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계에 ‘억’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국내 240만 소규모 점포 중 약 80%가 극심한 경기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창업가에선 요즘 사업 아이템을 잡아놓고도 개업 시점을 늦추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난세에 영웅 나듯 불황 때 상한가를 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성공자와 실패자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요즘 같은 불황기에 통할 사업이 있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평소 창업 예비군들에 ‘훈수꾼’ 역할을 해온 창업 컨설턴트 7인으로부터 해답을 찾아봤다. 일단 2005년 하반기 국내 자영업계에 나타난 새로운 창업 조류를 살펴본 후 컨설턴트 7인이 들려주는 ‘이 사업, 이렇게 하라’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창업 타이밍 잡기

 “업종, 입지, 자금 준비됐다면 지금이 적기”



 
난 7월11일 오후 7시 서울 프리마호텔.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 함께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양대 협회인 한국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 이취임식이 행해졌다.

 1988년 설립돼 처음으로 회장(오용환→김재욱)이 바뀌는 자리였지만 참석자 수는 50여명에 불과했다. 회원사 CEO들은 10명도 채 안 보였고 세무사 등 ‘주변인’들이 훨씬 많았다. 300여 회원사 중 빠질 수 없는 부회장단만 눈에 띄었고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창업컨설턴트는 “예전 같으면 컨설턴트 명함을 갖고 찾아다니는 게 보통이었는데 다들 자리만 지키고 앉아 있더라”면서 “분위기가 썰렁해 먼저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요즘 프랜차이즈업계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내 자영업 경기가 바닥을 알 수 없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5·31 자영업 대책’(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그게 뭐죠’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240만 점포 중 80% 이상인 200만 점주들이 만성화된 ‘돈맥경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예비 창업자들은 손놓고 ‘때’가 오기만 기다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소낙비가 올 땐 우산을 써도 옷이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준비된 그 시점이 바로 창업 타이밍”이라고 조언한다.

 이런 때일수록 예비 창업자들은 시장을 정확히 읽는 게 중요하다. 최근 자영업계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현상은 개별 점포에 따른 차별화 심화다. 특히 예전처럼 ‘스타’가 없다. 예전엔 치킨 업종만 해도 BBQ, 교촌을 비롯해 1년에 수백 개씩 가맹점을 늘리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

 요즘도 잘나가는 업체는 분명 있다. 지난해 요구르트 전문점 열풍을 일으켰던 레드망고가 대표적이다. 체인사업 6개월 만에 200여 가맹점을 확보한 잉크충전방 업종의 ‘잉크가이’,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로 유명한 ‘쇼부’, 퓨전 포차로 잘 알려진 ‘피시&그릴’이 2005년의 스타 점포들로 꼽힌다.

 문제는 소위 ‘뜬 업종’들도 점포별 성적표가 명확히 갈린다는 점이다. 과거엔 업종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요즘엔 개별 점포로 옮겨왔다는 분석이다. 예전과 다른 2005년 하반기 자영업 분위기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 하반기 창업 전략을 구상해보자.



 1. 자영업 경기 진단

 ‘바닥 쳤다’대세 … 상승 기대감



 지금이 자영업의 ‘바닥’이라는 인식이 대세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은 “마치 W자의 아랫바닥이 삐죽하게 내려간형국”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개점휴업에 들어간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상담팀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1000여개 가맹점을 둔 A치킨의 경우 2004년부터 가맹상담을 올스톱한 상태다.

 개별 점주들 고통도 만만치 않다. 유재수 창업개발연구원장은 “예전엔 장사가 안 돼도 1년은 버텼는데, 요즘엔 3~6개월 만에 문 닫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전한다.

