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경기도지사의 갈등을 불러왔던 외국인 투자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다시 허용됐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의 수도권 첨단 공장 신·증설을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연장해 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국토 균형 발전이란 과제를 위해선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단계적으로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효율성과 국가 균형 발전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첨단업종 연쇄적 상승 효과 제한할 이유 없어



 
찬성 동북아경제권이 세계 3대 경제권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고, 한국은 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경제권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경제권의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며,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과 협력이란 기조하에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한국의 성장 동력이 집중된 수도권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각종 규제, 특히 산업 입지 규제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한국 경제의 성장 동인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  산업 입지 규제로 인한 국내 대기업의 생산 활동 위축, 외국인 투자 기업의 투자 유보, 중국 및 동남아로의 투자처 변경 등의 사례는 이를 선명히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과 연구개발 등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의 50% 이상이 집적돼 있는 지역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선진국이나 아시아 경쟁 국가들의 첨단 클러스터 조성 정책에서도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들의 입지 유인을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추세에서 유독 한국만이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가 형성된 수도권 지역에서 산업 입지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발전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산업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성장관리권역내에서 14개 첨단 업종에 대해 증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기업에는 성장관리권역내에서 25개 첨단 업종에 대해 2004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신·증설을 허용해 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 기업의 공장 신·증설 가능 업종 차별화로 국내 대기업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뿐 아니라 14개 첨단 업종의 대기업 이외에 세계적 산업경쟁력을 갖춘 첨단 업종의 국내 대기업들이 수도권 안에서의 공장 입지 규제로 생산 활동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의 규제를 완화한다면 연간 국내 총생산액 증가가 약 16조3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부가가치액이 7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며, 이를 통해 국내 GDP가 추가로 2.7% 성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4% 정도에 그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치가 제시되는 현 시점에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로 인한 GDP 2.7%의 추가 성장이 우리나라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무조건 허용·규제보다는 효과적 관리가 중요



 반대
수도권은 과연 과밀인가. 그렇다. 과밀은 지속될 것인가. 일정 기간 그럴 것이다. 과밀은 심화될 것인가. 일정 기간 심화되지만 마침내 완화돼 집중도는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가면 해결된다는 뜻인가, 기다리면 되는가. 아니다. 그냥 기다리면 지방 경제는 회생이 곤란할 정도로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인 경기도 용인시의 연간 세입이 광역자치단체인 울산·전남·전북보다 큰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수도권 입지 규제를 강화한다면 지방으로 가는 기업도 있겠지만, 대부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하는가. 민약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은 살찐 ‘짐승’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도권은 국토 전체와 국민 경제 전반에 큰 짐이 될 것이다. 때문에 수도권은 규제 강화도, 규제 완화도 아닌 합리적이되 효과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첫째, 대상을 합리적으로 선정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택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대기업은 안되고 중소기업은 되는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몇가지 업종만을 허용하고 여타 업종은 배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모두에게 답답하다. 핵심 기업은 규제적 관리를 하되, 협력 기업의 수도권 입지는 원활한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원청 기업이 수도권에 있는 협력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도권 입지를 허용해야 한다.

 둘째, 핵심 기업을 규제 관리하는 데 있어 해당 기업에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첫째는 수도권에 있는 것보다 더 큰 편익이 있고 더 작은 비용이 드는 대안으로서의 지방을 적시에 제시해야 한다. 누가 해야 하는가.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원의 집합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둘째로 불가피하게 수도권에 입지하는 기업은 비용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 수도권 입지가 불가피한 기업은 입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케 해야 한다. 어떤 수준까지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하는가. 외국보다 경쟁력이 낮게 하는 수준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비용을 기업이 전담하지 않고 자치단체와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수도권 입지의 편익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산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용 부담 규모를 산출해야 할 것이다. 반월공단 때문에, 그리고 삼성전자 때문에 안산시, 수원시 및 경기도가 받는 세수 등 편익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지 않은가.

 셋째, 역할 분담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각기 역할을 합리적으로 부여하고 각기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구분하면 중앙정부는 지원과 조정이며, 지방정부는 시행과 책임이다. 수도권 공장 입지에 있어 중앙정부는 수도권에 대한 입지 규제보다 지방이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은 ‘효자 장남’이 돼야 한다. 본인이 잘된 데는 동생들을 위시한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동생들도 대들보적인 인물로, 어떤 면에선 자신보다 더 큰 그릇으로 키워야 한다. 즉 오늘날 수도권이 누리는 부에는 지방의 희생이 포함돼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에 있는 것이 효율적인 기업의 경우 수도권은 지방에 양보해야 한다.

 수도권 문제는 공간 문제일 뿐 아니라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누적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복합적인, 그리고 누적적인 과제다. 상식이 최대 정책이다. 상식적인 해답을 만들어야 한다. ‘달라고’ 또는 ‘주지 말라’고 떼쓰는 사회, 안주면 떠난다고 ‘협박’하는 사회가 돼선 안된다. 원칙이 있으며 그 원칙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사회, 그 가운데 상식적인 결론들이 형성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적용에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별은 합리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삼성’보다는 ‘한국삼성’이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