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메이크스타 대표 명지대 영어영문학 학사, 전 FNC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 전 제이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사진 메이크스타
김재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메이크스타 대표 명지대 영어영문학 학사, 전 FNC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 전 제이케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사진 메이크스타

중개 플랫폼이 대세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을 조리하는 입점 업체와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 사이를 배달로 중개한다. 우버는 택시와 택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를 호출 서비스로 중개한다. 탈잉은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과 그 재능이 필요한 소비자를 과외 수업으로 중개한다. K팝(K-pop) 산업에서도 이러한 중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메이크스타는 K팝 스타를 양성·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K팝 스타를 만나고 응원하고 싶어 하는 팬덤 소비자를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2015년 설립된 이 기업은 K팝 스타의 굿즈(야광봉·화보집 등 연예인 관련 각종 상품) 제작이나 팬미팅 기획 등을 기획사가 크라우드펀딩한 금액으로 할 수 있게 자금 조달·상품 기획 및 제작·배송까지 협업·대행한다. 매출의 70%는 크라우드펀딩 수수료에서 발생하며, 나머지 30%는 기획사와 콘텐츠 공동 제작·유통 후 배분하는 수익이다.

회원은 전 세계 230개국에서 130만 명으로, 해외 회원이 75%에 달한다. K팝의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업 엔터테인먼트사는 CJ, 큐브, 판타지오 등을 포함해 200여 곳에 이른다.

지난 2월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6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0% 늘어난 1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70% 이상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이코노미조선’은 3월 8일 서울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김재면 메이크스타 대표를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밴드 아이돌의 원조 격인 FT아일랜드와 걸그룹 AOA 등을 발굴한 FNC엔터테인먼트의 창립 멤버로, K팝 시장에 15년 넘게 몸담은 인물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약 6년간 대표로 재직했던 채영곤 메이크스타 영업총괄이사 등과 함께 메이크스타를 창업했다. 또 다른 방식으로 K팝 글로벌화의 선두에 선 것이다.


메이크스타를 통해 기획사는 앨범 제작 등에 필요한 자금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할 수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메이크스타를 통해 기획사는 앨범 제작 등에 필요한 자금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할 수 있다. 사진 메이크스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매출이 오히려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받은 산업이 많지만, 비대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호황이다. 메이크스타는 온라인 기반이고, 수요층이 대부분 해외에 있어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었다. 국경이 막혀 한국에 올 수 없는 해외 팬이 알리페이 등 각국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메이크스타에서 굿즈를 결제하고, 바로 배송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크스타가 없다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동원해 직접 국내 팬에게 돈을 송금하고 구매 및 배송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 불편하고, 상대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또한 소속사들과 협업해 빠르게 오프라인 팬미팅 등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덕에 타격이 덜하기도 했다.”

해외 K팝 팬과 기획사 중개 사업의 성공 비결은.
“소녀시대, 카라 등 2세대 아이돌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했던 아이돌 전성기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 FNC엔터테인먼트의 창립 멤버이자 기획이사로 일하면서 K팝 비즈니스가 놓치고 있는 허점 세 개를 찾았다. 그리고 메이크스타를 통해 이 허점을 메웠다.
첫째는 연예인 소속사 역할만 하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소속 연예인 한 명만 사고 쳐도 회사 전체가 뒤집히지 않나. 직접 연습생 관리까지 다 해봤기 때문에 젊은 연예인 한 명 한 명이 가진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안다. 이 때문에 연예인 개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더 큰 모집단을 두고 리스크를 분산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중개 플랫폼을 차렸다.
둘째로 국내 소속사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굿즈 제작과 배송,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 수많은 수익 활동을 모두 직접 진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환경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창립부터 함께한 FNC엔터테인먼트는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 세 명이 아무런 밑천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 대박 난 특별한 경우다. 몇몇 대형 기획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기획사는 자본도 인력도 없고, 조직 체계도 미미하다. 이 때문에 과부하 상태인 기획사들을 대신해 상품 기획과 제작, 자금 조달, 해외 배송 등까지 모두 책임져,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로 K팝에 막대한 돈을 쏟는 해외 팬덤은 지속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뷔 6개월 차에 불과했던 FT아일랜드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콘서트 등 제안이 들어왔고, 이런 상황이 신기해 이들의 진심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말도 안 되게 높은 조건과 개런티를 걸었는데 모두 오케이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소속사는 음반 시장이 큰 일본을 제외하곤 해외 고객 응대에 소홀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언어 서비스와 각국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등 타깃화를 명확히 해 글로벌 골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플랫폼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이나 인지도가 부족한 영세 사업자가 대중에게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펀딩 받을 수 있도록 돕지 않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수많은 소속사가 난립하고 있고 이들이 수많은 팬에게 자신의 가수를 선보이고 관련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는, 평등하면서도 획기적인 기회의 장을 열고 싶었다. 굿즈 등 상품의 경우 제작비 전체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하고, 앨범 제작 등은 일부만 지원한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팬클럽 등 K팝 팬덤에게 익숙한 자금 조달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일반 개인 팬이 일명 ‘총대’라 자신을 지칭하며 개인 계좌를 공개하고 다른 팬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좋아하는 가수를 위한 지하철 역사에 광고물을 내걸거나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K팝뿐 아니라 한국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등 한류 관련 모든 콘텐츠에 있어서 소비자와 소속사 사이를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 현재 유튜버를 관리하는 소속사 격인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등과 활발하게 소통 중이고,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모든 국내외 팬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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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기업 혹은 개인은 판매자로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나 진행하고자 하는 이벤트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미리 결제한 돈이 모여 목표 금액 달성에 성공하면, 소비자는 ‘리워드’로 자신이 지지했던 상품이나 이벤트를 즐기고, 판매자는 금액에서 남은 마진을 가져가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중개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와디즈나 텀블벅, 해외에선 미국의 킥스타터나 영국의 인디고고가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