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전쟁의 한국군 야전사령관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46세의 젊은 나이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구현하고 있는 그를 만나 FTA 추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브리핑을 받았다.
 설 연휴 프랑스에 거주하는 지인이 오랜만에 귀국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러저런 이야기 끝에 지인은 프랑스 공무원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민원인들이 기다리건 말건 창구 직원들끼리 이삼십 분 넘게 수다를 떤다는 것이었다.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면 공공 서비스 부문이 이렇게 비효율적인데 프랑스는 어떻게 G7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관광자원 덕분도 있지만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1%의 힘’이라고 한다. 국가를 이끄는 1%가 프랑스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다. 1%의 인재들이 공공과 민간 조직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해 국가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것. 이들에겐 여느 공무원처럼 오후 4시30분 퇴근이 없단다.

 자신의 명예, 조직의 파워, 그리고 프랑스의 번영을 위해 밤을 지새우기 일쑤라는 게 지인의 전언이었다. 한국에도 이런 ‘1%’의 인재들이 있을까?

김현종(46)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며 떠오른 소회는 그런 것이었다.

 솔직히 그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FTA 전도사’로 불리는 그의 철학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인터뷰의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져온다. 그래도 그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세계는 지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쟁’ 상태에 돌입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총 16건의 FTA가 타결됐고, 60여 건의 협상이 진행됐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5년 1월로 162건의 FTA가 발효 중이다.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이 특히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은 지난 2000년 부시 대통령 취임 후부터 FTA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칠레 등 1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그 결과 올해 미국의 전체 교역 중 35% 이상이 FTA 체결국과 이뤄질 전망이다. EU는 이미 48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체결국 간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는 ‘FTA 낙제생’이다. 칠레와 FTA를 비준했고, 싱가포르와는 합의를 마친 상태다. 그렇기에 정부는 올해를 ‘FTA를 본격화하는 해’로 삼고 6차 협상이 진행된 일본은 물론 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캐나다 등 4개 파트너와 협상을 벌이는 한편, 이 가운데 일본, EFTA, 캐나다와 연내 협상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 거의 ‘쓰나미’에 비유될 역동적 환경 변화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주도하며 맞서 싸우는 야전사령관이 바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외교통상부 9층에 위치한 통상교섭본부장실의 라운드 테이블 위에는 두툼한 파일들이 놓여 있었다. 그 파일을 보는 순간 김 본부장이 변호사 출신으로 영입된 인사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만 보면 철해 놓는 것은 변호사들의 직업병인 까닭이다.

 김 본부장은 인터뷰 중에 정확한 수치 등이 떠오르지 않을 때 파일을 뒤적이며 답을 주었다.

 김 본부장은 ‘FTA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 개방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FTA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지 말해 주십시오.

 “2004년 초에 금호타이어 컨테이너가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로 가다 관세가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선수를 돌려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FTA를 체결하지 못해서 관세를 불리하게 적용받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FTA를 맺지 못하면 관세 때문에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져 수출이 줄어든다는 이야깁니다. 외국과 교역을 하지 않고 우리끼리만 먹고 살겠다면 굳이 FTA를 체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 GDP의 70%가 외국과의 무역에서 나옵니다. 개략적으로 1만5000달러의 국민소득 중 1만 달러가 외국에서 오고 국내에서는 5000달러 정도만 생긴다는 이야긴데, 이 1만 달러가 위태로워지는 거예요. 전 FTA로 인한 기회가 2년 안에 끝난다고 봅니다. 시장은 선점하는 사람이 유리하잖아요. 아세안에 일본 소니 제품이 다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제품이 뒤늦게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년 안에 시장을 확보하고 수출을 늘려야 합니다.” ‘FTA 전도사’답게 FTA를 해야 하는 이유를, 실례를 들며 논리적으로 설득해 온다. 김 본부장은 국가적으로 2만 달러 달성과 비즈니스 허브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개혁과 개방이 되어야 이룰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개방은 다자간 협상과 양자간 협상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WTO의 DDA(도하개발어젠더)가 대표적인 다자간 협상이고 FTA가 양자간 협상이죠. 다자간 협상도 잘해야 하지만 양자간 협상이 더 중요합니다.

개별 협상을 통해 더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상대국을 선택할 수 있고, 두 번째로 개방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5년, 10년에 걸쳐 내리는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예외 품목을 둘 수도 있고요.” 

 FTA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리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제일 중요한 건 수출 시장 확보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고, 투자 유치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복리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현재 4인 가족 한 달 식비가 40만 원 정도로 산출되고 있습니다. 이게 미국과 FTA를 발휘하면 35만 원이면 가능해집니다. 5만 원의 추가 구매력이 생기는 거죠. 수출뿐 아니라 수입을 통한 이익도 무시하지 못해요. 하지만 전 FTA를 통해 형성될 수 있는 국가 경쟁력, 산업 경쟁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경제 경쟁력 지표라는 게 있는데 이 중에서 기술 부문은 우리가 100이면 중국은 76.5, 일본이 110.5입니다. 중국에 3.8년 앞섰고, 일본에 2.2년 뒤졌다는 이야긴데, 이게 2010년에는 중국 94.5, 일본 102.1이 돼요. 기술 경쟁력 차이가 없어진다는 거죠. 현재 디지털 제품의 대부분이 무관세 수입되고 있는데도 우리의 IT 제품이 세계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보호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경쟁력은 오히려 개방을 해야 생깁니다.

