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 수치로는 좋아지면서도 체감지수는 여전히 냉기가 감도는 한해. 소비와 투자가 4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부진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는 해. 고유가와 고금리, 원화 강세 속에서도 수출호조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계속하는 해. 높아지는 성장률에도 취업은 여전히 어려운 해.’

2006년 우리 경제의 예상 성적표다.

 2005년 12월 초 한국은행은 200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0%로 전망했다. 올해 3.9%보다 상당폭 높아지면서 2002년(7.0%)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내다본 것이다. 올해 성장률 5.0%는 한국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미 같은 전망치를 내놓았고, 다른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도 4.5~5.0% 범위에 몰려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2006년에는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부진을 면치 못해 온 우리 경제의 회복 조짐은 여러 경제지표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그간 성장의 발목을 잡아 왔던 내수 회복세가 점차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중에서도 소비는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정상적 수준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투자는 설비투자가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건설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대책의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수가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그다지 강하지 않으면서 상승곡선의 각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회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경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1998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6.9%로 떨어졌다. 당시 한국은행과 KDI 등은 예측치를 내놓을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급락이었다. 그 다음 해인 1999년의 성장률 또한 미스터리의 하나다. 한국은행, KDI, IMF 등 국내·외 연구기관 중 어느 곳도 -6.9%로 곤두박질쳤던 성장률이 바로 다음해에 9.5%로 급반등하리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조성해 수혈한 덕분에다 ‘금 모으기’와 같은 국민적 기상(氣像)과 단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회복력과 탄력을 보이던 우리 경제가 갑자기 자체 고장, 다 시 말해 극심한 내수부진을 일으키더니 복원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최근 수년간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요인들이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가? 또 고유가와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대외적 복병은 올해 우리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공짜 파티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는 말이 요즘 우리 경제 상황처럼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도 없다. 세상에 공짜 좋아하지 않는 민족이나 인종이 있겠냐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고,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다. 또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최근에 나온 다음 우스갯소리도 공짜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2차대전 직후 군용기를 개조한 여객기가 비행 중 고장을 일으켰다. 조종사가 나와서 승객들에게 낙하산으로 뛰어내려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아무도 먼저 뛰어내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승객은 모두 5명. 명단을 유심히 보고 있던 조종사가 먼저 독일 사람에게 말했다. “히틀러의 명령이오!”라고 하자, 그 독일인은 “하이, 히틀러” 하면서 뛰어내렸다. 다음에는 “천황의 명령이오!” 했더니, 일본인이 “천황폐하, 만세” 하면서 두 말 하지 않고 뛰어내렸다. 이제 프랑스 사람 차례였다. 조종사가 열린 문을 내다보면서 “저기 저 산과 강에다 낙하산, 당신까지 뛰어내리면 참 멋있겠소” 했더니, 프랑스인이 “나도 동감이오”라면서 낙하산을 펼쳤다. 그 다음 미국인을 보고는 조종사가 근엄한 자세로 말했다. “과반수가 넘었소” 했더니, 미국인은 “아, 그렇군요” 하면서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이제 마지막 차례가 한국인. 조종사가 귓속말로 뭐라고 했더니, “그래요? 그럼 뛰어내려야지” 하면서 흔쾌히 뛰어내렸다. 조종사가 과연 한국인에게 뭐라고 했을까? 답은 “당신만 공짜요”였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회복하던 우리 경제가 2001년 미국의 IT거품의 붕괴 여파로 수출과 설비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률이 급락할 조짐을 보이자, 김대중정부는 적극적으로 소비 부양에 나섰다. 이른바 길거리 카드 발급으로 대표되는 카드거품과 주택 관련 대출 등으로 개인 대출과 소비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미국의 성장률이 2000년 3.7%에서 2001년에는 0.8%로 곤두박질치면서 전 세계 성장률도 2000년 4.7%에서 2001년에 2.4%로 반 토막이 됐다. 그 바람에 2001년 일본의 성장률이 0.2%로 떨어지고, 대만(-2.2%)과 싱가포르(-1.8%)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끄덕 없이 버티는 바람에 ‘방탄(防彈)경제’라 불리던 대만의 마이너스 성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8.5% 성장에서 2001년에는 3.8%로 둔화되는 데 그쳤고, 2002년에는 7.0%로 올라섰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카드와 대출을 통해 온 국민의 소비를 적극 부추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짜(?) 점심을 즐기던 소비자들이 과도한 빚 부담과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2003년부터는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2004년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민소득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성장률이 플러스인데도,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해는 2003년과 2004년 두 해뿐이다.

