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해외에서도 정보통신(IT) 강국으로 통한다.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이용률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 해 수조원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랑할 만한 S/W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인도에서 전문인력을 구하고, 중국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IT기업을 포함한 주요기업의 임원 10명 중 4명은 ‘한국은 IT 강국’이 아니라고 답했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IT 강국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고속인터넷 가입자수 1200만명.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한 휴대전화가입자수 3800만명. 이러한 수치들이 한국을 ‘IT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계기가 됐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과 이동전화 보급률은 가구 및 인구 대비 75%에 달해 50%를 조금 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애니콜은 사업 시작 18년 만에 1억대를 생산하며 IT산업의 수출을 이끌고 있다. 이렇듯 2005년 9월까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산업은 573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5년에는 ‘손안의 TV’로 불리는 DMB서비스를 개시했으며,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휴대인터넷)기술을 상용화하는 등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임을 입증해 준다.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인프라 확보와 이동통신 상용화의 뒷받침이 된 ‘CDMA 성공신화’는 한국을 IT 강국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동안 정보통신 강국을 부르짖으며 정보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가장 자랑하는 CDMA 분야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IT 강국’이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 1995년 이후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 총액은 1조5209억원에 달한다. 휴대전화산업이 급성장했던 2002년 한해에만 4000억원이 퀄컴에 지불됐다.

 퀄컴의 지난 2003년 회계연도 총 매출액은 39억7000만달러. 이 가운데 기술 라이선스 매출은 전체의 26.6%인 10억5600만달러에 달한다. 퀄컴 CDMA 상품의 최대 고객은 단연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휴대폰업체들이다. 따라서 퀄컴의 라이선스 매출의 상당금액은 우리나라 단말기회사들이 안겨다 준 셈이다.

 2004년 순이익 10조7000억원을 달성,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순이익 100억달러클럽’에 가입한 삼성전자도 특허료로 국내·외 기업에 1조3000억원을 지불했다. 전체 순이익의 12%에 달한다. 삼성의 특허료 지급액은 2010년에는 2조5000억원에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CDMA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렇게 거액의 특허료를 물고 있는 것은 바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CDMA 단말기 1대를 팔 때마다 CDMA 원천기술을 가진 퀄컴에 대략 5%대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4년 미국 퀄컴에 지불한 CDMA단말기 기술료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퀄컴은 CDMA 등 특허료 수입으로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챙기고 있다.

 퀄컴만이 아니다. 반도체 핵심 설계기술을 갖고 있는 영국의 ARM을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에도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1대를 만들 때마다 ARM에 8센트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부터 2005년말까지 7억대가 팔렸다고 가정할 때, 그동안 ARM에 지급된 로열티는 5600만달러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메라 폰 모듈, LCD, 음원칩, MP3, 휴대폰 운영체제(OS),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자바(JAVA), 텍스트입력(Text Imput),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의 기술에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기술을 사다 쓰는 형편이다. 메모리와 배터리 등도 국산화가 상당히 진전됐지만, 외산부품 채용도 많은 실정이다. 라이선스 비용만 각 항목당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에 달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의 매출만 올려주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휴대폰업체는 연간 100만∼200만달러의 유지보수비, 단말기 대당 4∼5달러가량의 로열티, 그리고 별도의 부품 구매비용까지 어마어마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외형적 휴대폰 수출 성과에 도취돼 눈이 먼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막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은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4년도 기술 수출 및 기술 도입 실적’에 따르면 2004년 우리나라 기술무역 수지는 수출 14억1640만달러, 수입 41억4750만달러로 무려 27억311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기술은 특허권 등 사용료를 말한다.

 지난 2000년 28억61680만달러였던 무역적자 규모는 2001년 20억2360만달러로 다소 감소했다가,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2002년 20억8330만달러, 2003년 24억203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4년 기술무역 적자가 가장 많은 산업은 전기·전자 분야로 전년 대비 65.5% 증가한 6억2700만달러를 기록, 전체의 23.0%를 차지했다. 정보기술 분야는 4억7700만달러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해 전체의 17.5%에 달했다.  통신 분야도 4억6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0.4% 늘어 전체 기술무역 적자의 14.9%를 차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모두 2004년 기술무역에서 적자를 보였으며, 대기업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22억150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중소기업의 기술무역 적자는 5억2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기술무역 적자를 낸 국가는 미국으로 21억9500만달러에 달해 전체의 80.4%를 차지했고, 일본과는 4억4100만달러의 적자로 15.1%의 비중을 차지했다.