 사업 사이클도 빨라졌지만 개별 점포의 시장 진입·퇴출도 한 템포 빨라졌다는 얘기다. 그만큼 창업 수습 기간을 충분히 거쳐 ‘준비된 창업’이 절실한 때라는 지적인 셈.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청 맞은편에서 맥주전문점 ‘쪼끼쪼끼’를 운영하는 황선준(50) 사장은 “2001년 대기업 명퇴 후 개업 전 70여개의 점포를 돌며 입점 위치를 찾았다”고 말한다. 사업 4년 째인 그는 요즘도 일 매출 100만~120만원을 오르내리며 월 순익 1000만원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2. 창업 연령층

 40~50대 명퇴형 ‘쏙’

 20~30대 생계형 ‘쑥’




 예전과 다른 창업가 풍경은 창업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요즘 창업 강연회에 가보면 희끗희끗한 머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이나 졸업했을까 싶을 정도로 보이는 20대 청년들이 대거 눈에 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국내 대표적 맥주체인점 C사의 최근 1년간 신규 사업자를 분석해본 결과 대기업 퇴직자 출신은 1~2명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IMF 이후 40~50대 명퇴형 창업자들이 대거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창업 대신 중소기업 취업으로 빠지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분석. 반면 취업난에 부딪친 20대 창업자가 늘어났고 30대 화이트칼라의 ‘내 사업’ 진출 시기가 빨라졌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요즘 자영업계는 20~30대 사업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며 “포인트는 나이가 아니라 준비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 카페 ‘민들레영토’로 연간 150억원대 매출액을 올리는 지승룡(49) 대표는 노점상으로 모은 2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창업 전 2000권의 책을 읽으며 마케팅 전략을 짜낸 것으로 유명하다.



 3. 성공·실패의 관건

 “업종보다 전략이 우선”



 과거엔 ‘업종 우세론’이 통했다. 한 업종이 뜨면 특별한 노하우 없이도 본사 브랜드 파워에 기대 덩달아 실적이 오르곤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때만 해도 1년에 수백 개씩 가맹 브랜드를 넓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이렇다 할 ‘업종’이 드물다. 뿐만 아니라 업체별로 점포별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요즘엔 무슨 사업(What)을 하느냐보다 누가(Who) 어떻게(How) 하느냐가 키포인트”라고 말한다.



 4. 창업 전략

 “저가는 단명, 고가로 승부”



 불황기 창업 땐 중저가 아이템이 빛을 본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요즘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손님은 많지만 고생만 하다 경쟁업소 난립으로 공멸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고가 전략으로 차별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상화 맛깔컨설팅 소장은 “요즘 뜨고 있는 삼겹살 전문점만 해도 1인분 3000원대로는 20~30대 젊은층밖에 유치하지 못한다”면서 “차라리 고품질 고가 전략이 오히려 낫다”고 주장한다. 그는 “1인분에 8000원 하는 서울 염창동의 독립점포 ‘돈내코 똥돼지’를 찾아가보라”며 “저가 난립에도 인근서 가장 성공적인 삼겹살집으로 꼽힌다”고 말한다.

 유재수 원장은 “여력만 된다면 음식점의 경우 대형 평수가 훨씬 유리하다”며 “사실 불황기엔 소형 점포보다는 대형 점포가 장사가 잘 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게 일반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5. 자영업 경기 나쁜 근본 이유

 “점포 240만개로 일본과 엇비슷”



 자영업계는 경기 불황 때 직격탄을 맞는다. 불황에 따라 씀씀이를 줄이는 탓도 있지만 수급불균형 탓이 더 크다.

 국내 소규모 점포 숫자는 240만개에 달한다는 통계다. 특히 인구대비 자영업 종사자 숫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고다. 국내 전체 취업자 중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비율(2001년 기준)은 36%에 달한다. 이는 미국(7%), 독일(10.8%), 영국(12.2%), 일본(15.6%) 등 주요 선진국보다 최고 5배 가량 많은 것.

 반면 창업 수요자층은 극명하게 위축된 상태다. 창업 박람회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은 옛날 얘기가 됐다.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업무개발팀장은 “통계상 국내 240만 점포 숫자는 소자본 창업 천국이라는 일본 270만개에 육박하는 수치”라며 “정부 차원의 자영업 정화 대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컨설턴트 7인의 가상 창업 열전

 카멜레온 점포, 숍인숍, 무점포…

 외식업 대세 속 자전거 숍·학원업도




 업 컨설턴트들이 직접 사업에 나선다면 그들은 어떤 사업을 할까. 자영업 경기가 바닥이라는 현 시점에서 그들은 불황 돌파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

 전문가 7인이 들려준 가상 창업 스토리를 통해 예비창업자를 위한 불황기 창업 아이디어를 찾아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 7인이 3개 업종씩 모두 다른 업종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과거처럼 추천업종이 겹치는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소위 ‘뜨는 업종’에 올라 타 반사이익을 보는 ‘업종 시대’가 끝나고 나만의 창업 노하우로 승부를 거는 ‘창업자 자질’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도전1. 심상훈 작은창업가게연구소장

 "도심 ‘자전거족’ 폭발 안 보이세요?”