 이 같은 점에서 필자는 최근의 내수(소비)부진을 ‘신용위기(信用危機)’라고 부르고 있다. 1997~1998년이 외환 부족으로 발생한 외환위기라면 최근의 상황은 신용 부족으로 발생한 신용위기라는 뜻이다. 너무 많은 빚으로 더 빌려 쓰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활동 인구의 16% 정도가 신용불량자로 금융거래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에 이어 신용위기를 겪는 중

 2005년부터 민간소비가 회복하고는 있지만, 회복세는 아직도 미진한 편이다. 과도한 빚 부담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말만 하더라도 214조원이던 가계부채가 2004년 말에는 475조원, 2005년 9월 말에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1999년 40.4%에서 2002년 이후 60%대를 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빌리다 보니 도시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세금과 국민연금, 보험료 등 제외) 중 부채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16.1%에서 2003년부터 23%를 넘고 있다. 2004년에 약간 떨어지는 듯하더니 2005년 상반기에는 2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약 매월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그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25만원을 부채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개인들이 돈을 쓰고 싶어도 여력이 없거나 매우 빠듯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이 급속하게 호전될 수 없다는 점에서 보면, 올해도 소비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통계청에서 매월 조사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2005년 8월을 저점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인점과 백화점 매출이 2005년 초부터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할인점 매출은 2003년 -3.3%의 감소에서 2004년 3.3% 증가로 돌아선 데 이어 2005년 1~10월 중에는 4.4%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2003년(-6.3%), 2004년(-3.0%)의 2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2005년에는 4%대의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할인점 매출의 경우 쌀이나 음·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위주라는 점에서 평상 수준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백화점 매출의 경우 2년 연속 마이너스에 따른 반등효과를 감안할 경우, 증가세가 그다지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이런 와중에서도 해외소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유학과 연수를 제외한 일반여행) 수지가 2000년 6억4000만달러의 흑자에서 2001년에 1억8000만달러의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05년에는 1~10월 중 해외여행 수지가 51억3000만달러로 연간으로 60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2005년에 해외여행으로 12조원(120억달러)을 쓰고 그 절반 정도가 적자가 된 셈이다.

 국민들이 해외로 여행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왜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가는 되새겨볼 일이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회자가 요즘 젊은 부부들이 1000만원 이상을 들여가면서 호텔에서 아이 돌잔치를 하는 이야기를 꼬집었다. 결론은 “아이가 뭘 알겠냐? 과소비가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이처럼 사회여론을 몰아가서 비난할 경우, 젊은 부부들은 양가 부모(4명)를 모시고 해외에서 돌잔치를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싶다. 1000만원이면 아이를 포함한 7명이 필리핀이나 태국의 유명 휴양지에서 주말을 보내고 와도 모자라지 않는 돈이다. 돈 있는 사람이 1000만원을 우리나라 호텔이나 식당에서 쓰면 그에 버금가는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그뿐이다. 골프채를 들고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만 2004년 16만여명, 2005년에는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反)기업’ 성향에 못지않게 ‘반부자(反富者)’ 성향이 소비를 가로막는 적잖은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닐까?

 소비와 관련한 필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돈 없는 사람이 돈을 쓰기는 어렵다. 세금을 깎아 주더라도 빚을 갚거나 저축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 있는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국내에서 마음껏 돈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돈이 돌아가고 경제도 돌아간다.”

 얼마 전 한 중견기업의 오너 겸 회장을 만났다. 조만간 중국에다 공장을 지으려고 사전 조사를 하고 있단다. “왜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으로 가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아니, 그럼 한국에서는 말이 통한다는 말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조를 가진 나라가 한국이라는 설명이다.



