의 도심 아파트의 시초인 타워팰리스는 신시가지 개발이 불가능한 기존 시가지의 재정비 수단. 호텔식 로비와 다양한 주민 공동 시설을 건물 안에 넣었고, 고급 마감재를 써 여유 있는 계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성공 이유였다. 타워팰리스 설계에 참여한 삼우종합설계 김병성 소장(45)은 여기에 하나를 덧붙였다.

 “타워팰리스는 기존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 주거시장에 새로운 주거 개념을 도입한 최초 케이스입니다. 무엇보다 첨단 보안시스템, 동간 거리 확보로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점이 구매자의 구미를 당긴 겁니다.”

 타워팰리스 성공은 사전에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타워팰리스 부지 활용에 대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오피스와 아파트, 상가와 각종 편의 시설이 복합된 100층 이상의 단일 건물을 구상했다. 초고층 건물 안에 직장과 가정, 모든 편의 시설 기능을 넣어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건물을 짓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의 반발, 외환 위기로 인한 시장의 변화가 오자 차선책으로 복합 주거형의 주거 위주 건물로 바뀐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심 주거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됐지만 엉뚱한 시작이 뜻밖의 결과를 낳은 셈이었다.

 “타워팰리스가 도심 주거의 개념을 바꾼 건 사실입니다. 부동산시장에서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등 대표적인 초고층 아파트 가격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일반 아파트에 비해 시세 상승폭이 높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압구정동 재개발 조합측이 6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를 발표했던 것도 도심 주거는 초고층으로 간다는 걸 예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렇지만 도심 건축이 모두 초고층을 따라갈 것이라고 일반화하긴 어렵습니다. 정부의 건축 고도 규제 의지가 확고한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김혜현 부동산114 부장).

 초고층 주거 복합 건물의 인기는 조망권, 로열층의 개념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최상층이 가장 비싼 시세를 형성한다는 소문(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건축 전문가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고층 아파트로의 재건축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내 초고층 건축의 권위자인 여영호 고려대 교수(건축공학)는 “한강변을 벽처럼 막고 있는 아파트들은 고층으로 올리고 이제라도 막았던 조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학적 측면, 환경적 측면, 도시 계획 측면 등 어느 것을 보더라도 한강 조망을 완전히 막고 있는 판상형(가로로 긴 모양) 아파트들은 최악입니다. 공공 재산인 한강이 병풍처럼 들어서 그 아파트들로 인해 다른 지역에선 한강쪽 시야가 완전히 차단돼 있습니다. 강변 쪽을 차지한 아파트들만 한강 조망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죠. 그쪽 단지가 재개발하면서 고층으로 올리는 건 옳은 일로 판단됩니다. 거꾸로 정부 논리대로라면 가로로 길게 뉘어서 한강 조망을 방해하고, 녹지를 잠식하는 건 괜찮다는 건데 정치적 논리 때문에 눈치를 보다 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가 가능한 겁니다.”

 정부가 강남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로 보고 규제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여교수도 인정했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로 저층 판상형 아파트 건축이 진행되는 것은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도시 계획의 장기적 플랜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고층 건물의 경연장인 시카고의 경우 도심의 초고층 건물을 중심으로 지원 시설 단지, 주거 단지가 동심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심의 초고층 아파트에는 아이가 없는 젊은 직장인 부부나 도심 생활을 특별히 즐기는 사람들이 삽니다.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곽 저층 주택 단지에 삽니다. 자연 환경도 그렇고 학교도 그곳에 몰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같은 미국인 데도 LA 한인타운은 지금의 서울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누가 뭘 지어서 돈 벌었다고 하면 여기저기 마구 생겨납니다. 그러다보니 계획이란 게 있을 수 없죠. 도심과 부도심의 경계나 주거와 상업지구, 오피스가의 구분도 없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개선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만 잡겠다고 고층 아파트를 막을 일이 아닌 거죠.”

 1000만명이 사는 서울 같은 세계적 거대 도시의 주거난 해소와 환경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고층 주거가 대안이란 점에 김병성 소장도 동의한다. 아울러 그는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거 복합 건물이 주민공동체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흔히 여유가 생기면 복잡한 아파트를 떠나 한적한 교외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할 것 같지만 아닙니다. 특히 도시 생활에 이미 익숙한 이들은 군집해 살려는 의지나 경향이 있습니다. 노블 카운티 같은 고급 실버타운도 한국인은 밀집형을 선호합니다. 교류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거죠. 공동체 회복이란 측면에서도 타워팰리스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판상형 아파트에 살면서 주민이 함께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같은 건물 안에 공용 공간인 오락실, 바, 독서실, 피트니스센터, 사우나가 들어 있으니 사교가 가능한 겁니다.”



       고층 주거 건강엔 이상없나?