 개방을 하면 경쟁이 생길 거고 그 과정을 통해서 경쟁력이 생깁니다. 일종의 ‘메기론’일 수도 있는데 전 그 방향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96년에 유통시장을 개방하면 다 망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통시장 1위가 어디입니까. 국내 업체입니다. 개방을 통해 형성한 경쟁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제는 중국까지 진출해 해외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드는 기반이 바로 FTA입니다.” 

 개방의 파급 효과는 잘 알겠습니다. 지향점이랄까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FTA의 실질적인 효과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와 FTA를 실행하고 있는 나라는 칠레 한 군데밖에 없습니다. 2월16일로 한·칠레 FTA가 비준된 지 1년이 되는데, 칠레와의 FTA 손익계산서랄까요, 칠레와의 FTA가 양국간 교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긍정적입니다. 교역량이 66%나 급증했습니다. 휴대폰 191%, 캠코더 130%, 컬러TV 90%, 자동차 51%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급증했고, 염려했던 농수산물 피해는 예상보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우리 측의 배, 사과,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칠레 측에 냉장고와 세탁기에 관한 관세철폐 예외를 내주었는데, 다른 품목과는 달리 냉장고는 1% 감소했습니다. FTA의 영향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죠.”

 수입도 늘어 무역 수지로 따지면 적자가 10억 달러에 달해 손해 봤다는 평도 있습니다.

 “FTA 때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이 주로 비철금속과 금속광물 등 원자재인데 지난해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대 두 배까지 올랐습니다.

 그 요인에다가 관세 인하 효과 덕분에 원자재 수입국이 다른 나라에서 칠레로 바뀌면서 수입이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칠레와의 FTA 1년이 “국민에게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여러 나라와 FTA 협상을 체결한 칠레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갖고 있던 협상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습득한 의외의 소득도 얻었다고 말했다. 1년도 안 돼 30여 개국과 FTA 협상 혹은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된 데는 이런 요인도 있다고. 

 현재 우리나라의 FTA의 추진 현황과 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순차적인 것보다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각 협상 결과가 상쇄돼 무역 수지의 균형을 잡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와 지난해 말 협상이 끝나 금년내 발효될 예정입니다. 싱가포르는 그 자체로도 유의미하지만 동남아 수출의 전진기지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나라 수로는 30여 개국과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EFTA(EU에 속하지 않은 스위스·리히텐슈타인·아이슬란드·노르웨이 4개 국가 경제공동체)의 경우 우리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가 크지 않아 중반이면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도 순조로워서 11월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연내 타결을 합의한 상태입니다. 동남아 10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에 일본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있어서 우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멕시코, 인도와도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데 특히 인도와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 같아요. MERCOSUR(남미공동시장)와도 연내에 공동 연구를 개시하고요.”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두 나라 모두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봐도 중요한 나라인데요.

 “미국은 FTA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민간 차원에서 공동 연구를 하고 있고요. 농수산물 분야에서 저항이 강하고 제조업에서 반기는 형국인데, 제조업도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FTA를 맞으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FTA 협상 중 가장 큰 이슈는 일본과의 FTA입니다. 연말까지 타결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지만 최근 보도를 보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하던데요. 연내 타결이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일본과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 추진을 합의했습니다. 공산품과 농수산물을 포함하고, WTO 그 이상으로 합의한다는 거죠. WTO 이상이라는 건 비관세 무역장벽 등을 없애자는 겁니다.

 일본의 정부 조달 중 건설 부문만 300조원입니다. 현재 롯데와 삼성건설이 진출해 있는데 지난해에 딱 한 건 땄습니다. 위생 검역 조치를 취하고 있어서 우리쪽 농축수산물이 보는 피해도 만만찮고요. 김의 경우도 1965년에 250만속으로 제한을 걸어 놓았는데 아직까지 240만속으로 묶여 있습니다. 김 수입 제한 조치는 명백한 WTO 위반이어서 현재 WTO에 제소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협상이라는 게 자기만 이득을 보겠다는 자세면 안 되죠. 제조업 부문에서 이득을 볼 게 분명한데, 그러면 우리에게도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주지 않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 대해서 특히 불안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금속, 기계 등이 특히 경쟁력이 떨어져 게임도 못하고 고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체적으로 보면 무역 수지 적자가 현재 19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늘어난다는 조사 보고서도 나왔어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칠레처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오던 양이 일본으로 돌려진다는 부분도 있으니까 득실을 예측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과의 FTA는 무역 적자 해소보다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동북아 시대를 열기 위한 첫 단추란 의미도 있고요. 농수산물 분야 등 저희가 얻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 위기감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부품·소재, 특히 자동차 중 하이브리드쪽은 38%의 경쟁력밖에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쪽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도록 해야죠. 하지만 섬유, 가죽, 철강 등은 즉각 실시해도 타격이 크지 않아요.