 반부자, 반기업 성향

 전투적 노조라는 점은 통계로도 엿볼 수 있다. 세계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00~2002년 사이 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 일수에서 우리나라는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111일을 기록한다. 일본이나 스웨덴의 각각 1일과 독일의 3일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56일)과 영국(32일)의 두 배 이상이나 많은 날을 파업으로 일을 못 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5년 10월에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이 같은 강성노조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 OECD에 따르면 노동손실 일수(2000~2004년 평균)에서 우리나라는 30개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높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경쟁국인 일본·중국·대만·홍콩보다도 훨씬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의 임금상승률(제조업 명목임금, 달러 기준)은 1975년 이후 2003년까지 연평균 13.2%를 기록했다. 통계를 내놓은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금상승률은 미국·영국·독일·대만·싱가포르 등 조사 대상국 29개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은 같은 기간 중 10.3%, 일본은 7.1%, 미국은 4.6%였고, 멕시코는 1.9%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1975년만 해도 미국의 5%에 불과하던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 2003년에는 47%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중 일본은 48%에서 91%로, 대만은 6%에서 27%로 올랐을 뿐이다. 멕시코의 경우 페소화의 가치하락으로 미국 대비 임금 수준이 1975년 24%에서 2003년에는 11%로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기업 성향은 1960년대 초반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KDI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오너 기업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응답자 중 91%가 찬성했고, 18.2%는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17.5%에 불과했다. ‘좋지 않게 생각한다’가 23.7%, ‘별로 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가 58.7%로 부정적 대답이 10명 중 8명을 넘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꽃인 동시에 엔진은 기업이다. 물론 기업의 지배구조나 회계 및 경영의 투명성에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성인 인구의 절반이 넘는 1500만여명(자영업자와 무급 종사자 제외)이 기업에 고용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이 정도라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반기업 성향이 하루 이틀 사이에 쌓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풀어가는 데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임금도 비싸고, 땅값도 비싸고, 노조가 호락호락한 것도 아닌 데다, 부자와 기업가를 조세포탈범이나 임금 착취자로 보는 상황에서 과연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나오겠는가?

 다른 한편에서는 배부른 기업가들이 ‘자본스트라이크’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돈을 많이 쌓아놓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른바 ‘자본 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 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투자를 하지 않을 기업가나 최고경영자(CEO)가 있을까?

 게다가 웬 규제는 그리 많은지 도대체 투자에 나서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8개 경제부처의 규제 건수는 1999년 이후 2005년까지 한해도 빼놓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결과는 투자부진이다. 우리나라의 설비투자율은 1973년 10%를 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10%대를 유지해 왔다. 설비투자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의 비율로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지표다. 그런데 설비투자율이 1973년 이후 10% 아래로 떨어진 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8.4%)을 제외하면, 2003년(9.6%)과 2004년(9.2%)의 두 차례뿐이다. 2005년의 경우 10%를 넘기지 못했거나 간신히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업과 개인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직접투자액이 2004년 80억6000만달러에서 2005년에는 90억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만 탈출하는 게 아니다. 재정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작년 상반기까지 해외로 본사나 공장 등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해외 자회사를 설립한 중소기업은 모두 9779곳. 한해 평균 150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셈이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한해에 0.14%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일자리도 2만개 정도나 없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기업도 나가고, 사람도 다 나가고 나면 우리나라에 남는 직종이 ‘공무원과 노조’ 2개뿐이라고 했을까?

 “높아지는 것은 임금과 땅값이고, 떨어지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고개를 드는 것은 각종 규제(부동산 관련 규제 포함)이고, 움츠러드는 것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다. 기업하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기업활동을 감시하려는 사람만 더 늘어난다.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11~12위 정도이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나 경쟁력은 2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5년, 10년 후 우리 후세대들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든 경제를 물려받을 것이다.”

 투자와 관련한 필자의 결론이다.

