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가운데) 감독과 배우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2월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가운데) 감독과 배우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입니다.”

2월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장. 영화 ‘기생충’으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책에서 읽은 문구입니다.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백발의 스코세이지 감독이 활짝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봉 감독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불평등한 사회를 섬뜩하게 풍자한 영화 ‘기생충’이 영화사(史)를 바꿨다. 이 영화는 이날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에 이어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받으면서 101년 한국 영화 역사와 9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 영화계는 1962년 고(故)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비영어 영화로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앞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도 받았는데, 두 상을 동시에 받은 작품도 64년 만에 두 번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술적 성취를 평가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경제 이슈를 살펴봤다.


이슈 1│작품상 받으면 제작비 4배 수익

글로벌 시장조사기관과 영화 관련 통계 작성 기관 등은 종종 아카데미 작품상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BIS가 2009~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작품의 제작비를 조사한 결과 평균 1700만달러(약 201억원)였지만, 북미 흥행 수익은 평균 8250만달러(약 977억원)였다. 작품상 수상작은 제작비 대비 평균 네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 작품들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올린 수익은 전체 수익의 42.8% 수준이었다. 후보에 오른 후 35.6%, 수상 후 21.6%의 순이다. 수익의 절반 이상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통해 나온 셈이다.

또 영화 관련 통계를 작성·제공하는 미국 ‘박스 오피스 퀀트’ 분석에 따르면, 1990~2009년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의 평균 수익은 1900만달러(약 225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이보다 6배 이상 많은 1억3980만달러(약 1656억원)에 달했다.

‘기생충’의 제작비는 평균보다 적은 135억원 수준이다. 그리고 북미 흥행 수익은 2월 9일 기준 3500만달러(약 415억원)다. 이는 북미 개봉 영화 중 역대 6위의 기록이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2월 11일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이 현지 상영 극장 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서 ‘기생충’을 볼 수 있는 극장은 2000곳을 넘어서게 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월 10일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실적은 국제영화로서는 인상적인 편이지만, 아직도 많은 미국인이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장 영화 보기를 권한다”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효과로 역대 북미 개봉 국제영화 매출 2위인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5725만달러)’의 기록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을 포함한 ‘기생충’의 전 세계 수익은 2월 11일 현재 2000억원 수준이다.

아울러 VOD(주문형비디오) 등 새로운 포맷을 통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효과는 더욱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2월 11일 예스24의 VOD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는 ‘기생충’이 인기 다운로드 한국 영화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의 유무형 경제 효과를 모두 더하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슈 2│작품상 받으려면 1000억원 들어

이처럼 아카데미 작품상은 경제적으로 ‘대박’이지만, 상을 받으려면 홍보 등 각종 캠페인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투표권을 가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을 ‘홀리는 데’ 주로 쓰는 돈이다. 24캐럿 금으로 도금된 아카데미트로피의 물질적인 가치는 약 900달러(약 106만원)에 불과하지만, 영화 제작사와 투자사는 이를 차지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18년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예산(제작비와 캠페인 비용)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작품상 수상작은 평균적으로 8170만달러(약 957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은 매년 시상식 관련 캠페인에만 평균 1억달러(약 1184억원)를 쓴다. 지난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받은 넷플릭스 제작 영화 ‘로마’는 관련 캠페인에만 300억원을 썼다. 이는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미국 금융정보서비스 업체 ‘월렛 허브’ 분석에 따르면, 매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1억1500만달러(약 1362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누린다. 영화제로 인한 수익은 물론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식당과 호텔 등이 붐비는 덕이다.

‘기생충’ 돌풍에 큰 역할을 한 투자사 CJ그룹의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10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독식은 한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그룹의 공이 컸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중 ‘기생충’만 유일하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CJ그룹이 적극적인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유창한 영어로 시상식 수상소감 대미를 장식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95년 할리우드와 음악 산업 진출에 목표를 두고 드림웍스SKG에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해 지분 11%를 취득했다는 기사도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CJ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기생충’ 같은 명작을 제작하기 위해 문화 관련 사업에 25년간 누적 7조5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plus point

방송 광고비 초당 2억원 육박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큰 텔레비전 광고 이벤트인 슈퍼볼(미국 프로 풋볼 결승전)에 육박하는 초대형 행사다. 라이브 방송 시청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광고비도 천문학적이다. 미국 방송사 CNBC와 금융정보서비스 업체 ‘월렛 허브’에 따르면 지난해 슈퍼볼은 30초짜리 광고에 평균 525만달러(약 62억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30초짜리 광고에 440만달러(약 52억원)가 책정됐다. 초당 약 1억7000만원이 든 셈이다.

‘포브스’는 2월 4일(현지시각)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한 ABC 방송국은 1억4900만달러(약 1765억원)의 광고 수익을 거둘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광고에는 캐딜락, 구글, 롤렉스, 월마트, 버드와이저, 맥도널드, 월트 디즈니 등 거대 기업이 단골로 등장한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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