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전 세계 30억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월드컵에서는 중국 기업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4일(현지시각)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전 세계 30억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월드컵에서는 중국 기업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12월 중국 2대 유제품 업체인 멍뉴유업(蒙牛乳业)은 FIFA(국제축구연맹)와 러시아 월드컵 공식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멍뉴유업은 대회 기간 선수와 관중에게 마시는 요구르트와 아이스크림을 공급하게 됐다. 또 본선 참가국 32개 나라가 벌이는 64개 전 경기 방송에서 7초간 자사 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시청자가 전 세계에서 30억 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멍뉴유업의 글로벌 인지도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14일(현지시각) 개막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큰손으로 중국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기업 후원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후원 계약은 TV 중계권료에 이어 FIFA의 두 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실제 러시아 월드컵 파트너 5개 중 3개가 중국 기업이다. 멍뉴유업에 앞서 FIFA와 월드컵 파트너 계약을 한 중국 TV·가전 업체인 하이센스(Hisense)는 월드컵 한정판 TV를 선보이고 경기장 곳곳에 자사 TV를 전시했다. 스마트폰 업체 비보(Vivo)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특별 제작한 한정판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FIFA는 후원사를 크게 ‘공식 파트너’ ‘월드컵 파트너’ ‘지역 파트너’ 세 가지로 분류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 추점 6개월을 앞두고 모든 후원사 모집이 ‘완판’됐었다. 

그러나 2015년 뇌물 수수, 돈 세탁 등 내부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FIFA는 러시아 월드컵 후원사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통상 여러 해 계약이 체결되는 공식 파트너(최대 8개 기업)와 월드컵 파트너(최대 6개 기업)를 올림픽 개막일까지 모두 채우지 못한 채 각각 1자리가 비어 7개, 5개 기업에 그치고 있다. 대륙별로 4개씩 총 20개 기업을 모집하는 ‘지역 파트너’의 경우 계약이 체결된 곳이 고작 1개사다. 이마저도 중국 최대 전기오토바이 생산 업체인 야디(雅迪)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FIFA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중국 부동산 그룹 완다(萬達)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포함해 2030년까지 총 네 번의 월드컵에 대한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FIFA의 부패 이미지 때문에 후원 계약을 꺼리는 서구의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뭘까. 외신들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해외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행보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월드컵의 경제 효과를 310억달러(약 33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2023년까지 관광 산업 성장, 대규모 건설 사업, 정부 투자 등이 이어진다는 것이 근거다. 이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경기장 신축과 인프라 확충 등에 110억달러를 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 22만 개가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은 ‘잠잠’…이벤트도 실종

한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게 월드컵 공식 파트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싼타페·K9·투싼·쏘렌토·스타렉스 등 총 954대를 월드컵 대회 준비와 운영을 위해 제공했다. 또 한국뿐 아니라 본선에 참가한 32개국 국가대표팀의 이동용 팀 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이 대회 기간에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대회 기간 중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한국에서 거리 응원전을 준비하는 등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5월 3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FIFA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팀 버스 등 러시아 월드컵 공식 차량 전달식을 진행했다. 사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5월 3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FIFA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팀 버스 등 러시아 월드컵 공식 차량 전달식을 진행했다. 사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와 달리 다른 국내 기업들은 잠잠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올해 월드컵이 열리는 줄 몰랐다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기업들이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는 FIFA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마케팅에 월드컵을 이용하는 앰부시(매복) 마케팅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앰부시 마케팅을 했다가 FIFA에 적발되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할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12일), 지방선거(13일) 등 굵직한 국내외 현안이 월드컵과 맞물려 있어 상대적으로 마케팅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국 대표팀의 빨간색 유니폼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같은 색깔 옷을 입고 소비자를 맞는 이벤트도 실종됐다.


Plus Point

평창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 44조원? 500억달러 쓴 소치엔 ‘올림픽의 저주’

올해 2월 치러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과’ 자료에서 올림픽 개최로 대회경비·관광 등 1조4000억원의 소비 지출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GDP 성장률로 보면 0.05~0.06%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올림픽의 경제 효과는 올림픽이 끝난 후 본격화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인지도가 낮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 부상한다면 올림픽 이후에도 관광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올림픽 개최로 평창과 강원도 등의 도시(지역) 브랜드가 알려지고, 이를 통해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나아가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경제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10년간 관광과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로 각각 32조2000억원, 11조6000억원이 발생해 전체 44조원에 가까운 간접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향후 경기장 사후 관리가 잘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익모델로 연결해 10년간 매년 관광객이 10% 이상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러시아 소치의 경우 무려 500억달러(약 54조원)나 들여 사후 활용도가 높지 않은 시설물들을 지었다가 유지 비용이 발목을 잡는 ‘올림픽의 저주’에 빠지기도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보고서를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금을 투입하며 올림픽에 전력 투구해 왔으나 낭비 등으로 유치 효과가 훼손됐다”면서 “소치 동계올림픽이 러시아에 큰 경제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