 이 외에도 2006년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대외적으로는 고유가의 지속,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원화 강세, 건설경기의 위축 가능성 등이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소비와 투자에 따른 걸림돌에 비하면, 그 비중이나 영향력 등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 금리인상, 원화 강세도 걸림돌

 고유가는 2006년에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006년 경제 전망시 원유도입 단가를 2004년 배럴당 36.2달러, 2005년 51달러에서 2006년에는 55달러로 예상했다. 2006년과 비교할 때 배럴당 4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본 것인데, 이 정도면 2006년 우리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4년 6월부터 12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 2005년 11월 현재 기준금리가 연 4.0%가 됐다. 앞으로도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FRB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경기중립적인 금리를 연 4.5~5.0% 수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기중립적 금리는 ‘지나치게 높아서 경기를 후퇴시키거나 지나치게 낮아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2005년 11월 금리 인상 직후 FRB 내부에서도 그간의 급속한 금리인상에 따라 숨 돌릴 틈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FRB가 4.5% 정도에서 금리인상을 일단 멈추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동향, 주가와 부동산가격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라면 미국은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3%대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경제는 2005년 9%대 중반의 성장률에서 2006년 8%대 중·후반의 성장률로 연착륙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대미(對美) 무역 흑자폭이 2000억달러로 늘어나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더 높아지고, 그에 따라 위안화가 올해 중 5~10% 정도 절상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견뎌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경제가 이 정도라면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05년 11월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인상했다. 경기회복세가 아직 부진하기는 하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5% 안팎으로 목표 상한치 2.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2006년에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을 벗어나면서 금리 인상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 흐름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2005년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지만, 국내·외 금리격차가 벌어지거나 줄어들 경우 국내에 들어왔던 해외자본은 물론 국내자금도 해외로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한은이 2006년 두어 차례 금리를 올릴 경우, 개인들의 빚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이다.

 2003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원화의 강세는 200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이 2005년 달러당 평균 1029원에서 2006년에는 1000~1020원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락폭이 작아서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말경에는 달러당 970~990원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05년 말 달러당 120엔대로 올라 약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도 올 들어서는 점차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원·엔 환율도 2006년 하반기에는 100엔당 900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2005년 말 여러 차례에 걸쳐 2006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은 ‘유가와 건설경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로 인해 건설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건설투자 동향을 보면 2004년 1.1% 증가에서 2005년 0.3%의 증가로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민간 부문의 주택경기는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위축되겠지만, 공공 부문의 주택 공급 확대와 정부 건설 등에 힘입어 2006년에는 1.7%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재건축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정부가 더 강한 대책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건설경기는 앞으로도 상당히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경제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요약하면 ‘지표경기는 좋아지겠지만 체감경기는 시원찮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5년 3.9%에서 4.5~5.0%로 올라가겠지만, 일반국민들의 체감경기라고 할 수 있는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2005년 0%대에 이어 2006년에도 높아야 2~3%대에 머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GNI는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통계로 수출·입 물가의 차이와 이자·배당과 같은 요소소득의 국내·외 지급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까 GNI 증가율이 낮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부지런히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GDP성장률)하고 있지만, 수출물가의 하락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시원찮을 뿐 아니라, 이자와 배당 등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외 지급이 늘어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기가 가시지 않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냄비경제와 가마솥경제

 끝으로 우리 경제가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2005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000달러를 넘어섰고, 경제 규모는 세계 11~12위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경제가 ‘냄비경제’를 벗어나서 ‘가마솥경제’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냄비경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경제로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과열되거나 차가워지는 것을 말한다. 수출이나 부동산경기가 좋으면 경제 전체가 들뜨고 흥청망청거리다가도 수출이 급격이 둔화되거나 부동산경기가 식으면 모두들 죽겠다고 야단인 경제가 냄비경제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그 같은 냄비경제를 벗어나 가마솥경제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최근 경기부진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현상도 가마솥경제로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한번 식었던 가마솥은 데워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냄비경제가 아니라 가마솥경제에 진입하고 있다면,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 금융기관 등 모든 경제주체들도 생각과 접근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 이 중 글로벌경쟁에 노출된 기업, 금융기관과 개인들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그에 따라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면서도 살아남은 그룹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예전 그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정부가 제때에 옷을 바꿔 입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한 고통은 국민들만 겪게 될 것이다. 정부가 제 3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성환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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