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한창이다. 사립대 총장들은 발전기금 유치를 위해 저녁마다 폭탄주 세례를 마다 않는다. 열린대학의 효시인 방송통신대 조규향 총장을 만났다.
 1972년 설립해 33년째를 맞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는 배움에 목마른 이들이 방송과 통신이라는 공공재를 이용해 저렴한 학비로 대학공부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설립 당시의 취지와 환경과는 많은 부분이 변화된 지금도 방송대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국민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필수요건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조규항 총장을 만났다.



 - 설립 당시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방통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교육 수요자 중심의 대학 운영이 비결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십니까.

 “방통대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장인들이에요. 일을 하는 틈틈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합니다. 부지런히 학점을 따 졸업하려는 학생들과 천천히 하고 싶은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분리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합니다. 무엇보다 강의의 질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는 분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강의의 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점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 취임하신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교육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방통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직장인들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어요. 임기 동안 수요자가 요구하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큰 틀에서 학교를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도서 지역 주민이나 재소자처럼 공간이동에 제약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했어요. 교도소의 경우, 작년에 29명이 입학했고, 올해는 30명이 입학했습니다. 현재 청와대 경비단에도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는데, 국방부와 협조해서 모든 군에 확대할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학 운영의 추세를 보면, CEO형 총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총장께서는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으십니까?

 “최근 대학총장은 발전기금을 모으는 총책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총장의 역할이 경영관리, 분쟁조정, 변화의 추진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방통대도 발전후원회를 구성해서 후원기금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분들이 12억원 정도를 모아 주셨어요. 여느 사립대학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등록금 대비로 하면 상당한 정성이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대외경쟁력을 중시하는 시대입니다. 외국 대학들과도 경쟁이 불가피한데, 방통대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국의 방송통신대학은 영국의 OU(Open University)가 선정한 세계 10대  원격대학의 하나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국내에 현재 17개 사이버대학이 있는데, 교육 방법이나 성과 면에서 우리가 월등하다고 자부합니다. 아시아권만 해도 65개 원격대학이 있지만, 우리 학교가 아시아원격대학협의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2002년엔 협의회 회장학교로 선정되었고,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배우러 올 정도입니다. 사이버대학이 늘고 있는 추세는 고등교육의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우리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보다 차별화된,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연구합니다.”

 -교육제도는 언제나 논란 대상입니다. 교육부장관도 역임하시는 등,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담아 오신 분으로서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계신지요?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정규교육, 형식적인 학습을 중시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름난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도 정작 대학에 가면 공부를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기초교육, 물론 중요합니다. 기초교육을 튼튼히 시킨 다음, 그 위에 일생 동안 다양한 교육이 지속되어야 해요. 실제로 산업구조가 급속도로 재편되고, 나날이 새로운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잖아요? 앞으로의 세상은 살아가면서 평균 세 번은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재교육이 중요하겠죠. 결국 교육이란 단기간에 마치는 것이 아니라, 생의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소수의 핵심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교육수준이 꾸준히 올라가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조규항 총장은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결혼해 출가한 두 딸은 아버지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아버지의 평생학습 철학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조 총장은 “졸업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며 웃었다. 매년 방송통신대학에 등록하는 신입생은 1만5000명에서 2만명 정도 된다.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 줄었든 숫자다. “교육에 대한 이런 열기가 짧은 기간 안에 한국의 발전을 가져온 것 아니겠냐”며, 조 총장은 누구라도 대학의 문을 두드리라고 했다.

 “다른 낭비는 다 나쁠 수 있지만,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낭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스스로 배움에 목마른 사람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문 열고 기다리기만 하지 않는 대학이 아니라, 이런 분들을 직접 찾아가는 대학으로 만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