 “의학적 측면에선 부정적 영향 없다”



 “높은 곳에 살면 기압이 높아서 어지럼증이 온다.” “땅의 기운을 받지 못해 몸이 약해진다.”

 “자연 환기가 어려워 아이들이 자주 감기에 걸리고 기관지 등이 약해진다.”

 도심에 고층 주거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고층 주거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고층 주거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2001년 국토연구원에서 나온 ‘아파트 주거 층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강순주 건국대 교수(소비자주거학)팀의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의 주거 환경 스트레스와 건강’관련 논문 정도다. 그러나 고층 건축 전문가나 의학계에선 고층 주거가 저층 주거에 비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못박는다. 초고층 주거가 우리보다 앞서 실현된 미국이나 홍콩 등지에서 초고층 주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보고가 일찍이 없었다는 점을 사례로 든다.

 산업의학 전문가들은 “고층 밀폐 공간에 오래 있을 경우 두통곂H?곤란을 비롯, 신경계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씩 증후군’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그러나 모두에게 나타나는 일반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고층 주거 건물의 특성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단다.  고층 건물이라고 해야 지상에서 200m 미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증상들은 심리적 요인이 많다고 덧붙인다. 비교적 낮은 공간에 사는 게 익숙하게 사람들이 고층으로 이동하면서 낯선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심리적 긴장이 이상 현상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의사들도 “고층 주거가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는 아직 학계에 발표된 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할 때면 ‘손 없는 날’을 택한다거나 방위 등을 유난히 따지는 한국인의 습성상 고층 주거가 갖는 풍수 전문가의 판단은 관심이 간다. 고제희씨(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는 “전통적인 풍수학 입장에서 보면 고층 주거는 집이 아닌 정자가 들어설 자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층 주거가 일반화되는 현실을 감안, 고층 주거가 갖는 풍수상의 맹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기고문 참조).

 결론적으로 말해 고층 주거는 현재까지 의학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풍수 또한 고층 주거의 개념이 없는 과거에 형성된 것이라 현실을 풍수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세계에 이는 고층 주거 붐

“뉴욕·시카고 이어 홍콩·중국도 열풍”

 

 여영호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

 1900년대초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크라이슬러빌딩 등에 의해 주도돼온 미국의 초고층 건축물은 현대 도시의 장소적, 그리고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서 개발돼 왔다. 그리고 20세기말에 접어들면서 구미 각국보다는 오히려 1990년대의 경제적 성장을 기반으로 하여 선진화된 국제 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아시아권 나라들이 국가 혹은 기업적 이미지를 고취를 목적으로, 그리고 현대 도시로서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연구와 실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적 변화와 서울이란 거대 도시로서의 팽창에 기인한 것이 주요 요인이겠지만 주변 아시아 각국에서 건설된 초고층 건축물들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중국 상하이의 진마오타워, 타이완의 타이베이 101타워 등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초고층 건축물들은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축물 개발에 대한 관심과 의욕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전후로 실현된 도곡동의 타워팰리스와 대림 아크로빌, 목동 하이페리온 등과 같은 초고층 주상 복합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초고층 건축물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 발표된 압구정동 지역의 60층 초고층 아파트 계획안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인해 초고층 건축물, 특히 초고층 주거 시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50대 세계 초고층 주거 건물의 절반은 홍콩에

 Planning and Environmental Criteria of Tall Building에 따르면 콜롬비아 등과 같은 국가에선 오히려 고급 고층 아파트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도시의 현대적 기능성과는 상관없이 개발된 사례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도시 근무와 관계가 없는 자녀들이 있는 가족 세대에선 초고층 아파트의 생활은 거주자나 도시 기능성에 있어서나 적절치 않은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먼저 아시아 각국의 초고층 주거 현황을 살펴보면, 표에 나타나듯 세계 50대 초고층 건축물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홍콩이 차지하고 있다. 홍콩은 세계에서 초고층 주거가 가장 밀집돼 있는 나라다. 이는 높은 지가에 따른 좁은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키 위해 1960년대부터 고밀도 주거를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홍콩의 고층 주거 개발은 주로 중산층을 위주로 한 20평형대로 이뤄져 있다. 초고층 주거 용도의 기능성을 극대화하여 도시적 기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지역적 특성에 따라 개발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콩과 달리 상하이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국제 도시의 면모를 갖춘다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세계적 초고층 건축물 붐을 이루는 푸동 지역은 1990년부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과감한 계획 수립과 시행에 따라 조성된 신도시 지역이다. 상하이의 초고층 아파트는 저층부를 판매 시설로 이용하고 고층부를 주거 지역으로 사용하는 주상 복합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층 주상 복합도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현대의 도시적 기능성을 보장하는 도시형 주거 시설보다는 재산 가치란 측면이 강조돼 50평형대 이상의 럭셔리 아파트들이 도처에 계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국가적 경쟁력을 가늠할 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이 많이 개발되지 않았다. 특히 초고층 주거 시설은 손꼽힐 정도다. 2004년 건축된 56층의 액티 시오돔이 대표적 건축물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선 도시기반공단과 같은 도시 공간 연구자들에 의해 천년 도시를 구상하는 하이퍼빌딩이란 신개념의 건축물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저밀도의 수평적 건물 배치에 의한 자연 생태계 침식과 수평적 물류 이동 증가에 따른 에너지의 과도한 낭비를 해소키 위해 전통적 수평 공간이 야기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서의 수직 공간 활용, 즉 수직으로 집적된 미래적인 입체 도시 공간으로서의 변환을 모색중이다.