개방을 반대하거나 피하려하지 말고 그 힘을 경쟁력 강화에 쏟았으면 합니다.”



 김현종 본부장은 일본과 FTA 협상 과정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인 조언을 했다.

그 첫 번째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가지라는 것. 일본과의 FTA는 사실 재계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을 때 답변을 해오는 기업이 없더라고. 김 본부장은 이를 두고 총론에 강하지만 각론에 약하다며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미래를 준비하라는 것.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핸드폰 부품 중 50%가 메이드 인 저팬이고 부가가치적인 측면에선 70%를 차지하고 있더라고. 결국 부품·소재 산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불만이었다. 기업가 정신을 살려 기술 경쟁력, 특히 부품·소재 산업의 R&D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교역량 1위 국가인 미국과의 FTA처럼 중요한 게 없을 거 같습니다. 득실을 따져보면 어떨까요? 

 “교역량은 분명 늘어날 겁니다. 무역 수지 부문이 논란인데, 연구 조사마다 그 수치가 다릅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 기본 철칙은 FTA를 체결해서 자동차를 한 대라도 더 팔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특히 계량화할 수 없는 부문이 많습니다. 자격증이 상호 인정되면 간호사만 한 해에 5000명 이상이 미국에 나갈 겁니다. KS제도가 미국의 UL과 동등하게 인정된다면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특히 국내 서비스 부문이 많이 개선될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스크린쿼터의 단계적 축소, 농산물 시장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기존 통상 현안에 대하여 한국측의 납득할 만한 해결 방안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간에 BIT(한미투자협정)도 있고. 복잡해 보입니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BIT를 체결해야 FTA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지적재산권은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지금도 WTO 규범을 100% 지키고 있으니까요. 스크린쿼터의 경우 현재의 146일을 미국에서 73일로 줄여달라는 건데, 정부에서는 우리 영화산업진흥을 위하여 영화산업에 1500억 원 기금을 지원하였고 현재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53.5%입니다. 일본문화를 개방할 때, 일본 영화와 만화가 한국을 점령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어떻습니까. 반대로 한류가 일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이 농산물 시장 개방입니다. 특히 소고기인데 분명 수입은 늘 겁니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가 경쟁하는 상대는 한우가 아닌 캐나다·호주산 소고기일 겁니다.” 

 FTA 체결 과정에서 산업 간,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본부장의 ‘본업’인데, 어려움이 많죠?

 “오 변호사만 저를 걱정해 주시는군요(웃음).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민단체에서는 저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밖에서는 저도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현종 본부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 컬럼비아대 통상법 박사, 국제통상 분야 변호사로 활동하다 귀국 후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와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이후 통상 자문 변호사, 통상 전문관 등의 직책을 맡아 통상교섭본부와 인연을 맺었다. 비관료·비고시 출신에다 학연도 지연도 받쳐주지 않지만 45세에 장관이 됐다. 그렇기에 관가에선 참여정부 최대의 파격 인사로 뉴스메이커가 됐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버금가는 발탁으로 손꼽힌다. 외교통상부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으로 소문난 김 본부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국익’이다. ‘국익’ ‘국가관’ ‘애국심’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연봉이 절반 넘게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공무원이 된 것도 ‘국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였다. 협상팀들에게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밀어붙여라. 뒤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단독으로 밀어붙여 유관 부서의 장관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공무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에 임하는 자세도 유연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EFTA 장관들과의 협상 자리에 배를 네 상자 가지고 들어가 선물하며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그러니까 검역 조치 취하지 말자”고 제안해 호감을 사기도 했다. 일본과의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는 “‘오야붕’ 기질을 가지고 대범하게 접근하라”고 말해 양측 인사 모두를 당황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외교통상본부에 전설(?)처럼 전해 온다. 그의 첫 작품은 지난해 연말 합의한 한·싱가포르 FTA. 한·칠레 FTA에 비해 금융, 전자상거래, 상호 인정 협력 등이 추가로 포함된 포괄적인 높은 수준의 FTA다. 개성공단의 상품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하게 해 관세 특혜를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그동안 협상에 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삼성과 LG, 현대차 같은 기업이 몇 개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년 후를 준비한다는 건 이런 기업들을 육성해 내는 겁니다. 우리가 진짜 선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R&D 투자가 중요합니다. FTA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고 구조 조정을 이끄는 등 산업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경쟁력을 도입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큰 규모의 선진 경제권과 FTA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며 그에겐 낯선 버릇이 생겼다. 세계 지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습관이다.

 그 순간 김현종 본부장의 머릿속에선 FTA에 대한 전략 구상이란 전투가 치열하게 일어난다. 세계경제전쟁의 한국군 야전사령관으로 한 손에는 파일이 가득 든 가방, 다른 한 손에는 ‘국익’이란 신념을 꼭 거머쥐고 협상 테이블로 나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 ‘대한민국 1%’란 한 자동차 CF의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