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기업은 정부의 경제 정책을 원망하고, 정부는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의 태도를 탓하고 있다. 또 막연한 불안감에 소비자는 지출을 꺼리고 있다. 이에 한국 경제의 위기론이 불거져 나오고 위기 탈출을 위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더 높다. 이처럼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국 경제와 관련, 외환 위기 당시 한국의 금융 개혁 청사진을 제공했던 경영전략 컨설팅 전문가 도미니크 바튼(Dominic Barton) 맥킨지 아·태 총괄 사장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대해 다섯 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주)대한민국에 대한 5가지 처방

1. 5년 내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 50개 만들어라

2. 한국 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라

3. 정부 내에 개혁 그룹을 둬라

4. 펀드를 조성하라

5. 창의력이 발휘되는 교육체계를 수립하라



 “한국의 내수 시장을 한국 땅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로 확대해야 합니다. 아울러 중국이 향후 43개의 지방 공항을 건설하고, 1만Km에 달하는 도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도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잘못입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튼(Dominic Barton) 아·태 총괄 사장(42)은 한국을 방문한 지난 2004년 12월6일 <이코노미플러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로 7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의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금융회사, 그리고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위기 돌파 컨설팅을 했던 그는 한국 경제와 아시아 경제에 유난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센터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로드맵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만큼 국제금융 분석가로 명망이 높다.

  도미니크 사장은 내수 침체에 의한 한국 경제의 극복 방안과 관련해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도 함께 성장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40년 전 폴란드의 사례와 유럽을 자신들의 국가라 생각하고 시장을 개척해 성장한 아일랜드의 성공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향후 2~3년 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70년대 아시아 경제의 호랑이로 불렸던 필리핀이 몰락했던 것처럼 한국 역시 추락의 길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혁신력, 고객 요구에 대한 능동적인 수용력, 인재력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적대적 M&A의 주창자이기도 한 도미니크 사장은 SK(주)를 비롯한 삼성물산 등 한국의 우량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우려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M&A 위협은 기업에 좋은 채찍이 될 수 있다”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 그는 정부의 허브와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노동문제 해결과 금융권 개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05년 GDP 성장률 4~5% 달성은 힘들겠지만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전반적으로 회복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업 문제와 소외 계층, 카드 부실로 인한 채무자 문제 등은 지속적인 해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다섯 가지 컨설팅 안을 내놓았다. 즉 “향후 5년 이내에 삼성·LG·포스코·현대자동차와 같은 50개의 글로벌 기업 건설, 시장 유연성 증대, 정부 내 개혁 그룹 설치, 싱가포르 테마섹과 같은 펀드 조성, 교육체계 개선” 등이 그것이다.



 서울사무소 소장 근무 등 한국과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97년부터 2004년 초까지 7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 역동성이 있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 한국의 산도 좋아합니다. 상하이는 비즈니스에 쫓기듯 사는 사람들이 많아 생활은 역동성보다는 무미건조한 측면이 많습니다.

 맥킨지는 어떤 회사이며 한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맥킨지는 환자에게는 의사 같은 회사이며, 운동선수에게는 코치 같은 회사입니다. 기업이 좀 더 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회사를 소유하며 경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컨설턴트들이 배우고 익힌 아이디어로 고객인 회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이 빨리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려운 회사들을 도와서 개선시키고, 잘하는 기업들은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된 역할입니다.

 맥킨지와 타 컨설팅 회사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최우수 인력을 인재로 확보해 교육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 인재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는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1위의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고용 현황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입니다. 우리의 고객인 회사들을 보게 되면 높은 성장과 실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003년 11월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업 경영에 대한 자신감’(Business Confidence)의 저하”라며 “상황이 1998년 2월(외환 위기 당시)보다 더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게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03년은 경제가 하강 국면이었지만 2004년은 하강 국면도 상승 국면도 아닙니다. 다만 2003년보다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평준화됐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무척 낮은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저해 요인도 몇 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지금 기업의 경영을 방해하는 저해 요인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결여 문제입니다. 이는 너무 많이 지적돼 이제는 지루한 이슈가 돼버렸습니다. 한국의 노동 시장은 유연성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했을 때 인력 교체에 대한 우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규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일부 업종의 경우 한국에 기업을 설립하고자 할 때 중국보다도 규제가 더 많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는 ‘한국에서 외국인 임원은 반드시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는 기사를 1면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데, 중국·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일본은 지금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면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 외국인에게 무척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2005년 한국의 경제 환경과 기업 경영 환경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2005년에는 개선되기를 원합니다. 특히 정치적인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고, 카드 부실 문제도 어느 정도 완화 국면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경제도 어느 정도는 회복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GDP 4~5% 성장을 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실업 문제와 소외 계층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카드 부실로 인한 채무자도 350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들을 구제하는 문제도 장애물이 되겠지요. 특히 40~50대의 실업 문제는 굉장히 심각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맥킨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첫 번째로 혁신력입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디자인만 보더라도 기업들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기술 경쟁력에서는 굉장히 앞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한국 기업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은 전혀 다른 시장인데도 이 시장을 상대로 고객이 얼마를 부담할 능력이 있고,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잘 파악해 상품을 설계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회사가 북미 시장에서 상품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현지 시장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미국의 어떤 기업보다도 빨리, 그리고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인재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고학력의 인재들이 많고, 또 이 인재들의 의지력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맥킨지와 함께 일하는 회사들을 보더라도 이런 인재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최근 삼성에서 근무하다 인텔로 옮긴 직원은 3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지금 인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SK(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 포스코 등 한국 우량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높습니다. 때문에 적대적 M&A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전혀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적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입니다. M&A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기업에 좋은 채찍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국가를 보더라도, 특히 영국의 경우 유수한 기업을 보면 영국인들이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거의 찾기 힘듭니다. 롤스로이스도 중국인 지분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들이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인이 한국 기업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폐쇄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포스코의 본사와 공장은 모두 한국에 있지 않습니까? 또 SK의 정유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대적 M&A에 대한 우려는 외국 기업과 달리 총수 1인에 의한 지배 구조가 뿌리 깊게 자 리 잡고 있는 한국의 특수 상황에서는 위협적인 것 아닌가요?

