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일 무역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가 유럽연합(EU)이 에어버스에 주는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은 110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EU는 수년간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해 왔다. 그것은 곧 중단될 것이다.”(4월 9일 트럼프 트위터)

“EU는 미국에 악랄한 무역 파트너다. 곧 바뀌겠지만.”(4월 10일 트럼프 트위터)

“(중국과) 딜이 이뤄져서 이기거나, 딜을 성사시키지 못해서 이기거나, 어쨌든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4월 15일 트럼프의 경제·세금 개혁 회의 발언)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 목표 시일인 4월 말이 가까워지면서 이제는 EU, 일본과도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어느 정도 목표한 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칼끝을 EU와 일본으로 돌린 것이다. 특히 EU(독일)와 일본을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수입 자동차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으로 대체하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다. 중국과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고, 이제 EU와 일본까지 압박하고 있다. EU·일본과 무역협상이 끝나면 주요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들과 무역관계 재설정 작업이 완료된다.


EU엔 보조금 문제, 일본엔 무역 적자 언급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4월 8일 항공기 제조 업체 에어버스에 대한 EU 보조금 지급을 문제삼아 110억달러 규모의 EU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WTO 산정 피해 금액이 연 112억달러(약 1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U는 17일 200억달러(약 25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목록을 공개하고, 5월 31일까지 회원국들과 보복관세 부과 대상에 대한 협의를 완료할 예정이다.

미국은 일본과는 4월 15~16일 1차 무역협상을 마쳤다. 일본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은 16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이틀째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농산물 등의 수출을 늘리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USTR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교섭에서 거액의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작년 9월의 양국 수뇌 간 합의를 토대로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얻는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월별 무역 적자, 작년과 거의 비슷

미국이 주요 무역 적자 상대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고 나면 무역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을까. 아직 이들 국가와 무역전쟁의 결과가 구체화하지 않았다. 한·미 FTA 개정안은 양국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캐나다·멕시코와 USMCA는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중국에는 2500억달러어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긴 했지만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 EU·일본과는 이제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다.

현재 작동하고 있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은 이미 부과된 관세다. 트럼프는 외국산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지난해 4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에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상대방의 불공정 행위에 보복할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01조에 따라 지난해 7~8월 50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25%, 지난해 9월 2000억달러어치에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관세 부과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는 전년 대비 12.5% 늘어난 6210억달러로 10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특히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상품수지 적자는 8913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올해 들어서는 조금 나아졌다. 무역수지 적자는 1월 511억달러, 2월 494억달러로 각각 전월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월평균 무역 적자(518억달러)에서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1월 상품수지 적자도 733억달러로 작년 월평균(743억달러)에 근접했다.

그럼 미국은 관세 부과로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장기적으로 관세 부과만으로는 무역 적자를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래정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는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로 벌어들인 것보다 수입해서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미국인의 강한 소비 성향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또 중국에 대한 관세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줄어들 수 있지만 관세가 부과된 상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게 되는 게 아니라 중국 이외 국가로부터 수입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역 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트럼프가 애초 관세 부과 목적이 무역 적자 축소라고 했지만 중국과 무역협상 과정에서 그게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나 정부 보조금 문제 등 미국 기업의 중국 내 권익을 보호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러스트벨트 등 선거 표밭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노동 생산성을 높인다든지 해서 산업·수출 구조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거나 강한 소비 성향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