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은 IT산업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첫손 꼽히는 분야다. 한국 제약 역사상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팩티브 개발(LG생명과학), 인간 난자에서 줄기세포 추출 성공(황우석 박사팀) 등으로 대표되는 바이오 분야의 잇단 쾌거는 한국 바이오산업에 커다란 힘을 주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과학자들을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한 걸음씩 확실하게 제2의 ‘팩티브’ 프로젝트 진행중”



 년 9월,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추연성 박사(47)는 “아직 정확한 매출을 말할 수는 없지만 시장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한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의사들이 대상입니다. 의사들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니까요. 의사들은 보수적이라 쓰던 약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처방 패턴을 바꾸는 데만 보통 3~5년 정도 걸립니다. 첫 해에는 샘플을 각 병원 의사들에게 돌려 ‘한 번 써보라’고 권유하는데, 지금이 그 단계입니다다.”

 2003년 4월,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발표는 한국 제약 106년, 신약 개발 도전 20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신약 개발은 바이오산업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필수 분야다.

 이 까닭에 국내 제약사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팩티브’도 14년 동안 500억원이란 돈을 쏟아 부은 끝에 맺어진 결실이다.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 규모는 연간 40억달러, 우리돈으로 4조원에 이른다. 10%의 시장만 점유해도 연간 4000억원의 매출이 새롭게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회사 매출이 2000억원이었습니다. 그렇게 번 돈 중 650억원이 연구개발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평균 35~40%지요. 외국의 대형사에 비하면 액수는 적지만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연구개발에 관한 한 그룹 최고 경영자부터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있어요.”

 신약 개발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연구 후보를 발굴하는 단계.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 아이디어 경쟁이 주로 이뤄진다. 연구 후보를 발굴하는 단계를 지나면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 단계인 전(前) 임상 단계를 거친다. 그 다음 단계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차 임상으로 약의 안전성을 검사한다. 이어 2차 임상, 3차 임상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1차 임상으로 약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2, 3차 임상은 조직도 없고 돈도 너무 많이 들어 경험 많고 자금 여력도 풍부한 외국사와 공동 개발하는 방향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중입니다.”

 후발 주자인 제약회사가 세계적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길은 ‘블록버스터’,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신약을 만드는 것이다. GSK는 잔탁, 바슈라는 위궤양 치료제로 한방에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발돋움했다.

 “우리의 전략은 연구 후보를 발굴해서 가능성 있는 연구 과제를 팔아 돈을 마련하는 단계, 그 다음엔 전 임상을 하고 제휴를 맺고,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로 다시 넘어가는 식이죠. 차근차근 한 발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관건은 어떤 약을 만들어내느냐죠. 진짜 좋은 약, 블록버스터가 될 연구 후보가 발굴되면 제휴가 아닌 조인트 벤처를 만들 겁니다. 이를 통해 발굴에서 생산, 마케팅을 거쳐 외국 시장에 직접 들어가는 겁니다. 2010년을 그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팩티브를 이을 신약으로 가장 빠른 단계에 와 있는 제품은 유전자 제조 의약품인 ‘인터페론’이 있다. LG생명과학은 유럽 등에 특허를 신청해 놓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또 국내에서 판매중인 인간 성장 호르몬은 미국에서 임상 3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B형 간염 치료제는 임상 2단계를 진행중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 단계인 1차 임상중인 신약 후보는 항응혈제, 간기능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비만 치료제가 있다.

 “바이오산업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솔직히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1000원을 투자해 10원도 못건지기 십상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팩티브 개발은 우리 회사, 나아가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가 개발에 매달릴 때 ‘과연 한국 회사에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을 많이 가진 게 사실입니다. 그때 연구소에서 함께 동료들과 고생하며 연구원끼리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가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 다른 신약 개발 회사 오너들에게 봐라,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선례를 보여야 한다’고.”

 추연성 박사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얻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연구 자금 운용, 시스템 구축, 임상 경험을 쌓았다. 당시 LG생명과학은 신약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었는데, 세계 메이저급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필요했다. “연구 시설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연구원들이 똑똑했습니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도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가 꿈을 펴보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어요.”

 신약 개발에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열정이다. 신약 개발 1세대인 추박사는 “우리가 신약 개발에 초석을 깔아야 한다는 말을 동료들과 많이 했다”고 술회한다.

 “우리 뒤를 이어 지금은 40대 중반의 후배들이 열심히 뛰고 있어요. 우리의 성과라면 선진 제약회사와 10계단 차이가 나는 걸 1~2개 정도로 줄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3~4단계까지, 그 다음 후배가 그 나머지를 줄여 줄 거라 믿어요.”

 추박사는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밝은 건 잘 사는 나라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오래 살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보건 복지가 잘돼 있고, 그 분야에 예산도 많이 책정된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생명과학 부문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고 하는데 기업에 직접 돈을 줄 순 없으니 세제 혜택 같은 걸 줬으면 좋겠어요. 성공치 않으면 건질 것이 거의 없는 게 신약 개발입니다. 그렇지만 공공 연구개발이나 학회 인프라 지원에는 예산을 지원해 기초 인프라 육성을 보다 튼튼하게 해주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막 돌아왔을 때였다. 한 분야 연구자가 고작 1~2명. 연구원들은 추박사가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이야기를 해도 옳다고 받아들이는 걸 보고 ‘실수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이 더 열심히 일을 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선수층’도 두터워졌고,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똑똑함을 저는 믿습니다.”