 사업을 하려면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당장만 봐선 곤란한데, 현재 잘나가는 업종을 택했다간 자칫 막차 탈 위험성도 적지 않다. 소위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차례가 된다면 투자금 대부분을 까먹을 수도 있다.

 요즘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전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0년 뒤에도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을 아이템이다. 내가 사업을 한다면 ‘자전거 판매점’을 첫 손가락에 꼽겠다.

 자전거 판매점을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수요층이 넓다는 점 때문이다. 분당의 율동공원, 일산의 호수공원 등 자전거 도로망도 확대되는 추세다. 서울만 해도 한강시민공원, 양재천, 탄천, 올핌픽공원 등 많다. 서울 숲이 개장됐고 10월엔 청계천 복원공사도 마무리된다.

 반면 경쟁업소는 많지 않다. 특히 프랜차이즈 형태는 없는 미개척지다. 서울 양재천만 나가봐도 ‘케빈’ 한 곳밖에는 없다. 국내 자전거의 대명사 ‘삼천리’를 비롯, 대부분 대리점 체제다.

 경쟁업소가 드물고 수요층이 늘어나 점포 수익력도 좋다. 투자 액수는 점포비를 빼고 약 5000만원 정도 드는데, 초기 3개월 내 월 매출 3000만원에 도전해볼 수 있다. 제반 경비를 빼면 순이익률은 20% 정도로 600만원 수입이 가능할 것이다. 점포 포함, 투자비를 1억3000만원 선으로 맞춘다면 투자비 대비 수익률 월 4.6%의 짭짤한 장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 문외한이 당장 이 사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자전거에 대한 지식, 스피디한 A/S, 동호회를 조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 창업하는 게 순서다.

 이기철 케빈 양재천점 사장은 “MTB나 사이클 등 마니아층이 주고객”이라며 “5년간 해왔는데 최근 들어 점차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도전2.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

 “70평 규모 대형 외식업으로 승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작게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가격도 중저가 전략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내가 창업하면 역발상 전략을 쓸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엔 오히려 작게 시작해 같이 망하느니 대형으로 차별화하는 게 효과적이다. 물론 자금 여력이 되면 말이다.

 업종은 외식업으로 하겠다. 불황 때 판매업과 서비스업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만약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면 치킨샌드위치 전문점 ‘뽀요로카’를 고르겠다. 낮엔 샌드위치를, 밤엔 치킨점으로 바뀌는 ‘카멜레온 점포’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트렌드에 맞아떨어진다. 지난 3월말 서울 신설동에서 출발, 벌써 6개 점포로 확장 추세다. 국내선 초창기 업종이지만 미국선 이미 검증을 끝냈다.

 이 사업은 기존 패스트푸드점 반발로(?) 생겨난 아이템이다.  미국에선 이 분야 1위 업체인 ‘칙필레’가 같은 상권서 맞붙은 KFC를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설동의 경우 주택가 슈퍼마켓을 리모델링해 만든 점포인데, 과거 20만원이던 일 매출이 현재는 120만원으로 뛰어 효율성이 6배나 개선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고깃집을 해도 70평형 대형 점포로 승부를 걸겠다. 투자비는 점포를 합쳐 3억~4억원 가량 투자할 것이다. 최근 1~2년 새 젊은층 사이에 검증받은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도 관심이 간다. 3억~4억원을 투자했을 때 월매출 1억원 정도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경우 월평균 투자수익률은 6%로 높다.



 도전3.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불황 덜 타는 엔젤+교육 사업에 베팅”



 요즘은 사실 ‘무엇(What=업종)’을 하느냐 보다 ‘누가(Who=창업자 자질)’ 하느냐, ‘어떻게(How=전략)’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업종을 하더라도 성적표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만 보더라도 특출나게 ‘이 업종이 떴다’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없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과잉경쟁 시대에 불황까지 겹친 탓이다.

