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는 맥킨지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CEO 양성 기관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리더십과 인재 개발 프로그램이 탁월하다는 이야기. 과연 GE 리더십 프로그램과 인재 개발 과정의 강점이 무엇인지, 리더십 프로그램 연수 현장과 GE 리더십 사관학교 크로톤빌 연수원 원장 인터뷰, 그리고 크로톤빌 연수자의 경험담 등을 통해 다각도로 취재했다.
Part 1 르포 GE의 초급 리더십 과정



 “재미있고 즐거우니 학습이 절로 되네” 

 “와~” “어휴~”

 120명의 대학생들이 내지르는 환호와 탄식으로 조용하던 교보생명 천안연수원 강의실이 시끌벅적했다. 이들이 하고 있는 활동은 GE에서 초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리더십 프로그램(Foundation of Leadership)이었다. 

 보통의 교육이라는 게 강사의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끝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여겼는데, 기자의 선입관은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깨졌다. 팀별로 이수한 프로젝트를 시연할 때마다 젊음의 활기까지 더해져 축제의 장 같았다. 동석했던 GE코리아 조병렬 홍보이사는 “GE의 리더십 프로그램에는 강의라는 게 없다. 리더십이라는 게 강의를 통해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게 GE 리더십 프로그램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20일 치러진 GE 리더십 프로그램 시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이 대학생 120명을 선발해 진행한 ‘영리더스 캠프’ 측의 요청에 의해 실시됐다. 전경련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2004년 7월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전경련에서 GE의 리더십 훈련을 위탁 실시했는데 그 반응이 좋았다고. “강연 중심의 국내 리더십 프로그램과는 달리, 참가자의 참여와 활발한 토론, 다양한 활동 등 참석자가 직접 리더십 스킬을 개발하고 바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고안되어 있다는 점에서 뛰어났다.” 

 GE코리아 이채욱(58) 사장은 “국가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비등한 현실에서 우리나라 차세대 리더인 대학생들이 실제 글로벌 비즈니스 사회에서 요구하는 리더십을 확인하고 향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GE 리더십 훈련 기회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참가 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날 시행된 프로그램은 리더십 모델(Leadership Model), 퍼스널 밸류(Personal Value), 커뮤니케이션 스킬(Communication Skill), 에그 드랍(Egg Drop) 등으로 구성된 GE에서 초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리더십 프로그램(Foundation of Leadership)의 축약판이었다. 

 12명의 팀별로 이뤄진 이날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리더십 모델. GE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GE의 가치, 기능적인 업무 경쟁력, 사업적인 통찰력, 그리고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개론부터 시작해 GE가 요구하는 리더십 스킬에 대한 설명이 도표(표1 참조)로 이루어졌다. 이어 곧바로 설문지를 통해 각자의 리더십 정도를 측정했다. 리더십 스킬 섹션별로 질문 문항이 있고 그에 대한 답을 계량화해 리더십과 관련된 자신의 특장점을 파악해 보는 시간인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장단점을 발표하고 약점을 어떻게 보완해 갈지에 대해 다른 팀원과 공유하는 것으로 첫 번째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퍼스널 밸류 시간엔 안정, 우정, 봉사, 부, 명성, 가족, 소속감, 전문성, 지위, 즐거움, 건강, 성취, 독립성 등이 적혀 있는 16개의 밸류 카드가 주어지고 자신이 우선순위를 두는 상위 3, 하위 3개의 가치를 고르게 한 후 팀원들이 어떻게 다른 가치들을 가지고 있는지 발표를 통해 드러내게 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반추를 하도록 해주는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의 전반부가 리더십, 가치관 등 정적인 내용이었다면 후반부는 프로젝트 수행을 통한 구체적인 스킬을 습득하는 활동적인 시간들이었다. 

 세 번째 시간에 이뤄진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중 협상 편이었다. GE 직원 중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진행 도우미(Facilitator)가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한 후 팀을 또 다시 A와 B팀으로 나누고 각각의 팀에 특정한 상황을 부여했다. 각각의 팀이 회사가 돼 자신들에게 주어진 조건 하에서 상대방과 협상을 하는 것. GE의 프로그램이어서 모든 문건이 영어로 돼 있어 참여자 중 일부는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내부 토의를 거쳐 자신들의 협상안을 만들고 협상 테이블에서 거래를 해 나갔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참석자들이 자신이 실제로 회사의 중역인 것처럼 열의를 가지고 임하게 되더라는 것과 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더라는 것.

