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공공기관과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무실에 ‘나만의 자리’가 없어지면서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여 일하던 ‘사무실 시대’는 끝났다는 징후도 보인다. 직장인의 가장 큰 꿈인 ‘사무실로부터의 탈출’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성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차장

 한 달에 한 번 사무실 출근

 “출퇴근 왕복 4시간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 2월 미국 본사에 근무하다 한국썬으로 옮긴 김성우(39) 차장에게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은 다른 무엇보다 곤욕이었다.

 그의 집은 경기도 용인이고, 사무실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출퇴근하는 데만 왕복 3~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김 차장이 하는 일은 기업용 서버 시스템의 장애 진단과 복구를 위한 기술개발 등이다. 주로 미국 본사의 연구팀과 업무를 수행하는 그는 일주일에 2~3번은 오전 6시 본사와의 회의를 위해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또 새벽 2~3시에 회의가 있을 경우 회사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출퇴근하는 일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하루의 모든 에너지를 출퇴근에 빼앗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상급 매니저에게 재택근무를 신청했고, 바로 받아들여졌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직원은 상급 매니저에게 신청해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재택근무 관련사항은 부서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어 절차도 복잡하지 않고 의사결정 구조도 단순하다. 회사에서는 오히려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 업무효율이 높아졌습니다.”

왕복 4시간 넘게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재택근무로 효율적인 업무시간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것.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재택근무 프로그램인 ‘iWork’는 직원이 사무실이나 집, 기타 어떤 장소에서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만여명의 직원 중 43%에 달하는 1만7000명이 iWork를 활용하고 있으며, 영업·서비스·엔지니어링·마케팅·기업전략 등 거의 모든 부서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김 차장은 요즘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6시에 본사와 회의를 한 뒤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아침식사 후에는 아파트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기도 한다. 오후 4시면 퇴근이다. 퇴근 후에는 취미로 즐기고 있는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 요즘은 태어난 지 두 달 조금 넘은 아들 중서를 아내 대신 봐주기도 한다. 따로 출퇴근을 보고할 필요는 없다.

 “출근하느라 2시간 정도 시달리면 사무실에서 일할 힘도 없어요. 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애 봐줄 시간이나 여력이 없게 되죠. 이제는 차에서 보내던 4시간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썬의 기술력과 업무 프로세스가 합쳐진 결과다. 일단 그의 컴퓨터는 싱가포르의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거쳐 미국 본사의 서버에 연결돼 있다.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와 프로그램, 서류 등도 웹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은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차장이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 며칠간은 산만하고 집중이 잘 안 됐다. 하지만 3~4일 정도의 적응기간이 지나자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집중도가 높아졌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업무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다들 오전에 출근하니까 낮에는 아파트 단지가 너무 조용해요. 또 에너지를 다른 데 쓰지 않으니까 오후 여유시간은 취미생활을 하거나 가족들과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김 차장의 재택근무 예찬론이다.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점심을 먹을 때를 빼놓고는 아내인 최정화씨(34)도 함부로 그의 방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집에서 일하지만 근무시간 동안은 가정과 철저히 분리돼 있는 것. 최씨는 “아이 키우는 것은 초보잖아요. 남편이 근무시간 중에 도와주지는 않지만 집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하죠. 그리고 사무실로 출근하면 아무래도 퇴근 후 술 한 잔 하고 늦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일도 없어 좋아요”라며 웃는다.

 재택근무로 인해 우스운 해프닝도 생긴다. 얼마 전 집에 놀러온 최씨의 한 친구는 남편이 직장을 잃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말에 오히려 부러워했단다.

 김 차장은 아예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회사 전체회의나 본사에서 상급자가 방문해 보고할 일이 있을 경우다. 하지만 가끔은 동료들이 보고 싶거나 기분전환을 할 겸 사무실에 들르기도 한다. 그가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꼽은 것도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업무와 가정 일 철저히 분리

 “동료들과는 메신저나 온라인상에서 매일 만나다시피 합니다. 그래도 너무 얼굴을 안 보면 아무래도 관계가 소원해지잖아요. 그래서 한 번씩 사무실에 들르곤 합니다.”