 그나마 업종을 꼽으라면 일단 외식과 교육 사업에 눈을 돌리고 싶다. 외식의 경우에도 수요층이 분명한 사업이 1순위다. 가령 20대 여성층이 주요 타깃인 대중형 파스타 전문점이나 젊은 고객층이 많이 찾는 핫도그 전문점을 들 수 있다. 자금 여력이 뒷받침된다면 파스타 전문점을, 1억원 안팎 창업이라면 핫도그 전문점에 도전해보겠다.

 핫도그는 햄버거가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업종이다. 특히 고객층만 겹치면 ‘숍인숍’ 형태로 시범 운영해본 후 사업을 키우는 것도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운영이 단순하며 다른 업종에 비해 주방 설비 투자가 간단한 점도 장점. 다만 기존에 실패해 문 닫은 곳도 많은 만큼 상품 구성이나 품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후 창업해야 안심이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교육사업 쪽이다.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 교육 쪽이 유망하다. 구체적 업종을 선택한다면 소수정예 대화형 영어학원을 들 수 있겠다. 30평 규모로 1억원 안팎이면 주택가 창업이 가능하다. 일단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창업 6개월내 매출액 2000만원에 순익 700만원을 목표로 뛰겠다.

 (이경희 소장은 구체적인 점포명을 들지 않았다. 현재 이 분야엔 코스닥 업체 에듀박스가 운영하는 ‘이보영의 토킹클럽’이 유명하다. 토킹클럽은 말문 준비과정부터 말문 열기, 말문 다듬기, 구사능력 완성, 미국 교환유학 과정까지 총 60단계로 구성돼 있다. 즉문즉답식 대화훈련법을 통한 영어대화 훈련으로 신세대 엄마들에 반향이 크다. 특히 한 교실당 4~5명만 참여하는 극소수 정원제로 운영하는 게 특징. 한국계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며 현재 전국에 200여 점포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전4.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팀장

 “진입장벽 높은 외식업서 고가 전략 구사”



 복어요리전문점을 할 것이다. 전문 자격증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어 경쟁업소 난립이 어려운 업종이기 때문이다.

 창업 예비 기간을 3개월 이상 충분히 갖고 점포부터 찾을 것이다. 소자본 창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입지는 주택가 상권보다는 사무실 밀집가가 유리할 것 같다. 가족 단위 손님보다는 직장인 수요층이 넓기 때문이다.

 참복의 경우 1인 소비단가가 2만원이 넘는다는 점도 메리트다. 값이 싸면 손님은 많아도 고생만 하기 쉽기 때문에 단골만 확보할 수 있다면 고가 전략이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

 투자 규모는 대략 2억2000만원 정도로 잡겠다. 30평 매장 기준으로 오피스 밀집가라면 최소 1억5000만원에 인테리어와 주방설비 등 기타비용으로 7000만원 정도 들 것이다. 이 경우 주중 하루 매출액 150만원을 목표로 뛰겠다. 오피스 입지 특성상 휴일과 주말을 빼면 사실상 정상적 영업일수는 20일 남짓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월매출 약 3000만원이 나오고 이때 순익은 약 800만원 정도 남길 수 있다. 2억원 투자해 800만원 남기면 투자대비 월 수익률이 3.6~4%로 안정적 수입이 되기 때문이다. 서정헌 팀장은 “낮엔 6000~7000원대 점심 메뉴 개발로 점심 식탁 회전율을 2회 이상 올리는 전략이 필수”라며 “인근 아파트를 낀 주택가라면 가정용 배달 메뉴도 개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작전도 공개했다.



 도전5.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무점포 사업으로 영업 경험 쌓겠다”



 불황기 창업일수록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에 중점을 둔 전략이 필수다. 특히 20~30대 젊은 예비 창업자라면 패기를 무기로 무점포 사업에 도전할 만하다. 경기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폭은 큰 반면, 권리금 등 시설 투자비는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투자 규모가 1000만원 미만이라 부담이 적은 데다 사업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도 해볼 만한 코스다. 이 분야라면 요즘 뜨고 있는 ‘잉크충전방’ 사업이 가장 눈에 띈다. 올 초 사업을 시작한 이 분야 프랜차이즈 업체 ‘잉크가이’는 6개월 새 200여 사업자를 배출했을 정도다.