  진행 도우미로 참석한 GE 직원 김한준 씨는 “1주일 프로그램을 4시간으로 축약한, 한정된 시간과 제한된 내용으로 진행돼 아쉽다. 실제 프로그램에선 여기보다 더 열기를 띠게 된다. 프로그램 이수로 끝나지 않고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날 기자가 참석한 2조는 협상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 시간이 종료되자 참석자들은 안타까움의 한숨을 쉬고, 상대방 조건이 어떠했는지 체크하느라 또 다시 분주해졌다. 

 마지막 시간은 에그 드랍(Egg Drop). 한정된 자원을 주고 말 그대로 2미터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려 깨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진행자 부아름나라 씨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팀이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은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인데, 오늘 배운 리더십의 스킬들이 총 동원될 것”이라며 참석자들이 어떻게 목표를 달성해 가는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시작을 알리는 진행 도우미의 멘트와 함께 참석자들이 분주해졌다. 낙하산을 만들자, 에어백이 더 낫다는 분분한 의견들이, 시간이 지나며 조율이 됐고 이어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팀과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팀으로 나뉘어 마지막 시연을 준비했다. 시연은 8개 조가 모두 모여 5분의 시간을 가지고 시행됐다. 

 율동과 노래로 시연하는 팀, 홈쇼핑 형식을 패러디한 팀 등 기발한 아이디어에 참석자들이 즐거워했고 상대의 전략에 대해 탄성으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낙하산 방식을 도입한 6조가 차지했지만 헤어지는 120명 참석자 모두 즐거운 얼굴로 돌아섰다. 연세대학교 1학년 한상엽 군은 “이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들은 경영 관련 지식이 풍부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현장에서의 경험이 없었다. 사례 위주의 GE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 있는 지식을 접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고려대학교 박찬근 군도 “답을 제시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진행자들이 보조만 하며 길은 나에게 찾으라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 프로그램들이 액티브해서 지루하지 않게 오히려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고 평을 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비슷한 평을 했다. 곁에서 본 GE의 이날 리더십 프로그램은 참여와 토론, 실행을 통한 배움 그리고 즐거움이라고 요약할 수 있었다. 



 Part 2 전문가 인터뷰 로버트 코코란 GE 리더십 개발센터 크로톤빌연수원장



 “리더십 잘 가르쳐야 진정한 리더” 

 GE는 맥킨지와 함께 미국 내 유력한 경영자 양성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그런 평가의 중심엔 GE 인재 양성과 개혁의 중심지 크로톤빌(Crotonville)연수원이 있다. 미국 뉴욕 주 크로톤빌에 위치해 크로톤빌연수원으로 불리지만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잭 웰치 리더십 개발 센터’(John F. Welch Leadership Development Center)다. 

 현재 이곳을 이끌며 초급 경력자 프로그램에서 고위 임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GE 리더십 교육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로버트 코코란(Robert L. Corcoran)이다. 본사 부사장이며 최고 학습 담당 책임자(CLO; Chief Learning Officer)인 그는 GE의 교육 및 리더십 개발, 기업시민 활동, 자선활동 및 자원봉사 이니셔티브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GE의 자선단체인 GE재단(GE Foundation)의 사장으로서 GE의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업무를 맡고 있다. 뛰어난 프로그램으로 ‘리더십 발전소’로 불리는 크로톤빌 책임자인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GE의 리더십 개발과 인재 양성에 대한 전략을 알아봤다. 



 한국에서 GE 크로톤빌연수원은 GE의 리더십 개발을 위한 사내 교육 훈련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크로톤빌연수원은 GE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크로톤빌연수원이 GE에서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는 임원 리더십 개발 센터의 기능이다. 리더가 더 높은 성장에 도전하도록 돕고, 새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요소를 갖추도록 도와준다. 둘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GE 문화 변화의 중심 센터로서의 기능이다. GE의 핵심 가치, 리더십 원칙들, 그리고 변화 이니셔티브 등을 이룩하기 위해 크로톤빌은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경영기법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MBO(목표관리기법)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여럿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상세히 설명해 달라. 