 
지배 구조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측면, 즉 외형적인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존의 이사회 규모를 줄이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소유자와 투자자의 관계 형성은 여전히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적대적 M&A가 좋은 채찍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이 어떤 경영 구조를 원하고 있는지, 만약 올바르지 않은 기업인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다른 경영인이 임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저는 적대적 M&A 주창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과 기업 정책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장점과 단점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장점으로, 정부의 허브와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첨단 기술이라든지 물류·금융 부문에서 정부가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는 정부와 업계 간의 협업을 통해 업계의 성장을 가져오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2년 전보다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들이 조사를 받을까봐 우려하며 경직돼 있었는데 정부의 기업에 대한 태도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서도 이제 기업들이 외국에 나가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점으로는 내가 항상 우려하고 있는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얼마나 이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또 정부가 금융권에 개입하는 문제 역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시장 시스템이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자본 시장의 실정이 무척 안 좋습니다. 한국 은행들의 시가 총액이 인도네시아 은행의 시가 총액보다 못한데 어떻게 해외 진출을 상상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부분에 정부가 빨리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한국은 내수보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한국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져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5년도 한국의 경제 전망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은 생산성이 높은 수출 시장과 생산성이 낮은 내수 시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금 달러 수준으로는 수출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LG가 HP에 대규모 수출을 하고 있는데, HP가 가격 때문에 한국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품질 때문에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10% 정도 더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경제 구조를 보게 되면 인건비도 높고, 인프라 비용도 높기 때문입니다.

 달러 약세의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용이 될 것입니다. 똑같은 상품을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마진을 주고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 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때문에 인건비가 다시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게 됩니다.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생산지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달러의 현재 가격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꽤 오래가지 않겠는가 합니다. 때문에 제조업체의 경우 어디에서 제품을 생산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밖으로 나가든지, 아니면 전체적인 생산비 자체를 낮추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품질면에서 혁신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상품, 특히 미국의 소비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캐나다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입니다. 캐나다는 미국에 목재와 곡물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혁신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경영진은 똑같은 상품으로 똑같은 마진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효율성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는 얼마든지 가능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한국 경제는 어느 정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까? 아시아 및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도 함께 말해 주십시오.

 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2004년에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을 포함하면 이 지역에서 4~5%의 성장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중국 때문에 이 같은 성장이 가능합니다. 중국은 7~9%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수출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만큼 내수 시장이 넓기 때문입니다. 곧 달러 하락 등과의 상관관계도 매우 낮습니다.

  아시아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역이 아시아와 미국 간의 무역보다 규모가 큽니다. 때문에 아시아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입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또 재정 수지 적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극복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 시장에 대해 한국의 내수 시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만 보더라도 향후 몇 년 동안 43개의 공항이 건설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여기에 진출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향후 도로 건설만 보더라도 1만Km에 이르는 도로를 건설할 계획인데 한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뛰어들었습니다. 때문에 시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동북아시아 시장을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부산과 서울의 거리보다 서울과 다롄의 거리가 더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그곳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가는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또 이 시장도 우리가 진출할 권리가 있는 시장이라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성장하면 한국도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40년 전 폴란드가 이런 마인드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아무런 자원이 없는 아일랜드도 유럽이 자신들의 국가라 생각하고 성장한 좋은 성공 사례입니다.

 고도성장을 해왔던 한국은 지금 5% 성장률 달성도 힘든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2005년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국 땅에서 한국인들이 한국 기업을 소유해야 한다는 시각은 글로벌 차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는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필리핀처럼 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필리핀은 아시아 경제의 호랑이였습니다. 김포공항 건설 당시 필리핀 건축가들이 설계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경쟁력을 상실한 국가가 돼 있습니다.

  향후 2~3년 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한국 역시 추락의 길로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내수 시장만 보면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불확실성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아직은 뭔가 시도할 만한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지금 어떤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을 거대한 주식회사로 볼 때 맥킨지는 어떤 컨설팅 결과를 내놓을 수 있습니까?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첫째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세우도록 컨설팅할 것입니다. 향후 5년 이내에 삼성·LG·포스코·현대자동차와 같은 50개의 글로벌 기업을 건설하도록 조언하고, 이런 기업들을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주문하겠습니다.

  둘째로 한국 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할 것입니다. 노동 시장도 그렇고 규제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기업들이 혁신하기 쉽고, 기업을 설립하기 쉽고, 또 인수하기 쉬운 효율적인 체계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째로 정부 내에 개혁 그룹을 둬야 합니다. 정부 내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는데 사실 이들의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아이디어를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넷째로 펀드를 조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과 같은 펀드입니다. 정부 관료들의 장기 저축기금으로 만들어진 이 펀드로 싱가포르는 해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펀드를 조성해 외국 기업을 인수한다든지, 외국의 관광지를 인수해 한국의 관광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로 교육체계 개선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수학·과학 등의 과목에서는 많은 인재가 있지만 혁신 센터로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영화라든지 음악 분야 등에서 많은 창의력이 발휘되고 있는데 기업 쪽에서도,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많은 능력이 발휘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 학생들이 미국이나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 와서 교육받고 싶어하는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