 SW산업도 외국계가 장악

 이번엔 IT산업의 가장 기초적인 뼈대를 이루는 소프트웨어산업을 들여다보자. 여기에서조차 IT 강국의 그림자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은 약 2조원 규모. 이 중 국내업체는 전체 시장의 17%인 3400억원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에 MS, IBM, 오라클, EMC 등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외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우리 이름으로 된 국산제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핸디소프트, 안철수연구소, 티맥스소프트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연간 매출 규모 10억원 이하에 불과한 구멍가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S/W(소프트웨어)개발보다는 수입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업체는 10개 중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S/W업계 전문가들이 대형 SI업체들이 외국업체의 제품을 사다 되파는 리셀러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S/W산업의 생태계는 아직 제대로 생성되지 않았다. 대형 SI업체들을 비롯해 벤처기업들은 기술개발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 많은 돈을 들여 국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제 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꼽는다.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불법복제 역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한다.  또 국산 S/W는 제대로 된 대접받기도 힘들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전 사장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우리나라의 척박한 SW산업 환경을 꼬집은 바 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 육성을 외치지만 말뿐이다. 대형 SI업체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주액으로 1원을 제시한 정부의 IT 관련 발주 시스템을 보면 정부의 인식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부실로 연결돼 장기적인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SI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동반 부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왜곡된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을 고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는 일반 제조업의 2배 이상이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이익률(46%)은 삼성전자(20.9%)의 2배가 넘고,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매출(28억달러)은 현대자동차(270억달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순이익은 10억달러가 넘어 현대자동차(17억달러)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와 아직 발도 뻗지 못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시장 크기에서도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도체 D램과 LCD, 휴대폰의 경우 연간 세계시장 규모가 300억달러에서 최대 1000억달러로 무려 7000억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시장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다. 이 중에서 1000억달러에 달하는 소프트웨어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5%에 머물고 있다.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의 발주시스템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법과 제도의 개선을 들고 있다. IT가 기술 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과 투자,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지식 집약적인 SW산업을 육성하지 않고는 IT산업 전체가 체질이 허약해지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약한 보안의식, 전문가 양성도 문제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라는 명예도 우울한 자화상이다. 취약하기 짝이 없는 인터넷 보안의식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가 오히려 우리를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나 신용과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기관까지도 해킹에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여타 업체들의 경우 얼마나 보안이 허술할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인터넷 인구가 300만에 육박하며 양적인 면에서 정보통신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전 세계 해커들의 놀이터로 인식될 만큼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 대책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우리의 IT 교육도 체계를 갖춘 전문적인 시설이 부족하고, 그 교육과정도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IT 기술 인력육성 정책이 실업자 구제 차원의 물량 위주로 추진되다 보니, 산업현장에서 신기술을 구사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가 유치했거나 유치하려는 외국계 R&D센터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외국계 IT기업과 연구소를 인천 송도와 서울 상암동 등에 유치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로 만드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IT를 중심으로 R&D허브를 형성하면, 외자 유치가 쉽고 국내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해외 유수의 IT 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내세울 만한 IT산업은 휴대폰과 통신, 반도체 정도이고, 이마저도 원천기술은 대부분 퀄컴 등 해외업체들이 갖고 있는 형편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부문의 경우도 국내업체의 기술경쟁력이 떨어져 IBM, 오라클, 인텔 등 외국 IT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시장은 12억 인구의 중국시장과 비교했을 때 영세한 데다 우리나라에서 배워갈 기술도 없다는 게 이들의 이유다.

 그동안 유치한 국내 몇 안 되는 외국 IT기업의 기술연구소도 ‘겉치레 연구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거세다. 기술을 연구하는 제대로 된 연구소가 없다는 것이다. 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연구소가 있지만, 실체는 없다. 대체로 본사에서 수입한 제품에 대한 한글화 작업 정도를 담당하는 정도로 R&D센터가 활용될 뿐이다.

 정부의 태도도 예전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부상시킨 많은 기술들이 허상일 수 있다는 많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단언했다. 장한 정통부 정보전략기획관실 서기관은 “OECD 등에서 발표하는 디지털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IT 강국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 서기관은 “S/W 분야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정통부도 S/W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 개발 ‘절실’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 즉 1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술개발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분야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반도체산업도 1992년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반도체 개발의 주역들은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IT 한국을 이끌어 왔다.

 반도체에서 쌓은 기술력이 CDMA 방식의 이동통신 상용화에 뒷받침이 돼 통신 후발국이었던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강국으로 부상하게 했다. 반도체에서 쌓은 기술력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기술이 정보통신 강국의 주춧돌이 된 것이다.