 “크로톤빌연수원은 약 50년간의 운영을 통해, GE에서 사용 중인 전략 계획 과정(Strategic Planning Processes), 인사 과정(HR Processes), 그리고 워크아웃(Work-out), CAP(Change Acceleration Process; 변화 가속화 과정) 등 새로운 경영 개념들을 대거 소개하였다. 또한 크로톤빌연수원은 6시그마를 단지 통계를 활용한 프로세스 개선 메커니즘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이를 경영 리더십의 도구로 본격 활용하기도 했다.”

 이 중 워크아웃과 CAP는 GE에 중대한 문화 변화를 가져온 개념이자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은 역사상 가장 큰 기업 혁명으로 불리는데, 초기에는 조직 내 관료주의 제거에서 시작하여 비즈니스 프로세서 개선, 변화 가속화로 이어지는 등의 조직 문화 변화의 핵심 도구로 기능한, 현재의 GE를 있게 한 핵심 프로그램이다. 그 내용은 디자인, 마케팅, 생산, 판매 등 기업 프로세스의 전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한 군데로 불러 모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찾아내 그 해결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팀의 추천사항은 책임자에게 제시되는데, 이때 책임자는 현장에서 제안을 수용 또는 거절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아이디어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팀이 동의한 일정 기간(통상 1개월 이내) 동안 검토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리더들은 직원들의 문제에 즉각 대응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종업원들의 참여는 기록적으로 는다. 결국 이런 문화가 조직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게 GE측의 설명이다. 



 기업의 인사 전문가들은 GE가 여러 교육 훈련 요소들 중에서 특히 높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GE는 인재군을 형성 개발하는 데 있어 리더십 개발 부문에 그토록 많은 힘을 쏟고 있나?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리더십이 없으면 혼란이 일어나며, 더구나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없다면 단지 평범함만이 있을 뿐이다. 위대한 리더는 어떤 환경에서도 사람들과 조직의 성과 수준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위대한 리더는 평균적인 사람들로부터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왔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평균 이상의 사람으로 만들어 왔다. 우리는 리더십 개발을 수월(秀越)성 문화(a culture of excellence) 창출에 기여하는, GE 시스템이 보유한 핵심적인 장점으로 보고 있다.” 

 크로톤빌에서의 교육 기회가 소수의 선택된 잠재력 있는 인재들에게만 주어진다고 듣고 있다. 교육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평가 기준으로 선발하는가? 

 “GE는 꽤 많은 리더십 교육 훈련 프로그램 및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경력 단계별로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갖춘 리더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만은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진행한다. 우리는 세션 C(Session C)라고 부르는 엄격하고 입증된 평가 프로세스를 통해 리더들의 성과, 개발 필요성 그리고 이들의 미래 잠재성에 대해 평가한다. 크로톤빌연수원은 GE에서 최고의 재능을 보유한 리더를 개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GE가 규정하는 미래의 리더는 어떤 사람들인가? 

 “GE가 규정한 미래의 리더는 고객, 시장 그리고 경쟁을 이해하고자 기업 바깥의 세계를 면밀히 응시하는 사람으로서, 제품에 맞는 고객을 찾기보다는 고객을 위한 제품을 정의하고 찾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직의 목적과 방향을 명료화할 수 있으며 조직의 산만함을 없애고 회사의 부가가치를 진실로 높일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분명한 사고의 소유자다. 또한 상상력과 용기로 충만해 있다. 이들은 필요한 팀들을 구축할 수 있고 전 직원들이 기여하고 성장하는 환경을 창출해내는 사람으로서 경영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산업과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리더십 개발과 관련하여 크로톤빌연수원은 어떤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나? 2005년에 특별히 추가된 신규 과정은 없는가? 있다면 그러한 과정의 개발 절차를 소개해 달라.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운영하는 핵심 과정들은 경영 전반에 대해 다루며 고객, 시장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켜 비즈니스 운영 방법을 교육 및 훈련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시뮬레이션, 리더십 피드백, 실전 학습(Action Learning), 외부 강사진 등이 사용된다. 또한 GE의 고위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보유 축적한 경험과 식견을 활용하여 직접 비즈니스 리더십을 가르친다. 우리는 ‘리더십을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들이 진정한 리더’라고 굳게 믿고 있다. 연구 조사자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이론을 전달할 뿐 직접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리더들 자신이다.” 

