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30%반납받아 스타은행원에게 몰아주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황영기 우리은행장을 만났다. 취임 초 미디어의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였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의외로(?) 조용했다. 하지만 금융권 사람들은 그 1년을 ‘정중동(靜中動)’의 한 해라고 표현한다. 금융대전을 앞둔 우리은행 개혁의 토대를 닦는 시간이었다는 얘기다.



 선일보가 창간 85주년을 맞아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현안과 과제를 다룬 뜻깊은 자리였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그 중 필자의 관심을 끈 사람은 앞서 열거한 세계적 명망가들이 아니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재직시 엔화 상승 기조를 종식시키고 국제 환율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미스터 엔’으로 불린 인물이다. 솔직담백한 발언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곤 했는데,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일본과 한국의 경우 자본시장이 성숙해 있기 때문에 외국 투자 자본 유치에 연연해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국적 자본을 육성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을 듣는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선 황영기 행장과 우리은행이 오버랩됐다. 토종 은행, 국적 은행에 대한 논의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식 80%가 외국인 손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주식의 60%를 외국인이 보유하는 상황에서 공적 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대주주로 돼 있는 우리은행 정도가 국적 은행으로 남았다.

 황영기 행장을 만나고 싶었던 굵직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황행장은 3월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취임 초 미디어의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였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의외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금융권 사람들은 그 1년을 ‘정중동(靜中動)’의 한 해라고 표현한다. 금융대전을 앞둔 우리은행 개혁의 토대를 닦는 시간이었다는 얘기다. 1년 동안 어떤 비책을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3월16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23층에 위치한 행장실에서 만난 황영기 행장은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증권사 사장 시절에는 주가 상승을 기원하며 빨간색 넥타이를 주로 맸지만, 우리은행으로 옮기면서부터는 우리금융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넥타이 색깔을 바꿨다고 한다. 약속된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간단한 수인사만 나눈 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프로 금융인을 양성하겠다, 성과급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황행장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통해 판단해 보면, 은행의 경쟁력이 어떻게 해야 생성되는 지 확고한 소신을 갖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구상을 실현하는 데 노조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에 있을 때에 비해 실행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할 것 같은데요.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긴박한 과제를 저는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여신 건전성입니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담보에 의한 대출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기업체가 쓰러지면 담보로 제공받은 물건을 처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선진 금융기관은 상환 능력을 보고 대출을 해줍니다. 상환 능력, 즉 신용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부실이나 연체 발생이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우리도 여신 문화를 담보 위주에서 상환 능력 위주로 바꿀 생각인데, 담보 대출이 금융권의 오랜 관습이어서 개혁에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성과주의 문화 정착입니다. 오변호사께서 잘 파악하셨는데 저는 은행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막상 은행에 와보니까 전문가가 없는 겁니다. 이제 기업금융은 골드만삭스, 소매금융은 씨티은행, 트레이딩은 도이치방크·모건스탠리 등 세계 일류 금융기관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은행 내부에선 전문가라고 자처하지만 시장 기준에서 보면 세미 프로도 못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에 순환보직제까지 있어 전문가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만 양성되고 있습니다. 제너널리스트는 경영자 후보군에 필요한 것이지, 최일선 전방에선 전문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도입한 게 전문 직군제입니다. 그 분야의 프로로 키우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게 성과주의 문화 정착입니다. 급여 중 30%를 내 성과급 풀을 만들어서 일을 못하면 못 가져가는 거고, 잘하면 더 가져가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평등만 추구하면 일하고자 하는 동인(動因)이 생기지 않습니다. 인재의 역선택이란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고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연봉을 더 많이 주는 외국계 금융회사로 스카우트되고 능력이 없어 선택되지 못한 사람들만 남는 거죠.