 전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터넷 사용자와 1000만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등 기반이 되는 인프라 측면에서 우리는 IT산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유리한 조건을 등에 업고 진정 정보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앞으로는 IT 교육의 향방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IT 교육의 근본적인 방향을 새로이 재정립하는 혁신적인 처방이 절실히 요구된다.

 고현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우수한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신화를 만들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높인다”며, “특히 다가올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파급 효과와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튜더 브라운 ARM COO

 “원천기술 없으면 글로벌시장 주도 못해”



 반도체칩의 설계기술 보유기업인 ARM은 원천기술 개발이 진정한 IT 강국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라이선스와 로열티 수입으로 이뤄진 ARM의 4억달러의 매출액은 곧 이익입니다. 기술이 곧 제품입니다. 한국도 진정한 IT 강국이 되려면 원천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의 중추핵인 CPU의 코어를 설계해 라이선싱(licensing)하고 있는 IP(Intellectual Property) 제공업체인 ARM의 창립멤버 튜더 브라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프라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IP 제공업체로 이 분야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4억달러 매출은 국내 제조업체 매출액의 80% 이상이 자재비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 매출액 3조원과 맞먹는 가치다. 제조업이 원재료에 부가가치를 얹어 파는 것이라면, ARM의 제품은 기술이라서 그것이 바로 부가가치인 셈이다.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휴대폰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이리버, 삼성전자 휴대폰, 소니 PSP, 애플 아이팟 등 우리에게 익숙한 최첨단 기기들의 대다수가 ARM코어를 하나 혹은 그 이상 탑재하고 있다. 반도체의 CPU 안에 탑재된 기술로 삼성전자가 휴대폰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아이리버가 MP3P를 만들 때마다 ARM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ARM의 제품이 유형이 아닌 단지 기술인 무형이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디지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질수록 ARM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무한해진다.

 ARM은 1990년 11월 영국에서 설립된 벤처기업이지만, 이제는 세계 표준이 됐다는 점에서 원천기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창립 당시 12명의 멤버는 모두 엔지니어들이었다.

 튜더 브라운은 “회사 설립 때부터 기술회사를 만들자는 것이 모토였다. IT 제조업을 해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위험이 따르는 반도체 생산 대신 핵심 설계기술을 개발해 기존 반도체업체에 라이선스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술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건 쉽지 않았다는 점도 털어놨다. ARM도 로열티를 통한 수입이 들어오는 데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활용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반도체 IP기업들이 실패했지만, ARM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건 R&D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기반이 됐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인도에 3곳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300여명의 전체 직원 중 95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에 들이는 투자 비중도 여느 기업보다 월등하다. 4억달러의 매출 중 30%인 1억2000만달러를 R&D에 투자했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초고속인터넷 등의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강점이긴 하지만, 원천기술이 없다는 건 앞으로 세계시장을 이끌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산업과 시장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IT 생태계로는 글로벌한 경쟁력을 가지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삼성과 LG 등의 마케팅력이 놀랍긴 하지만, 기술개발에 앞장설 수 있는 벤처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인도가 몰려온다

 전자·컴퓨터·통신에서 추격 가속



 세계 IT시장에서 한국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가 몰고 오는 돌풍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친디아(Chindia)는 단순한 유행어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백인형 한국IDC 리서치 및 컨설팅 총괄 ibaik@idc.com



 2003년 골드만삭스의 한 경제학자가 흥미로운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05년까지 BRICs로 지칭되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그리고 중국이 G6 국가들의 절반을 넘는 경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향후 40년 내에 그 규모가 G6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보고서는 오늘날 많은 선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BRICs시장에 특별한 전략적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시발점이 됐다.

 IT(Information Technology) 관점에서 볼 때, 2005년 BRICs시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IT 관련 서비스를 포함해 638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IT시장의 6%에 불과하지만, 매년 평균 13.9%씩 성장하고 있어 4년 후에는 1074억달러 규모에 도달하게 되고, 전 세계 IT시장의 8%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이들 국가의 정보화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정부의 IT를 통한 정보화정책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 신흥시장이 지닌 시장 규모와 정보화 발전 가능성 때문에 모든 글로벌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지대한 관심과 전략적인 중요성을 두고 있다.