 잉크충전방이란 자동 잉크충전장비 가방을 들고 가정이나 사무실을 방문, 그 자리에서 프린터 잉크를 충전해주는 사업. 창업 투자비가 390만원으로 저렴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백전백패다. 점포가 따로 없어 찾아가는 영업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0~50대보다는 젊은층 창업자가 적임자인 셈이다.

 내가 창업한다면 투자비가 낮은 만큼 큰 욕심을 부리진 않겠다. 그 대신 개인 고객보다는 중소기업체를 뚫는 전략을 택할 것 이다. 특정 오피스텔을 공략하는 것도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최소 하루 10여 군데씩 돌며 한 달에 300여곳에 사업을 알리는 노력을 할 것이다.

 잉크젯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5분 내외로 짧다. 한번 교체 비용은 1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80~90%가 순익인 알짜 장사다. 나라면 6개월내 매출액 150만원, 1년내 200만~300만원에 도전하겠다. 한번 손님이 고객을 물고 오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입에 성공한다면 ‘저투자 고수익 사업’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전6. 이상화 맛깔컨설팅 소장

 “푹푹 퍼주는 삼겹살로 단골 확보”



 우동집, 죽집, 고깃집, 주점 등 실제 창업도 많이 해봤다. 100% 외식사업만 해온 게 특징이다. 현재도 ‘맛깔참죽’이란 브랜드로 40여개 가맹점을 두고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 제2브랜드를 창업한다면 1순위는 삼겹살 전문점이다. 불경기에도 수요가 가장 큰 외식업종이기 때문이다.

업소 난립에 따른 경쟁 과열 문제는 1인분 8000원이란 고가 전략으로 돌파하겠다. 현재 유행 중인 저가 삼겹살은 단명할 게 뻔하다. 한번 가격 경쟁이 붙으면 손해 보는 장사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푹푹 퍼주는 전략을 펼 것이다. 손님이 생삼겹살을 시키면 돼지고기 특수부위인 천겹살이나 갈매기살을 추가로 제공해 단골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외식업 특성상 단골만 확보하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특히 고객 한 명 한 명 특성을 파악, 매운 맛을 좋아하면 매콤한 소스를 주문 없이 제공하는 맞춤 서비스로 승부할 것이다.

 30평 규모로 1억3000만원(점포 7000만원 포함) 투자해 일 매출 100만원 수준이면 월 800만~900만원 순익을 건질 수 있다는 게 창업자들의 경험담이다. 최소 개업 3개월까지는 원가계산하지 말고 푸짐하게 서비스하고 음식의 질을 높이라고 말하는 평소 컨설팅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



 도전7.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

 “주택가 상권서 전통 외식업 도전”



 창업 투자 규모는 1억~2억원 남짓 될 것 같다. 업종은 트렌디 아이템(유행사업)보다는 전통사업에 도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쌈집이나 치킨점 등 수요가 꾸준한 아이템을 우선 고려하겠다. 가령 보쌈집이라면 오피스 쪽보다는 주택가 상권에 진입할 생각이다. 주5일제 확산으로 주말 수요가 끊기는 사무실 창업은 ‘반쪽짜리 장사’에 그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가 상권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말 외식이 늘어난다면 아이템은 가족 단위 손님이 찾을 수 있는 업종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쌈집은 튀는 맛은 없지만 유행을 타지 않고 비교적 메뉴 구성이 단촐해 운영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투자액은 풀 베팅보다는 예비비를 남기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 목표 수익은 투자비 대비 3%면 만족한다. 1억원 투자라면 월 300만원대, 2억원 투자라면 월 600만원 수입이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불황 뚫은 3인의 창업 스토리

 ‘업종변경·직장탈출·건강관리’

 이유는 달라도 대박행진은 같아




 사례1. 점포 재창업으로 ‘대박’ 낸 임승준씨 부부

 슈퍼 때 일 매출 10만원서

 업종 바꿔 10배 장사



 “안 될 땐 과감히 바꾸세요.”