 GE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는 내부 강사진이 GE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된다는 것. 톱에게 배워야 톱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크로톤빌은 강사진의 50% 정도를 자체에서 조달하는데, GE 임직원 또한 강사로 선정된 것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크로톤빌은 현재 전략적 고객에 대한 연수 지원을 중요 과제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GE 성장 전략 중 하나인 고객 관계 강화를 위한 방법인데, 그 중요한 수단으로 GE의 사업 파트너들로부터 호응이 큰 크로톤빌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GE가 실전 학습(Action Learning)이라고 불리는 교육 방법으로 유명하다고 듣고 있다. 어떤 이유로 실전 학습이 기업 리더십 교육 분야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는가? 

 “교육 참가자들이 학습하고 통찰력을 얻으며 새로운 스킬(Skills)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실제 발생하는 비즈니스 문제를 교육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GE에서는 실전 학습(Action Learning)이라고 말한다. 임원 교육 과정들은 비즈니스 전략 이슈들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된다. 이들 과정의 참가자들은 시장과 전략적 수단을 활용하여 고객 욕구, 전략, 시장의 역동성 그리고 경쟁자를 고려한 구체적인 사업 분야를 평가한다. 그 후 분석 결과와 제안서를 GE의 최고 경영자와 고위 경영진들에게 보고하며 함께 토론하고 직접 실행에 옮긴다. 실전 학습은 사례 연구 및 여타 다른 방법들과 함께 활용되면 매우 효과적이다.” 

 다른 기업 연수원과 차별화되는 크로톤빌만의 특징은? 

 “크로톤빌연수원은 GE의 사업 구조와 조직을 재형성할 때 핵심적인 구성 요소의 하나로 1956년에 출범하였다. Top-down(상의하달) 방식으로 리더를 교육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GE의 전략적 자산으로서 조직의 문화 변화에도 도움을 주었다. GE의 모든 리더는 크로톤빌연수원을 통해 개발, 교육 훈련 및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해 왔다. 더구나 대부분의 고위급 리더들은 정기적으로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직접 가르치고 있다. 지난 25년간 300개를 상회하는 경영 교육 과정이 운영되었고, GE의 회장은 직접 한 과정만 제외한 모든 교육 과정에 참여하여 강연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GE가 강력한 리더십 개발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사례다.”

 리더십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개발되는 것인가?

“소수의 사람들은 타고난 리더다. 동시에 결코 리더가 될 수 없는 사람도 같은 수만큼 존재한다. 이 두 부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GE는 코칭, 역할 모델, 학습 기회, 그리고 리더십을 실행하고 리더를 관찰하며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선천적인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리더로 클 수 있을 것이다.” 

 크로톤빌연수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설정한 제일 중요한 미션, 목표는 무엇이며, 그리고 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나? 

 “취임 당시 세운 최초의 목표는 간단했다. 크로톤빌연수원이 보유한 높은 수준의 품질과 현장을 존중하여 결코 권위가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크로톤빌연수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보다 문화 변화의 실체로서 크로톤빌연수원이 보유한 능력과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리더와 새 천년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2000년과 2001년 일어난 세계 경제의 변화를 맞아 활기를 잃은 경제와 진전된 세계화 속에서도 번영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성장 리더를 창조해 내는 것이 최대의 도전이었음이 더욱 분명해졌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조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리더를 끊임없이 개발하 는 것이야말로 크로톤빌연수원의 역할 중 가장 흥미진진한 요소다.” 

 크로톤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크로톤빌의 궁긍적인 목적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큰 모습으로 GE를 성장시킬 차세대 리더를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Part 3 심층 해부 리더십 사관학교 GE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