 근무시간은 완전 자율이다. 그 대신 평가는 업무시간이 아닌 업무성과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업무성과는 엄격하게 다뤄진다. 일단 프로젝트는 1년 단위로 맡는다. 1주일에 한 번씩 매니저에게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2주에 한 번은 업무 보고서를 제출하며, 매 분기마다 업무성과를 평가받는다.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바로 ‘게으름’이 들통나기 때문에 한눈팔 시간이 없다는 것이 김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부담이 더 큽니다. 혹시 성과가 낮으면 집에서 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을까봐 더 열심히 일하게 되죠”라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끼친 영향도 상당하다. 썬은 iWork 구현을 통해 5300만달러를 절감했으며, 공간활용을 통한 비용절약도 710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썬도 iWork 프로그램으로 연간 8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단순 사무실 임대·관리비 절감분만도 약 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최근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려면 회사와 재택근무자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로 믿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근무시간만큼은 철저히 지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회사나 저한테 막대한 손해이기 때문이죠.”



Research| 재택근무 언제 뿌리 내릴까



 
<이코노미플러스>는 경력관리 전문기업 HRKorea와 공동으로 정보통신업계의 국내기업 및 다국적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기간은 8월3일부터 9일까지 7일간이었으며, 응답자는 총 97개 기업이었다.

 설문에 응한 97개 기업 중 현재 재택근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4개 기업(4.1%)으로, 실시하지 않는 93개 기업(95.9%)과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냈다. 아직까지 재택근무는 일반 기업들에게는 소원한 근무형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한 첨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27.8%였으며, 이 중 12.4%가 실시할 계획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3~5년 안에 실시하겠다는 기업이 9.3%로 많았으며, 1~2년 안에 실시하겠다는 기업이 3.1%, 6~7년 안에 실시하겠다는 기업이 3.1%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수를 훨씬 넘는 72.2%의 기업은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혀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재택근무에 대해 커다란 매력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언제쯤 재택근무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39.2%의 기업이 10년 후를 꼽았다. 10년 후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재택근무를 실시하지는 않더라도 사회 전체적인 입장에서는 재택근무제를 채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뒤를 이어 3~5년 후면 활성화될 것이라고 꼽은 기업이 27.8%를 차지했으며,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은 15.5%에 불과했다.

 앞서 아직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언제쯤 재택근무제를 실시할 것인가를 물었을 때 ‘실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힌 기업이 70%를 넘었던 것과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과 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4개 기업과 직원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업의 만족도를 살펴보면 75%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25%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또 직원들의 경우에는 50%가 ‘매우 만족’하다고 답했고, 나머지 50%도 ‘만족’하다고 말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나머지 93개 기업은 직원과 기업이 대체로 만족하는 재택근무를 왜 실시하지 않는 것일까. 이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업무 및 인력관리의 비효율성’(50.5%)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팀워크 활동 저해’를 우려한다는 응답이 26.8%, ‘조직원의 소속감 저하’가 15.5%, ‘재택근무 실시를 위한 시스템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7.2%)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성화할 만한 환경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팀워크 활동이나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국내 기업의 문화로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재택근무를 실시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 97개 기업 중 36.1%는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의 절약’을 1위로 꼽았다. 즉 재택근무가 출퇴근 시간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출산, 육아 등 여성 문제 해소’( 24.7%)가 꼽혔다. 한편 14.4%가 ‘직간접 인건비 절약’을, 11.3%가 ‘업무 집중도 향상에 따른 효율성 증대’를 선택했다. 기타 직원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응답이 9.3%를 차지했고, 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첨단 업무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응답도 2.1%나 됐다. 기타 응답으로는 ‘시대 흐름의 변화를 빨리 이해하고 선도하기 위해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효진 HRKorea 사장은 “아직까지 선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점차 재택근무제도에 대한 관심과 실제로 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주은 CJ GLS 콜센터 상담원

 안방에서 하루 8시간 4교대 근무

 “전업주부 우울증 씻고 당당한 동네‘스타’로 부상”



 “재택근무가 아니었으면 사회생활에 도전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걸요.”

 CJ GLS 택배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 중인 장주은씨(41)는 사회생활 1년차인 초보회사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장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 두 아이들을 중학생까지 키운 전업주부였다. 지난해에는 ‘이제는 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 남편인 배윤도씨(48)의 적극적인 권유로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집에서 근무한다는 매력 때문에 망설임 없이 사회생활에 나설 수 있었다고 한다. “출퇴근이 없으니까 짬짬이 집안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매일 사무실에 나가야 한다면 못했을 거예요, 아마. 이 나이에 어디서 일을 하겠어요.”