 얼마 전 매년 IDC 본사가 주최하는 행사가 있었다. 행사에는 IDC 연구원, IT 전문가, 그리고 IDC 고객이 참석해 향후 IT시장의 동향과 기술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격의 없이 교환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행사에서 놀란 것은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 12대 무역 강국, 그리고 4위의 외화 보유국인 우리나라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통신 분야만큼은 우리나라가 주목의 대상이리라 여겼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이 행사의 모든 토의 주제의 중심은 중국과 인도가 차지해 버렸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친디아 신디케이트(Chindia Syndicate)가 세계 IT를 접수했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 행사를 통해 대부분 전문가인 참석자들이 중국과 인도의 IT시장(자국 내 소비 규모)이 향후 세계 IT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중국과 인도의 R&D에 대한 투자 의지, 풍부한 인적자원, 그리고 글로벌 파트너십 능력에 기반을 둔 IT 기술의 영향력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연간 8%대의 지속적인 GDP 성장률을 보인 중국은 GDP 규모 1조7000억달러가 넘는 국가로 성장했다. 중국에 거점을 두지 않았다면 다국적 기업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52만여개의 외자 기업이 중국에 등록돼 있고,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450개가 중국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이들 대부분은 값싼 노동력 기반의 생산기지 또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춰 제조 부문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 분야에서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발전하면서 요즘 들어서는 중국의 기술력과 미래를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서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 형태로 많은 IT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IT업계 최대 위협은 중국

 중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세계적인 업체로 부상하는 중이다. 이미 화웨이는 동남아시장을 평정했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조차도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경쟁상대로 화웨이를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화웨이는 KT의 차세대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광전송장비를 납품한 실적이 있으며, 광네트워크 핵심 장비로 국내 통신사업자 및 기업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화웨이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국내 6개 지역에 R&D센터를 두고 있는 데다가, 미국, 인도, 유럽 등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를 두고 매년 세계 각국에 엄청난 특허 건수를 올리고 있다.

 국내 IT업계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04년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가 IT 업계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의 도전을 꼽았으며, 이어 2005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중국의 위협을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경제는 지난 10여년간 6~8%의 GDP 성장을 이뤘다. 현재 인도경제는 브라질경제와 비슷한 규모지만, 인구 면에서 10억8000만명으로 브라질에 비해 1억6500백만명을 훨씬 능가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IT산업이 하드웨어 또는 통신장비 중심이라면, 인도는 IT 고유 특성이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 테크놀로지 수출 부문에 있다. 이는 뛰어난 영어 구사 능력과 수학이나 통계학과 같은 수리 학문의 발달로 IT를 비롯한 첨단기술 산업에 필요한 인력이 어느 나라보다도 월등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는 매년 250만명의 대학생과 18만4000명의 엔지니어를 공과대학에서 배출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활용해 인도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아웃소싱 기지로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또한 하청 위주의 비즈니스에서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산업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IT산업이 앞으로도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중요한 전략산업이라는 점에서 보면, IT산업에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인도는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셈이다.

 최근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반도체회사인 인텔이 앞으로 5년간 인도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이 같은 투자액은 인텔이 최근 10년간 외국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이다. 인텔은 인도 정부와 업계, 교육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의 연구개발 인력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친디아는 단순한 유행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희망의 땅이기도 하지만, 친디아가 갖고 있는 기술 잠재력을 냉정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하는 위협의 땅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LCD 등의 세계적인 수준의 자랑스런 제품과 다른 나라가 넘보기에는 높은 기술 진입장벽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인도 등이 과학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해 추격해 오는 실정이다.

 신흥 국가들의 기술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데 자극을 받아, 미국도 과학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의회와 영향력 있는 IT기업들이 부시행정부에 과학엔지니어의 연구개발 비용을 증액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우리도 현재의 국가 경쟁력 위치에 만족하고 안주해 있을 처지가 아니다. ‘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해답은 R&D에 있다. 이공계 기피는 R&D 공동화로 이어지고, R&D 공동화는 지적 자산의 축소 및 지식 공동화로 이어지게 돼, 결국 한국사회의 부의 원천 중의 하나인 IT산업의 경쟁력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가격 경쟁력 있고 고부가가치를 유지하려면 적시에 필요한 분야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 유일한 길은 정부, 산업, 기업이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 인재를 충분하게 육성하고, 그들이 신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우리나라가 IT 강국의 생명을 유지, 성장시킬 수 있는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적극적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방대한 기술과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해 IT산업에서 거세게 도전해 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IT 강국’

 와이브로, DMB, 로봇에서 대박 기대



 한국이 10년 후에도 IT 강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는 와이브로, DMB, 나노, 로봇기술 등이 한국을 진정한 IT 강국으로 이끌 기술로 손꼽힌다. 