 직급 아닌 사람 특성에 맞는 개별 교육이 핵심 

 내 기업들이 리더십과 핵심 인재 양성이란 화두와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곳은 GE다. 그만큼 GE의 리더십 프로그램이 유명하다는 이야긴데,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조차 GE의 핵심 인재 양성 능력을 최고로 꼽고 있다. 1월 말 외신에 따르면 GE가 임원 능력 개발(Executive Development)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글로벌 임원 능력 개발 회사인 EDA(Executive Development Associate)는 2004년 12월 전 세계 주요 회사들의 인사 담당 중역과 핵심 학습 담당 중역(Chief Learning Officer)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탁월한 임원 능력 개발 전략과 시스템 그리고 프로그램을 보유한 회사로 GE를 꼽았다고 한다. EDA의 제임스 볼트 회장은 “GE가 받은 67.7% 투표 결과는 리더십 개발 능력에 대한 GE의 기존 명성을 재삼 확인해 주고 있으며 대다수 글로벌 기업이 GE를 중역 인재 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주목하고 있는 회사로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GE의 리더십 프로그램이 왜 명성을 떨치게 됐을까? 먼저 최고 경영자의 인재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 또 조직 차원에서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하고 있다는 두 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GE의 리더십 사관학교인 크로톤빌을 개혁한 잭 웰치 전 회장의 인재 관리에 대한 관심은 유명하다. 잭 웰치는 GE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재 개발 회사”라고 자부했고, 그 터전을 닦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회장으로 재임하며 바쁜 와중에도 크로톤빌에서 연수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 그들과 토론하며 연수자들을 격려했다. 1년에 30일은 여기서 지냈다. 잭 웰치가 회장으로 있으며 이 행사에 빠진 것은 딱 한 번. 그가 복막염 수술을 받았을 때다. 이렇게 교육받은 2만여 명의 임직원들이 GE 성장의 견인차가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최고 경영자가 리더십에 대해 지대한 관심 가져 

 이 같은 인재 관리에 대한 관심은 잭 웰치의 후임인 제프 이멜트(Jeff Immelt) 현 회장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멜트 회장이 가장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내는 임원이 바로 나”란 윌리엄 코너티 GE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의 말에서 이멜트 회장의 인재에 대한 유별난 관심을 알 수 있다. 이멜트 회장도 한 달에 두 번은 반드시 크로톤빌을 방문해 연수자들과 토론을 벌인다. 리더십에 대해 뚜렷한 총론과 구체적인 각론을 GE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GE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총론부터 살펴보자. 

 “나는 21세기의 승리를 위해 새로운 성장 리더 세대를 창출하고 싶다. 성장 리더는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 고객에게 역량 집중 그리고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사람들이어야 한다. 폭 넓고 심대한 경험을 쌓은 사람으로서 GE의 성장을 추진함에 있어 필요한 경험과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신을 제공해 줘야 한다.” 

 이는 제프 이멜트 회장이 2004년 후반부터 강조하고 있는 GE의 새로운 리더상이다. 

 GE는 미래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4E+V를 정하고 있다. 에너지(Energy)가 넘칠 뿐 아니라 상대의 활력(Energize)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결단(Edge)을 내릴 수 있고 간단없이 실행(Execute)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장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Vision)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4E+V는 직원들의 채용 및 평가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2004년 1월, GE가 21세기에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계속 유지 발전하기 위해 GE 직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가치와 행동을 규정한 네 개의 액션과 여덟 개의 가치를 발표했다. 이는 전 직원들로 하여금 GE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식을 천명하고 있다(표2). 그리고 이멜트 회장은 2004년 9월 새로운 리더상을 발표했다. 이른바 성장리더가 처음으로 공식화되었다. 그는 21세기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GE가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모든 리더가 성장리더로 변모해야 함을 강조하며 5개의 성장 리더십 특성을 소개했다. 

 즉, 외부 세계에 집중하라(External Focus), 단호하고 명확한 사고의 소유자가 되어라(Decisive, Clear Thinker), 상상력과 위험에 맞서는 용기를 가져라(Imagination & Courage), 전 직원의 소속감을 높여라(Inclusive), 전문 능력을 가져라(Expertise)이다. 

 “개념의 공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실천과 평가가 뒤따르죠. 세션 C를 통해 성장 리더십을 개개인이 어떻게 이수하고 있는지 인사 평가에 반영합니다.” (GE코리아 홍영대 인사담당 이사) 



 최고의 인력 평가 육성 프로세스‘세션C’ 

 GE의 운영 체계(Operating Mechanism) 중의 하나로 GE 전 조직 내 최고의 인재를 발굴, 육성 관리, 보상하는 리더십 개발 및 인력 평가 육성 프로세스로 세션 C(Session C, 인사회의)가 있다.