 교육을 받기 위해 처음 4개월간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던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처음으로 직장을 가진 데다 생소한 콜센터 업무를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또 퇴근을 하면 집안일까지 해야 해 더욱 힘들었다. 이때 가장 큰 힘이 된 것 역시 남편이었다. 남편 배씨는 설거지에서 청소까지 도맡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엄마를 도와주라는 엄명도 내리면서 녹초가 된 장씨를 옆에서 챙겼다.

 장씨가 하는 일은 택배업무와 관련한 예약을 받고 처리과정과 불만사항 등을 상담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전화로만 상담한다. 물론 인터넷·전화비용은 모두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하루 8시간, 4교대로 근무하는 장씨는 하루 평균 180~200통의 전화를 받는다.

 CJ GLS 택배콜센터에는 현재 80여명이 있다. 모두 재택근무자다. 그중에는 5명의 장애자들도 있다. CJ GLS가 개발한 인터넷 환경의 주문시스템이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했다. 또 올해 초에는 CTI(컴퓨터통합기술)를 주문시스템에 추가해 상담업무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화상 회의도 가능해졌다.

 전산시스템에는 지각이나 결근이 처리돼 시간엄수는 필수다. 업무평가도 전산상의 기록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씨 스스로가 열심이다. PC가 있는 안방문 틈새에 솜을 댄 청테이프를 붙여 혹시라도 거실의 TV 소리나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전화를 받고 PC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돼요. 요즘도 남편이 청소를 해주는 등 잘 도와주고 있어요.” 가끔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조나 오후 8시에 끝나는 조에 배치되면 아침이나 저녁을 챙겨주지 못하는 일도 생겨 가족에게 조금 미안할 때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같은 조나 같은 지역에 속한 상담원끼리 모여 오프라인 미팅을 가지기도 한다. 또 영화동호회 회원들과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높인다.

 장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이나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 ‘스타’로 떠올랐다. 아이들은 일부러 친구들을 데려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은근히 자랑하기도 한다고. 작년까지만 해도 함께 모여 수다를 떨던 동네 아줌마들은 자기도 일할 수 있도록 소개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녹초가 돼 피곤하지만 쉬는 날에는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근 양로원 목욕 봉사활동도 빼놓지 않는다. 장씨는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이 더 소중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더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



‘모바일 오피스’도 증가세



 기업의 영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 부장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8시까지 근처 헬스장에서 체력단련을 한 다음 8시 반부터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하루 스케줄을 체크하고, 일정 메일을 확인한 후 전화로 부서 텔레컨퍼런스를 진행한다. 10시에 고객사를 방문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제품을 소개하며, 고객 관련 미팅을 진행한다. 고객사 방문 후 다시 사무실로 복귀할 필요는 없다. 

 미래에는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한국IBM의 경우처럼 직원 3~4명당 자리 1개 비율로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모바일오피스(움직이는 사무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IBM은 업무 특성상 내부 붙박이 자리가 필요한 직원을 제외하고는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모바일 근무 중이다. 19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근무를 전면 실시한 한국IBM은 사무실 전체 공간이 절반 수준(20개층에서 11개층)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한 연간 비용절감효과만 22억원에 달한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플렉서블 오피스’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동이 잦은 직원들은 지정된 사무실과 책상 없이 ID카드만 소지하고 있으면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근무할 수 있다.

 8월 1일 분당에 새 사옥을 마련한 SK C&C도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시간제 도입에 맞춰 유비쿼터스 개념을 활용했다. 건물 내의 어느 곳에서든 무선 랜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사무실 내의 개인공간에 대한 ‘내 자리’개념도 무너지고 있다. 이미 IT기업들은 기존 사무실 개념을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개념의 사무실을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기업인 시스코시스템즈는 네트워크 업무공간인 ‘넷빌딩’을 선보였으며, 일본의 대형 컴퓨터 제조사인 NEC도 벽, 의자 등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을 구상하고 있다.



