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오전, 비어 있는 인천국제공항 여행사 창구. 사진 연합뉴스
5월 7일 오전, 비어 있는 인천국제공항 여행사 창구. 사진 연합뉴스

“여행과 탐험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여행객이 급격히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 해외여행 목적의 출국자는 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하지 못하면 더 하고 싶은 법. 코로나19 봉쇄로 억눌렸던 여행 욕구는 국내로 향했다. 여행 전문 광고대행사 ‘여행에 미치다’의 조준기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국내 여행 관련 콘텐츠 조회 수가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여름 성수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최근 몇 달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최근에 지방자치단체 등 기존 고객사가 광고 제작을 의뢰하며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지자체 또한 적극적인 관광 지원책을 선보였다. 정부는 5월 26일 ‘케이(K) 방역과 함께하는 관광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비수기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특별 여행 주간’을 애초 계획한 2주간(5월 30일~ 6월 14일)에서 한 달간(6월 20일~7월 19일)으로 늘려 고속버스 등을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경기관광공사가 소셜커머스를 통해 5월 11일부터 24일까지 아침고요수목원 등 총 79곳의 관광지 입장권을 최대 70% 할인해 판매한 결과, 16만 장이 동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외여행·패키지 상품 판매에 주력해온 대형 여행사도 국내 여행 노출 빈도를 늘리고 있다. 하나투어는 일주일 1, 2회에 머물렀던 국내 여행 상품 출발 일수를 5회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자회사에 상당 부분 위임했던 국내 여행 판매도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행 스타트업들도 국내 여행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해외여행 서비스만 운영하던 스타트업 ‘트리플’ 역시 5월 21일 제주 여행 서비스를 첫 국내 서비스로 내놓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여행 수요는 자유여행인 만큼, 패키지여행 중심의 다수 여행사의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투어 등 상장된 여행 관련주들은 패키지 상품 위주라 국내 여행 수요 증가와 사실상 무관하다”고 말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국내 여행 활성화가 현지 식당·숙박시설·관광지에는 도움 되지만, 여행사에는 아직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황금연휴 직전이었던 4월 29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 사진 연합뉴스
황금연휴 직전이었던 4월 29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 사진 연합뉴스
4월 21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멈춰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월 21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멈춰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대두되면서 소규모 자유여행은 코로나19가 소강된 이후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확산하며 계속 여행 업계 매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형곤 세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개인 혹은 친구·가족과 가는 경험 중심의 ‘개별 여행객(FIT)’ 위주로 시장은 개편되고 있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안전 여행이 강조되면서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좁은 버스에 처음 보는 사람 수십 명이 함께 타는 패키지여행은 국내든 해외든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여행 업계는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자유여행객을 잡기 위한 연구·개발 및 체질 개선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고객층을 설정해 경험 중심의 맞춤형 국내 여행 상품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대형 여행사는 소비 규모가 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소규모 가족 여행 및 고급형 체험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대로 스타트업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자유여행과도 차별화한 혁신적인 상품을 실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국내 여행 상품 ‘경험’에 집중해야”

이동건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크라우드펀딩 콘크리트(CoNCreate) 스타트업 창업
이동건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크라우드펀딩 콘크리트(CoNCreate) 스타트업 창업

여행 업계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규모가 작을수록 타격이 컸다. 자유여행 중개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거래액이 2018년보다 세 배 늘어난 36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주력했던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규모가 작을수록 새로운 시도가 더 쉽다.

마이리얼트립은 제주도 해녀 마을에서 해녀들과 신을 모신 신당에 가 함께 굿을 보며 소원을 빌고, 이들이 직접 잡아 준 전복을 먹어 보는 투어를 제공한다. 여수에서는 여수 토박이 20대들이 숨은 단골 맛집에 데려가고 현지인만 아는 야경 장소를 알려주는 상품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여행 업계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지금,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를 만나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코로나19 상황은 여행 업계의 발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
“그렇다. 해외여행이 막혀 빠르게 국내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때문에 3월 초부터 우선순위에 밀려있던 국내 여행 상품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모든 여행사가 마찬가지다. 차별점은.
“자유여행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여행사가 제주도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을 제공한다. 때문에 종달리 바다가 보이는 제주 카페에 앉아 인디 가수에게 우쿨렐레 연주법을 강습받고, 제주 방언으로 노래를 불러 보거나, 제주 시골 마을 전통 가옥에서 타자기로 제주 여행기를 써보는 ‘진짜 제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국내 여행 상품에서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여행 업계가 해왔던 운송과 예약 대행 서비스는 국내 여행에선 유효하지 않다. 국내는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정보 취득이 쉬워 버스를 대절하거나 미술관을 예약해 주면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어떻게 부산에 가지’가 아닌 ‘부산에서 뭘 먹고 뭘 할까’인 소비자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 전략이 다른가.
“해외에서는 잘못된 선택에 대한 복구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공부하듯이 여행을 준비한다. 때문에 대신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짜는 여행사의 역할이 크다. 반대로 국내 여행은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 따라서 여행 준비를 대행해주기보단, 소비자가 직접 찾아내기 어려운 경험을 발굴해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여행 업계는 어떻게 바뀔까.
“코로나19 이후에는 ‘우리끼리’ 소규모로, 사람이 덜 붐비는 소도시, 한적한 근교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대규모로 유명 장소에 가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이 이에 적합하다. 따라서 자유여행과 유사한 정도의 독립성과 안전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패키지여행은 규모의 경제에서 소규모 고급 서비스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점인 편리함과 안전성을 내세워 테마가 있는 소규모 ‘프리미엄 패키지’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여행 업계를 꿰뚫는 단어는 ‘안전’이 될 것이다. 방역 등 여러 차원에서 코로나19에 안전하게 대응하는지 표기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가격 경쟁이 아닌 안전 경쟁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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