 매년 1월에 시작하여 5월 말까지 지역별 및 각 사업부별로 실시하는 세션 C의 주요 활동은 직원 개개인의 성과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경영자, 간부, 직원에 대한 경영 성과 및 가치를 평가한다. 이렇게 평가한 결과를 전 직원에게 솔직하게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떤 식으로 유지, 보완할 수 있을지를 알게 해준다. 또한 인사와 관련된 부분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계획과 아울러 회사의 주요한 핵심 이니셔티브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아울러 미래 리더 개발을 위한 Hi-pots(high potentials)을 특별 관리하며 후계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리더십 훈련과 관련해서는 개개인별 맞춤형 리더십 육성 교육을 위해 크로톤빌 연수원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한국 기업들이 행하는 인사평가제도는 통상 직원의 급여와 승진 등에 국한된 일회성 평가에 끝나는 경우가 많으나 GE의 세션 C는 직원 개개인에 대한 업적, 교육, 승진, 후계자, 보상 등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실시하는 연속적인 프로세스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 직원들은 이른바 ‘활력곡선’으로 불리는 분류 기준에 의해 강제로 상위 20%, 높게 평가된 70%, 덜 효율적인 10%로 배분된다. 리더십 개발 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직원은 평가에서 상위 20% 또는 상위의 높게 평가되는 70%에 포함되어야 가능하다. 이처럼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선 세션을 통해 반드시 리더십 교육 참가자로 지명되어야 하며, 실제 참가자 대부분은 잠재 능력이 강한 이들이다. 

 GE의 인재 개발은 연수원에서의 교육 훈련 과정을 포함하여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이 획일적으로 수행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과장 진급자 전체를 일괄적으로 교육시킨다면 GE는 한 사람 한 사람 그의 특성에 맞춰 개별적으로 교육시킨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하는 멀티 플레이어 양성 

 GE에서는 가치관, EMS(Employee Management Summary: 직원의 경력, 업적, 학력, 상벌 등을 기록한 문서로서 사내 이력서로 이용) 과정, 사업 부문 간 순환 보직, 세션 C 등을 주된 도구로 하여 다양한 인재 개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 경력 가속화(Career Acceleration) 모델. 이는 직원들의 경력을 조기에 향상시키는 제도다. FMP, IMLP 등 리더십 프로그램, 전 세계 GE의 사업장을 철저하게 감사하는 글로벌 감사 요원(Corporate Audit Staff) 제도, 6시그마 품질 요원 자격, 그리고 전사적으로 실시하는 특정 이니셔티브 추진 요원 등을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경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경험 모델. 이는 해외에 직원을 단기간 파견하여 해외 근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각과 경험을 익히게 한다. 

 셋째, 코칭(Coaching) 모델. 경영자를 비롯해 경험 많은 직원을 멘토(Mentor)로, 인재 양성 대상자를 멘티(Mentee)로 지정하여 멘티의 업무 능력 향상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직원들의 리더십을 향상하기 위해 특정 사업 부문과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리더십 향상 기회를 경험할 수 있는 리더십 포럼, 고위 경영진들과 잠재 가능성이 높은 이들과 특정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직원들 사이에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로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코칭 활동을 펼치고 있다. 

 넷째, 스트레치(Stretch) 모델. 이는 동기 부여를 통해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로 창의적 능력을 극대화시켜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직무와 목표를 최고로 확장하게 함으로써 인재의 잠재 능력을 개발한다. 

 다섯째, 사업 부문 간 순환 근무 모델. GE의 11개의 서로 다른 사업 부문에 근무 기회를 통해 산업과 지역 및 제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폭 넓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인재를 개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 훈련 프로그램 모델이 있다. 즉, 크로톤빌 연수원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각 지역별로 시행되는 직무 및 리더십 개발 교육 등이 이에 해당된다. 