 (황행장은 “페널티 없는 조직은 강한 조직이 될 수 없다”는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문제는 페널티를 받게 될 10~20% 조직원들의 불안과 반발이다. 또 황행장이 가려고 하는 수익, 성과우선주의는 은행이 갖고 있는 공공성을 간과한 것이란 노조측의 주장도 있다.)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승리하기 위해선 효율성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은행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수익성 추구를 통한 영속 기업으로서 생존권 확보가 우선시 되는 상황인 거죠. 수익성보다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실화되면 기업으로서 생존하기 어렵고, 또 공적 자금 투입 등 오히려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글로벌 경쟁력과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수익성을 확보한 후 공공성은 사회적 공헌 활동 등으로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은행업은 인재 산업이며, 치열한 경쟁하에서는 인력의 질이 성패를 좌우하므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은행이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키 위해 필요한 ‘은행원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직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어야겠죠. 특히 투자 은행(Investment Banking), 자산 운용, 프라이빗 뱅킹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이 선진 은행에 비해 부족합니다. 두번째는 도덕적으로 투명하고 정직한 품성입니다. 선진 은행들이 최근 윤리 경영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일부 직원의 부도덕한 행위가 수십년에 걸쳐 쌓아 온 소중한 기업 이미지를 한순간에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업의 특성상 철저한 고객 지향 마인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연말에 인재 채용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며 가며 기내에서 이틀밤을 자고 하루는 뉴욕, 하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낸 2박4일의 강행군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만한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미국내에서 20위권의 MBA 스쿨 졸업 예정자들을 면접해 25명을 선발했습니다. 한 해에 그치지 않고 매년 지속적으로 선발할 계획인데, 이들을 선진 금융기관과 전면전이 펼쳐질 기업컨설팅·IB·사모증권펀드(PEF)팀 등에 집중 배치할 겁니다.

 (황행장은 이들을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우리은행의 정식 직원은 1만여명. 이들을 한순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로 바꿀 수 없지만, 해외 MBA 출신이 자극제가 돼 기존 직원들이 자기 계발에 대한 필요성과 동기를 갖게 된다면 최강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바람이다.)



 해외 MBA 출신만 뽑다 보면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직원들에게 미국내 50위권의 MBA 스쿨 입학 허가서만 받아 오면 유학을 보내 주겠다고 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방식으로도 MBA 출신자가 매년 20명 정도 충원이 됐으면 합니다.



 이제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외국 자본이 국내 주식시장을 50% 이상 갖고 있고, 특히 국민은행은 주식의 80%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60%의 주식을 외국인이 보유중입니다. 그래선지 토종 은행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요.

 국내 금융권 구조 조정 이후 외국 자본의 국내 진출이 더욱 확대됐고, 앞으로도 영향력 및 지배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 자본이 외환 위기 극복, 국가 신인도 제고,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었지만 자본이기주의란 속성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 또한 간과해선 안되죠. 특히 단기 펀드인 경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공적 기능을 어느 정도나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외국 자본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경우 금융 주권이 상실되는, 이른바 ‘윔블던 효과’의 발생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봅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의해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그룹 하나 정도는 국내 자본에 의해 육성돼 금융 주권을 지킬 마지막 보루로 삼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야겠군요. 공적 자금이 투입돼 정부 소유인 셈인데, 우리은행 민영화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요.

 2005년 3월까지 민영화를 완료해야 했는데 지주회사법 개정에 따라 3년 더 연장됐습니다. 현재까지 민영화 진도율은 21.44%이고 남아 있는 정부 지분 71.56%에 대해선 민영화 주체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서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압니다.



 앞서 우리은행을 국내 자본에 의해 육성돼야 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은행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면 다른 은행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들에 의해 매집이 될 겁니다. 지금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를 찾아와 우리은행 주식 인수 의사를 피력합니다. 오변호사께서 앉아 계신 그 자리에서 말입니다(웃음). 그만큼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시장 거래에서 외국인이 사는 걸 막을 수는 없죠. 그걸 원치 않는다면 결국 PEF밖에 없다고 봅니다. PEF로 우리은행의 주식 30% 가량을 확보하고 중심을 잡는다면 의미 있는 의결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3조원 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3조원대의 PEF란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결국 5~6개 정도의 PEF가 연합하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안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외국 자본이 부정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처럼 산업자본 또한 명백한 폐해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4% 이상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황영기 펀드’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나요.

 현재의 제 위치에선 어려운 얘기죠. 만약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고려할 사안입니다.