 서울 신설동에서 10년간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임승준(44)·김경숙씨(41) 부부. 이들은 요즘 돈 버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올 초만 해도 일 매출이 10만원 남짓해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그들이었다.

 변화의 계기는 지난 3월의 과감한 업종 전환이었다.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치킨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업종을 갈아탔다. 이른바 ‘점포 재창업’이다.

 “개업 후 이틀간 밤을 새우며 지폐를 세어봤지요. 100만원이 넘더군요. 그런데 요즘은 피곤해서 쓰러져 자기에 바쁩니다.”

 임씨 부부는 지난 3월18일 치킨 샌드위치 전문점 ‘뽀요로카’ 신설동점을 열었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그때 임 사장은 “내 마음속이 더 추웠다”고 회고한다. 10년간 한자리에서 슈퍼를 하다 갑작스레 업종을 변경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업 첫날 매출이 100만원을 넘은 데 이어 사업 5개월이 지난 현재 꾸준한 판매 호조가 이어지자 긴장이 풀렸다고 한다.

 사실 일 매출 100만원은 동네 상권에선 ‘대박’으로 통한다. 특히 17평 점포에서 거둔 성적치고는 A급이다. 이는 임 사장 부부가 구사해온 ‘카멜레온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이곳은 점심때 근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주고객층인 치킨 샌드위치를 팔고 밤에는 치킨 호프집으로 변신, 인근 학원생과 주택가 성인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일 매출 가운데 약 80%는 샌드위치로, 20%는 치킨으로 구성된 점포다.

 간판도 ‘뽀요로카’와 ‘닥터지바고’ 2개를 달았지만 매출 비중이 큰 뽀요로카를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임승준씨 사례는 점포 재창업과 함께 ‘1점포 2사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사례2. 취업 대신 창업 택한 박노철씨

 “본업은 잉크충전, 컴퓨터 수리는 서비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박노철씨(28)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지방대학을 나온 박씨가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기 때문.

 창업으로 사회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처음 손댄 사업은 인천 당하동 신도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시작한 꽃 노점상. 그러나 1년도 채 안 돼 매출이 급강하했다. 경쟁점포가 늘어나고 아파트 입주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새집 단장 수요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구상에 돌입한 그는 인터넷에서 방문 잉크충전방 ‘잉크가이’(www.inkguy.co.kr)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일단 390만원이라는 저렴한 창업 비용이 눈길을 끌었고 영업만 잘하면 고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곧바로 본사를 찾아간 박 사장은 이틀간 본사 잉크충전 기술교육을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 28살에 벌써 두 번째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잉크충전업은 휴대용 자동 잉크충전 가방을 들고 각 가정이나 사무실을 방문, 즉석에서 5분내 프린터에 잉크 충전을 해주는 ‘리필 비즈니스.’ 그는 이 사업에서도 과거 꽃집 때 고객을 백분 활용하는 전략을 폈다.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창업가 격언을 실천한 셈이다.

 처음엔 자신의 꽃 고객을 중심으로 꽃도 팔고 잉크도 리필해주면서 고객을 늘려나갔다. 한번 충전에 1만원씩 받는 이 사업은 고객 숫자가 곧 매출액이라 박씨는 서비스 우선주의로 최선을 다했다. 잉크충전 때마다 컴퓨터나 프린터의 잔고장을 손봐주는 부가서비스를 했던 것. 이 때문에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또 다른 고객을 소개해주면서 사업 시작 5개월인 8월 현재 예상 매출액은 400만원에 달한다. 마진율이 80~90%에 가까워 월 순익이 300만원을 웃도는 셈이다. 박 사장은 “젊었을 때 영업 경험을 많이 쌓아 30대엔 번듯한 사업체를 운영하겠다”며 자신의 큰 꿈을 밝혔다.



 사례3. 돈보다 좋아하는 일 택한 구서영씨

 “요가 사장이 모닝콜도 해줘요”



 서울 청담동과 서교동에서 잘나가는 피부관리실을 5년간 운영하던 구서영씨(40). 1인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뛰어났던 점포를 접은 건 ‘직업병’처럼 팔이 아팠기 때문이다.