 크로톤빌의 세가지 리더십 교육 과정

 
크로톤빌에서만 실시되는 교육 과정은 MDC(관리자 개발과정), BMC(비즈니스 관리과정), EDC(임원 개발과정) 등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교수진들은GE 내부의 고위 경영진들과 외부 강사진(이사, 최고경영자, 교수)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커리큘럼은 항상 프로젝트를 교육의 기초로 활용하여 교육과 기업을 연결하고 있으며, 개별 사업 부문과 특정 기능에 국한된 사고에서 벗어나 항상 ‘Big GE’를 강조하는 것으로 꾸며진다. 동시에 커리큘럼에는 CEC(Corporate Executive Council: 고위 임원회의체로서 11개 사업 부문 사장과 본사 주요 부사장급 임원들로 구성된 GE의 최고 경영진 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참가자들을 직접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BMC와 EDC 과정은 GE 및 최고 경영자가 실제 당면한 문제를 과제로 받아 이에 대한 해결책을 탐구 및 대안을 제시하는 이른바 실전 현장 학습(Actions Learning)을 포함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직접 조사한 후 마련된 최종 제안서는 마지막 날 직접 최고 경영진에게 제시되며, 채택될 경우 바로 시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파트3 참조). 

 첫째, 관리자 개발 과정(MDC: Manager Development Course). 11개 사업 부문 CEO가 참가자를 최종 결정하고 1년에 8회 개최되며 회당 약 70여 명이 참가한다. GE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직원들로서 미래의 경영자로 분류된 SP(Senior Professional)와 E(Executive)급에 속하는 다양한 직무를 수행 중인 직원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이 심한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 스킬을 개발한다. 전략적 사고, 임원 리더십과 횡단 기능 간(Cross Functional) 통합 등을 중점적으로 배우며, 실제 사업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리더십을 개발한다. 

 둘째, 비즈니스 관리 과정(BMC: Business Management Course). 11개 사업 부문 CEO가 추천하고 회장이 최종 참가를 결정하며 1년에 3회 개최된다. 회당 약 45명이 참가한다. 점증하는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과 경쟁 환경으로 인해, 특정 사업의 경영 잠재력을 가진 고위 임원들(Executive 혹은 Senior Executive급)이 참가한다. 3주 이상 걸리는 이 코스는 전 세계 지역에서 시장 지향적 전략과 글로벌 리더십 스킬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문화 팀과 환경, 글로벌 경쟁과 분석, 고객 중심 전략 개발 등 글로벌 경쟁 관련 문제와 리더십을 중점 훈련한다. 특히 이 과정에는 사업의 실제 문제를 다루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실전 학습(Action learning)이 포함되어 있다. 매번 달리 제시되는 주제를 1주 이상 걸리는 실전 현장 학습을 통해 GE가 당면한 주요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 회장과 CEC 멤버들 앞에서 제안한다. 

 셋째, 임원 개발 과정(EDC: Executive Development Course). 이멜트 회장이 직접 참가자를 선발하며 1년에 1회 개최된다. 약 35명이 참가한다.  3주 이상 소요되는 이 과정은 SE(Senior xecutive)급 및 Officer급에 속하는 임원들이 참가한다. 이들은 최고 경영자가 후원하는 실전 프로젝트를 활용하여 실제 GE가 당면한 사업의 문제를 다룬다. 참가자들은 벽 없는 조직,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한 고객 중심적 글로벌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 받는다. 글로벌 환경에서 핵심적인 비즈니스 리더와 사회정치 분야의 리더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다룬다. 삼성의 이재용 상무가 외부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과정에 2002년에 참석했다.



Part 4 체험기 크로톤빌 BMC과정 이수한 GE플라스틱 구자규 사장



 “자신감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소득” 

 영자 리더십 개발의 대명사인 GE 크로톤빌연수원. GE에서 ‘크로톤빌’에 입소한다는 의미는 남다르다. 크로톤빌이 GE의 사내 연수기관이지만 일정 직급이 되었다고 연수 자격을 주지 않는다. ‘세션 C’라는 정밀한 인사 평가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된 사람만이 이수 대상자가 된다. 때문에 연수에 선발됐다는 자체가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연수 인원도 극히 제한된다. 

 크로톤빌의 리더십 프로그램은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 임원급의 BMC(Buisness management Course), 그리고 이사, 부장 등 중간 관리자 대상인 MDC(Management Development Course) 세 단계가 있다. EDC는 1년에 1회, BMC는 1년에 3회, MDC는 1년에 8회 진행된다. 특히 미래의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EDC의 경우 30여 명의 대상자를 제프 이멜트 회장이 직접 검토해 선정한다. 

