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개최된 제50회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지난해 3월 2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개최된 제50회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60만 소액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요 그룹사가 잇따라 나서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전자투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올해는 진정한 의미의 전자투표 시대가 열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한창인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칼이 전자투표를 도입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개인주주가 캐스팅보트(대세를 좌우할 제삼자의 표)로 부상한 상황에서 전자투표 도입은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 등 줄줄이 도입

전자투표는 2009년 상법 개정을 거쳐 2010년 5월 도입됐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전체 상장사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25% 수준에 그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은 전자투표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전자투표 도입은 의미가 크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를 도입하겠다고 1월 30일 밝힌 데 따라, 국내 상장사 전반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삼성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투표 계약을 맺은 기업 수는 2017년 770곳에서 2018년 517곳으로 감소했다가 2019년 581곳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 정기주총 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액면분할 후 처음 열렸던 지난해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전년의 두 배 수준인 1000여 명의 주주가 몰렸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액면분할 이전인 2017년 14만4283명에서 액면분할 이후인 지난해 9월 60만6447명으로 5배가량 늘었다. 당시 주주들은 주총장 규모가 협소한 탓에 주총장 밖에서 오랜 대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까지 악화된 날이라 주주들의 항의는 더욱더 거셌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월 12일에는 현대차그룹이 전자투표 도입 계열사를 전 상장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그룹 계열사 중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이 먼저 도입한 데 이어, 나머지 9개 상장 계열사(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위아·현대로템·이노션·현대오토에버)도 올해 전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2월 12일 밝혔다. 주주총회에 앞서 이달 중 열리는 각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전자투표제도 도입이 확정된다. 각 계열사 주주들은 다음 달 개최될 주총에서부터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연합뉴스

한진 남매 운명 가를 변수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의 전자투표 도입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해 말 기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델타항공(10%), 재단 및 특수관계인(4.15%) 등 33.45%로, 조현아 연합(31.98%)과 1.47%포인트 격차에 불과하다. 결국 국민연금(2.9%· 추정치)을 비롯해 기타 소액 주주(30% 안팎)의 선택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된다.

전자투표를 도입할 경우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결과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한진그룹 측은 지난주 개최된 한진칼,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전자투표 제도 도입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내놓지 않았다. 조 회장은 전자투표를 도입할 경우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측은 한진그룹의 실적 악화 때문에 소액주주가 조 회장을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주총에서도 소액주주의 지분 30.46% 중 8.2%만이 조 회장을 지지했다.

반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진영에서는 소액주주의 참여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 진영에 있는 KCGI, 일명 강성부 펀드는 최근 주주 권익 확대를 위해 한진칼이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한진그룹이 만약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결정하면 주총 소집 시 주주들에게 공지하면 된다. 상법상 주총 소집은 주총일 2주 전까지 통지할 수 있고 전자투표도 소집 통지와 함께 통보하면 된다.


plus point

전자투표 하는 법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의 전자투표 시스템 화면. 사진 각 사 홈페이지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의 전자투표 시스템 화면. 사진 각 사 홈페이지

기업이 아무리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해도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2019년 전체 발행 주식 수 중 5.04%에 그친다. 2017년 1.80%, 2018년 3.92% 등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여전히 주주의 권리를 실천하는 비율은 낮다.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시스템(evote.ksd.or.kr)에 접속해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해야 한다. 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받은 사람이 대상이다. 시스템에 로그인한 후 이용 약관 및 개인정보 처리방침 등에 동의를 한다. 전자투표 행사가 가능한 회사를 조회해 주주총회 10일 전부터 주주총회일 전까지 의안별로 찬·반 의결권을 행사하면 된다. 주주총회가 개최된 후 1~7일간 주주총회 결과를 조회할 수 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상장사에 따라 미래에셋대우(v.miraeassetdaewoo.com)를 통해 전자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곳도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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