 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던 팔이 주위 권유로 시작한 요가를 통해 완치되자 구 사장은 ‘요가 마니아’가 됐다. 아예 사업도 전업, 지난 4월25일 요가방 ‘요기니’ 홍대점을 개업했다.

 “사업도 하고 좋아하는 요가도 할 수 있어 일이 즐겁습니다.”

입지는 서울 홍대입구 전철역 인근 건물의 5층. 업종 특성상 ‘충동 고객’이 드물어 고층 입지라도 홍보만 제대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고 본 것.

 개업 4개월 째인 현재 회원수는 모두 450명. 1인당 15만~22만원 회비(3개월 기준)를 받는 구 사장의 8월 예상 매출액은 1700만~2000만원에 달한다.

 점포 임대료와 강사 3명 인건비 등 제반 경비를 빼도 최소한 400만~500만원대 순익은 되는 셈이다. 1억2000만원을 들여 시작한 요가원 초보 사장임을 감안하면 시장 진입 속도가 빠른 편이다.

 “홍대 전철역 주변에만 7~8개 요가원이 있고 인근까지 합치면 12개가 넘어요. 그런데도 선전하고 있는 셈이죠.”

 구 사장의 사업 노하우는 ‘철저한 1인 맞춤 서비스’에 있다. 회원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이름을 부르며 회원 개개인을 세심히 관리한다. 20~30대 여성이 고객의 90%인 이곳에서 구 사장은 학생에겐 10% 할인을 해주고 맞벌이 직장여성에겐 아침 모닝콜까지 해줄 정도다.

 70평 공간에 수업은 총 9개 타임. 오전 7시 첫 수업이 시작돼 밤 8시50분이 마지막 수업이다. 다른 요가원들이 50분 수업임에 반해 이곳에선 10분을 연장, 1시간 수업을 하는 것도 차별화된 전략이다.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가 밀린다면 끝장이죠. 요즘 고객들은 자신을 ‘명품’처럼 대해주는 점포에 충성도가 높게 마련입니다. 불황일수록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죠.”

 구 사장은 “9월 중 회원 500명 돌파는 문제없다”면서 “요가사업은 경쟁점포가 드문 주택가 상권이 적지”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자영업자 기 살리기

  연 12조원 뿌려

  60만 점포 창업 돕는다




 내에서 ‘자영업 대란’이라는 용어로 점포 사업자 문제가 국가적·정권적인 이슈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벌어진 ‘솥뚜껑 시위’ 이후다. 지난해 11월2일의 ‘솥뚜껑 시위’는 정부당국에게 핵폭탄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던진 것 같다.

 그동안의 민주화 시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자영업자들의 깜짝 시위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이때부터 허둥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한국은 240만개 점포, 일본은 300만개 점포, 미국은 1200만개 점포로 추산)면서 그 원인을 솥뚜껑을 집어던진 사람들에게 돌려버렸다. 그 후속 조치로 나온 게 이른바 5·31 대책이라 불리는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이다. 함부로 창업을 하지 못하도록 진입장벽을 높이 쌓고,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종합대책의 골격이다. 

 그 후 상황은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것과 같다. 당시 대부분의 매체에선 ‘탁상공론의 종합판’이라거나 ‘외계인이 내놓은 황당한 정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애써 대책을 마련한 정부로서는 무차별적이고 가혹한 비판이 억울할 수도 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자영업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정부 논평도 무색해졌으니 심정적으로는 동정이 가는 대목이다. 



 미국 30년간 소사업자 정책 일관성 지녀

 그러나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종합적인 소규모 기업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부시 정부도 혹독하고 신랄할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 문제가 변방의 문제에서 주류 사회의 문제로 진입했다는 미국내 학계 진단으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소규모 사업과 관련된 문제는 이제 특정집단에 대한 수혜 차원을 떠나 자원배분이라는 정치적인 이슈로 전환된 상태다.