 GE플라스틱코리아 구자규 사장은 이 중 두 번째 단계인 BMC까지 밟았다. BMC 참가자는 12개 사업 부문 CEO가 추천하고 이멜트 회장이 직접 결정한다. 3주 일정의 이 코스는 글로벌 경쟁 관련 문제와 리더십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게 되는데, 특히 사업 현장의 실제 문제를 다루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실전 학습(Action Learning) 위주인 점이 특이 사항이다. 구자규 사장과의 일문일답으로 BMC 과정을 살펴본다. 



 누가 선정하고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GE의 12개 사업군 CEO들이 추천한다. GE의 인사 평가인 세션 C에 따라 선발되는데, 현재의 업적과 미래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BMC 전 단계인 MDC를 2000년에 이수했다. 그 과정에서 크로톤빌 프로그램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체험했고 BMC 프로그램도 연수하기를 희망했었다. 2003년 봄에 전화로 BMC 과정을 이수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나를 인정해 주는구나’라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찼다.”

 프로그램 이수자는 몇 명이고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BMC는 한 회에 40명이 참여한다. 미국, 인도, 유럽 등 전 세계인이 오며 GE의 전 사업 부문에서 선발된다.”

개략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GE가 사업을 하며 현실에서 부딪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 과제는 이멜트 회장이 선정하는데 철저하게 극비에 붙여진다. 크로톤빌에 들어가기 2주 전에 이메일로 토픽을 전달받았다.” 

 통상의 연수라는 게 참석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성격인데, BMC 과정은 역으로 참석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다. 

 “맞다. 전달식·주입식 교육은 없다. 하지만 3주 과정을 거치면 정말 많은 것을 습득하게 된다. 그게 바로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이다.”

 어떤 과제를 부여받았나? 

 “월드 클래스 마케팅이었다. 어떻게 해야 GE의 마케팅을 월드 클래스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가가 과제였다.” 

 3주 동안 어떻게 그 과제를 해결해 갔나? 

 
“첫 주는 크로톤빌에서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GE 마케팅 전문가들과 질문과 토의를 하며 마케팅에 대해 학습을 했다. 그 후 GE의 사업 성격에 맞춰 팀을 4개로 나눈다. 이때 자기 업무와 관련된 팀에 소속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이후 1주 동안은 현장을 다니며 사례 연구에 들어간다. 우리의 경우 다섯 명씩 유럽과 미국 담당 두 개 조로 나눠 각 대륙에 소재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의 마케팅 전문가들을 찾아갔다. 난 미국 조였는데, 리복, 질레트, 유니레버 등 마케팅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과 만나 그들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사례들을 취재했다. 저녁에 도착해 아침에 미팅하고 그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나머지 1주 동안은 팀들이 모여 수집해 온 자료를 토대로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해결법을 도출해 낸다. 그리고 마지막 날 GE 각 사업 부문의 열두 명 CEO들 앞에서 우리들의 결론을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감된다.” 

 제프 이멜트 회장이 결론 도출에 개입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프레젠테이션 전날 이멜트 회장이 크로톤빌로 온다. 우리 결론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여 최종안이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안에 대해 최고 경영진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제안들이 발표물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현된다. 실례로 우리는 GE에 마케팅 총괄 담당 임원(CMO; Chief Marketing Officer)을 둬야 한다는 제안을 했었는데, 한 달도 안 돼 CMO 제도가 생겼고 베스 컴스탁( Beth Comstock)이 초대 GE CMO로 취임했다.” 

 마케팅이 문제면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맡기지, 왜 비전문가들에게서 해결법을 구하는지 궁금하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에 너무 매몰돼 못 보는 경우가 있다.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실례로 도요타에 ‘5 Why’라고 있다. 왜란 질문을 다섯 번만 하면 해결책이 나온다는 이야긴데, 전문가들은 한두 번도 질문하기 힘들어 한다. 또 BMC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다. 하나의 안에 대해 다방면에서 검토가 되고, 그런 제안이 현장에서 적용될 때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미리 검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교육에 대한 평가는 없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정을 통해 얻는 것도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구 사장은 BMC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얻었나? 

 “자신감이 제일 큰 소득이다. 또 글로벌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 것도 소중한 재산이다. 사고의 폭도 넓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귀국 후 출근하자 직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