김동국 특허청 사무관

맞벌이 할 수 있는 여건 마련

“집에서 하는 일인데 야근 쯤이야”



 지난 3월부터 주 3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김동국(38)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국 금속심사담당관실 사무관은 오는 9월 재택근무를 연장할 계획이다. 김 사무관은 재택근무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로 그의 아내인 박선숙씨(31)를 꼽는다. EU 대표부에서 일하고 있는 박씨는 육아 등 가사부담이 30% 이상 줄었다.

 김 사무관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일도 하면서 8개월 된 준우까지 돌볼 수 있는 ‘애 잘 봐주는 아빠’까지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면 대전과 서울에 두 집 살림을 차려야 해요. 또 맞벌이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고 단언했다.

 아침 8시. 아내가 출근하자 그는 육아도우미가 오는 9시까지 준우를 돌본다. 업무는 대전청사와 마찬가지로 9시에 시작된다. 도우미가 퇴근하는 6시면 그의 업무도 끝난다. 그때부터 아내가 올 때까지 애 돌보기는 김 사무관의 몫이다. 아내 박씨는 김 사무관이 대전청사에 근무할 때만 해도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제는 마음 놓고 직장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의 출퇴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전 청사 근처에 따로 집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주중에는 대전에서 보내고, 주말에만 잠깐 올라와 가족과 보내는 것이 아내에게 미안했죠.”

 대전으로 이사 가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전문직으로 일하는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특허청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바로 신청했고, 재택근무자로 선정됐다. 특허청에선 현재 총 54명의 심사관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약 8%에 해당하는 비율로, 내년에는 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무관은 집에서 일하지만 업무시간 동안에는 철저히 일만 한다. 업무 수행내용과 시간이 전산시스템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한 달에 그가 처리해야 하는 심사 물량이 50~60건이나 돼 ‘슬슬’ 일해서는 다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특허청은 또 재택근무자의 태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심사 물량과 함께 심사의 질도 평가한다. 그래서 가끔은 집에서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재택근무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는 편입니다. 가정은 더욱 화목해지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만큼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더 높아졌죠”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성의 사회진출 등에 재택근무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특허청에서 재택근무를 도입할 당시 내부에선 부정적인 인식도 많았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할 경우 받을지도 모르는 인사 불이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수십 년간 관행화된 업무 형태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호응을 얻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지난 5개월간 시범사업에 참여한 심사관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심사관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복도통신’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어요. 복도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일이 없으니까 좀 서먹해지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하지만 동료들과 메신저로 계속 얘기도 하고, 특허청 소식은 온라인에서 전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젠 걱정 안 합니다.”

 부서회식도 김 사무관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에 맞춰하는 등 동료들도 많이 도와준다고 한다.



 재택근무하는 국내.외 기업들



 특허청은 지난 3월부터 54명의 특허심사관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재경부도 국세심판원 직원 일부에 대해 재택근무를 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국적 IT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편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맡은 업무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한국IBM도 지난 8월1일부터 재택근무를 상시화했다. 이 회사는 본격 시행에 앞서 지난 6개월간 시범적으로 재택근무를 운영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재택근무가 생소하지만 외국의 경우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미국의 재택근무 관련 컨설팅 업체인 글로벌 텔레메틱스(Global Telematics)는 현재 미국에서 2400만명이 재택근무자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재택근무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JALA 인터내셔널사의 잭 닐스(Jack Nilles)는 미국의 재택근무자 수가 2010년에 4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7만5000명(2001년)의 공무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주정부의 경우에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1987년 시범실시한 이후 전 주정부로 확대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AT&T, IBM, HP 등 거대 IT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미국보다 더욱 활발하다. 독일의 연구기관인 엠피리카의 발간자료에 따르면 2005년 EU 전체 노동력 중 재택근무자의 비중이 약 1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20% 이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는 활발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재택근무자의 수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정성이 1997년부터 공무원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했으며, 현재 일본IBM, 소니, 실리콘그래픽스, 후지쯔 등의 기업에서 시행 중이다. 일본오라클은 올해부터 거의 전직원이 재택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재영 한국IBM 인사부 과장

1주일에 3일 베란다 근무

“한강 내다보며 일하는 기분 누가 알겠어요”



 “아기는 시부모님께 맡겼어요. 주말에만 아기를 보는 정도죠.”