 “부시 정부는 소규모 사업자의 친구가 아니다. 말로는 소규모 사업자들을 편드는 척하지만 행동은 늘 다르다. 주무관청인 소기업청을 외청으로 격하시키고, 예산도 삭감했다. 행정부의 주요 관직은 대기업을 편드는 사람들로 채워놓고 있다.”(<개드플라이어> 2005년 6월18일자)

 미국의 유명한 정치전문 인터넷 매체인 <개드플라이어(Gadflyer)>는 ‘등에’ 혹은 ‘쇠파리’라는 의미의 제호에 걸맞게 부시의 소기업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고 있다. 이 신문은 부시가 대중연설에서 “나는 소규모 사업자이자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었던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가 불편했는지 계속해서 독설을 퍼붓고 있다. 또 다른 비판자들은 ‘소규모 사업자들은 정치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 목소리는 대기업의 로비와 결속력이 강하고 시끄러운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묻혀버린다’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럼에도 1976년 소기업청을 설치한 이후 미국 역대 정권이 펴고 있는 소기업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의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규모 사업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미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미국 소기업청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중소업체 수는 2290만개로 총기업체 수의 99.7%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근로자의 50%를 고용하고 있으며, 신규 고용의 75%를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비해 고용자당 특허획득 건수가 14배에 달할 만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5인 이하 자영업자 점포는 1280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 들어간 1980년대 초반부터 큰 물결을 이루며 등장했고, 그로부터 25년 만에 소규모 사업자의 숫자는 2300만명에 이를 만큼 급팽창했다. 매년 60만개 업체가 창업을 하고 55만개 업체가 문을 닫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창업과정을 거친 결과다.



 미국 소기업청장은 전직 레스토랑 주인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규모 사업자들은 이미 정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파워집단’으로 성장했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거대한 ‘정치적인 힘’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는 산업사회가 종식되고 지식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의 변화가 있다. <경영혁명>의 저자로 유명한 톰 피터스는 1992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시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한 것을 두고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최고 기업과 지식정보화 사회가 낳은 신흥기업 간의 임무교대가 이뤄지는 동안 정치적인 헤게모니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대 변화 흐름을 배경으로 미국독립사업자연합(NFIB), 미국여성기업소유자협회(NAWBO), 미국소규모기업협회(NSA) 등 사업자 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규모 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권 담당자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부시 정부의 소기업 정책 기조도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변화주도형이라기보다는 변화추종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에서 소기업 중심으로 이전하고 있는 구조조정기에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가 지닌 구조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숫자 면에서는 소기업이 압도적이지만, 고용 면에서는 50 대 50의 호각세를 이루고 있어 어느 한 쪽도 무시하거나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는 ‘말은 이렇게 하고 행동은 저렇게 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립 서비스’를 남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3월26일 ‘소규모 사업은 미국 경제의 심장’이라는 유명한 문장이 들어 있는 ‘소규모 사업 어젠더’를 발표했다. 이 문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은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고 소규모 사업자들이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소규모 사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소규모 사업자 단체의 모임에 초청된 자리에서 “소규모 사업자는 우리 정부의 최고 고객”이라고 말함으로써 독특한 소규모 사업 철학을 밝혔다. 그는 2001년 7월 미국 소기업 정책의 주무부서인 소기업청장에 헥토르 바레토를 임명하고 지금까지 그 일을 맡기고 있다.

 바레토 청장은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한때 소규모 레스토랑과 인력관리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현장의 ‘장사치’가 일약 주무관청 책임자로 등극한 파격적인 인사였던 것. 그는 청장 취임과 동시에 예산을 25% 삭감하고 관료주의문화를 타파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대출을 2배 이상 늘리는 등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고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부시 정부는 소규모 사업자 문제를 인기영합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대신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이해당사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국가경쟁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소기업 정책은 사업개발센터(SBDC), 스코어(SCORE), 여성기업센터 등을 지원조직으로 두고 있는 소기업청을 중심으로 업계단체, 창업재단, 금융시스템 등 촘촘하게 짜여진 창업지원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기업청은 연간 124억달러(12조4000억원) 규모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소기업 자금의 큰손이다. 그리고 창업재단은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기업가들이 자금을 모아 신규 창업자 지원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조직으로, 독특한 창업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자영업자 종합대책 이후 소규모 사업 문제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춰 후속조치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종합대책 발표 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영업 사회를 진실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없지 않다.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뛰고 있는 소규모 사업자들과 정부는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국내 800만명의 자영업자(240만개 점포×점포당 평균 3.3명) 집단은 정치인에겐 당장 ‘표’로 직결되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