 이와 별도로 고밀화된 도시 기능 구축을 위해 필연적인 초고층 주거라기보다는 대표 도시를 통한 국가 이미지, 그리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초고층 건축물이 실현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200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인 162층 규모의 버지 두바이빌딩이 그 예다. 이 건축물은 저층부의 사무실 및 쇼핑센터와 40층까지의 호텔, 그리고 40층부터 140층까지의 최고급 아파트로 세워지고 있다. 완공되면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로서 초고층 건축물의 역사를 바꿀 만한 복합 시설이지만 현대 도시의 기능성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초고층 주거와는 거리감이 있다.



 Plus hint



 고층 조망권 풍수지리에선 마이너스

 베란다 꽃밭·화초 등으로 지기(地氣) 보완해야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회장



 풍수는 어느 장소(혈장)에서 한눈에 조망되는 풍광(風光)을 국세(局勢)라 부르며, 풍수적으로 좋은 국세는 시야가 넓게 트인 장소보다는 사신사(四神砂)에 의해 사방이 잘 에워싸인 형세를 말한다. 즉 뒤쪽에는 주산이 있어 혈장으로 불어오는 뒷바람을 막아 주고, 좌우에는 청룡과 백호가 담장을 치듯이 포근히 에워싸고, 앞쪽에는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이 있어 앞바람을 막아 주는 곳이다. 이는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 장풍(藏風)이 잘된 곳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전망이 좋은 곳에는 살림집과는 별도로 정자를 짓고 마음의 쉼터로 삼았다. 즉 자연적인 상태에서 전망이 좋은 높은 곳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라 안온과 편안이 요구되는 살림집은 적절치 못하고, 낮 동안에 잠시 쉬었다 돌아오는 장소로 판단했다. 현대의  고층 아파트는 자연적인 상태라면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높은 공간에 사방으로 벽을 쳐 바람을 막고, 물을 끌어올리고 난방 시설을 갖춰 삶의 공간으로 꾸며 살고 있다.

 고층 아파트는 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도록 제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이라 고층임에도 세찬 바람으로 인한 해로움이 없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타인으로부터 사생활이 보호받는 작고 숨겨진 공간에서 인성과 체질을 유전적으로 이어받았다. 그런데 시야가 넓게 트인 고층 아파트는 비록 프라이버시는 보호받지만 넓게 트인 시야로 인해 마음속에는 원초적으로 세상에 자신이 노출돼 있다거나 또는 황량한 넓은 들판에 홀로 서 있다는 고독감에 사로잡혀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강변에 사는 고층 아파트 주민 중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은 넓은 전망이 사람에게  무력감 내지 외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풍수에서 지기는 흙에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문다고 한다. 따라서 집안에 흙을 많이 두는 것은 지자기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아파트 베란다 한편에 깨끗한 흙으로 화단을 만든 뒤 채소나 화초류를 심으면, 화단의 흙 속에 내재된 지기로 인해 집안에 결핍된 지자기가 보충되어 길하다.

 전통 마을의 경우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휑하니 넓어 마을의 기가 누수될 염려가 있다면 마을 입구에 마을 숲이나 수구막이를 조성해 비보(裨補)하였다. 현대의 고층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통해 시야가 넓게 트인 것은 전통 마을의 입지에서 수구(水口)가 지나치게 넓은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베란다나 거실의 창가에 잎이 많은 관엽 식물을 화분에 심어 배치하면  마을 숲을 조성해 마을의 기를 비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넓은 시야가 차폐됨으로써 마음의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 풍수에서 관엽 식물은 사람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침실은 수면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풀고 활력을 되찾는 공간이다. 따라서 방에서 기가 가장 왕성한 곳에 침대 머리를 두거나 책상을 두어야 사람도 건강하고 학습 효과도 커진다. 풍수는 방의 어느 위치에 침대나 책상을 두어야 기가 잘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원초적으로 지기가 약한 고층 아파트라면 집 안에 기가 잘 통하도록 풍수인테리어로 꾸며 부족한 지기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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