 (황행장은 국내의 우량 기업들이 M&A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라며 이를 위한 국내 토종 자본 육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외국 자본은 그 투자 목적에서 분명히 국적 자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 자본은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이익 추구에 목적을 두거든요. 또한 이들 자본은 언제든지 철수할 가능성을 두고 있으며, 이 경우 국내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어요. 외국 자본을 일반적으로 부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본의 종속화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 규모의 국적 자본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적 자본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선결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선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적 요소들이 해결돼야죠. 외환 위기 이후 부족한 자본 충족과 선진 금융시스템 도입이란 명분 아래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자본의 역차별을 묵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지분 매각 때 외국 자본에 비해 국내 자본에 대해서 훨씬 까다로운 심사가 이뤄지거나 국내 자본을 아예 배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번째는 형평성에 다소 논란이 있을지 모르지만, 금융기관의 지분 매각시 국내 자본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국내 금융산업은 외국 자본에 의해 지나치게 종속돼 있어요. 국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1~2개 정도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국내 자본에 의해 경영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자본이 육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대규모 국내 자본을 육성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는 PEF지요. PEF를 구성하는 자본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때입니다.



 3월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성적표를 공개해 주시지요.

 경기 침체에 따른 자산 증가의 어려움과 강도 높은 은행간 경쟁 속에서도 우리은행의 경영 성과가 비교적 성공작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우선 비(非)이자 수익이 2003년도 비해 31.6%나 증가한 데 힘입어 3조8000억원(2003년 대비 10.8% 증가)의 영업 수익을 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1조9967억원으로 은행권 초유의 규모입니다. ‘이연법인세차’와 관련한 7067억원의 특수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1조3000억원 규모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총자산 기준으로 세계 107위(우리금융 93위)로 규모 면에선 선진 은행에 비해 열세지만 재무제표, 수익성, 자본적정성 등은 선진 은행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건전성 지표인 NPL 비율이 선진 은행에 비해 높지만 여신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개선되는 추이입니다.

 (황행장은 현재 추진중인 신인사제도를 통해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 정착과 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은행·증권·투신 등 지주회사 체제의 시너지를 확대한다면 선진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종합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첫번째 금융지주회사인데, 시너지효과를 봤다고 평가하십니까.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시너지 창출은 미미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부문에서 공동 구매, 교육·연수 프로그램 공유 등을 통해 효과를 본 정도입니다. 금융지주회사의 제대로 된 시너지효과는 고객 정보 공유를 통한 마케팅 강화인데, 이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주에 수익 시너지 창출을 위해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에요.



 은행 이외 부문의 수익 창출이 화두인데, 이를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지요.

 이젠 은행이 예금과 대출만으로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비이자 수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수익증권이나 방카슈랑스 판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외환 등을 강화해 수수료 수입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작년에 LG투자증권이란 대형 회사를 인수한 만큼 그동안 은행 부문에 편중된 그룹의 수익 구조도 바뀔 것입니다. 특히 앞서 말한 것처럼 증권 부문이 강화된 만큼 은행과 증권 부문의 시너지효과를 제고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금융권에선 현재 LG카드 인수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수 의사가 있습니까.

 LG카드를 인수하는 금융기관이 금융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도 관심을 갖고 검토중입니다.

 (약속돼 있던 인터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배석했던 홍보팀장은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한 인터뷰라고 말했다. 황행장은 인터뷰어로는 매력적이었다. 민감한 질문에 대해 피하지도 않고 논리정연하게 핵심을 풀어 나갔다. 이왕 늦은 김에 개인적인 질문도 몇가지 던졌다.)

 최근 읽은 책 중 추천할 만한 도서가 있습니까.

 <Good to Great(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입니다. 우리은행 상황과도 부합되는 책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은행이 굿(좋은) 뱅크거든요. 그레이트한 뱅크로 가야 하는 단계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잘한 결정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어젯밤에 은행일로 고민이 좀 있었는데 집사람이 보기에 안쓰러웠던지 은행장으로 온 게 잘한 선택일까란 얘기를 하더군요. ‘내 선택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인 당신과 결혼한 것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웃음). 진짜입니다. 집사람과 결혼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커리어와 관련된 결정은 삼성에 사표를 내고 유학을 떠난 거죠. 삼성에서 국제 금융 일을 맡게 됐는데 실력에서 안되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했죠. 돌쟁이 애를 둔 상황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실력을 키우자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스물여덟살 때 일인데, 집안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에 퇴직금 받아서 갔어요.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건 집사람이 제 결정을 믿고 따라줬다는 거죠. 어쨌든 그 때 유학을 갔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봅니다.

 (가난한 유학생 시절 이야기를 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황영기 행장에게 개인적인 포부를 묻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우리은행을 선진 은행에 견줘 전혀 손색없는 은행을 만드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은행은 결국 금융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에 걸맞는 구조로 체질을 변화시키고 싶어요. 시장과 직원들이 붙잡는 CEO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습니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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