 백재현 아이뉴스24 정보통신팀장 brian@inews24.com



 IT 분야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국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05년도 국제경쟁력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은 OECD국가 중 가장 앞서 있다. 부문별로 보면 기술적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으며, 인구 1000명당 광대역서비스 가입자 수는 1위, 월 광대역서비스 비용은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이 같은 한국의 높은 위상은 세계 정보통신시장에서 이상적인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면서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로만 보면 ‘산업화시대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시대에는 앞서 가자’라는 구호가 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인 게 IT 분야의 속성이다. 따라서 미래에도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IT 강국’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이동전화시장에서 뒤쳐졌던 일본이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한 FTTH(Fiber To The Home)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시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국제 IT시장에서 그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인 글로벌 IT기업들은 앞 다퉈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중국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나라일 뿐이고,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국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2005년 11월15일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5 디지털2 컨퍼런스’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중국은 거대한 코끼리다.  중국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타와 같이 빠르고(Speed), 유연하고(Soft), 현명해야(Smart)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상암동, 인천 송도에 기반 조성

 그러면 한국은 앞으로 10년 후에도 IT 분야에서 앞서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먼저 지속적인 IT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9월 기공식을 한 ‘누리꿈 스퀘어’다. 오는 2007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4306억원(정부출연 1500억원, 민간융자 2806억원)이 투입된 ‘누리꿈 스퀘어’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부지 5789평에 지하 4층, 지상 22층(연면적 4만6152평)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IT 연구개발(R&D)센터, IT 비즈니스센터, 공동제작센터, 디지털 파빌리온 등이 구축돼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산업의 메카로 육성될 예정이다.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R&D센터를 입주시키고, 한국기업과 공동으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케 함으로써 기반기술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의 개발과 테스트는 물론 기타 기업에 필요한 각종 지원시설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인천 송도에 오는 2010년까지 7907억원의 자금을 들여 RFID/USN 관련 IT기업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설계·제조·시험시설과 경영·기술 컨설팅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세계 수준의 IT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한국에게는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유비쿼터스 센스 네트워크(USN) 관련 산업이 집중적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2008년부터는 USN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능동형 RFID칩 센서의 생산에 들어간다. 특히 정부는 송도를 인천국제공항과 연결해 동북아 IT허브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송도는 북경, 상해, 일본 후쿠오카, 대만 신죽 등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의 조건을 지녔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할 기술인 USN과 관련한 대단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면, 세계적인 지역으로 송도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송도와 함께 서울 상암동의 ‘누리꿈 스퀘어’(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원주·강원 지역의 BT, 대전·충청 지역의 대덕R&D특구, 대구·경북 지역의 내장형 소프트웨어와 메카트로닉스, 광주의 광통신, 부산·경남 지역의 지능형 물류, 제주도의 텔레매틱스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친 IT클러스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IT 강국 코리아’ 유지를 위해 소프트웨어산업이 중요하다고 보고, 집중해서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산업은 세계시장의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가 그동안 너무 뒤처져 있던 분야다. 2004년 기준으로 세계 소프트웨어시장 규모가 1974억달러로 2000억달러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시장 규모가 483억달러로 4분의 1에 불과한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우리나라가 47.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시장 규모가 크고, 한국이 자체적으로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영역을 앞으로 집중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2005년을 ‘SW산업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그 동안 정체돼 있던 SW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5년 12월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노무현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열린 ‘SW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에서 정통부는 앞으로 IT 강국을 소프트웨어강국으로 구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정통부는 구체적으로 2010년 SW산업의 모습으로 생산 53조원, 수출 50억달러, 글로벌 100대 기업 10개를 제시했다.

 

 2013년 로봇 기술 강국 목표

 새로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DMB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고, 표준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정보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관련 단말기산업에서도 휴대폰에 이어 또 하나의 ‘대박’을 기대해 볼 만하다.

 또 한국의 앞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기반의 지능형 로봇산업도 미래의 IT 한국을 키워갈 산업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3년 세계 로봇시장의 15%를 점유해 총생산 30조원, 수출 200억달러, 고용 10만명을 창출하는 세계 3대 지능형로봇기술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전자통신연구소에 미래기술연구부를 두고, 나노기술, IT-BT-NT 융합기술, 극한기술, 양자 컴퓨팅기술, 음성언어 자동번역기술 등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한국이 오늘날 IT 강국으로 부상한 데에는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 온 것이 큰 힘이 됐다. 김대중정부에서부터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국민 만들기’를 추진했고,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정보통신부’라는 전담부처를 만들어 국가의 역량을 IT 분야에 집중해 온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IT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해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의 힘만으로 IT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시스템을 갖고 체계적으로 발현되는 구조를 제대로 갖춰야만 계속해서 IT 강국으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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