 2살배기 예인이를 키우던 이재영(29) 한국IBM 인사부 과장의 재택근무는 사무실에서와 다를 바 없다. 7월까지는 육아도우미를 두고 일을 했지만, 엄마가 집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기가 보채기 시작하자 바로 시부모님께 맡겼다. 그는 “처음에는 애가 어려서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는데 커가면서 떼쓰는 일이 많아졌어요. 집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았나 보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 과장은 애들을 어느 정도 키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길 정도가 되면 재택근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는 이 과장의 생활을 확 바꿨다. 무엇보다 서울 시내에 살지만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왕복 3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업무와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출근하면 10여분이 늦기도 하잖아요. 또 일이 많을 때는 야근도 쉽게 하게 되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는 그런 일이 없어졌어요.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쓸 수 있게 된 것도 좋지만 일을 마친 후 집 근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도 큰 장점입니다.”

 또 달라진 게 있다면 한강이 내다보이는 베란다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좀이 쑤시거나 바람을 쐬고 싶으면 베란다로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와 일을 하기도 한다. 이 과장은 “노트북 PC, 휴대전화, 사내전산망(인트라넷), 메신저 등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IBM은 지난 1월부터 시범 실시했던 재택근무를 8월1일부터 상시화했다. 회사측은 처음 25명이 시범 실시를 했으나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IBM의 이번 재택근무 제도는 입사 3년 이상 된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 성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실시된다. 기간은 1주일에 최소 2일 이상,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로 정했다. 필요할 경우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한국IBM이 본격 시행에 앞서 지난 6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한 재택근무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 직원의 95%가 만족감을 표시하고, 82%가 재택근무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 참여자들은 출퇴근 시간 절약을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으며, 업무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 자기개발 및 관리시간 확대, 가족과의 유대강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재택근무로 직원간의 소속감이 약해지거나 긴장이 풀려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과장은 “집에서 일하다 보면 나태해지기가 쉬워요. 어떻게 하면 일에 집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인 기업문화는 얼굴을 봐야만 일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잖아요. 그래서 재택근무가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영자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재택근무를 해보니 오히려 업무성과가 더 높아졌어요.”

 이 과장도 사실은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맡은 업무가 더 늘었다고 한다. “나태해질 수 있지만 스스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업무량이 더 많아지더라구요.(웃음)”



>>> 전문가 기고



재택근무 성공의 조건

자율적인 조직문화 선행돼야




 재택근무는 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시간적·장소적 제약을 받지 않고 근무하며,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는 형태의 원격근로(Telework)를 뜻한다. 근로자가 근로시간이 아니라 성과물을 중심으로 평가받고, 사무실 근무가 필수적으로 요청되지 않는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도입할 수 있다. 

 그동안 재택근무는 근로자의 가정과 직장의 양립 가능 및 자기계발 시간의 증가, 사무실 비용 절약, 도심으로의 집중 완화 등의 장점을 가진 근무형태로 인식되며 주로 고용창출 차원에서 논의돼왔다.

 그러나 이제 재택근무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해 기업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재구축 및 저비용에 의한 효율적·생산적인 경영을 실현함으로써 강력한 이익체질로 전환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또 빠른 의사결정이나 시장·고객에의 신속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도 있다. 재택근무는 최신 정보를 제때 획득하고 고객 근접의 노동방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경영 스피드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도심부 사무실 비용의 절감, 우수한 노동력의 유지 및 획득, 근로자의 지적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영효율의 향상에 기여한다.