줄기세포로 바이오 치료 부문 새 지평 연

황우석 박사



 “치료에 적용하기까지 3~9년 걸릴 것”



 우석 박사(서울대 교수)가 개발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 성공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2004년의 획기적 10대 연구 성과 중 3위에 등극, 한국 바이오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 자원자들로부터 추출한 난자와 난모 세포를 융합시켜 최초로 배아를 배양했고 여기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 배양하는 데도 성공했다. 영장류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과학계의 정설을 뒤엎은 그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향후 난치병, 불치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배아 복제 성공은 과학적 방법을 통한 배아 복제의 법적, 윤리적 논쟁을 전세계에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한국 의학계와 연구소에선 줄기세포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성과가 쏟아져 나왔다. 이를 발빠르게 임상에 적용한 일부 병원과 기업체들은 ‘줄기세포’ 효과를 통해 수익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지나친 기대로 인해 황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이 당면한 곤혹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줄기세포 요법으로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질병까지 모두 치료할 수는 없다”고 황박사는 말한다. 유전 결함을 바로잡은 뒤에야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데, 유전자 요법 연구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줄기세포 추출, 배양에는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에 성공하기까지는 수년간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미 일선 병원에선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7월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줄기세포 시술이 일부에 한해 개방된 것. ‘응급 상황’에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를 하는 조건이다. 응급 상황이란 생명이 위독하거나 치료 대안이 없을 때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면 시술을 승인하는 제도. 법 개정 이후 폐암, 골수암, 척추질환자 등 32명이 줄기세포 시술 허가를 받았다. 시술 결과는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줄기세포 제조 업체와 병원을 법에 고소하는가 하면, 이제 본격 연구 단계인 줄기세포를 임상에 적용한  부작용이 환자에게 나타나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줄기세포 시술 이후 증상이 호전된 환자도 있는데, 문제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호전이 되었는가를 의학적으로 입증치 못하고 있다. 다른 환자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메커니즘을 입증치 못하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으로 지난 1년간 국내외의 관심과 찬사를 한몸에 받아 온 황우석 박사는 “3년 안에 연구 성과가 치료에 적용될 확률은 10% 미만”이라며 지나친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서울대 팀의 연구 성과 등을 종합할 때 줄기세포의 환자 치료 적용은 4~9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년간의 성취와 여러 잡음에도 황박사는 한국의 줄기세포 개발 수준이 여전히 세계적이며, 미래 인류의 질병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장암 치료 예측용 DNA칩 시스템 개발 선두주자

정현철 박사



“대장암 치료제 시제품 우리가 먼저 개발할 것”

 

 연세대 종약학과 교수인 정현철 박사는 연구 활동 이외에도 의사로서 외래 환자도 보고, 입원 환자도 살핀다. 장암 전문의인 그에게 별개의 직함이 있으니 ‘바이오칩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세워진 바이오칩연구센터에는 국가로부터 연간 10억원씩 9년동안 총 90억원이 지원된다. 목표는 장암을 진단하고 치료 가능성을 정밀 예측할 수 있는 DNA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바이오칩 기술은 질병 진단, 신약 검증 등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무엇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전자 기술의 장점을 접목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정부에서도 국가적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과 우리 수준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기회가 크다.

 “소형 전자칩에 질병 유전자 정보를 담아 환자를 진단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명함 4분의 1 크기의 칩에 3만개에 달하는 유전 정보를 담아야 하므로 칩을 개발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뒤늦게 시작했지만 우리 기술 수준이 높아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관건은 환자가 지니고 있는 질병 특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짚어내느냐에 달려 있어요. 국가에서 9년 동안 매년 10억원씩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는 질병 데이터를 분석, 가공해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라는 겁니다.”

 장박사 연구팀은 장암 관련 환자들에 관한 샘플과 데이터 1000개를 갖고 있다. 발병 원인과 전개 과정, 치료 성과에 대한 근거를 추출하는 데 충분히 큰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장박사는 “세계 어디에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기초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말한다.

 바이오칩연구센터는 국내 4팀, 해외 2팀으로 이뤄져 있다. 장암을 일으키는 특이한 유전자를 이용한 조기 진단용 유전자칩 개발을 위한 조직과 임상 자료를 준비하는 임상팀, 실험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분자생물학팀, 새로운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바이오칩 제작을 주관하는 기술팀, 자료를 분석하는 생물자료분석팀이 국내 연구팀.

