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초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고 자동차 내수가 오랜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생산과 소비가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심리적으로도 기업 체감경기와 소비자 체감경기가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낳았다.

 그러나 한파로 인한 월동용품 특수와 2월 설 명절로 인한 1월의 계절적 수요가 끝나면서 3월 이후 경제지표가 다시 혼조세로 접어들더니 최근에는 하락세로 전환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결국 연초의 경기호전 분위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1분기의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쳤고, 연 5% 성장달성이 어렵다는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나오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 다시 본격적인 회복시기와 경기부양 방법에 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

 소비는 2년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신용불량과 가계부채의 해소 속도가 느려 금년 중에 본격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마저도 지갑을 다시 닫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설사 소비지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국내소비보다 해외소비에 치중한다면 국내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수출도 작년에 비해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해 경기회복 지연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무역흑자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환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금리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등으로 작년보다 성장률이 1%P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경제가 작년보다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수출증가율이 작년의 1/3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소비와 수출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기업의 투자뿐이다. 다행히 전체 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600대 기업의 투자증가율은 올해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도 대기업은 추가적인 투자여력과 의사도 있으나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투자는 여전히 침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인가?

 우선 서비스 수지 적자도 개선하고 내수기반을 창출하기 위해서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작년에만도 교육 및 관광 부문에서 8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서비스 수지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은 서비스 산업에는 여전히 국내 소비자의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따라서 국내 수요는 풍부하지만 국내 공급은 부족한 서비스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산업은 대부분 각 업종별로 진입규제가 존재하고, 설사 진입규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토지이용 규제, 수도권 규제, 환경 규제 등에 걸려서 사실상 투자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서비스 산업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R&D와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기업투자 수요가 많다. 이러한 분야는 주로 고급인력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데 국내외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생활환경이 양호한 수도권에 투자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도권에 R&D파크를 조성하고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에는 최소한 외국기업에 준하는 기준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 산업과 하이테크 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위한 기본적인 환경개선도 매우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개선, 임금안정, 공장용지가격 인하, 자금조달 원활화 등 전통적인 투자환경을 우리의 경쟁국 수준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