 그러나 실제로 재택근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일이 재택근무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업무별 직무분석이 구체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영국의 DTI(Department of Trade & Industry)에서는 장애인 관련사업으로 데이터 입력·프로그래밍·통계보조·워드프로세싱·부기·과학적 조사 등 장애인들이 자택에서 사용자들을 위해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업무영역을 원격근무의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인사관리처(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에서는 모든 직책의 100%를 온라인 원격근무로 실시할 수는 없더라도 모든 직책에 대해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는 기본전제 아래 특히 기획·집필(자료분석·인허가 또는 사건검토·판결문 또는 보고서 작성), 전화 집중적인 작업(회의준비·자료수집·연구참여자 접촉), 컴퓨터 작업(프로그래밍·웹디자인·자료입력·워드작성)을 요하는 업무가 재택근무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업무를 예로 든다면 소청심사업무, 전산개발업무, 특허심사업무, 연구·개발업무, 환경감시업무, 사회복지업무, 국세조사업무, 식·의약품감시업무, 통계조사업무 등의 행정업무에 있어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할 것이며, 보다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적·장소적 제약을 받을 필요 없이 성과물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직무에 해당되면서도 재택근무로 근무형태를 바꿈으로서 보안사항이 유지될 수 없는 업무는 재택근무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자료의 유출 방지, 해킹 방지, 허가받지 않은 자의 접속 방지를 위해서 전산시스템·통신망·단말기 등에 대한 보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안대책을 수립함으로써 보안이 유지된다면 재택근무를 활용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공간적으로 분리된 장소에서 자율적인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즉 직접 얼굴을 대하고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대면(對面) 통제형 조직문화’로부터 업무와 성과 중심의 ‘분권 지향적이고 자율적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샐러리맨의 일상을 묘사하고 있는 만화 ‘무용해 대리’의 마 부장같이 잠시라도 부하직원이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분위기에서는 재택근무와 같은 자율적 근무형태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미국 국방부는 재택근무형 원격근로를 하는 직원에 대해 통상적인 사무실에서의 근태관리와 동일한 방식(자동 근태시간 입력시스템)으로 근무시간을 관리하며, 관리자는 소요시간 대비 업무성과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통해 성과관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재택근무에 적합한 조직은 자율성과 적응성이 뛰어나고, 개개인의 자기관리능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권한이 고위층에만 집중되지 않고 하부로도 이양되며, 위계질서나 통제보다는 참여가 우선하는 조직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 근로조건이나 보수에 관해 재택근무자와 관리자 간의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재택근무의 실시근거와 규정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라 할지라도 근무형태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재택근무의 형태에 따라 적합한 보수·수당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재택근무자에게도 사무실에서 시간외·휴일근무에 따라 지급하는 야간근무수당 및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준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규정에 의존하기보다는 성과 중심의 재택근무를 위한 업무분장, 복무관리, 인사평가, 보상 및 승진관리 관행을 일상적인 조직운영 관행으로 정착시켜야만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수 있다. 미국 인사관리처는 재택근무자에게도 초과근무수당과 야근에 대한 특별수당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재택근무자 대부분의 작업공간이 가족공동체의 사적 관리하에 있다는 점과 재택근무자들의 주거환경상의 한계·격차, 안전과 보건에 관한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무실과 동일한 수준의 근무환경을 갖춘 ‘원격근무센터’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방안들에 앞서 정부든 기업이든 무엇을 목표로 재택근무를 활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만 앞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 목적으로 유행처럼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한다면 우리 사회에 재택근무 형태가 쉽게 뿌리 내리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활용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 생산성 향상, 고객 만족도 향상, 조직의 슬림화, 예산 절감, 사무공간 부족현상 해소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 중 어떤 것이 재택근무의 최우선 목표인가를 엄격하게 따져보고 실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택근무는 모든 근무형태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이제 그 틀을 정립해 나아가고 있는 단계이며, 아무리 활성화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손익 계산서

 시간관리 자유롭고, 비용절감

 조직력·인간관계 축소 우려




 재택근무의 효과로는 자유로운 시간관리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업무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자기개발의 시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통 혼잡에 따른 스트레스 감소도 중요한 효과이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교통비·의복비·식비 등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유연한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이 주 효과이며 사무실 비용 등 시설관리비의 감소도 장점이다.

 특허청의 경우 재택근무를 통해 사무공간 공유제도를 실시해 사무실 임차료 및 사무기기 구입비용 등 1억여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재택근무자를 200명으로 확대할 경우 7억여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거비와 교통비 절감액까지 합하면 약 14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통량 감소에 따른 혼잡비용 감소, 환경오염 방지, 저출산 문제의 해결 등 사회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IT기술을 통해 입지적인 제약을 줄임으로써 고용시장에서 불가능한 지역이나 장애인·기혼여성 등에게까지 고용기회가 확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안식처로서의 집의 기능이 모호해지거나 인간관계의 축소, 업무평가 시 불이익에 대한 우려, 그리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환경의 부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도 보안상의 문제, 조직력과 회사 충성도의 저하, 그리고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과 신속하지 못한 업무 협의 등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정진규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집이 업무를 위해 적당하지 않은 장소일 수 있다”며 “직장과 집의 중간적인 형태인 집 주변의 원격근무센터 설립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