 "빠르게 해외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외팀으로는 싱가포르 유전자연구센터(GIS)와 생성 단계부터 공동 연구하는 팀이 있어요.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먼저 국책 과제로 바이오칩을 선정하고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또 미국 NSABT와 공동 임상연구팀을 운용중이에요. 이 회사는 처음으로 유전자를 가지고 암 재발 예측 프로그램을 2003년에 개발한 곳입니다. 지금 검증 단계(임상)에 있는데, 바이오 분야에 관한 한 미국이 가장 앞서 있어 최고 수준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바이오칩에는 연구용 칩과 실제 환자 진료를 위한 칩 등 두 가지가 있다. 국내 1995년 처음 기술 개발이 시작돼 2000년 연구용 칩 개발이 완료됐다. 최초 개발 당시엔 칩 하나 가격이 500만원이나 했다. 비싼 가격 때문에 효율적 연구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10만원 이하로 낮아져 짐을 던 상태.

 “바이오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어 유방암을 진단한다고 할 때, 오빗이란 유전자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약제 처방 여부를 결정합니다. 또 약을 썼을 때 효능을 사전에 검증할 수도 있고, 수술 후 재발 확률이 얼마 정도인지 예측도 가능합니다.”

 장박사는 “유방암 분야에선 바이오 최강국인 미국이 앞서가고 있지만 대장암 부분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어서 우리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자신감의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보통 5~7년이 걸립니다. 지금 시작하면 빨라야 7년 뒤에나 성과가 나온다는 얘기지요. 우린 이미 10년 전부터 데이터를 축적해 왔어요. 이 암환자 1000명의 데이터 덕분에 임상에서만 4~5년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겁니다. 우리 목표는 올 연말까지 확실한 ‘콘텐츠’를 찾아내는 겁니다.”

 장박사는 3년 후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 시제품을 만든 다음 새로운 환자를 통해 임상 검증을 함으로써 4년이란 시간을 벌고 들어가는 것이다. 장박사는 대장암 분야에서 성공적인 시제품이 나오게 되면 다른 질병 치료에도 이 모델이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박사는 “하드웨어(칩 생산 기술)는 세계적 수준이다. 임상 샘플을 처리하는 기술, 임상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효과적인 임상 적용 등의 소프트웨어가 세계적인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의 50~60%가 재발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환자 중 20~30%는 (항암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재발치 않아요. 또 치료해도 안낫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겐 치료를 안하는 게 낫죠. 바이오칩은 사전에 정보를 파악해 걸러낼 수 있습니다. 직접 병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완치율,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는 있는 거죠.”

 바이오칩이 상용화되면 막대한 의료비 절감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긴다.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건 기본. 현재 바이오칩의 세계 시장 규모는 50억달러로 추정된다. 30%의 성장을 가정할 때 2010년에는 20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의 수준이 현재 세계 최고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계 수준과 비교할 때 결코 뒤처져 있지 않다는 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바이오산업의 분야별 현주소 진단

 “기대치는 세계 최고, 실력은 60~70% 수준”



 약 ‘팩티브’의 FDA 승인에 이어 황우석 박사팀의 인간 난자에서 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국내에선 ‘우리도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당장이라도 바이오 분야에서 큰돈이 벌릴 것 같은 성급한 장밋빛 꿈을 꾸는 부작용이 함께 발생했다.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의 바이오 분야 경쟁력은 아직 미국, 일본 등 오랫동안 막대한 투자를 통해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해 온 선진국에 비해 역부족이다. 곧잘 비교되는 IT 분야는 모방과 응용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 격차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 분야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원천 기술이나 연구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분야”(추원성 박사)이기도 하다. 투자 측면에서 조명할 때 최소한 10년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흔히 바이오산업을 ‘물통 효과’에 비유한다. 물통에 물이 넘치려면 물통에 물이 찰 때까지 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통이 가득 찰 때 비로소 ‘성과’로 넘치는 것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야말로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장 큰 현안이다.

 바이오산업 가운데 미래 유망 분야는 모두 7개 부문. 바이오 신약, 바이오 치료, U-헬스(유비쿼터스 환경 이용 헬스케어 서비스), GMO(유전자변형생물체), 바이오 기기, 바이오 환경·에너지, 바이오 공정이다. 바이오산업 전분야에 걸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2000년 한 해에만 IT 분야(2조원)의 12배가 넘는 25조원을 공공 개발 예산으로 책정했을 정도다. 각 민간 연구소의 투자액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다.

 1982년 최초의 바이오 신약 승인으로 불붙은 미국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199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바이오 신약 승인 건수를 보면 90년대초 10개 미만에서 최근에는 3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바이오산업의 매출액도 1992년 81억달러에서 2003년에는 350억달러로 매년 14%씩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미래 가치를 점차 고려하기 시작했다. 1992년 첫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사가 설립됐고, 2004년에 최초로 FDA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벤처 설립은 16년, 신약 승인은 22년이 늦은 출발이다.

 문제는 바이오산업은 단시일내에 투자를 집중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는 분야란 점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출발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치료, IT 접목 분야’ 등 강점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면역 치료제, 약물 전달체,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U-헬스 부문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로 분류된다(도표 참조). 이를 위해선 정부와 기업 모두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국책 연구에 참여중인 한 연구원은 “정부나 기업주 모두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의 역량을 키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IT에 이어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젖줄 바이오산업. 기회와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